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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PG/2020

[CoC] 너를 내게 되돌려줄 100시간 : 나기아벨



KP l 락

나기 플 헤임 l 아바에 드 클루니



[ —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이상 늘릴것이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으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나기가 서 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나기는 당신이 기억하던 그, 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과연 100시간 후, 나기는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어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 Chat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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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패인 너의 바다에도 빛이 난다고 나는 눈빛으로 말해줘야지 /엄지용, 눈맞춤
그림
「A 100 hours returning you back to me」
sc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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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GM): 나기, 이성치 회복 +3
(To GM): 현재 나기의 이성=3
[-] : [—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이상 늘릴것이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
당신은 건조한 표정으로 어제자 재방송인 뉴스 화면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습니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병동 앞 대기실은 TV화면의 뉴스 소리나 간간히 들리는 대화 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좀비 사태 이후 25개월이 지난 후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학자들에 의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자 구원이라 불렀습니다.
.
물론 치료제의 공식이 적힌 낡은 노트를 작성한 사람이 나기고,
그것을 가져온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은 아주 소수의 정부 관계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요.
당신은 가방에서 몇 일 전에 당신 앞으로 온 편지를 꺼내 펼칩니다.
몇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워버린 편지는 구겨지다 못해 너덜거립니다.
[-] : 안녕하세요, 아바에님.
나기 씨의 치료 날짜가 결정되었습니다. 치료제 투여는 11월 13일 오후 1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Pi1225-NAGI는 투여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순차적 단계로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1단계. 치료제 투여 전, 바이러스에 완전히 감염된 상태로, 흔하게 우리가 ‘좀비’라고 부르는 단계입니다.

2단계. 치료제 투여 24시간 후. 활력징후(체온, 맥박, 호흡, 혈압) 이 정상에 가까워지며 공격성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인간보다는 좀비에 가까운 상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3단계. 치료제 투여 48시간 후. 흔히 말해 이성이 돌아와, 이 단계부터 환자와 의사소통, 즉 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대부분이 드문드문 기억상실 증상을 보이는데 약의 부작용인지, 바이러스의 부작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4단계. 치료제 투여 72시간 후. 몸 안의 바이러스가 대부분 사멸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일부 바이러스들은 불활성화 상태로 존재하는 ‘보균자’ 상태입니다. 완치자와 다르게 좀비 바이러스 감염의 최종 단계를 나타내는 ‘시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5단계. 완치 단계로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완전히 사멸되어 1달 안으로 시력이 돌아오게 됩니다. 몇가지 검사를 추가로 받은 후 격리시설에서 퇴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대로 나기 씨는 현재 아리마테아 병원의 수용시설에 격리되어 있으며 치료제 투여 후 3단계부터 면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바에님이 인류의 재건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신 것을 감안한 바, 동봉한 확인서와 함께 11월 14일에 수용시설을 방문하시면 자세한 치료절차를 안내해드립니다.


나기 씨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2025년 11월 5일, 연합정부 바이러스 관리팀 올림
치료제가 완성된 후인 이듬해 1월, 연합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갖기도 잠시, 사람들은 또 한번의 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은 치료제를 조금씩 바꿔나가며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만들어져야 하는 치료제의 양에 비해 공장과 자원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무작정 감염자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니, 결국...
정부는 그들을 수용소에 모은 후 생존자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연합정부는 당신의 말에 따라 노트의 작성자인 나기를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알다시피 정부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멸망 이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는 평화로웠던 시절보다 모든 것이 몇배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당신 역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생존자이자 연구자의 일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부는 수용소의 좀비들 중 나기를 찾았고,
몇달을 기다려야하는 다른 감염자들과 다르게 나기에게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치료제의 투여가 결정된 것입니다.
.
이 곳 아리마테아 병원은 당신이 사는 곳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지대 외곽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좀비 사태 이후 폐병원이 된 곳을 건물 통째로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위한 시설로 쓰고 있으니,
병원보단 수용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
편지와 함께 본인확인을 거치고 접수를 마친 당신은 나기가 있다는 7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감염자들이 입원하고 생활하는 병동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 된 폐쇄병동인지라,
병동 앞 면회실에선 당신을 포함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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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4일 오후 12시 50분 ]
(To GM): 나기, 이성치 회복 +7
(To GM): 현재 나기의 이성=10
정오를 넘기고 오후 1시에 가까워질 때,
당신은 비로소 직원이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 : 아바에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바에:...! 네, 네.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을 따라갑니다.)
직원을 따라가면 짧은 복도를 지나,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도착합니다.
직원이 카드를 찍자 문이 열리며 병동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앙 스테이션을 주위를 둘러싸는 병실들과 처치실, 면회실, 심지어 협소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
겉보기에 이곳은 평범한 병동입니다.
...이런 곳에서 나기가 지내고 있는걸까요.
주변을 잠시 둘러보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직원은 빠른 발걸음으로 당신을 한 진료실로 안내합니다.
진료실은 한쪽 벽가운데 널찍한 유리창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합니다.
지능 판정.
아바에: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창은 특수유리로 만들어진 듯 합니다. 그곳을 통해 반대편 방을 볼 목적으로 설치된 것 같아요.
다만 반대쪽 방은 현재 불이 꺼져 있습니다.
...
당신이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손에 든 차트를 확인한 의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안녕하세요, 아바에. 저는 72병동 담당 의사 레나 리센입니다.
나기 씨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미 DNA나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지만…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책상 옆에있는 리모콘의 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얼마 후,
쾅!!!!!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나기가 서 있습니다.
.
.
헤어진 후 처음 보는 나기는 당신이 기억하던 그, 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창문 너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과 맟닿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뭉개집니다.

환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나기.
...당신을 알아본 걸까요, 아니면 그저 빛에 반응한 걸까요.
푸른 빛 눈동자의 동공은 희게 번뜩입니다.
레나:......나기 씨가 맞습니까?
아바에:...... (조용히 끄덕이기만 한다.)
끄덕이는 모습을 본 그는 차트에 무언가를 적고, 다시금 버튼을 누릅니다.
불이 꺼지자 좀비, 아니,
나기가 어둠 속으로 삼켜지고 새카만 유리창엔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레나:확인되었습니다. 보시면... 지금 상태에선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이미 편지에 동봉된 안내자료를 읽으셨겠지만,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리죠.
아시다시피 치료제는 어제 오후 1시에 투여되었습니다. 나기 씨는 현재 2단계의 상태이고, 면회가 가능한건 3단계 이상입니다.
치료제를 처음 투여받은 환자, 그러니까 좀비는 100시간동안 1단계부터 4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인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100시간 후. 최종적으로 5단계가 되어 완치 판정을 받을 경우 퇴원이 가능합니다.
...보통 첫 치료 시 완치율은 대략 30%정도이고, 만약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곳에 격리되어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아바에:100시간... (새카매진 유리창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추가적인 진료는... 어떤 건가요?
레나:보통 증상을 확인하고 치료제를 다시 투여하지만... 현재 다른 환자들도 많고 애초에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완치가 되지 않을시 추가 진료에 대해서는, 당장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또한 완치된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비일때는 의식도 기억도 없는 상태다고 합니다. 치료제가 투여되면서 점차 기억이 돌아오죠. 현재 관련해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후 좀비가 될 때 파이로젠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한 결과,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물 부작용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는 모르나 3,4단계의 환자들이 이따끔 액팅 아웃, 그러니까... 발작을 하며 공격성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안정제를 투여 후 독방에 얼마간 격리하는데 그러면 수시간 후에 괜찮아지므로, 이쪽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흠. 현재 제가 드릴 수 있는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만... 질문이 있으신가요?
대기 인원이 많아서요. 죄송하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아바에:그런가요...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겠죠. (낮게 한숨을 쉬었다. 나기가 첫 치료에 완치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럼, 혹시... (무어라 더 말을 하려다 그가 덧붙인 말에 고개를 저어) 아니에요. 안내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고맙... 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꾸벅...)
그와 동시에 짧은 노크소리가 들리고 아까 그 직원이 들어와 말합니다.
직원 : 선생님, 대기 환자가 많습니다.
레나:...네. (잠시 직원과 눈빛을 교환하고 가볍게 목례했다.) 저희는 나기 씨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일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그때는 면회가 가능할 겁니다. …행운을 빕니다.
당신이 짧은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가자, 직원은 당신을 출구로 안내합니다.
그가 입구 옆에 출입 카드를 찍자 병동의 자동문이 열리고,
당신을 앞서 밖으로 나간 요원이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하는 바로 그 순간,
“거기 비켜!!!!”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당신의 뒤에서 달려온 누군가가 당신을 밀치고 문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민첩 판정...!
아바에:...?!
민첩
기준치:55/27/11
굴림:67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보균자가 탈출했다!!”
“72병동 환자 탈출, 지원 바란다!!”
당신을 밀치고 병동을 뛰쳐나간 건 환자복을 입은 ‘보균자’ 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날쌘 걸음으로 복도를 달리는 그를 피해 복도의 대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지원 요청을 듣고 반대쪽 복도에서 나타난 보안요원의 손에 붙잡히고,
곧이어 병동에서 달려온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지에 억제대가 채워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안 되는 찰나에 이루어지고,
짧은 탈출이 끝난 그는 장정들의 손에 들려 병동 안으로 짐짝처럼 운반됩니다.
...
“나가게 해줘, 나는 인간이야, 여긴 싫어, 나가게 해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무거운 철문 뒤로 사라지고,
복도엔 무거운 적막이 감돕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원은 다음 차례의 보호자를 호명하고, 남은 대기자들은 다시금 순서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마 여기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지 못한다면, 내 소중한 누군가는 평생을 저 안에 갇혀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것을요.
...
과연 나기는 당신 곁으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길의 하늘엔 꼭 당신의 마음처럼 먹구름이 가득 껴 있었습니다.
.
.
[ 11월 14일 오후 3시 40분 ]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린 탓에 불을 키지 않은 널찍한 거실은 어둑합니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연합정부가 생존자들에게 제공한 안전지대 안의 아파트, 그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축에 드는 곳입니다.
원래대로 라면 4인이상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넓은 아파트에서 당신 혼자 살고 있는 것이나, 매달 나오는 지원금 같은 것…
멸망 이후 이 과도기에서 당신은 부족한 것 없이 살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야 노트를 완성한 것은 나기지만 그 노트를 가져온 것은 당신이니까요.
...
그래봤자, 그가 곁에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소용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니 정돈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연구를 돕거나, 그의 일을 신경쓰느라 바빠 집안일은 채 하지 못했습니다.
100시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2시간.
희망을 놓지 말아야죠, 그게 설령 30%의 희망일지라도.
언젠가 나기가 당신 곁으로 돌아올 때, 이런 엉망인 집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요.
.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대청소를 하기로 합니다!
우선 너저분한 거실부터 치워볼까요.
소파 위에 켜켜히 쌓인 겉옷들, 탁자 위의 다 마신 컵들, 구석구석 먼지들도 가득이네요.
손놀림 판정!
아바에:(안 그래도 넓은, 당신마저 없는 이 공간은 더 넓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내버려 둘 순 없으니까.)
(양 소매를 걷어붙이고 청소를... 시작한다!)
손놀림
기준치:40/20/8
굴림:67
판정결과:실패
(;;)
어딘가 좀 구겨진 옷들과 싱크대로 직진한 컵들, 바닥엔 먼지가 살짝 덜 닦였긴 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봐줄 만한 것 같아요. 솔직히 넓은 집이기도 하니까요. (끄덕)
자, 그럼 다음은 침실입니다!
매일 잠을 자는 곳이니 그만큼 또 정돈되지 못하는 공간이죠.
구겨진 이불과 카펫, 책들과 서류들이 널부러진 책상, 구석에 휙 던져놓은 양말 등…
그동안 왜 치울 생각을 안 했는지. 많이 바빴나봐요~
이번에도, 손놀림 판정!
아바에:(누군가의 말에 동의하듯 끄덕이며, 다음으로는 침실을 정돈한다. 이렇게나 정신이 없었던가...)
손놀림
기준치:40/20/8
굴림:49
판정결과:실패
......
......지금도 정신이 없는 걸까요?

살짝 삐딱한 이불과 카펫, 분류를 신경쓰지 않고 책과 서류들을 마구잡이로 자리에 꼽아넣은 책상, 짝이 맞지 않는 양말…

뭐 그래도 안 한것보단 나으니까요? 자신감을 가져요~

이제 마지막, 주방입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냉장고와 며칠은 밀린 설거지거리, 꽉 찬 쓰레기통...
...이건 당장 청소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죠.
이번엔 과연... 손놀림 판정!
아바에:웃... (한동안 바빠서, 그래서 잠시 감을 잃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주방 만큼은......!!)
손놀림
기준치:40/20/8
굴림:82
판정결과:실패
oO(괜찮을까, 이 집...)
주방만큼은.........!! 실패했습니다.
마음이 급한 탓인지 조금 대충 닦인 그릇들과 식탁, 분류하는걸 까먹고 한번에 돌려버린 세탁기…
뭐, 괜찮...겠죠...? 이 정도도.
아바에:(안 괜찮은 것 같은데... 흑흑)
흑흑... 전부 실패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청소를 마친 아바에입니다.
당신은 마무리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거실의 창문을 엽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아까보단 깨끗해진 집을 돌아보자 뿌듯하고 또… 힘이 쭉 빠지며 배가 고파옵니다.
아까 냉장고 안의 식재료도 정리했고, 마침 저녁 시간이네요.
장을 보러 갈까요?
아바에:(규칙적인 식사도 중요하죠... 장을 보러 갑니다.)
좋아요! 당신은 장바구니를 들고 얼마간을 걸어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마트로 향합니다.
길목에 위치한 상가들은 문을 닫은 곳 보다 연 곳이 더 많아요.
재정비를 거쳐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가게들도 보입니다.
아침에 들렀던 안전지대 외곽에선 병원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는데요.
뭐, 거주 구역을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걸까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마트 안엔 장을 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아바에. 당신은 저녁을 먹기 위해 어떤 식재료들을 구매할까요?

아바에:(다시 상권이 활발히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트에 들어선다. 어떤 메뉴가 좋을지...)
(식품 판매대를 천천히 둘러보며 각종 야채, 토마토와 밀가루... 기본적인 식자재를 하나둘 바구니에 담았다. 아마 샐러드와 토마토 라자냐를 해먹을 생각이다.)
당신은 각종 야채와 토마토, 밀가루... 기본적인 식재료들을 바구니에 담습니다.

샐러드와 토마토 라자냐. 생각만 해도 맛있을 것 같아요~

...
그렇게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합니다.

단촐한 저녁상이지만, 이렇게 제대로 끼니를 챙기는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당신의 요리... 갈까요, 손놀림 판정!
아바에:...... (청소는 대실패했지만 그래도 식사 한 끼 정도는...)
(싱싱한 야채를 깨끗이 씻어내고, 조심조심 토마토를 손질하고, 팬에 기름을 둘러 재료를 볶은 뒤 오븐에 구워냅니다. 과연...)
손놀림
기준치:40/20/8
굴림:42
판정결과:실패
(조...... 금 탔나?)
아까웠어요...... 아주 조금 탔네요. 그래도 먹을 만합니다.
아바에:(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자기합리화를 하며 나름대로 만족한다. 간단하게 상을 차려 냠냠...)
이만하면 괜찮죠~ 당신은 나름 만족하며 상을 차리고, 저녁을 먹습니다.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제외하면 집안은 고요합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간간이 메꾸는 것은 윗집에서 들리는 TV소리, 옆집 가족들의 대화소리, 웃음소리…..
불이 켜진 주방을 제외하고 집안은 어둡습니다.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으로 한발만 내딛으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無)의 공간일 것만 같아요.
...
이 넓은 공간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호젓한 외로움에,
당신은 그릇을 치우고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눕습니다.
...잠이 들기 전,
언젠가 나기와 함께 이스트베일의 어떤 집에서 나란히 누웠던 침대가 문득 떠오릅니다.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잠시 잠을 청한 그곳의 낡은 침대 위에서,
옆으로 몸을 돌려 문득 서로의 시선이 맞닿고,
나기는 그때, 나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았는지…
그와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도 있지만, 옅어진 기억들도 많네요.
내일 나기를 만난다면 기억이 돌아오는건 어쩌면,
당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잠에 듭니다.
.
.
[ 11월 15일 오후 1시 ]
(To GM): 나기, 이성치 회복 +3
(To GM): 현재 나기의 이성=13
다음 날 당신은 시간에 맞춰 병동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은 직원이 오늘은 당신을 사무실이 아닌, 나기가 있는 병실로 안내합니다.
직원 : 면회시간은 오후 다섯 시까지입니다.
작은 병실 안은 낮인데도 커튼을 쳐놓아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정면의 TV에선 대기실에서 나오던 것과 같은 뉴스가 틀어져 있고,
작은 화장실과 냉장고, 벽에 붙은 서랍장, 그리고 방 안을 제일 크게 차지하는 침대에 앉아 있는...
나기.
그는 멍한 표정으로 TV화면을 바라보다 정확히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나기:아바에?
….헤어진 후 이렇게 만나는 것은 몇년 만인가요.
가까이서 본 그는 당신이 기억하던 마지막 모습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한 모습입니다.
좀비로 변하고 난 후 생긴 상처일지, 몸 군데군데 반창고가 붙여져 있습니다.
아바에:...나기?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다가간다.)

나기:당신이 제 보호자라고 들었어요. (맞닿은 시선이 이내 비껴가고, 어색하게 중얼거렸다.)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아바에.

아바에:아... (전에 없던 수많은 상처와 야윈 몸. 네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여) 처음... 이겠네요, 나기에게는.
기억나는 건... 그 정도예요? 더 떠오르는 게 있나요?
나기:...~ (잠시 찡그리고 기억을 더 떠올리려 노력하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
기억에 먹칠을 한 것 같아요. 제가 어디에 살았고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싫어했는지. 전 어떤 사람이었는지, 당신은 누구인지….
마치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이에요. (쓴 웃음을 짓고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뭐, 좀비니까요.
아바에:(그가 고민 끝에 고개를 젓자 옅게나마 미소지어 보인다.) ...괜찮아요. 앞으로 시간은... 많을 테니까, 제가 알려줄게요. 하나씩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나기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했는지,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마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았을 거라고,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주었다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지금은 꾹 눌러 담는다.)
...걱정하지 말아요. 나기가 나기를 되찾을 수 있게, 제가 도와줄게요. (손을 뻗어 네 두 손을 꼭 맞잡는다.)

나기:(방황하던 눈동자가 아래로 떨어져 맞잡은 손과 그 온기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한참 후, 자신이 없는 투로) 그렇다면... 좋겠어요.

이곳은 모든 게 규칙적으로 흘러가요. 기상, 식사, 약 먹기, 신체검사, 점심, 약 먹기, 자유시간, 저녁, 약 먹기, 취침…...
저는 방을 혼자 쓰지만 다른 사람들은 6명이서 같이 쓴다고 들었어요. 왜 저만 특별 취급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갈 수 있다면 나가고 싶어요. 당신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싶고요.
아바에:(이 온기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손을 잡은 그대로, 속으로 연신 다행이라는 말만 외워댔다. 그리고 하늘에 감사하다고, 이렇게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나기의 바람대로 될 거예요. 분명...
...... 음... 그러게요, 꽤 넓은 공간인데 말이에요. (병실 안을 흘끔 보고는 다시 네게 돌아온다.)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요, 허락만 떨어진다면... 바깥도 둘러봐요. 그러면 다른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나기:......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역시 도리질) 아뇨, 다른 사람은 굳이...?
음... 있잖아요, 아바에. 잘은 모르겠지만 당신이 제게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게 보호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빨리 만나고 싶었지만, 또 만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런 꼴인데 실망하면 어쩌지 하고.
그런데 막상 만나니까.... 당신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이상하죠? 기억도 없고, 아바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와 대화하며 병실 안을 둘러보는 아바에, 관찰 판정.
아바에: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문득 이 작은 방의 천장에 cctv가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면회 전 서명했던 동의서에 감염자와 일반인의 면회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감시카메라가 있는 방에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저것인가 보네요.
아바에:(카메라를 살짝 올려다 보고는) ...그러실 것 같았어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작게 웃었다. 평범한 대화임에도 이 순간이 꿈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가요? ...우연이네요. 나기도 저에게 무지 특별한 사람이었거든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손등을 느리게 쓸었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에야 비로소 털어놓고 나누었던 말들, 그때의 표정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당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고.)
...... 실망할 리가 없잖아요. 그동안 나기를 기다려왔는걸요. 그게 기약없는 만남일지라도, 나기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마주한 그의 모습은 비록 상처투성이에 기억 역시 날아가 버렸지만, 그래도.) 이상하지 않아요. ...왜, 사람마다 인연이라는 게 있다고 하니까요. 비슷한 거 아닐까요? (어색하게나마 분위기를 띄우고 싶었던 듯 네게 말했다.)
나기:특별한 사람... (손등을 쓸어주니 그게 간지럽게 느껴져서 조금 웃었다.) 그럼 궁금해요.
알려줘요, 아바에. (덕분에 분위기가 풀어져 함께하는 것에 대한 안심과, 동시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쳐다본다.) 우리가 어떤 관계였고 당신은 왜 절 기다려주었는지... 전부 알고 싶,

그 때-

갑자기 나기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지며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나기:윽. 허억, 헉......
아바에:?! 가, 갑자기 왜 그래요? 어디가 아픈 거예요? (다급하게 안색을 살펴)
나기:(제 머리를 부여잡고) 기억... 났어. 아바에, ….나는, 난 괴물이에요.
인간의 살을 뜯어 먹고, 손발은 서서히 썩어가서... 아. 감각이, 그, 고통이..
......하, 하하, 차라리. 그때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던 그는 일순간 고개를 홱,
치켜올리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쿵!!
벽에 등이 부딪히고 곧바로 그의 억센 손아귀가 당신의 목을 조여옵니다.
SAN 체크.
아바에:...아냐, 아니에요. 나기는... 당신은 괴물이...... (목이 졸리는 탓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3단계에서도 이런 증상도 나타나는 것인가? 누가, 도와줄 사람이...)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38
판정결과:보통 성공
...목소리도 채 나오지 않는 상황.
당신을 노려보는 붉게 충혈된 흰 눈동자에서, 흐르는건 눈물입니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그 살기어린 눈빛에 가슴이 섬짓합니다.
왜 그가 울고있는 걸까요.
나기:나는, 난…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요……내가….
그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점점 숨이 부족해질때 쯤...
방문을 열고 보안요원들과 의료진들이 방안으로 들어옵니다.
보안요원이 당신에게서 나기를 떼어내고 억제대를 채웠고,
직원 한 명은 당신을 방밖으로 내보냅니다.
직원 : 괜찮으세요? 잠시 나가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

당신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문밖으로 밀려납니다.

아바에:...... (겨우 그에게서 벗어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콜록거린다. 방금은 뭐였을까. 마치 다른 사람 같았던 그 모습은...)
(근처에 있는 의자를 찾아 거친 숨을 가라앉혔다. 부작용에 대한 주의는 받았었지만... 또 다시 불안감이 엄습한다.)
거친 숨을 가라앉히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 문을 열고 나온 레나 리센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어제 말씀드렸던 상황입니다.
진정제를 주사했으니 곧 괜찮아지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상황이 있으면 최소 24시간동안 면회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내일은 면회가 불가능할 것 같네요. 상태가 안정되는 걸 지켜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
아바에:...그래야겠네요. 알겠습니다. (그에게 대답하고는 옷을 추스르고 병동 밖으로 향한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걸음이 비틀거린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까요.
당신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집에 돌아갑니다.
.
.
[ 11월 15일 오후 5시 20분 ]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에 앉아 아까의 놀란 마음을 다시 가라앉힙니다.
날이 흐린 탓에 불을 켜지 않은 집안은 어둑합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나기와 대화를 나누었지만...
지금은 그저 찰나의 환상같이 느껴집니다.

닫힌 문의 틈새에서 새어나오던 나기의 고통섞인 비명과 의료진들의 급박한 대화소리….

소란스러웠던 병동과 다르게 어제와 같은 적막함이 집안에 가득 차올라,
마치 그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소파 한 구석에 올려져 있는 TV의 리모콘이 보입니다.
아바에:... (이대로는 이 적막 속에 잠식될 것만 같아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리모콘을 집어든다. 아무 방송이라도 좋으니.)
이 끝없는 적막 속에서, 당신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TV를 틉니다.
사회자 : [.....그럼 다음 질문을 해볼게요. 선생님이 파이로젠 바이러스에서 완치하실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씨 : [...치료를 받을 때 제 아내가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왔어요. 옛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저를 지지해 줬습니다.]
[그런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때를 믿을 수 없습니다.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며 아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다시 또렷하게 보였던 그 순간을. 만약 제 아내가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은 이의 손을 꼭 붙잡고,
화면엔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감성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은 그런 TV화면을 뜷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 기억이 되돌아 오도록 도와주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나기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단서가 될지도 몰라요.
나기의 기억이 돌아올 만한 물건...
이 집에 있는 것은 그가 작성했던 낡은 노트 한권 뿐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노트를 포함해, 그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에게 중요한... 여러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 곳,

나기가 살던 집.

아바에:...... (노트만으로는 부족하겠지. 나기의 기억을 끌어낼 수 있을 만한 물건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나기는 어디에 살았었더라.)
고민하던 당신은 인터넷으로 나기의 집 주소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그가 살던 도시를 클릭하자 작은 안내 메세지가 뜨네요.
[해당 구역은 오염구역이므로 일반인들은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
...
좀비 사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 이후,
세계는 가장 크게 세가지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캘버리 교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전구역],
좀비들을 모두 ‘청소’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도시인 [청결구역],
...그리고 여전히 좀비들이 남아있는 [오염구역].
당신은 나기와 헤어진 이후 쭉 안전구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 바깥엔 좀비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왜 잊고 살았을까요.
...
물건을 찾으려면, 다시한번 좀비들이 있을지 모르는 도시로 향해야 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이번엔 당신이 물릴지도 모르죠.

아바에:...... (안전구역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기의 도움만 받아왔으니까, 이번에는 제 차례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당장 나갈 채비를 합니다.)
나기를 위해서,
그가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처럼,
이번엔 자신이 나기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차례라고.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창고에서 낡고 헤진 가방을 꺼냅니다.
함께 안전지대를 향해 떠돌던 시절에 사용했던 가방. 낡았지만 여전히 튼튼하네요.

그 안에는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 찌그러진 생수병, 유통기한이 지난 약상자 등…
마지막으로 나기와 함께 펼쳐보던 지도를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당신은 내일의 여행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나기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여행을요.
.
.
[ 1월 16일 오전 9시 ]
(To GM): 나기, 이성치 회복 +7
(To GM): 현재 나기의 이성=20
다음날 아침.
당신은 일찍이 도시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나기의 집은 당신이 있는 도시의 안전지대로부터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또 얼마간의 거리를 걸어야하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야, 당신과 나기는 살아남기 위해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긴 긴 여행을 했으니까요.
[-] : [ —그 다음 날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몇일간 계속해 흐린 날씨가 지속된 반면, 오늘 내일은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선 오늘 저녁과 밤 사이로 짧게 비가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방송이네요.
당신은 가만히 눈을 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들을 듣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리고 이제 버스 안의 승객은 당신 뿐입니다.
덜컹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면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로에 군인들을 태운 군용 트럭이 버스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
그렇게 긴 긴 도로를 달려 마침내 종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당신이 버스에서 내리자, 버스기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버스기사 : 여기서 조금만 더가면 오염 구역입니다. 거 알고 가는 거예요?
몰랐다면 다시 태워줄테니 돌아가요, 아가씨.
아바에:아... (기사를 향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제 목적지는 여기가 맞아요.
버스기사 : (갸우뚱 하더니) ...그렇다면야 뭐, 조심하쇼. 가다가 좀비한테 물리지나 말고.
그 대답에 기사는 어깨를 으쓱하고 운전대를 돌립니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방향을 돌린 버스는 곧 지평선 너머의 점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버스가 떠난 쪽을 잠시 바라보다-
지도를 보며 버스가 향한 반대쪽인 서쪽을 향해 걷습니다.
.
.
[ 11월 16일 오후 1시 ]
어제와 다르게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엔 햇빛이 쨍하게 비치고,
아스팔트에선 더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도로 위를 걸으니 3년 전, 그와 함께하던 시간들이 풍경에 겹쳐 떠오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지도를 보고 길 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 나갔습니다.
힘들고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우린 함께였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시간 정도를 걸으면,
마침내 당신은 도시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간판을 보면 [여기서부터 —— 입니다.] 라고,

오염구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해골마크가 도시의 이름을 가리고 있네요.

아바에:...... (얼마 만의 거리일까. 간판을 한번 확인하고는, 그것을 지나쳐 도시로 들어선다.)
도시로 들어서서 얼마간 걸으니 곧 익숙한 거리와 풍경이 보입니다.
그 뼈대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과 같지만...
5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은 적막하고 황량합니다.
잔뜩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걷지만, 이 텅 빈 도시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당신 뿐이에요.
...
당신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때 쯤, 눈앞에 드디어 익숙한 집 한채가 보입니다.

몇년 만에 방문하는 나기의 집.

아바에:(혼자서 이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연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은 쓰레기들로 가득 차있고, 망가진 내부가 보입니다.
아마도 생존자들이 다녀간 흔적이겠죠.
하지만 그런 자취마저 두꺼운 먼지에 덮여있는 게, 마치 이 안에 몇년의 시간이 고여 있는 것 같아요.
주방과 이어진 [거실], [침실]과 [서재]. 가구들과 벽지…

대부분의 것이 당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아바에:(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 과거의 이곳에 있던 나기와 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거실부터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당신이 차근차근 거실을 둘러보기로 한 그때,
끼이이익- 하며 경첩의 마찰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아까 들어올 때 문을 닫고 들어왔었나요?
쿵,
쾅, 하고 심장이 세차게 뜁니다.
아바에:.........?

곳은 오염구역, 언제든 좀비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입니다.

싸워...야 할까요, 아니면 도망갈까요.
아바에:...... (설마, 하고 마른 침을 삼키며 구석에 숨어 돌아본다.)
긴장감으로 마른 침을 삼키며, 구석에서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야옹-
...고양이네요.
녀석은 당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빕니다.
아바에:고... 양이가 왜 여기에...
치즈를 떠올릴 법한 오렌지색 털은 부드럽고,
목에는 토비, 라는 작은 이름표가 걸려 있는게 원래는 사람 손에 키워졌나 봅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는 인간들만 감염되었고 좀비는 동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인간에게 잔뜩 애교를 부리던 녀석은 이내 소파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습니다.

아바에:...토비라고 하는구나. 여기서 지낸 지 얼마나 되었나요? (경계없이 다가오는 고양이의 등을 몇 번 쓸어주다, 이내 소파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조금이나마 웃음이 난 것 같다.)

토비:먀아옹- (눈을 감고 쓰다듬을 받으며, 얌전하게 꼬리만 살랑인다.)

이만 집을 마저 돌아볼까요.

다시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5시 전엔 이 집에서 떠나야 할 테니까요.

아바에:(토비를 힐끔... 힐끔 보다가 침실로 들어간다.)
당신은 토비를 힐끔... 힐끔 보며 침실로 들어갑니다.
[-] : 「침실」
급히 짐을 싼 흔적이 남아있는 침실엔 곳곳에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스산합니다.
[옷장]의 문짝은 거의 떨어져나갈 듯 삐걱이고, 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어딘가 익숙한 [향수]가 올려져 있네요.
아바에:(문짝이 너덜해 보이는 옷장 안을 살펴본다.)
행운 판정!
아바에:
행운
기준치:40/20/8
굴림:59
판정결과:실패
생존자들이 다녀간 후라 남아있는 옷이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걸레짝같이 상태가 나쁜 것들 뿐이네요.
아바에:...... 역시 쓸만한 게 남아있을 리 없겠죠. (문을 살살 닫고는 탁자 위 향수를 살핀다. 익숙... 한가?)
[-] : 「향수」
이건... 당신이 나기의 생일날에 선물했던 향수입니다.
어쩐지 추억에 젖어 향을 맡아보면 이국적인 장미 나무가 베티버와 함께 섞여 신비롭고 스모키한 느낌을 주고, 통카 빈과 앰버가 따스함과 섬세함을 더합니다. 또한 묵직한 향이 은은하게 흩어져 스모키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이 향수의 특징이었죠.
...전부 가게 직원이 설명해준 것이었지만 말이죠. 당신은 향수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이걸 가져가면 그는 당신이 축하해주었던, 그날의 생일을 기억할까요.
아바에:(낯설지만은 않은 신비로운 향이 코끝을 스치자,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향수라면, 어쩌면...)
(향수를 가방 안에 잘 챙겨두기로 하고, 다시 거실로 나온다.)
[-] : 「거실」
다시 거실로 나오면 바닥엔 쓰레기와, 오래된 발자국들이 남아 있습니다.
창문에선 반쯤 쳐진 커튼 너머로 햇빛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와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한쪽에 놓인 것은 토비가 있는 긴 소파, 그 앞에 놓인 긴 수납장 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바닥 한 구석에는 [낡은 신문]도 보여요.
아바에:(눈을 감고 있는 토비를 지나... 수납장 위에 놓인 액자의 먼지를 털어낸 후 집어든다.)
[-] : 「액자」
5년도 더 된... 처음으로 멀리 놀러갔던 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겨울 바다 앞에서 추위에 발개진 얼굴로 미소짓는 당신과 나기가 사진 속에 담겨있어요.
아바에:...... (가만히 사진 속 나기를 바라봤다. 제법 추웠지만 풍경만큼은 아름다웠던 겨울 바다. 어쩌면 이 사진도 도움이 될지 모르니... 가방 속에 넣어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신문을 주워 훑어본다.)
[-] : 「낡은 신문」
신문은 맨 위에 [속보-정체 불명의 바이러스 전 세계 창궐]이라는 헤드라인이 큼직한 글씨로 적혀있고, 아래로는 좀비사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적혀 있습니다.
오래 전 신문이라 글자들이 드문드문 번지고 닳아 있네요.
자료조사 or 관찰 판정.
아바에: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53
판정결과:보통 성공
전부 다 읽을 순 없었지만... 당신은 그나마 선명한 문단 하나를 읽어냅니다.
[-] : …… 이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10월 27일 최초로 보고되었는데, 국내뿐 아니라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 전례없는 바이러스는 전미 바이러스 학회에 의해 감염 초-중반의 발열이 특징적이라는 점에서 ‘파이로젠 pirogen’ 바이러스라 명명되었다. 치사율이 99%에 가까우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24시간이 지난 환자들은 특수한 발작, 폭력 상태를 보이기 때문에 세계곳곳으로 바이러스가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불특정 다수에 의한 신종 생화학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127개 국가에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으며 그중 83개국이 국경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일 오후 12시에 전세계적 재난사태를 해결하기위한 정상회담이 실시될 예정이다. …..
아바에:(5년 전 처음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발행된 신문인가, 대강 읽어내리고는 반으로 접어 수납장에 올려둔다.)
...... (마지막으로 서재까지 둘러보자.)
당신은 신문을 접어 수납장 위에 올려두고, 마지막으로 서재를 둘러봅니다.
[-] : 「서재」
문고리가 뜯어져나간 서재 안에는 관리되지 않은 오래된 책의 냄새가 방 전체에 짙게 배어있고, 책상 위엔 책 대신 쓰레기들과 구겨진 종이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서재의 책상 서랍들을 열어보던 당신은 서랍 맨 아랫칸에서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아바에:(작은 상자를 꺼내어 열어본다.)
[-] : 「작은 상자」
안에는 당신과 함께 보았던 연극이나 영화 티켓, 같이 찍었던 사진, 받았던 편지나 선물 등이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습니다.
추억에 잠긴 당신은 곧 처음보는 흰 봉투를 하나 발견합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분명 나기가 적은 것입니다.
정작 수신인에게 전해주지 않았던 그 내용은, 짧막한 일기와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평화로운 세계에서 당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러니 굳이 이런 편지를 쓰는 것도, 이걸 버리지 않고 남겨두는 것도.
그만큼 내가 불안해졌다는 증거겠죠.
언젠가 평화가 찾아온 세계에서 당신이 날 기억한다면 이곳을 찾아줄 테니까.
그럴 일은 없다면 좋겠지만요. 초라하기도 하고.
당장 전할 수는 없잖아요, 생존으로도 벅찬 세상인데.
그러니 말하지 않을 거예요. 분명한 건,
...마지막에는 언젠가 당신이 잠에 들기 전,
그가 해주었던 말이 평소와 다른 단정한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아바에. 나에겐 당신이 그 어떠한 것보다 소중해요.

그래서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놀랍게도, 지금은 그게 나의 평화예요.
2021년 XX월 XX일. 나기 플 헤임.
...이 날짜는 좀비 사태 이후입니다.
당신을 세상 어떠한 것보다 소중히 여겼던 나기는,

그래서 망설임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바에:...언제 이런 걸. (한 줄씩 읽어갈수록 목이 메는 것 같았다. 당신은 항상 저를 우선시하고, 자신의 속마음은 잘 내비치지도 않고. 그 불안감을 혼자서 어떻게 감당해왔을지. 제가 여길 다시 찾을 줄은 또 어떻게 알고. 어느새 가득 고인 눈물방울이 편지지 위로 뚝 떨어져 번진다. 그가 가져다준 평화 속에서 왜 이리 불안하기만 할까. 저 역시 나기가 어느 것보다도 소중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데...)
...... (편지지를 다시 접어 봉투 안에 넣고는, 품 안에 챙겨 이만 서재를 나선다.)
...
당신은 편지를 고이 접어 품 안에 챙기고, 서재를 나섭니다.

시계를 확인하니 5시가 되기 전까지 약 30분 정도가 남았네요.

거실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의 먼지를 살짝 털어내고 그 위에 몸을 파묻듯이 앉습니다.
오후의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 토비와 함께하는 이 공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이런 나른한 주말 오후의 어느 날엔, 그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거나 과제를 하거나,
저도 모르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함께 먹을 저녁을 고민하는... 그런 평화로운 시간들도 있었는데요.

계속 이곳에 있으니 금방이라도 나기가 저 문을 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100시간 후에 그가 돌아온다면 그런 날을 다시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때, 당신의 주머니에서 정적을 깨는 요란한 멜로디가 들립니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나기가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네요.
아바에:...? 아, 전화가...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직원 : 아. 안녕하세요, 아바에님.
금일 나기 씨의 상태가 안정되어 내일, 같은 시간에 방문하시면 면회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바에:아, 그... 정말요? (순간 안심이 되었는지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당신은 조금이나마 안심하며 전화를 끊습니다.
레나 리센이 알려준 대로네요. 그리고 내일 5시면, 100시간이 끝나게 됩니다.
당신이 챙겨둔 물건들이 나기가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요.
...
슬슬 5시가 가까워졌습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바에:(전화를 끊고도 한참동안 핸드폰을 꽉 쥔 채 내려다 보았다. 다행이라고, 길게 한번 숨을 내쉬고는 다시 가방을 챙겨 추억이 남은 집을 나선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긴 숨을 내쉰 당신은 추억이 남은 집을 나섭니다.
아바에:(토비에게도 잊지 않고 인사해주었다.)
귀여운 토비에게도 인사를 남기고 말이죠.
...그렇게 그의 집을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게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그때,
골목을 걷던 당신은 문득 당신의 그림자가 이상한 걸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당신의 앞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유독 길고 흔들리는 게,
마치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겹친 것 같습니다.
다른 생존자일까 하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기엔 실로...
익숙하고 오랜만에 듣는 불쾌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등을 돌리면….
….그 곳엔 좀비 한 마리가 희뿌연 눈을 번뜩이며 서 있습니다.
아바에:......!
(도망... 갈 수 있을까?)
도망간다면... 민첩 판정!
아바에:(후... 다닥)
민첩
기준치:55/27/11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
당신은 성공적으로 좀비에게서 도망쳐 골목을 빠져나옵니다.
아바에:(살금살금... 잘 빠져나왔다!)
하지만... 운이 없네요.

그 순간 큰 길가에서 또 다른 좀비와 맞닥트리게 됩니다.

다시 민첩... 판정!
아바에:......
민첩
기준치:55/27/11
굴림:83
판정결과:실패
좀비는 괴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당신의 머리 위에서 딱, 딱 하며, 침과 피가 뒤섞인 이빨이 맞부딪힙니다.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밀어내보지만 그마저도 힘에 부쳐옵니다.
...
번들거리는 희뿌연 눈동자에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이대로 자신마저 좀비가 되어버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탕!!!
하는 총성이 들리고 좀비는 피를 쏟으며 당신 위로 쓰러집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총성이 들린 쪽을 바라보니-
중무장한 군인이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게 보입니다.

아바에:......?

...아, 저기...... (아직 후들거리는 다리를 세워 겨우 일어선다.)
고... 고맙습니다, 구해주셔서... (꾸벅)
그는 아직 움찔거리는 좀비를 보더니 다시 한번 총을 들어 총알을 두어발 더 머리에 발사하고,
시체를 발로 몇번 건드려본 후 가슴에 매달린 무전기에 대고 짧게 말합니다.
“감염자 사살 완료.”
그리고 뒤늦게 고글 너머의 눈동자로 당신을 보며 말합니다.
군인 : ...혹시 물렸습니까?
아바에:...... 으. (그 광경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져 고개를 돌렸다.)
아... 아뇨. 물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일어난 당신을 몇번 살펴본 군인은 무전기에다 대고 한번 더 말합니다.

군인 : [생존자, 민간인 발견. 안내하겠다.]

......좋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아바에:(저 좀비도 치료제를 투여받을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엔 이미 늦은 후였다.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만 시선을 떼고 군인의 뒤를 따라간다.)
그는 죽은 좀비의 다리 한쪽을 잡은 채 골목 밖으로 끌고나가 도로 한 구석에 던져놓습니다.
당신의 앞길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검붉은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는 큼직한 군용 트럭과 몇명의 군인들이 보이네요.
아까 이곳으로 올 때 보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트럭입니다.
군인들은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듣기 판정.

아바에:oO(왜 쳐다보시지...)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안 들림...)
잘 안들림...
군인 : ———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선임 군인 : ———-, 시체는 청소반이 ———. ....저 사람은 감염이 —— —— 확실하고?
군인 : 그런 것 같습니다.

선임 군인 : 혹시 모르니까 ———.

아바에:...... (의심... 받고 있는 건가? 괜히 껄끄러워 다른 곳을 쳐다본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으면- 드디어 대화를 마쳤는지 그들 중 하나가 당신에게 걸어와 말합니다.
군인 : 감염자가 아니라지만, 혹시 모르니 정밀한 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손을 주시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키트를 꺼냅니다.

저건...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기 위해 안전지대에서 쓰이던 일회용 키트네요.

아바에:...... 네. (쭈뼛... 손을 내민다.)
귀여운 쭈뼛...
아바에:oO(아닌데......)

(맞는데......)Oo

아무튼 잠시 후, 당신이 비감염자임을 확인한 군인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군인 : ...그래도 민간인이 오염구역에서 뭘 하고 있던 겁니까. 태워드릴테니 안전지대까지 같이 가십시다.

아바에:그게, 꼭 찾아야 하는 물건이 있어서...... (가방 꼭 끌어안다가...) 아, 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민간인 생존자 하나. 출발한다.”

군인의 무전과 함께 맨 뒷자리에 당신을 태운 트럭은 도시 몇 곳을 들린 후 도시를 떠납니다.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뻥 뜷린 도로와 황무지는 석양빛을 받아 온통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요.
트럭 안은 덜컹이는 바퀴소리와 화물칸의 좀비들이 이따끔 내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어느새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주위가 어두워지고,
트럭은 안전지대에 도착합니다.
군인들은 당신에게 사는 곳을 묻곤 적당한 곳에 내려주며 말합니다.

군인 : 다신 함부로 오염구역에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아바에:(끄덕끄덕) 주의... 하겠습니다. 오늘 일은 감사했어요.
당신의 인사를 듣고, 트럭은 이내 도시의 밤 속으로 사라집니다.
밤이 되어 쌀쌀해진 공기는 습하고 무겁습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 당신은 문득,
골목의 한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종이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가족을 찾고 있어요] [위와 같이 생긴 사람을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따위의 글씨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전단지.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얼굴과 반대로 절박함이 느껴지는 글씨가 적힌 종이들은,
어두운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밤바람에 쓸쓸히 팔락입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기가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당신들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훨씬 많다는 것을요.
...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이마에 톡, 하고 빗방울 하나가 떨어집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지만 몇걸음도 채 가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옷에 스며들었던 피가 빗물에 씻겨내려 갑니다.

아바에:그러고 보니 라디오에서 비가 온다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얼른 발걸음을 재촉에 뛰어간다.)
집으로 뛰어 들어가니 9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젖은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하면 오랜만에 멀리 이동한 탓인지 피로가 몰려와요.
침대에 누운 당신은 금세 잠에 듭니다.
...눈을 뜬 당신은 더럽고 헤진 옷을 입고, 낮설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거리에 서 있습니다.
손에 쥔 야구 배트에선 핏방울이 떨어지고, 당신의 발밑엔 좀비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
이곳은 당신이 생존하며 지나쳐 온 수많은 장소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당신 곁에 나기는 없네요.
이것이 과거이고 꿈 속이라면 나기 또한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
그를 찾기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또 다른 좀비 한 무리가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팔과 다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두릅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좀비들이 쓰러지고, 허공엔 살점과 핏방울이 흩날립니다.
.
.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을 공격하던 마지막 좀비가 무기에 맞아 천천히 쓰러질 때 당신은 깨닫습니다.
그 좀비가 바로 나기라는 것을요.
땅에 쓰러진 좀비, 아니 나기,
그는 당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희미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나기:아벨….
.
번쩍, 하고 꿈에서 깨어나면 방 안은 아직 어둡습니다.
쿵쿵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나면,
아직도 생생한 손끝의 감각에 양손이 떨려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그른 것 같아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여니 새벽의 습하고 짙푸른 공기가 방안에 가득찹니다.
...
차 한잔을 타온 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마치 그때처럼 서서히 동이 터옵니다.
태양이 지평선을 온전히 물들이고 따스하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서,
그 주홍빛에 문득 시야가 눈물로 흐려지던 순간에도.
솔직히 말해 자신이 없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한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나기가 가져다 준 평화를 기억하고,
그동안 사랑해왔던 당신을... 기억할거라고 약속했던 그 아침을.
긴 여정을 마치고 당신의 구원에 안녕을 고했던 그 순간을.
...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

그 말은 축복이자 저주처럼 남아 당신은 견딜 수 없이 괴로운 순간들에도,
끝끝내 살아가며 지금까지 생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겐 또다시 100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당신을 내게서 떠나보낼 100시간이 아닌,
당신이 내게 되돌아올 100시간.
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에 가슴 한쪽이 저려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
당신은 언젠가 손을 맞잡고 함께 바라보았던 아침해를 보며 다짐합니다.
설령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그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

.

[ 11월 17일 오전 8시 30분 ]
(To GM): 나기, 이성치 회복 +4
(To GM): 현재 나기의 이성=24
악몽으로 일찍 깬 탓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 밖을 나섭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산책이라도 할 겸,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으니 처음 보는 꽃가게와 베이커리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여기서 나기에게 줄 선물을 사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바에:(아직 시간도 있고... 꽃가게부터 들러보기로 한다.)
[-] : 「꽃가게」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꽃들과 식물이 보이네요.
살짝 습한 공기에는 꽃과 식물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아바에:안녕하세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 생각하며 찬찬히 꽃을 살펴본다. 어떤 꽃이 좋을까. 이왕이면 꽃말도 고려해서...)
(한참 둘러본 끝에 데이지를 가리킨다.) 저, 데이지를 몇 송이 담아주실 수 있을까요?
꽃가게 주인:네- 손님. 데이지 말씀이시죠? (아바에를 반기며 데이지 몇 송이를 예쁘게 다발로 포장해 건넨다.) 오늘 좋은 일이 있으신가봐요~

아바에:좋은 일... (예쁘게 포장된 꽃다발을 품에 안아, 향을 맡아보고는 미소짓는다.) 바람이지만요. 고맙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꽃가게를 나선 후, 바로 베이커리로 향한다.)
당신은 데이지 다발을 소중히 품에 안고, 베이커리로 들어옵니다.
[-] :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자 갓 구운 빵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 샌드위치, 케이크들이 보입니다.
조촐하게 카페도 겸하고 있는지 가게 안쪽엔 테이블과 의자들도 놓여있네요.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았다면 여기서 먹고 가도 괜찮겠어요.
아바에:oO(갓 구운 냄새...)
(기분 좋게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고 보니 나기가 빵 정도는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에 잠기다 가장 부드러워 보이는 카스테라를 고른다. ...제 것까지 두 개.)
(이만 캐셔로 총총...)

캐셔: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카스테라 두 개를 삑삑...) 3.44달러예요.

아바에:네에... (가방 속에서 꼼지락꼼지락 지갑을 꺼내어 4달러를 내민다.)
캐셔:네, 4달러 받았습니다. 여기... (빵 봉투에 담아주고, 남은 돈은 거슬러준다. 미국 돈 단위 어렵다... 대충 알아서 드렸다.)
아바에:고맙습니다. (한 손엔 꽃다발, 다른 손엔 빵 봉투와 제 가방을 들고... 이제 병동으로 가자.)
그를 위한 데이지 꽃다발과 카스테라, 그리고 나기의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까지.
양손은 무겁지만 나기를 만나 전해줄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설레며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
그런데, 병동으로 향하던 당신은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피켓과 판넬, 확성기 같은 것을 들고 있어요.
민첩 판정...!
아바에:
민첩
기준치:55/27/11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신은 병원 앞에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부딪힙니다.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바에:...휴, 하마터면 꽃다발이 망가질 뻔했네요. (무얼 하는 사람들이지? 곁눈으로 한 번 보고 지나친다.)
휴... 잘못하면 꽃다발이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 다행이에요.
...
곁눈질하면 그 사람들은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하게 꿈틀대는 악의가 형상화된 것 같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
나기가 설령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이전처럼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좀비였던 그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할까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병실의 문을 열면 그제처럼 방안의 침대에 앉아있는 나기가 보입니다.
병실 안의 TV에선 아까 그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네요.
[-] : [ —감염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중 하나인 아리마테아 병원 앞에서 오늘 아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 입법안 중 4단계의 환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시설 밖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설 조항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위대는 해산되었지만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은 탓에 연합정부는 다른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아바에:(작게 노크한 후 병실 안으로 들어와, 적당한 곳에 짐을 내려둔다. 틀어진 TV를 물끄럼 보다가 나기를 보며) ...몸은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리모콘을 찾아 TV의 전원을 끈다.)

나기:...... (꺼진 화면을 바라보다 곧 미소지으며 네 쪽을 돌아본다.) 응, 많이 좋아졌어요. 기억도 제법... 돌아온 것 같고요.

아바에:정말요? (그제야 얼굴에 화색이 돌아, 이리저리 네 몸을 살펴보다가) 다행이네요. 상처도 얼른 아물어야 할 텐데...
(침대 옆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어떤 기억이 떠올랐어요?
나기:그건 나보다 당신이 더 걱정이죠. ...괜찮아요? 그때.. 그러니까, 내가 당신 목을 졸라서. (걱정스러운 눈치로 목 부근을 살폈다.)
...... 기억은... 우리가 안전지대로 향하던 날들이요. 곁에 아바에, 당신이 있었고... 아마 나는,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이건 떠올리고 싶지 않은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좀비일 때의 기억도... 조금.
아바에:응? ...아, 목 말인가요. (한 손으로 어색하게 목 언저리를 문지르고는) 그럼요, 그렇게 세게 조른 것도 아니었고... 전혀 문제없었으니까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정말 괜찮다는 듯 손사래 치며 웃어 보였다.)
안전지대로 향할 때... (느릿하게 끄덕인다.) 맞아요. 저희 둘이 함께 있었죠. 그때는... 나기가 대체 무얼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었는지, 잠도 안 자면서... 조금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더... 나기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어지는 네 표정에 가만 침묵하다, 별안간 부스럭거리며 가져온 꽃다발을 내민다.)
...오는 길에 잠깐 꽃집을 들렀어요. 데이지라는 꽃이에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듯... 빤히 쳐다보며 반응을 살핀다.)

나기:......미안해요.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때 목을 조르고, 점점 너의 호흡이 멎어가던 감각이 아직까지 두손에 생생히 느껴질 정도니까. 억제대라도 채워진 양 뻣뻣한 자세로 잠시 머뭇거리다) 대신 내 목을 조를까요. 아니, 당신이 졸라도...

(빗나간 사과를 건넸다. 저 나름대로의 결론이었지만, 내민 꽃다발에 눈동자가 커진다.) 아. ...아. 나에게 주려고 사온 거예요?
고... 마워요. (어설프게 꽃다발을 받아들고 향을 맡는다.) 당신을 닮은 꽃이네요, 아바에.
아바에:(어떻게 대답해야 당신이 상처받지 않을까, 혹시나 이렇게 자책하고 있을까봐 걱정되기도 했는데. 억센 힘이 느껴졌던 그 손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곧 퍼뜩 고개를 들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누, 누구 목을 조른다고... (뻣뻣해진 자세를 보고는 어깨 조물조물...)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무엇보다 나기의 의지가 아니었잖아요. ...저는 괜찮아요. (단호하게 말하며 이내 꽃다발로 화제를 돌린다.) 으음... 가장 무난한 선물이 아닐까, 해서요.
(닮았나...? 그의 품에 안긴 데이지를 쳐다봄) 나기의 마음에 들었다면... 저도 좋아요. (입꼬리가 작게 호선을 그린다. 그러더니 제 가방을 무릎 위에 얹어두고, 그의 집에서 가져온 향수와 액자를 꺼내 침대 위에 늘어놓고는)
...혹시, 기억나요?
나기:...? (조물조물해서... 조금 긴장된 분위기가 풀렸다!)
내.. 의지는 아니었죠. 하지만 언제 또...... (그렇지만 단호한 네 모습에 얌전히 입을 다문다. 그저 품안의 꽃다발을 바라보며) 기억나요. 예전의 난 꽃에 관심이 없었지만 당신이 좋아해서, 언제부턴가 좋아지게 되었다는 걸. 기회만 있으면 당신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말하다 네가 이것저것 물건을 꺼내 늘어놓는 걸 보고 갸우뚱, 하나를 집어든다.) ...내 물건이에요?
아바에:(귀엽네요...... 조금 말랑해졌나? 만족스럽게 손을 떼고는)
그러니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말라는 거예요. (얌전한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나 고개를 돌렸다 돌아온다.) 나기가 제게 꽃을 선물해주었을 때도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꽃가게도 처음 가봤을 텐데, 여러 종류의 꽃을 두고 그 앞에서 고민했을 나기를 생각하면 왠지... (말을 흐리며 네가 집어든 물건을 바라본다.)
맞아요. 어제 나기의 집에 다녀왔었거든요. 아무도 없었... 지는 않고, 작은 고양이가 한 마리 있더라구요. 그곳에서 어떻게 혼자 지내왔을지... 두고 온 게 조금 마음에 걸리네요. (토비가 무사히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다 아차,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새버린 것을 눈치채고) 그래서...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나기의 물건 중에 몇 개를 가져왔어요. 나기의 기억이 돌아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이건 제가 나기에게 선물했던 향수. 이건... 나기와 제가 바다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나기:알았... 어요. (얼떨결에 동의하고, 네가 가져온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신기한 눈길로 보며 대화를 이어간다.) ...고양이요? 마음에 걸리면 같이 데리러 갈까요.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야 먼저 여기서 나가야겠지만...
...... 으음.. (이야기대로 향을 맡아보다 이번엔 사진을 한참 쳐다보고) 우리 사귄 건 아니죠?
아바에:그러면 좋겠네요. 아무래도 고양이 혼자 살아남기엔 좋은 환경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나기가 완전히 낫는 게 우선이니까. (저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눈빛이 되어 바라본다. 지금처럼만 회복되어도 바라는 게 없을 텐데.)
...... (액자 속 사진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네?
아, 아니... 그건 아니에요. (...아직은, 이라고 속으로나마 중얼거려본다.)
나기:...응. (자신이 기억하는 것도 그랬다. 굳이 이 관계에 이름을 붙이자면... 같은 과의 동급생.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이 정도.) 그렇지만... 생각보다 우리 추억이 많은 것 같아서요. 생일도 같이 보내고, 바다에도 놀러 가고...
아마 내가 당신을 정말 좋아하나봐요. 그래서 뭐든 함께하고 싶었나 봐.
아바에: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죠. 나기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 혼자였다면... 아마도 아주 재미없는 삶이었을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기와의 사진도 더 남겨둘걸, 그런 아쉬운 마음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 그래요? (언젠가 당신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인데, 분명 기뻐야 하는데... 어째선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더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 역시 무엇이든 나기와 함께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씁쓸한 생각에 괜히 밝게 웃어 보이며 네 손을 꼭 잡아 온다.) 저도... 정말 좋아해요, 나기를. 나기의 곁에 있으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을 만큼......

나기:알아요? 내가 기억하고 행복하다 느껴지는 순간들도, 전부 당신이 곁에 있어준 때라는 거.

나도 그래요. 당신이 정말 좋아서... 지금도. (아직 흐린 시야에 네 미소가 담겼지만 어쩐지 불안하게 느껴져 더욱 힘주어 손을 맞잡았다. 나는 그저 너와 미래를 약속하고 싶었고, 그 무엇보다 너의 행복을 바랐다. 그래서 나는 널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게 되려 널 아프게 할 것도 모르고.) 있잖아요. 나는 결국 마지막 순간, 당신을 슬프게 만들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번엔 제대로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요.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는 아닐지도 몰라요. 어쩌면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지도. 그래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
아바에:...... 슬프게 만들었다니요. 그런 거 아니래도... (그 어떤 결과에도 나기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걸, 나기가 아니었으면 이 땅은 메말라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모든 건 때가 있을 테니까. 지금은 잃어버렸던 나기와 저만의 시간을 온전히 갖고 싶고, 또 맞잡은 손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온기가 당신이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아 놓고 싶지 않았다.)
...예전의 나기든, 지금의 나기든 중요하지 않아요. 나기는 제게 평화를 가져다주었고, 저는 나기 덕분에...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나기가 돌아올 수 있게끔, 제가 당신을 살아가게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가... 같이, 노력해봐요.

나기:...... (당신이 너무도 소중해서 느껴지는 불안이, 어느 때엔 자신의 구원이기도 했다. 나는 네 덕분에 계속 살아갔고, 세계의 안전을 바랬고, 희생을 자처하고, 내가 없는 세계에 남겨질 너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더이상 기회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었지. 아무리 후회해도 우리의 여정은 마침표를 찍었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지금 자신이 어떤 존재이던간에, 너와 같이 살아가고 싶다고. 이건 내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라고.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응. (너의 눈물을 닦아주고, 끌어안고. 그때도 얼마나 네게 이러고 싶었던지.) 노력할게요. 이 삶이 헛되지 않도록.
그렇지만 소중한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는 걸까요.
삑, 삑, 삑—….
어느새 전자시계에서 100시간의 종료를 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겉보기에 나기는 특별한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지 않지만...
두 사람은 어떠한 결과라도 포기하지 않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얼마 후 병실로 들어온 레나 리센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시간이 되었네요. 잠시 나기 씨에게 몇 가지 검사를 할 테니 나가 계시겠어요?
아바에:...... (끄덕이며 나기에게 눈짓으로 인사하고는, 가방을 챙겨 병실 밖으로 나간다.)
나기:...... (나가는 네 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문앞에 선 나기가 당신을 빤히 보고,
이내 선명히,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나기:...아벨. 나, 당신이 보여요.
(다가와 네 두뺨을 감싸쥐고, 믿기지 않는 듯 밝은 갈색의 눈동자를 한참 응시했다.)
기억하던 그대로...... 아벨. 아바에.. 나 지금 너무 행복해요.
정말 노력할 수 있게 되어서, 당신과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어서요.
...
이 순간을 다신 잊지 못할 거예요.

가지 퇴원 절차를 밟은 후,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병원 밖을 나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밤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며 어둡게 그림자가 진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3년 6개월. 하고도 100시간을 넘어 그는 마침내 내게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가면 같이 저녁을 먹고, 잠에 들고,

언젠가 그의 몸이 온전히 회복되면 겨울 바다나... 고양이를 데리러갈 수도 있겠죠.

비록 예전같은 삶을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함께 걷는 길이 춥고 어둡더라도 맞잡은 손의 온기는,
당신에게 이제는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이만 돌아갈까요,
오늘 밤은 못다한 이야기를 하며 잠들도록 해요.
.
.
END 1. 네가 내게 되돌아온 100시간
.












「A 100 hours returning you back to me
[-] : 니알라토텝을 숭배하는 사교도 집단에 의해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불리는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졌고 인류의 70%가 감염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 후, 니알라토텝과 거래를 한 나기는 자신이 좀비로 변하는 것을 대가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기는 당신과 함께 안전지대로 향하며 노트에 그 공식을 적어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노트를 당신에게 넘기고 안전지대로 들여보내며, 자신은 좀비로 변해버립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이야기.
당신이 안전지대로 들어간 그 해의 크리스마스. 나기의 바람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만들어 졌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그가 계약한 니알라토텝이 그리 자비로운 신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분명 치료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니알라토텝은 바이러스로부터 완치되어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기 위한 두가지 조건을 걸어두었습니다.
첫째. 스스로가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할 것.
둘째. 타인에게서 좀비가 아닌 인간으로 인정받을 것.
[-] : 물론 이 사실은 어느 인간도 알 리가 없는, 니알라토텝의 유흥거리이자 인간들을 시험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과연 나기는 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후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 :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 즉 좀비들은 니알라토텝의 미약한 권능에 의해 산것도 죽은것도 아닌 상태입니다. 치료제를 투여받으면 조금씩 인간에 가까워지지만, 동시에 자신이 좀비일때의 기억 또한 돌아오게 됩니다. 좀비일 때 자신이 이성을 잃고 다른 인간들을 해친 기억은 큰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에 그에 따른 환각에 시달리게 됩니다.
좀비의 이성은 0이며 치료제를 투여받고 5일간 하루에 2+1d5의 이성이 돌아옵니다.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나기의 상태를 나타내는 독자적 이성 판단표를 사용합니다. 어느 정도의 이성 수치를 회복했을 때, 자신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는지는 나기의 성향과 세션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이성 30 이상 : 대부분의 기억이 돌아오며 환각, 환청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15-30 : 기억이 돌아왔지만 완전한 것이 아니며 때때로 자신이 좀비였을때의 기억과 환각에 시달립니다.
15 이하 : 여전히 기억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고 자주 자신이 좀비였을 때의 기억과 환각에 시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