* 갱
▼
KP l 갱
아바에 드 클루니 l 나기 플 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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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기차역 앞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왜 혼자 여기에 있지?
의문이 머릴 스쳐지나갈 찰나, 방송이 들립니다.
" …곧 지옥열차가 도착합니다.
죄를 짓지 않으신 분께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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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면 기차역 앞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왜 혼자 여기에 있지?
의문이 머릴 스쳐지나갈 찰나, 방송이 들립니다.
......
"...곧 지옥열차가 도착합니다."
"죄를 짓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
.
──────────────────
지옥열차
W. 오퓸
──────────────────
.
.
.
01, 역
당신은 문득 정신을 차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기차의 역 앞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매표소와 승강장이 보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 너머에 철도가 있거든요.
왜 이곳에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혼자만 여기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군요.
기억을 더듬어 볼까요. <지능> 판정 가능.

기준치: | 90/45/18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누군가의 얼굴입니다.
......
감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방송이 들려오네요.
《...곧 지옥열차가 들어옵니다.》
《죄를 짓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 멀리 열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캄캄한 어둠과 끝이 보이지 않는 돌길.
눈부신 빛과 함께, 열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플랫폼에 멈춥니다.
수증기를 내뿜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무래도 증기 기관차인 모양입니다.
마치 당신을 기다리는 듯이 서 있는 열차.
저 열차에 올라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검은 열차는 꽤 긴 편이지만, 들어가는 문은 단 하나입니다.
당신의 짐은 아무것도 없으며 마찬가지로 열차표도 없죠.
그러나 당신은 돌아갈 길이 없으니까요.
......
열차에 발을 들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차장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 차장?
그는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아바에의 얼굴을요.

그의 목소리 또한 확실히 아바에의 목소리입니다만,
어쩐지 말투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는 당황해하는 당신을 보며 웃고는, 설명을 이어갑니다.

...아, 이 모습은 사내규칙이라서. 나 말고도 모든 직원들은 이런 모습으로 승객을 대해야 하거든. 승객이 미쳐 버리면 곤란하니까. 중요한 승객인데.


그래, 분명히...... 무슨 죄였지?

그보다 나를 지옥으로 보내려면 그쪽이 알아야하는 것 아닌가? 내 죄는.
그가 당신의 대답을 듣더니 느긋하게 웃습니다.

으음...... 그래서, 너는 이 열차로 가는 동안 네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아야 해. 흔히 인간 신화에서 얘기하는 지옥의 역할도 하거든. 진짜 지옥은 그런 걸 안 해주니까.



생각해 봐, 지옥으로 간다는 열차를 제정신으로 타는 인간이 있을지.

죄를 지어 이곳에 오게 됐으면서, 속 편한 말만 늘어놓는구나.
그는 당신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객실을 안내합니다.
정말 자기 멋대로인 차장이군요.


그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열차의 내부가 보입니다.
창문이 하나도 없어 바깥 풍경은 전혀 알 수 없네요.
탑승하자마자 답답한 기분이 드는데, 어떻게 이런 곳에 있으라는 걸까요.
심지어 다른 승객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곧 우리 직원이 들어올 거니까 너무 딱딱하게 굴지는 마. 알았지?

죽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요?
그는 대답 없이 문을 통해 사라집니다.
......
이곳은 빽빽하게 숨구멍 하나 없어 보이는 열차의 한 칸.
곧 출발하려는 듯,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 진동이 느껴집니다.
들어왔던 문은 잠겨서 열리지 않으며,
맞은편에 있는 문도 열리지 않습니다.
꼼짝없이 이 안에 갇혀 직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뭐, 그동안 내부라도 살펴볼까요.

내부를 살펴보면, 칸 전체가 하나의 방처럼 보입니다.
정확히는 침실과 응접실을 합쳐놓은 듯한 방.
답답하고 턱 막힌 느낌이 짙네요.
마주 앉을 수 있는 긴 소파와 유리 테이블, 뒷편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반대편에 침대와 협탁 그리고 다음 칸으로 향하는 문이 있습니다.

유리 테이블 위에는 찻잔 두 개와 주전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주전자를 들어보니 무게가 느껴지네요.

주전자를 기울이자... 시원한 차가 우러나옵니다.
쪼르륵, 차는 떨어지는 일 없이 계속 흘러 나오네요.
...그런데 왜 찻잔이 두 개일까요?
차장이 말했듯 직원이 들어오기 때문일까요.

... (같이 마시는 편이 낫나. 고민하다 딱 한잔만 마시고 소파를 살펴본다.)
고민 끝에 찻잔을 내려놓습니다.
...! 잘 보니 주전자 옆에 작은 메모지가 눈에 띄네요.

짧은 문장이 적혀 있군요.
「직원의 질문에는 친절하게 대답하세요.
대답하지 않는다면 차장이 직접 찾아가 문책합니다.」

차장이라면... 그다지 내키진 않네요.
메모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소파는 한 사람이 누워서 잘 수 있을 만큼 깁니다.
고급 원단을 씌워 놨네요.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 ... .
...... 으음.
상당히 질이 좋아 보인다는 것밖에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한 번 샅샅이 살펴 볼까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로함도 잠시, 소파를 헤집으며 살펴보니-
열쇠 하나가 손에 잡힙니다.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누군지 몰라도 칠칠맞군요.
협탁에는 아날로그 타자기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톡톡... 타자를 치면, 고장나지는 않은 듯 종이에 글자가 입력됩니다.
어디에 쓰는 건진 알 수 없지만, 꽤 고풍스러우며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네요.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입니다.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슬아슬... 했다.)
당신은 책상 아래 붙어 있는 쪽지를 발견합니다.

누가 숨겨둔 걸까, 쪽지를 떼어내 살펴보니 밑단에 이름이 적혀 있네요.
[TOICHIRO]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분명 당신도 지옥으로 가는 사람이겠지.
누가 발견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직원들이 치우기 전에 봐줬으면 좋겠어.
이곳은 너무 외로워서 미쳐 버릴 것만 같아.
나를 문책하러 온 직원은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아.
죄인 취급이냐고? 아니! 그냥... 어떠한 대상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아.
아아... 보고 싶은 얼굴이 계속해서 떠올라......
유카코, 나... 외로워. 죽을 수가 없어 미쳐 버릴 것만 같아......」
쪽지를 전부 읽은 당신, <이성> 체크.

기준치: | 85/42/17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나기, 이성 1 감소.
......
어쩐지, 이 쪽지에 깃든 감정이 흘러드는 것 같습니다.
쓸쓸하고 사무치는 외로움 말이에요.
그것이 당신을 조금씩 좀먹어가는 느낌.
이 열차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닌가요?
사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시계 하나 없으며, 당신의 감각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혹시 아나요. 10분이라고 생각했으나 한 시간이 지났을지.
창밖도 볼 수 없어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때, <정신력>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안쪽에서 어떠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 같음에도,
당신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진정합니다.

의자는... 특별한 점 없이 아주 평범해 보입니다.

꽤 신경을 쓴 것 같은 침대네요.
푹신한 매트리스와 고급스러운 시트.
두 사람이 눕기에는 애매한 1인용 크기로, 세로로 긴 편입니다.
왠지 잠을 청하고 싶어지는 기분도......

침대 시트 안쪽이나, 아래 역시 무언가 보이진 않습니다.

당신의 손짓에 먼지가 폴폴 날리고,
쪽지에 쓰인 이름을 타자기에 입력해봅니다.
...TOICHIRO.
기대와는 달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요.

조금 시무룩...해진 당신.
다음 칸으로 이어지는 듯한 문이지만, 잠겨 있습니다.
팻말이 하나 붙어 있네요.

『인간성의 유지』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듣기> 판정 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귀를 가까이 대어보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 같기도 하네요.

당신이 들어왔던 문 역시 잠겨 있습니다.

열쇠를 들고 문을 바라보면...
어라, 이 문에는 열쇠 구멍이 없네요.
...... 그리고 그때.
똑똑.
눈앞의 문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그 목소리는 어쩐지 익숙한 느낌입니다.
당신의 대답에, 조용히 문이 열리고 직원이 들어오네요.
......
아니나 다를까,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아바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02, 문책
직원과 눈이 마주치고, 그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이성> 체크.

기준치: | 84/42/16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또.....................)
어쩐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요, 미쳐 버릴 듯한 그리움? 아니면 슬픔?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기, 1D6 롤.

나기, 이성 3 감소.
......



반대편에 앉은 그의 모습을 보니, 목 부근이 조금 일그러져 있습니다.
시시각각 흉측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형태를 취합니다.
......
그는 차분한 미소를 띤 채, 딱딱한 어투로 입을 엽니다.

일단... 이 열차 전체는 당신을 위한 공간이니까 편히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문이 잠겨 있어도 열려고 한다면 그 문은 열릴 겁니다. 저쪽 문도 마찬가지죠. (반대편에 있는 문을 살짝 가리킨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 문책을 해야 하는데...... (말을 끊고는 잠시 주위를 살피다가) 당신이나 저나 시간은 많으니까요. 간단한 것만 마치고 식사를 할까요.


그럼...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형식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조용히 펜을 든다.) 당신의 이름은?






...아, 그리고. (옷 안쪽에서 잘 접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건넨다.)
열차의 지도인 것 같습니다.

내가 있는 방이 이곳인가요? (방을 가리킨다.)

...제일 끝에 있는 칸은, 저도 잘 모릅니다. 밖이 보인다던데 그곳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지... (작게 으쓱인다.)


그럼 우선은 여기까지... 해 두고, 식사를 하러 갈까요?


다... 다음 칸으로 가죠.
그가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문이 가볍게 열립니다.
그 너머에는 자그마한 식당처럼 보이는 공간이 보이고,
2인 테이블과 각종 차 또는 커피, 음료를 내리는 기계가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은 당신만을 위한 몫뿐입니다. 의자는 두 개지만요.
노란빛을 띠는 맑은 수프와 윤기 흐르는 스테이크, 그리고 신선한 과일.
지옥으로 향하는 사람을 위한 메뉴 치고는... 제법 먹음직스럽습니다.





...... (우물거리다가 음식물을 삼키고는) 저는 괜찮으니, 편하게 드셔도......

음식을 입안에 넣으면, 제법 풍부한 맛이 느껴지네요.
까다로운 당신의 입맛에도 나쁘지 않지만... 어쩐지 식욕은 들지 않습니다.
나기, 이성 2 회복.




직원은 당신이 식사하는 모습을 만족스레 바라봅니다.
......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듯 보이자, 다시 말을 잇습니다.

중요한 건 모든 과정을 끝마쳐야 한다는 겁니다. 지옥으로 가기 전 체벌까지 모두 집행되어야 해서요. (테이블을 톡톡... 두드린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옥은 정말 끝이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얘기한 후 반대편에 있는 문을 바라봅니다.



문으로 향하면, 앞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팻말이 보입니다.
『예비』
어떤 의미일까요.

.
문을 열자, 방 안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책장과 게시판이 보입니다.
다른 벽면에는 사진과 그림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네요.
방 한가운데에 2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반대편 문쪽으로는 가면이 우수수 걸려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칸은 굉장히 볼만한 게 많아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로 제목에 적혀 있으나... 어쩐지 그 글자들이 읽히는 느낌.
그리고 그 제목들은 모두 사람의 이름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자의 이름만 적어둔 것일까요?
한 권을 꺼내어 살펴 보면 표지에도 오직 이름만 쓰여 있습니다.
...내지를 대충 훑어보고 난 후, 당신은 알아 차립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당신은 더 자세히 읽어보나요?

[네이든]
xxxx년, 출생.
xxxx년, 첫 거짓말.
xxxx년, 첫 폭행.
xxxx년, 폭행.
xxxx년, 첫 살인.
xxxx년, 증거조작.
xxxx년, 마지막 거짓말.
xxxx년, 두 번째 살인.
......
(20년 후) xxxx년, 사망.
일생을 기록한 것치고는, 죄에 대한 기록만이 빼곡하네요.
다른 책들을 찾아 보아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당신의 이름이 적힌 책은 없을까, 살펴보면,
...그런 책은 없습니다. 아직은요.



바닥 전체를 차지하는 책과 종이들입니다.
책의 제목은 전부 ‘Diary’이며, 종이들은 누군가의 수기 혹은 타자로 친 글자가 써 있습니다.
전부 살펴 보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네요.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적당히 책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당신은 깨닫습니다. 모두 일기라는 것을요.
누군가가 적어둔 기록들로, 대체로 후회나 고통을 토로하고 있네요.

시간 낭비였네. (다음은 테이블을 보기로.)
원한다면 책과 종이를 자세히 읽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 종이 중 어느 것부터 살펴볼까요?

『반성의 일기』
「나는 혼돈이 무섭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혼돈에 갇히는 게 무섭다.
아주 예전에 그것을 살짝 엿보았다. 죄에 침식되어 미쳐갈 때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건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보고 있지 않았다.
이 열차는 그곳으로 가고 있다. 지옥이라는 이름의 혼돈으로.
차라리 이 열차에서 반성을 시키고 체벌을 주는 것이 영원히 반복되면 좋겠다.
빠져나가지 못할 혼돈이 무섭다.
혼돈은 나를 사랑한다. 죄를 사랑하여 영원히 옥죄고 빠져 나오지 않게 하겠지...
모든 죄인이 마찬가지다. 감옥에 가도, 죽어도 하지 않을 후회를 여기 와서야 한다.
누군가가, 누군가가 나와 같이......」

흩뿌려져 있는 종이들은 모두 편지입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
「네가 보고 싶어. 나는 왜 너를 두고 왔을까.
너를 죽여서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왜 너를 두고 왔을까.
평생 보지 못할 텐데, 너는 때 묻지 않았으니 이곳에 오지도 않을 텐데.
너를 붙잡고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혼자는 무서워, 혼자는 외로워, 혼자 두지 말아줘......
차라리 죽고 싶어. 이미 죽어서 죽을 수가 없어.
외로운데 미치는 것도 허용해주지 않아.
언제부터 나 따위가 값 있는 물건이 된 걸까......
네가 있다면 차라리 내가 인간으로서 지옥에 갈 수 있었을까.」
......
편지를 전부 읽었다면, <정신력>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편지에 깃든 그리움과 광기에도 거뜬한 나기입니다.
......
누군가의 일기와 편지를 읽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람들의 후회는 전부 혼자 있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당신도 떠오르나요?
아바에의 얼굴 말이에요.
데리고 왔다면, 이곳에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까요?
......
지옥은 어떤 곳인지 모릅니다.
홀로 죽어가지도 못하고,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어쩌면 아주 외로운 곳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 공포는 죽음 그 이상일 것이라는 점은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 인간의 최대의 말로.
죄를 지은 자들이 응당 가야할 종착점.
그러하여 지옥인 것입니다.
......
직원은 흐트러진 종이들과 책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괜찮을 겁니다. 제가 같이 있으니까요.


그리 덧붙이고는, 정리한 책과 종이를 잘 꽂아둡니다.

당신이 무어라 대꾸하여도 그는 그저 웃어 넘깁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와 펜, 그리고 램프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이 테이블을 살피고 있자, 직원도 그 옆에 다가옵니다.



아바에... 아니, 직원은 펜을 듭니다.
볼수록 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만 그는 단순히 아바에의 모습을 한 직원일 테니까요.
새삼 깨닫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인생에 대해서, 짧게 부탁드립니다. 기억나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하셔도 좋고, 편하게... 떠오르는 대로, 간단히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네? 네, 물론 듣고 있습니다. 승객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종이를 톡톡...) 그 여성분이 당신의 삶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군요.

나쁘지 않네요. 나의 기록이 아무런 의미없는 정보들로 채워지는 것보단... (적은 걸 보고는 어쩐지 만족스러워 한다.)

그럼... (다시금 펜을 쥐었다.) 다음으로,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주세요. ...아, 그렇지만 죄를 고백하는 건 다음 방에서부터니까 죄를 뉘우치거나 하진 않으셔도... (괜히 힐끔 보고는) ...됩니다. 그냥 경력을 읊듯이, 마찬가지로 짧게 부탁드립니다.



... ... (한숨 푹) 맞아, 정정할게요. 밀어트린 적은 있어요. 깊은 수조 안이었으니 당연히 그녀는 사망했고.

이때, <관찰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달리 특별한 점은 느껴지지 않네요.
뭐, 당신은 대답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행운이 4쯤 줄어든 기분이지만, 성공해서 뿌듯)
그에게서 묘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주 잠시였을 뿐, 게다가 대답을 하느라 제대로 포착하진 못했지만요.




슬슬 질문이 끝나가려나, 싶을 때쯤.

기억이 납니다.
정확한 기억보다는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 그런 것들이요.
그것도 아주 흐릿하긴 하지만... 잘 생각해 본다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도 질문 목록에 들어가는 걸까요?
당신으로선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대답해야겠죠.

대답을 들은 직원은 무덤덤하게 기록합니다.

...혹시 후회하십니까? 죄에 대한 후회가 아닌, 죽음에 대한 후회말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지옥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그는 마지막 대답까지 듣고 난 후, 적어내리던 펜을 내려놓고 미소 짓습니다.



그래도, 다음 방부터가 '진짜'니까요. 조금은... 긴장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협탁 위에는 라디오가 하나 올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으나, 아주 작은 소리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조용히,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들어봅니다.
《반성이 모든 일을 깔끔하게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
《당신을 용서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후회합니까? 당신의 죄를.》
......
《그러나 이곳은 지옥... 지옥... 혼돈의 근원으로 가는 열차......》
그러한 내용이 반복되어 흘러 나옵니다.

...라디오를 끄고, 그 아래 종이가 한 장 깔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네요.
「666.13Mhz」

주파수를 바꾸자, 다른 방송이 흘러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소리가 아주 작군요.
<듣기> 판정 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지옥을... 나가는 방법... 없음... 오로지... 기어가는 혼돈만이 오갈 수 있는 곳...》
《지옥을 들어오는 방법... 하나는 죄인이... 죽는 것...》
《다른... 하나는... 칙... 치직...》
......
《... 아아... 외로워... 혼돈은... 외로운... 곳... 누군가...... 같이... 가줘...》
이때, 다시 한 번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그림과 사진, 신문 스크랩.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그림입니다.
그 사이에는 당신이 그린... 그림도 있군요.
무엇을 그린 건지, 형태를 알아보기에는 조금 힘듭니다.
뭐,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그림일지도 모르죠.

어린 시절 그린 그림도, 성인이 되어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그림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눈을 깜박이는 순간,
아바에의 얼굴이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갑니다.

......?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방금까지 보던 그림뿐입니다.

다시 다시 보아도 여전히 그림뿐입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리움이 느껴져요.
문득, 이 공간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계속해서 후회 따위의 감정이나 외로움을 심어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성> 체크.

기준치: | 83/41/16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기, 이성 감소 없음.

각종 범죄 사실에 대한 신문 기사 스크랩입니다.
당신이 저지른 죄도 있을까요? ...글쎄요.
살인, 폭행, 강도... 등, 다양한 형태의 범죄들.
그에 대한 기사의 어투는 공격적이며 범죄자를 마구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런...」

비난이 난무하는 신문 기사들을 읽고 있으니......
당신은 이 모든 기사가, 설령 당신의 죄목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모든 화살이 당신을 향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세계와 격리된 감각.
......
당신은 홀로임을 또 다시 인지합니다.
<이성> 체크.

기준치: | 83/41/16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기, 이성 1 감소.

얼핏 보아도 사진 속 인물이 당신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릴 때부터 죽기 직전까지, 당신의 일생을 담은 사진들.
...어라, 이런 사진도 찍었던가?
당신의 기억 속에 없는 시기의 모습도 찍혀 있습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입니다.
사진은 모두 당신 혼자 찍힌 사진뿐이라는 것.
다른 그 누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늘 혼자였나요? 그렇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제한 느낌을 받습니다.


지옥은 혼자 가는 곳이에요. (끄덕이며) 오늘도 대략... 서른 명 정도의 죄인이 열차에 탑승하지만, 당신과 저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벽에는 가면이 수십, 수백 개가 걸려 있습니다.
사람의 시신마냥 이쪽을 보고 있는 게 꽤나 기분을 언짢게 만드는군요.

괜찮은 디자인을 찾아보면...... 어쩐지 다들 꺼림칙하게 생겼네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마치 사람의 얼굴 가죽처럼......

가면에게서 시선을 떼자, 가면들의 시선이 모두 당신을 향합니다.
“참으로 여유롭구나. 지옥에 가는 주제에.”
하나씩 그렇게 입을 열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뱉습니다.
“네 존재가 우리를 괴롭게 해!”
“인간 세계에 혼돈만 불러 오지. 너희들은 늘 그래!”
“너희가 미워, 너희가......”
...그렇게 소리치던 가면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멎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직원이 서 있네요.



거울은 멀쩡한가요. (힐끔...)

한쪽 구석에 놓인 전신 거울은 아주 멀쩡합니다.

이 방에... 거울이 필요한가요?


거울 상단에는 음각으로 ‘태초의 모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반듯하게 비치는 당신의 모습.
...... 그러나 까맣고, 또 까만 모습입니다.
죄인의 모습은 이리도 거무죽죽한 색일까요.
이때, <관찰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잠시 뒷편으로 아바에의 얼굴을 한 직원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쩐지 그 모습이 아바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물론 아바에와 똑닮았으니 그와 같아 보이겠죠.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굉장히......

뭐, 쓸데 없는 기분탓이겠죠.

당신... 정말 아벨을 똑 닮았네요. (새삼 직원에게 덧붙여 말도 해보고.)

문은 마찬가지로 잠겨 있으며,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자아의식』


.
문을 열면, 그곳은 캄캄한 공간입니다.
마치 방이 아닌 심연처럼 보이기도 하는.
직원이 뒤따라 들어와서는 무언가를 찾은 후, 그것을 꺼내자-
갑자기 실내가 환해집니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매뉴얼인 것 같네요.
그리고 환해진 방 안을 둘러보면...
피투성이입니다.
<이성> 체크.

기준치: | 82/41/16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나기, 이성 1 감소.
......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피가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피투성이의 방에는 테이블과 마주 앉을 의자가 놓여 있고,
바닥에 수많은 종이가 흩어져 있네요.
이 열차의 주인은 이렇게 혼잡한, 혼돈을 좋아하는 걸까요?
멍하니 생각에 잠기고 있으면, 직원이 테이블을 두드립니다.




그가 들고 있는 매뉴얼을 슬쩍 보니,
[자아의식의 A-Z]라고 적힌 것이 보입니다.
신입이라고 했던가요, 그래서 이런 매뉴얼이 필요한 모양이죠.
......
그가 입을 떼려는 순간,
열차 전체에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아아, 열차 내 승객에게 알립니다. 무임승차자가 있사오니 차내 긴급 수색을 할 예정입니다.》
《불쾌하시더라도 잠시만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리고 모든 열차 내 직원은 동요하지 마시고 하던 일을 계속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안내 방송이 끊기고, 직원이 말합니다.



그렇게 얘기하며 매뉴얼을 펼칩니다.
당신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 또는 테이블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직원도 매뉴얼을 읽기 바쁜 듯하니, 조금은 딴청을 피워도 괜찮겠죠.
종이에는 다양한 언어들이 적혀 있으나 적혀 있는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면죄부」
각국의 언어로 면죄부라는 단어가 적혀 있습니다.

종이를 한 번 뒤집어 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를 뒤집어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지옥으로 가면 모든 죄는 먹혀 씻긴다.」
그리고 자연스레 깨닫습니다.
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열차에서 끝을 의미한다는 것.
지옥으로 가면 죄는 먹히게 되고, 그 이후는?
......
이야기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뭐, 그 이후는... 죽음보다 더한 외로움 정도일까요.
...<이성> 체크.

기준치: | 81/40/16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나기, 이성 1 감소.

당신은 테이블 아래, 구석에 떨어진 메모를 발견합니다.

『혼돈의 공동 1』
「이 공동은 지옥으로 이어져 있다. 지옥은 아자토스의 체내다.
그는 잠을 자고 있으나 신이 잔다고 하여 세계의 일이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지옥 또한 그러하다. 혼돈에 가장 가까운 자들이 아자토스에게로 간다.
광인들이 그를 이해하고 보듯 죄인들은 그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그를 만족시킨다.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육체적인 포만이 아니다.
신들은 정신마저 식사로 한다. 인간의 언어로는 죄식주의(罪食主義)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자토스를 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옥으로 가는 인원이 혼돈에 가깝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지옥을 가는 자들은 선별된다. 다만 공동에 빠지면 그 누구나 지옥으로 갈 수 있다.
문제는 단 하나, 공동에 빠진 자는 세계에서 지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이 메모의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네요.

... (테이블에 다른 단서는 없나 더 둘러보기로.)
그외 다른 단서는 없어 보입니다.
마침 직원이 준비를 끝낸 듯, 당신을 바라보네요.












이때, <관찰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그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챕니다.

당신의 죄를... 후회하십니까?




...... 정확히는 차장님과 사장님께서.


그렇게 이야기하던 직원은 또 다시 오랜 침묵을 유지합니다.
다른 방에 가야 하는 걸까, 고민하고 있을 때...
방이 모양이 출렁이면서 공간이 변화합니다.
피투성이였던 사방이, 익숙한 풍경으로.
......
당신의 방입니다.

직원은 그 광경에 깜짝 놀란 듯, 허둥지둥 매뉴얼을 읽습니다.

...... 으음, 간만에 보는 방이실 텐데... 아니, 간만이 아닌가...... 아무튼. 둘러보아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당황한 기색을 조금 가라앉힌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움이 너무 강하면... 이렇게 변한다던데. (다시 한 번 매뉴얼을 흘끔)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리움을 느끼셨나 봅니다.
......
그리워졌나요?
갑자기, 또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평소에는 절대로, 아니 느꼈더라도 아주 가끔 느꼈을,
사무치는 고독함이 계속해서 자라나는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정신을 갉아 먹기 시작하고,
그리고......
<이성> 체크.

기준치: | 80/40/16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기, 이성 1 감소.
......
마음을 가라앉힌 후, 당신은 잠시 방을 둘러봅니다.
이제 보니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당신의 방과 닮았으나,
가구나 놓여 있는 물건 등은 조금 다릅니다.
이곳에는 당신과 직원이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이 펼쳐져 있습니다.
왜 있는지 모를 사슴상과 책상, 의자, 옷장 그리고 침대가 보입니다.

벽에 장식되어 있는 사슴상.
왠지 뿔을 건드리고 싶어집니다.

인지상정이죠.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일까요?

왼쪽 뿔을 건드리자 사슴상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옵니다.

당신은 상냥하게 사슴상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오른쪽 뿔을 건드리자 사슴상의 왼쪽 눈에서 피가 흘러 나옵니다.
......?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슴상 아랫부분에 글자가 쓰여 있는 것 같네요.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문구를 발견합니다.
「네가 눈물을 흘릴 때 나는 피를 흘렸고, 네가 피를 흘릴 때 나는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의미일까요? 아니, 애초에 누구의 문장일까요.
당신이 눈물을 흘릴 때 피를 흘린자가, 당신이 피를 흘릴 때 울어줬을까요? 정말?
그냥 넘기기에는 아무래도 신경쓰입니다.
그야 이 공간은 당신의 짙은 그리움과 후회가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그리워할 대상이 없다고요? 후회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그리움과 후회인가요.

책상 위에 흰색 꽃다발이 놓여 있군요. 아마... 안개꽃이던가요.
그 아래 작은 카드가 끼워져 있습니다.

카드를 꺼내어 보면, 영어 문구가 쓰여 있네요.
『XX 지옥에 가고 싶지 않은 너를 위해.』
누가 이런 메세지를 남긴 걸까요.

평범하고 산뜻한 안개꽃입니다.

의자 역시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튼튼해 보이네요.

옷장 안에는 당신의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전부 하얗거나 검은 옷뿐입니다. 상복 같기도 하네요.

이상하게도, 걸려있는 옷은 전부 비슷한 옷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뒤적여보던 중,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안에 든 것을 꺼내어 확인해보면, 손수건이군요.
펼쳐보니 피가 묻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손수건, 당신 취향의 디자인이 아닌걸요.
<지능> 판정 가능.

기준치: | 90/45/18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기억합니다.
아바에가 이런 손수건을 갖고 있던 것 같은데...
그럼 이 피는 누구의 것인가요?
피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방금 흘린 것처럼 선명합니다.

당신의 피일까요. 손수건도 챙겨 갑니다.

푹신한 침대입니다. 원한다면 잠깐 누워도 좋겠죠.

피곤한 마음에 잠시 몸을 뉘어봅니다.
조금은 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
천장에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이 보이네요.

「모든 걸 흡수당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존재도, 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모든걸 먹히면... ...가 된다.」

의미는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상관 없겠죠.
지금은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기, 이성 1 회복.

이대로 잠에 빠져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만 일어납니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90/45/18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고 보니 첫 번째 방에서 발견했던 열쇠가 떠오릅니다.
이 방 어느 곳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책상에 서랍이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책상 서랍에는 열쇠 구멍이 있고,
소파에서 찾은 열쇠를 꽂자 딱 맞게 들어가네요.
서랍이 부드럽게 열리며, 그 안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습니다.

『혼돈의 공동 2』
「공동은 버려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잊힌 곳에 존재한다.
눈에 띄면 분명히 귀찮은 일만 생기기 때문이다.
인간도 그 무엇도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 공동의 생김새는 추레하다.
그러다 그걸 보게 되는 순간 모든 생물은 자연스레 이곳이 공동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고통스럽고 혼돈스럽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공동을 보면 볼수록 아자토스를 이해하게 된다.
서서히, 서서히. 아자토스의 이해자가 된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곳에 몸을 던지겠지......」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당신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에 어째서 열쇠가 있는 걸까요.
<지능> 판정.

기준치: | 90/45/18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 ..... ... .... ... .
............
이 열차는 당신 혼자만의 세계가 아닌 걸까요?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
방을 적당히 둘러보고 나면,
방은 기다렸다는 듯 피투성이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직원은 반대편에 있는 문 앞에 서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때,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왜죠? 신입이라서? 아니면......
어쨌든 이 문을 열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걸 끝내고 지옥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죄를 고백하고, 죄에 합당한 벌을 받고, 지옥으로......
지옥에 빠져 죄를 먹히고 깨끗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백치가 되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되겠죠.
당신은 이제야 깨닫습니다.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하다는 듯 알게 됩니다.
지옥으로 간다는 것은 지옥과, 아자토스와 동일해지는 거구나.
...왜인지 모를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
그가,
아바에가, 이곳에 와줬으면 해.
...아니, 오지 않는 게 좋아.
......
마음 속에서 감정이 뒤섞이는 것 같습니다.
...그때, 안내 방송이 또 흘러 나오네요.
《아아, 열차 내 승객에게 알립니다. 무임승차자가 있사오니 차내 긴급 수색을 할 예정입니다.》
《불쾌하시더라도 잠시만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리고 모든 열차 내 직원은 동요하지 마시고 하던 일을 계속 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임승차자는 아직도 잡히지 않은 모양입니다.
설마, 정말 아바에는 아니겠죠.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늦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당신은 이제 벌을 받을 것이고, 벌을 받으면, 그 이후는.
......
벌을 받고 지옥으로 가기 전, 그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또 다시 알 수 없습니다.
.
체벌실은 검고 검은 방이지만, 확실히 내부가 보입니다.
이곳은 빛이 없어 어두운 것이 아닌 벽지가 검은 것뿐입니다.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렇지만 자세히 보니, 이 검은색은 본래 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의 피일까요. 죄인의 피는 검은색인 걸까요?
잘 모르겠지만 직원이 매뉴얼을 꺼내 듭니다.



그가 들고 있는 매뉴얼의 표지에는 [체벌 매뉴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 어디에도 체벌에 쓰일만한 도구는 보이지 않네요.
오로지 보이는 건 광활한 검은 방.
저 너머에 문이 하나 존재할 뿐.

(한참동안 읽어보며 이리저리 눈을 굴린다.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하다가 조용히...) 음, 체벌로는 태형...이나 전기 의자, 아... 아이언 메이든. 그런...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죽었으니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걸까요?






직원은 호흡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가 당신의 목 위에, 손을 올립니다.
그리고 조금씩 힘을 가하고,
......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압박이 누그러집니다.
목 위에 닿은 손은 불안정하게 떨고 있습니다.

이왕 거짓말을 시작한 거, 끝까지 속일 수 있었다면...... ...
힘겨운 듯한 그런 말을 내뱉고는, 손을 놓아 버립니다.
말투, 어조, 목소리 등.
그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온정.
당신은 눈앞의 직원이 진짜 아바에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혼자 가기 싫다고 하셔서, 이렇게...... 따라와 버렸어요. 저는 무임승차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제가...... (앞서 억눌러왔던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듯, 참고 있던 눈물을 있는 그대로 흘려 보냈다. 한껏 젖은 목소리로.) 당신을 벌할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숨어들게 하고... (미소가 흐려지고, 터져나온 울음에 무작정 손을 뻗었다. 항상 그랬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네 눈물을 닦아주고는) 이런 당신에게......
죄를 저지르게 하려고 했어. (고개를 떨궜다. 자신의 죄를 후회하며.)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나기를 찾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눈물 탓에 흐릿한 시야가 당신의 손길에 조금은 맑아지고,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어 힘 없이 웃음을 지었다.)
이곳에 온 건, 당신을 따라 나선 건 오로지 제 선택이니까. ...그러니까. (조금 전에도 제게 후회하지 않는다던 당신이 이렇게,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막연한 슬픔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작은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자유로운 듯한 미소.
당신을 따라 이곳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그가 후회하는 것은 오직 당신을 잠시나마 홀로 두었다는,
당신 혼자 이 열차에 탑승하게 두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당신을 지옥에 끌어들인 걸 후회할 거야. 외로울지도, 당신이 보고 싶고, 역시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후회할 거라면... 사랑하는 당신의 행복을 바라니까.

...... 말했잖아요. 제가 멋대로 이곳에 뛰어들면서... 저 어둠에 먹히고, 세상에 잊힐 거라는 각오도 하지 않았을까 봐요. (울컥하는 마음에 숨을 들이 삼키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알아주었으면 해서. 이건 당신의 잘못도, 욕심도 아니라는 걸. 그러니 후회하지 말아 달라고.)
곧 차장이 이쪽으로 올 거예요. ...나기가 저를 돌려보내고 싶다면, 그에게 진실을 말하면 되겠죠. 그렇게 되면 저는... 원래대로, 평소의 삶으로 돌아갈 테고. 그럼...... 훗날 제가 죽게 되더라도, 나기에게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죠.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나의 행복을 바란다면...... ...제가 당신을, 두 번 다시... 이렇게 외로워 미칠 것 같은 곳에 혼자 두지 않도록. ...... 해주세요. (한 마디, 한 마디. 꾹 눌러 담고 있던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어 내뱉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건너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체벌실의 문이 열립니다.
문 너머에 서 있는 건, 차장입니다.
그는 당신과 아바에,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보고는 묻습니다.

마지막 죄를, 거짓말을 지어 아바에와 함께 지옥을 갈 것인지.
마지막으로나마 진실을 택하여 그를 돌려 보낼 것인지.
...... 네,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뭐, 또 다른 방법이 있기도 하겠죠.
그건 천국도 지옥도, 그 무엇도 아닌 길이겠지만요.

어쩌면 당신은... 내 생각보다 강한 것 같아. (차마 가늠할 수 없는 외로움. 그마저 함께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다니.) ... (그런 말을 듣고도 놓을 수 있을 만큼, 자신은 진실된 인간이 아니었다.) 끝까지 이기적인 나를...... 용서해요.
... (문이 열리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든다. 차장을 보고 마지막으로 꺼낸 거짓말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악이었다.) 아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
.
당신은 마지막 죄를 짓기로 합니다.
거짓말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습니다.
......
그 거짓말에 차장이 웃으며 말합니다.

그는 당신의 마지막 죄를 눈감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죄 많은 열차의 차장이기 때문일까요?
아바에가 살며시 당신의 손을 잡아 옵니다.
가고 싶지 않다는 완고한 뜻이 눈동자에 비칩니다.

혼돈에 ‘부합’하는 거라고 치죠. 어차피 기준을 정하는 건 바보 같은 주인이 아니라 나니까.
...하하, 인간은 정말......
놀라워! 너희가 개미를 보면서 경이를 느끼는 이유를 알겠다니까!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잘 보내길 바라. 억겁의 시간, 아무것도 없는 상태더라도 같이 있게 되었네. 축하해!
......
이걸로 된 건가요? 정말로?
아마 당신들은 지옥으로 가서 서로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저 붙어만 있을 것입니다.
단지 외롭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외롭고 싶지 않아 타인을 지옥에까지 빠뜨리는 존재인가요?
아니, 죄인은 그러하던가요?
하지만 당신들은 그냥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은 그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했습니다.
그 놀라운 이기심이 당신의 마지막 죄이자, 그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겠죠.
......
그러면, 지옥에서 만납시다.
어차피 당신은 단 한 사람의 용서만이 필요했는걸요.
.
.
.
ENDING 1 : 단죄(單罪)
나기 플 헤임, 로스트.
아바에 드 클루니, 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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