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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l 락
메시아 l 블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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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했지요.
허무하게 멸망한 세계에서, 당신은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산 것이라곤 잡초 한 포기 보이지 않는 텅 빈 세상
거처를 옮겨가며 통조림 따위를 주워다 연명하는 생활에, 오늘도 달라진 바는 없어요.
그래요, 말마따나 오늘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 Chat 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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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제가 죽을 때를 알고 있단 것 알아? 때가 되면 무리를 떠나 한 장소에 모여 죽는대.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했지요. ... 시작은 하늘이 부쩍 흐린 날이었습니다. 공중을 검게 뒤덮을 정도로 열린 게이트, 그 안에서 나온 '이계의 신'의 강림. 모든 생명체는 돌연 각자의 타이밍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호소하더니, 수 초 내로 그 몸이 녹아내렸습니다. 재난은 우리에게 징조도 대처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그러했듯 말이에요. 그렇게 허무하게 멸망한 세계에서, 당신은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왜 나만이 살아남았는지, 세상을 이렇게 만든 '이계의 신'은 결국 무엇인지,
어딘가에는 나 외의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진 않을지…….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되뇌며 당신은 홀로 이 1년을 버텨왔습니다.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열매 맺지 않는 땅과 길짐승 하나 나다니지 않는 텅 빈 세상. 거처를 옮겨가며 통조림 따위를 주워다 연명하는 생활에, 오늘도 달라진 바는 없어요. 말마따나 오늘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일과를 모두 마친 밤중, 누군가가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요. 1년 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는, 수아의 것과 똑 닮아있었습니다. 이성 판정. 채은혈:SAN Roll기준치: | 59/29/11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기준치: | 40/20/8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야 한 순간 머리가 녹아 사라진 채 버려진 수아의 시체를, 당신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있는걸요. 메시아는 작년의 그 재난 속에 분명히 죽었습니다. 그럼, 지금 문밖에서 말을 걸어오는 건 누구? 채은혈:SAN Roll기준치: | 58/29/11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여러모로 심란한 와중에도 문밖의 소리는 끊일 줄 모릅니다. 채은혈:...그 자식은 분명 죽었는데... 너야말로 뭐 하는 새끼야? 블러디~... 너였구나. 여기 시아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문 열어줄래?
채은혈:... (무언가 챙기는 편이... 일 년 동안 누구도 팰 일이 없어 무기를 챙겨 두지 않았던 탓에 집 안을 둘러봅니다.) 집 안을 둘러보면, 얼마 전 새로 옮겨온 탓에 낯설고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비좁은 컨테이너 박스. 문 옆에는 살이 달린 창문이 하나 나 있습니다. 상자 몇 개, 담요가 올려진 매트리스, 그리고 집 안을 비추는 캠핑 랜턴 하나가 이 집안의 유일한 가구입니다. 채은혈:(각목 같은 게 있진 않은지 상자 몇 개를 대충 뒤적입니다) 상자에는 유랑 생활 중 모아온 식량이나 생필품, 각목도 물론 들어 있습니다. 채은혈:관찰력기준치: | 75/37/15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채은혈:(각목을 꺼내들곤 문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중얼거립니다) ...누구야? 너. 메시아는 뒈진 지 오래라고. 내가 속을 것 같아? #시■?:속인다니, 너무한걸~... 시아가 이런 재난으로 죽을리 없잖아? 채은혈:내가 똑똑히 봤어. 그 미친 괴물 새끼,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확실하게 죽었어. 그래서, 그 새끼랑 소름돋을 정도로 똑같이 구는 자식은 누군지 한 번 봐야겠는걸...! (각목을 손에 꽉 쥔 채로 발로 문을 걷어찹니다)
어느 쪽이든 별 상관없습니다. 이미 늦었으니까요. 문이 열리고 머리 없는 시체가 당신의 품으로 왈칵, 쏟아집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는 지금의 형태로선 가질 리 없는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당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다만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최후의 생존자였기에 기꺼이 속을 수 있었던 거짓말이었을까요. 겨우 배를 채운 색채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세상은 망한지 오래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죽어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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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줘, 블러디. 이거 열어줘, 블러디.. 열어…….”
문을 열지 않아도, 수아의 목소리는 한참이나 그치지 않았습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메시아는 오래 전 죽은 거잖아요. 다른 많은 생명들과 같이, 이 지구에 나 혼자만을 남기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갑작스레 정적이 찾아듭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풀썩, 무언가가 쓰러진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어쩐지 자신이 안전해졌음을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도 좀 더 부패가 진행된 모습이네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죽음이 찾아와 저 새끼가 죽고, 모두가 죽고, 문을 두드렸는데, 그러고 보니 어제는 마트에서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크래커를 잔뜩 주워 왔었죠. 당신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언젠가 운좋게 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죠. 반대로, 당신의 운이 나쁘면 지구를 전전하던 또다른 우주에서 온 색채를. 엔딩B도 혈이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