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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PG/2020

[CoC] 코끼리 무덤 : 메러디




KP l 락

메시아 l 블러디



 1년 전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했지요.

허무하게 멸망한 세계에서, 당신은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산 것이라곤 잡초 한 포기 보이지 않는 텅 빈 세상

거처를 옮겨가며 통조림 따위를 주워다 연명하는 생활에, 오늘도 달라진 바는 없어요.


 그래요, 말마따나 오늘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 Chat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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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8 판정.
채은혈:1
이성 -1
코끼리는 제가 죽을 때를 알고 있단 것 알아?
때가 되면 무리를 떠나 한 장소에 모여 죽는대.
그 무덤을 실제로 찾아낸 사람은 없다지만.
.
.
코 끼 리 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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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 象 墓 地
-
어느 날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했지요.
... 시작은 하늘이 부쩍 흐린 날이었습니다.
공중을 검게 뒤덮을 정도로 열린 게이트, 그 안에서 나온 '이계의 신'의 강림.
모든 생명체는 돌연 각자의 타이밍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호소하더니, 수 초 내로 그 몸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렇게, 불과 며칠에 걸쳐,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죽임당했습니다.
재난은 우리에게 징조도 대처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그러했듯 말이에요.
...
그렇게 허무하게 멸망한 세계에서, 당신은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왜 나만이 살아남았는지, 세상을 이렇게 만든 '이계의 신'은 결국 무엇인지,

어딘가에는 나 외의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진 않을지…….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되뇌며 당신은 홀로 이 1년을 버텨왔습니다.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열매 맺지 않는 땅과 길짐승 하나 나다니지 않는 텅 빈 세상.
거처를 옮겨가며 통조림 따위를 주워다 연명하는 생활에, 오늘도 달라진 바는 없어요.
그래요,
말마따나 오늘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일과를 모두 마친 밤중, 누군가가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요.
#시■?:저기, 아무도 없어~?
1년 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는, 수아의 것과 똑 닮아있었습니다. 이성 판정.
채은혈: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91
판정결과:실패
1D5 판정.
채은혈:1
이성 -1, 이어서 지능 판정.
채은혈:

지능
기준치:40/20/8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야 한 순간 머리가 녹아 사라진 채 버려진 수아의 시체를, 당신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있는걸요.
메시아는 작년의 그 재난 속에 분명히 죽었습니다.
그럼, 지금 문밖에서 말을 걸어오는 건 누구?
다시 이성 판정.
채은혈: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시■?:문 좀 열어줘. 안에... 누구야?
여러모로 심란한 와중에도 문밖의 소리는 끊일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채은혈. 당신은.
채은혈:...그 자식은 분명 죽었는데... 너야말로 뭐 하는 새끼야?
#시■?:응? 이 목소리... 블러디?
블러디~... 너였구나. 여기 시아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문 열어줄래?
채은혈:... (무언가 챙기는 편이... 일 년 동안 누구도 팰 일이 없어 무기를 챙겨 두지 않았던 탓에 집 안을 둘러봅니다.)
집 안을 둘러보면, 얼마 전 새로 옮겨온 탓에 낯설고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비좁은 컨테이너 박스. 문 옆에는 살이 달린 창문이 하나 나 있습니다.
상자 몇 개, 담요가 올려진 매트리스, 그리고 집 안을 비추는 캠핑 랜턴 하나가 이 집안의 유일한 가구입니다.
채은혈:(각목 같은 게 있진 않은지 상자 몇 개를 대충 뒤적입니다)
상자에는 유랑 생활 중 모아온 식량이나 생필품, 각목도 물론 들어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채은혈: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6
판정결과:실패
뭐, 그 정도네요.
채은혈:(각목을 꺼내들곤 문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중얼거립니다) ...누구야? 너. 메시아는 뒈진 지 오래라고. 내가 속을 것 같아?
#시■?:속인다니, 너무한걸~... 시아가 이런 재난으로 죽을리 없잖아?
채은혈:내가 똑똑히 봤어. 그 미친 괴물 새끼,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확실하게 죽었어.
그래서, 그 새끼랑 소름돋을 정도로 똑같이 구는 자식은 누군지 한 번 봐야겠는걸...! (각목을 손에 꽉 쥔 채로 발로 문을 걷어찹니다)
...
걷어찬 문이 열리는 순간,
당신은 깨닫습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
알고서도 이런 행동을 선택한 거겠죠?
어느 쪽이든 별 상관없습니다. 이미 늦었으니까요.
문이 열리고 머리 없는 시체가 당신의 품으로 왈칵, 쏟아집니다.
메시아, 오랜만이에요.
그러나 그녀에게서는 지금의 형태로선 가질 리 없는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
.
곧 격통이 당신의 전신을 덮칩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꺼져가는 의식 속,
당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다만 생각합니다.
지구 최후의 생존자의 말로가 이러하다니.
아니, 오히려 최후의 생존자였기에 기꺼이 속을 수 있었던 거짓말이었을까요.
사냥꾼의 사기 공작,
.
END A [코끼리 무덤]
채은혈, 로스트.
겨우 배를 채운 색채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이후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세상은 망한지 오래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죽어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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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줘, 블러디. 이거 열어줘, 블러디.. 열어…….”
문을 열지 않아도, 수아의 목소리는 한참이나 그치지 않았습니다.
채은혈:호러블
그래도 흔들리면 안 돼요. 알고 있으니까요.
문밖의 저것이 무엇이든 간에,
.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메시아는 오래 전 죽은 거잖아요.
다른 많은 생명들과 같이, 이 지구에 나 혼자만을 남기곤.
...
...
귀를 틀어막고, 자세를 웅크립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갑작스레 정적이 찾아듭니다.
드디어,
드디어 들어오길 포기한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풀썩, 무언가가 쓰러진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어쩐지 자신이 안전해졌음을 확신합니다.
망설임 끝에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면,
그곳에는 그녀의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도 좀 더 부패가 진행된 모습이네요.
.
채은혈:이거 고인모독아니냐
어쩐지 웃음이 납니다. 그야 웃기잖아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죽음이 찾아와 저 새끼가 죽고, 모두가 죽고, 문을 두드렸는데,
나만이 멀쩡히 오늘도 살아갈 거라는 사실이.
왠지 너무, 웃겨서…….
.
.
아. 벌써 동이 트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어제는 마트에서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크래커를 잔뜩 주워 왔었죠.
들어가서 식사나 할까요. 뭐.
END B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채은혈, 생환. 이성 + 1
당신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언젠가 운좋게 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죠.
그건 절대 메시아는 아니겠지만요.
반대로, 당신의 운이 나쁘면 지구를 전전하던 또다른 우주에서 온 색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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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혈:인성질하는걸보니
엔딩B도 혈이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