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나현아의 사물함을 열어본다면,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손거울을 발견합니다. 이걸 사용하라고 했었죠?
예수아:생각보다 작은데... (손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더니 들고 책상 쪽으로 갑니다.)
조사:책상
나현아의 책상 역시…상당히 알아보기 쉽습니다. 이것저것 이상한 주문들을 다채로운 색깔로 책상 위에 낙서해뒀거든요.
서랍을 살펴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수아:아하핫, 정말 컨셉 특이한 애야~ (이 와중에도 웃으며 서랍에 손을 넣는다.)
조사:당신은 또 어딘가 익숙한 표지의 책을 한 권 찾습니다. 제목은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2> 입니다.
펼쳐 보려면 자료조사 판정
예수아: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35
판정결과:
실패
(아까워...!)
... (15의 행운을 쓸까)
조사:그래도 좋다. 어짜피 봐야하는 것이기에
예수아:(간다. 15 행운 차감.)
행운 -15차감
조사:당신은 책을 펼쳐보자 나현아가 설명해줬던 두 가지의 주문을 쉽게 찾습니다.
핸드아웃 갑니다용
예수아:(알겠습니다용)
남태풍:이거 나한테 쓰려고..
당신이 책을 펴 주문에 관해 읽고 있으면 누군가가 당신의 옆에 끼어듭니다.
볼 것도 없이 남태풍입니다.
예수아:응? ...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겨우 돌아왔구나 유령씨.
남태풍:수아씨.. 지금껏 같이 다닌 정이 있지. (툴툴거리며 네가 들고 있는 책을 덮고는)
진정하고 들어보세요. 되게 갑작스러운데 기억 났거든요. 내가 여기서 나가려고 했던 이유 말인데..
예수아:정이 있어서, 내 존재를 먹어치운거야? (가늘게 눈을 뜨고) ...이유가 뭔데? 완전 악령이 되기 전에 들어줄게.
남태풍은 주문이 적힌 책을 경계하는 듯 몸을 뒤로 뺐다가, 무언가 고민하는 얼굴로 당신과 시선을 맞춥니다.
고작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을 뿐인데 왜 이토록 불안한 기시감이 드는 것일까요.
남태풍의 옆얼굴로 쏟아지는 노을 진 햇빛이 그것을 투과해 투명하게 일렁입니다.
자꾸만 밀려오는 이 기묘한 감각에 호흡이 멎을 것만 같습니다.
정신력 판정
예수아: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언젠가의 기억입니다.
흰 천장과 낡은 벽, 침대 하나 놓여있는 것 외에는 텅 빈 넓은 방.
당신은 침대 위에 앉아있고, 남태풍은 그런 당신의 옆에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불편한 공기와 긴 적막이 감돕니다.
먼저 운을 뗀 건 누구였을까요, 두 사람 사이에 몇 번의 대화가 오갑니다.
너무도 정적이고, 우울하고,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남태풍의 시선을 당신은 끝끝내 피합니다.
남태풍:……그럼 내가 데리러 갈게.
남태풍의 마지막 말로 대화는 끝이 납니다.
이 기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몽롱하고 불확실한 기억의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확실한 것 하나는, 언젠가의 네가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한 것. 그리고…
남태풍:집에 돌아가요. 데리러 왔어요.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것.
*
온종일 보고 들었던 '돌아가자'는 메세지입니다.
어디로? 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뇌리에 감돕니다.
알고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텅 빈 정보입니다.
누군가 억지로 삭제한 것만 같은 공간에서 당신은 스스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익-
그런 빈 공간을 메꾸기라도 하듯, 노이즈 섞인 불쾌한 기계음이 직접적으로 당신의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뇌에 전극을 심어둔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토기를 간신히 눌러 담습니다.
남태풍:수아씨, 내가 여기서 나가려고 했던 이유 말이죠. 뭐부터 설명 해야할까요...
...이 세계는 말이죠. 현실이 아닌 거울세계라는 곳이었어요. 이 세계.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현실로부터 도망쳐 버츄얼월드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졌어요. 당신이 왜 그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했는가는.. 당신은 지금 기억이 소실되어서 알수 없겠죠. 현실을 잊고자 한건 수아씨의 의지니까. 수아씨는 원래 세계에서 저의 소중한 팀이자 동료 였어요.
나는.. 수아씨를 데리러 오기 위해 수아씨의 세계에 왔어요. 하지만 돌아가면 어떤 멸망과 같은 세계가 당신을 맞이하고 있을진 알수 없을거예요. 이대로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도.. 저와 같이 돌아가는 것도 수아씨의 선택이겠죠. 당신이 원한다면.. 저도 같이 남아도 상관없겠지만. 저로서는 크게 달갑진 않겠네요.
사실, 이 세계의 전학생은 당신이 아니라 나였어요. 설명하자면 조금 복잡하지만.. 그저, 제가 당신을 현실로부터 데리러 왔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노이즈가 멎습니다. 울렁거림과 메스꺼운 감각의 끝에, 당신은 몇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여기는 가상현실이고, 남태풍은 예수아를 꺼내기 위해 이 가상현실에 함께 발을 들였다는 사실이요.
프로그램의 오류로 기억을 잃게 된 남태풍은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라는 사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애초에 우리가 나가야 할 곳은 교문이 아닌 이 가상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거나, 아예 나가거나… 둘 중 하나인 거네요.
아마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버그라는 건,
지능판정
예수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마 이걸 의미하는 거겠죠, '돌아가야 할 곳' 말이에요.
차원을 넘어온 괴물은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악령이라면 누군가의 육신으로.
…우리는 우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이것은 우리가 현실로 송환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남태풍:내가 너무 터무니 없는걸 얘기했나요?
예수아:... ...아핫, 아하핫... 농담이지?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니라니... 거울 세계라니, 내가, 시아가,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했다구...? (어쩐지 문장이 바로 와닿지 않았다. 가상현실? 이렇게나 생생한데? 기억도 선명한데? 나, 전학을 와서 유령을 만났고, ...어라 그 전은? 전에는 어땠지? 애써 떠올릴수록 희미해지고 불확실해지는 기억들이 그저 혼란스러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네가,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것.)
...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응시한다. 자신의 치맛단을 쥐어 구긴 채) ...저기, 그럼 왜 데리러 왔어?
그러니까.. 남태풍. 정말 현실을 잊은 것이 나의 의지라면... 그만큼 괴로웠다는 거잖아?! 전부 포기하고 싶을 만큼......
응, 그래! 터무니 없어...! 이제와서 이런 걸 시아한테 말해도~~ 나보고 어떡하란 말야!
남태풍:그래서 수아씨에게 강요는 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계속 이 거울세계에서 행복하게 살면, 언젠간 당신이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당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날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곳을 나가면 어떤 세계가 있을지도 몰라요. 분명 당신이 바라는 행복한 세계는 없겠죠.. 그렇기에 나는 현실에서 당신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며 역경을 뛰어넘고 싶었을거예요.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말이에요. ...두렵나요? 당신이 모르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예수아:보..고 싶고, 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같은 거... (자신없는 듯 목소리가 줄어들고 대신하여 눈물 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렸다. 그대로 주저앉아 네게 소리친다.) 그런 거 없어..바라지도 않았단 말야...! 행복같은 건......
(이어 쏟아지는 말들은, 자신의 입으로 뱉은 것임에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원래의 세계에 대한 기억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형태가 되어 잔뜩 터져나왔다.) 새로운 세계에, 나령 언니는 있어? 내가.. 살아갈 의미는 있어? 모두를 지켜줄 것처럼 굴고서...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단 말야. 제일 지키고 싶은 것 하나조차도......
...소닉. 시아는 영웅이 아냐. 당신처럼 강하지 못해.
두려워.. 나의 사명을, 내 존재 가치를 잃었는데... 그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무서워.
남태풍:수아씨, 저도.. 돌아가는 것이 어쩌면 무서울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나도 바깥 세계의 기억이 흐릿하거든요. 정확히 어떤 현실이 있는지 알수는 없어요. ..하지만 수아씨가 행복한 세계에 살기위해 도망쳐 왔다는 것만 보아도.. 유추는 할수 있겠죠. 저는 사념만으로 당신을 데려오기로 한거예요..
...저는 다시 일으켜보고 싶어요. 돌아간 세상이 모든 것을 잃었다해도.. 의미는 다시 만들수 있으니까요. 저는, 당신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당신의 기분을 제가 감히 가늠할수는 없겠죠. 그래도 저는 수아씨가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두렵다면 말리지 않을게요.
우리에겐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돌아가야 할 온전한 장소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그것은 예수아 스스로 피하고자 했던 현실이고, 외면하고자 했던 장소니까요.
만약 돌아가 또다시 후회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은 광기에서 비롯된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르죠.
당신은 이미 악귀에 씐 상태고, 정말 남태풍을 제령해야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이라면?
당신은 어쩌고 싶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태풍은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예수아:...바깥 세계의 기억 따위.. 평생 흐릿했으면 좋았는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뿌연 시야 사이로 널 바라보았다. 나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그럼에도 또한 나를 데리러 와 준 상대를. 그런데도 정작 자신은 무섭고 두렵다는 감정이 앞서서, 어쩐지 전부 바보같아 슬프게 웃어버린다.) 정말 대책없네~ 그치? 자신도 기억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념이 되어 데리러 온 당신도, 마냥 도망쳐나온 시아도 말야.
.....있지, 당장은 말야. 싫다..는 생각이 우선 들어. 그 세계의 시아는 엄청 제멋대로인 아이였나 봐. 더는 그런 걸 보고싶지 않다고, 거세게 반항해서, 네가 하는 말들은 착각이라고, 차라리 당신을 제령하는 게 좋겠다는 유혹을 해 와.
그치만... 그치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이 세계에서 사는 것도 행복하진 않겠지? 그럼.. 애써 도망친 의미가 없잖아....
(앞으로의 일에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눈앞에 있는, 어떤 세계에서도 '영웅'같았던 그에게 제 미래를 걸기로 마음을 정한다. 그냥 무작정, 지금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인 영감, 이라고 할까)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한 말을 믿을게, 소닉. 돌아간 세계에서.. 내 가치를 찾아줘.
남태풍:(네가 마지막으로 뱉은 말에 얼마나 커다란 각오가 들어있는지 느낄수 있었다. 그렇기에 너를 더 실망시킬 수 없었다.) 정말, 정말로요? 이곳에 남지 않을건가요..? 물론 수아씨를 데려오려고 이곳에 온것이긴 한데.. 조금 의외네. (그리곤 너를 응시한다.) ..수아씨. 세상은 넓고 당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줄 사람은 많아요. 나 역시 수아씨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그곳에서 살아갈 의지만 있다면.. 내가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 볼게요. 외롭지 않도록 곁에서 당신을 도울게요. 저를 따라와 줄건가요?
예수아:의외라니, 뭐야~~! 데리러 왔다며...! 자신있게 말하라구! (괜히 힘주어 소리치고 나서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제대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아무튼~... 시아도.. 말야. 조금은 기억나서 말인데, 소닉을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웃기다고 생각하기도 했구~...소중하다고도, 생각했네. (물론 1등은 아니지만! 구태여 덧붙인다) ......그래도 가장인 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무언가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일까?
응 따라가볼게. 변덕이지만.. 그치만 만약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면 엄청... 짜증낼거야. 넌 시아를 굳이 데려온 걸 후회하게 될 걸.
남태풍:그럼요. 저 방금 엄청나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거든요? 그래도 저 알잖아요. 최소한 도망치는 사람은 아니라는거. 절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다니 그것 참 영광이네요.(하하 웃고) ...그럼, 돌아갈까요? 주문, 수아씨가 가지고 있던거 같은데.
예수아:그으 래~! 시아도 안다구.. (눈물로 쫌 젖은 오컬트 책을 펼친다.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 돌아가야 할 곳으로 송환시키는 주문. 작은 손거울로 태풍이를 비추고 뒤집어 엎어둔다. 그리고 주문을 외워) 집에... 돌아가자.
당신은 남태풍과 돌아가기 위해 송환주문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마력8 , 정신력 또는 이성 2D10 판정
예수아:11
(정신력을 소모시킨다...)
남태풍:저도 외롭지는 않겠네요. ...응, 돌아가요.
*
- 접속이 해제되었습니다. -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를 이명이 메웁니다.
당신이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물때가 낀 천장과 페인트칠이 대부분 벗겨진 벽, 그리고 주위를 가득 채운 기계장치입니다.
꿈꾸는 내내 지겹게도 들었던 매미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의 밖은 어떤 풍경일까요.
창문 밖을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것.
잊고 싶었던 현실. 가상으로 도망치고자 했었던 이유가 보입니다.
멸망이에요.
무너진 건물, 폐허, 그것들의 잔재.
그 위로 부유하는 먼지, 쏟아지는 빛의 조각.
아름다울 정도로 덧없는 세계의 멸망이 보입니다.
수십, 수백,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문명은 이렇게 단 한 줄로 정리되었습니다.
인류는 멸망했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라곤 예수아 당신과 남태풍, 단 두 사람뿐입니다.
홀린 듯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시야에 익숙한 인영이 들어옵니다.
이곳이 현실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창밖으로 내리쬐는 빛을 온몸으로 받고있어도 그의 몸은 투명하게 일렁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