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락
▼
KP l 락
나기 플 헤임 l 아바에 드 클루니
▼
불과 몇 해 전 과거.
찬란하게 빛나는 재력과 영광을 끌어안고 기강을 다지던 대저택은 이제 그 명성조차 희미합니다.
온기도,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 창백한 저택에 드나드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령저택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멸칭까지 얻게 되었으나 과장은 아니겠지요.
어느 날, 당신은 아무도 발걸음하지 않는 부식된 저택으로부터 부름을 받습니다.
과거의 제자였던 저택의 집주인, 나기에게서.
▼▼▼ Chat Log ▼▼▼
.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당신은 아침을 울리는 정갈한 노크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키자 손바닥 아래 붙어있던 낱장의 종이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잔업을 처리하다 그대로 책상 위에서 깜빡 잠든 모양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천천히 눈을 뜨고 멍하니 책상을 바라본다. 깜빡 잠들었었나... 잠이 묻어나는 얼굴 위로 마른 세수를 한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이네요. 마른 세수를 하며 정신을 차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누군가 문을 두드린 것 같은데, 느릿하게 일어나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네, 나가요...! 제법 낡은 감이 있는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멘 집배원이 이름을 묻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 네. 맞아요. (끄덕) 집배원: 여기, 앞으로 오신 편지 두 통입니다. 그럼 이만 좋은 아침되십시오. 수령인 확인을 끝마치기 무섭게 얼굴에 피로가 덕지덕지 붙은 집배원이 편지를 건네주고 돌아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피곤해 보이는 뒷모습에 대고 꾸벅 인사하고는 편지를 살핀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꾸벅 인사하는 중... 당신은 문 앞에 놓인 새 신문을 발견합니다. 편지를 먼저 확인하고, 신문을 읽어두는 것도 좋겠죠.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신문을 집어들고 차례로 편지를 살펴봅니다. 한 장은... 지금 가정교사로 재직중인 도련님 댁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나머지 한 장은…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네요. 두 장 모두 열지 않고 내용물을 유추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음...... (두 장의 편지를 번갈아보다, 현재 재직중인 곳의 편지를 열어본다.) 재직중인 도련님 댁에서 보내온 편지의 내용을 훑으면, 이건… 그러니까… 해고 통지
입니다. 갑작스럽네요. 두 어번을 다시 읽어도 소위 말하는, '당신이 잘렸다'는 내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언가 흠 잡힐 만한 짓을 했는지를 돌이켜 봐도 전혀 떠오르는 바가 없습니다. ...문득 어제부터 밤새 준비했던 수업자료가 떠오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은 그들의 특권인가요?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아바에, SANc 0/1. 아바에 드 클루니:......? (잘못 읽었나, 싶어 몇 번을 읽어도 해고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래서야 기껏 준비한 수업자료도 필요없게 되었고...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지는 듯하다.) SAN Roll기준치: | 65/32/13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아침부터 이런 소식. 정말이지 힘 빠지네요... 이성 -1 아바에 드 클루니: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겠네요... (힘 없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두 번째 편지를 마저 꺼내본다.) 하루 아침에 실직 당하고 벙벙한 어안이 돌아오기도 전 두 번째 우편물을 개봉하면, 그 내용이 어떤 저택의 가정교사 제의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형식적인 양식의 내용이 줄을 잇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보수는 지금 다니던, 아니. 전에 '다녔던' 곳에서 벌어들이던 수익의 다섯 배를 보장한다. 우편 봉투의 어느 곳을 살피더라도 보낸 사람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다섯 배...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꼼꼼이 읽어본다. 정말일까, 그렇지만 대체 어느 집에서?)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흠... 꼼꼼하게 살펴보니 편지 뒷면에도 내용이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확인하면 어딘가 익숙한 저택의 주소네요. 지능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 (가물가물...) 어쨌든 얼핏 보면, 이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저택의 주소 같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희뿌연 기억 너머에 먼지와 함께 덮여 있던 낯익은 사람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몇년 전 과거, 당신이 가르치던 어린 도련님이자 제자였던 아이의 이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집에서 쫓겨나온 이후로 시간이 꽤 많이 흘렀으니, 지금은 훌쩍 자라 있겠죠. 하지만 정말 이게 그 저택의 주소라면, 왜? 그곳은 이미… 답잖은 감상에 빠져 있노라니 문득 읽지 않은 신문이 눈에 밟힙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문득 떠오르는 이름. 그 집안에 가정교사가 필요한 아이가 있었던가, 양자라도 들인 걸까. 그렇지만 이미 한 번 쫓아난 자신에게 왜 이런 제안을 보낸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마구 떠다닌다.) (고개를 절레 흔들고는 편지를 내려놓고, 현관에서 가져온 신문을 마저 펼쳐본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언제나 그래왔듯 별 볼일 없는 스캔들이나 찌라시네요. 몇몇 흥미로워보이는 칼럼도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당신의 관심을 사로잡는 내용은 따로 있군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성이 자자했던 부잣댁이 집주인 내외의 사망과 동시에 한 순간에 몰락하여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을 얻게 되었다는- 벌써 몇 달째 이 일을 거론하며 물고 늘어지는 것인지… 이제 이 도시 사람치고 '유령저택의 몰락'에 관하여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도요. 하지만 그럴만도 하죠? 과거의 대재였던 부자의 몰락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주제니까요. 이렇듯 '그' 저택은 벌써 몇 달째 신문에 실리고 있는 화제의 주체입니다. 사실 더 관심을 둘 일도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요. 머리통을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다시금 떠올랐던 이름은 퍽 달갑지 않군요. 그에 대해서, 그리고 누명을 썼던 일을 떠올리면 당연히 좋은 감상이 들리 없겠죠. 유령저택이라는 소문도 있고 기억하는 한 이제 가정교사가 필요할 나잇대의 아이도 없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신문을 접는 당신, 자료조사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한숨을 푹 내쉬며 신문을 덮는다. 귀족들은 이런 가십거리가 질리지도 않는지, 오늘만 해도 벌써 일자리를 잃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입장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 (그나저나 그 저택에서 다시금 저를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남은 기억은 좋지 않은 것들뿐이지만, 그들이 부른 보수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신문 끄트머리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기사를 한 줄 발견합니다. '집주인의 사망 원인은 병세의 악화가 아닌 살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여….' 그외 읽을 만한 내용은 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래도 그곳에 더는 발 들이고 싶지는 않은데...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고민에 빠진다. 대체 무슨 속셈인지, 또 어떤 수모를 겪을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궁금한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 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그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라도 나누어야 속이 풀릴 것 같다.)
한참 고민에 빠진 당신은, 결국 그 주소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가서 또 어떤 일을 겪을지 몰라도 최소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화두에 오르내리는 주제는 역시나 그 저택의 집주인에 관한 내용이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어딜 가도 똑같구나, 속으로 생각한다.) 듣기기준치: | 55/27/11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게 오만방자해서는 싹싹 긁어 벌어들일 줄만 알고 베풀 줄은 몰랐으니 벌을 받은 거야.
아주머니: 듣기로는 그 집 부부내외가 그동안 악마와 내통을 해왔다던데? 아저씨: 그래, 이제... 그 집에 딱 하나 남은 아들까지 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한다지. 노인: 허 그 집 아들만 안됐구만. 어린 나이에… 아무튼, 그만큼 호사를 누리던 집안이 그렇게 망할 줄 알았나…. 저들끼리 숙덕이며 눈빛을 주고받던 사람들은, 당신을 보자 괜히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뜹니다. 좋은 기억이라곤 높은 수익 외에 찾을 수 없었던 저택이었지만, 그래도 그 애는… 그러니 신경이 쓰이는 것은 한때나마 스승이었던 치의 최소한의 인정이겠죠. 아바에 드 클루니:(다른 사람의 몰락에 대해 떠들어봐야 돌아오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하나 남은 아들이라는 말에 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저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전혀 관리되지 않아 녹이 슨 주물대문이 보입니다. 일반 가정집의 마당만한 크기 탓에 특유의 웅장함은 저버리지 않았으나- 희끗희끗 그을린 흔적이 낭자하여 지금은 그저 볼품없는 쇳덩이처럼 보일 뿐입니다. 비록 이런 꼴이지만 변함없는 장대함이, 과거에 이 저택이 얼마만큼의 부와 명예를 거느렸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대문은 잠금장치 하나 없이 헛헛하게 열려 있었습니다.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여전하면서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든다. 대문을 관리하는 사용인도 없나?)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주소도... 확실하네요.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 그 주소가 이곳이 맞았어요. 하여튼 저 멀리 쭉 뻗어있는 저택의 부지며 주물대문까지... 대강 살피기에도 이 주변에 경비나 사용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어쩐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망했다지만 이 큰 저택에 경비 하나 없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유령저택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법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저택을 관리하는 사용인은 남아있을 텐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열려있는 문을 밀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딘다.)
당신은 두리번거리다 저택의 대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섭니다. 부지 자체는 워낙 넓어 저택까지 한참을 걷겠네요.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알리듯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돌길 사이사이로 듬성듬성 잡초가 주를 이룬 수풀이 자라나 있고, 갈빛으로 죽어가는 잔디나 풀꽃들에는 생명력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레방아가 멈춘 호수는 바싹 마른 바닥을 드러낸 채 앙상하며, 나무들은 저마다 빛을 잃었습니다. 꼭 이 저택만이 외딴 세상에 홀로 뚝 떨어져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어쩐지 악마와 내통했다던 소문이 떠오른다. 하지만 설마...) 정신기준치: | 65/32/13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택에 들어온 이후로 근원을 알 수 없는 스산하고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SANc 0/1. 아바에 드 클루니:SAN Roll기준치: | 64/32/12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건조한 미풍을 타고 어디선가 상그러운 꽃향기가 훅, 끼쳐옵니다. 저택 근처에 심어진 유독 커다란 나무가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모든 것이 빛을 잃은 부지 가운데, 그 나무 홀로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며 자리합니다. 그의 방 창문에서 바로 위치한 자리에 심어져 있는 탓에, 가정교사로 일하며 수도 없이 봐왔던 나무니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식물학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오...! 이 꽃나무가 아카시아 나무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상념에 젖어 있기에 이 비대한 대저택의 외관은 위협적이며 불친절하기 짝이 없군요. 관리되지 않은 저택의 벽면에 버썩 마른 덩쿨이 똬리를 튼 모습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남아있는 게 이 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뿐이라는 건 조금 슬프지만... 이만 저택의 현관으로 향한다.) 좋아요. 당신은 이만 저택의 현관에 다가섭니다. 무방비하게 열려 있던 주물대문과는 달리 현관만큼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현관 주변에 달린 벨을 울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중년의 사용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녀장: ...도련님, 아니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던 선생님이시군요.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 안녕하세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열린 틈으로 내부를 흘끔 본다.) 네에... 실례하겠습니다. 이후 그의 안내를 받아 저택 입구의 바로 왼편에 위치한 응접실로 향합니다. 매끈하게 뻗은 복도를 따라 걷고 있자니, 애써 숨기지도 않았는데 기억의 기저 아래 숨어있던 과거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낍니다. 저택은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필요한 최소한의 손길이 닿았음을 알리듯 내부는 꽤 정갈하고 한산하네요. 텅 비어 어쩐지 서늘함이 강조되는 것도 같지만…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조용하네요. (익숙한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다.)
조용해요... 당신은 응접실로 가기 전까지 하녀장과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녀장:그럴만도 하지요. 이제 이 저택의 사용인은 저 혼자 뿐이니까요. 주인님 내외가 돌아가시고 난 뒤, 도련... 지금의 주인님이 모두 해고하셨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렇군요... (역시, 하는 생각이 스친다.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럼, 지금 이 저택에 살고 있는 분은... 또 누가 계신 거죠?
하녀장:주인님과 저 둘 뿐입니다. 도련님은 하나 뿐인 외자식이시죠, 선생님도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요. 아바에 드 클루니:...... 그렇다면 이 집에 가정교사를 들일 이유가 있나요? 도련님은 이미... 자라셨을 테니까요. (굳이, 싶은 생각이 들어 물었다.) 하녀장:(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세한 건 모릅니다. 다만 선생님은 주인님께서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하셨던 분이니, 아마 나름의 뜻이 있으시겠죠. 아바에 드 클루니:그런가요... (하기야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다, 이어지는 말에 멈칫한다.) 여러 번 언급하셨다니요? 하녀장:아마 선생님께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군요. 정 궁금하거든 직접 물어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하녀장은, 이내 발길을 멈추고 응접실 문을 엽니다. 뒤따라 들어선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탓에 쓸쓸한 느낌을 지우기 힘든 응접실. 그러나 과거의 명예를 알리듯 특유의 화려함만큼은 잃지 않았습니다. 하녀장:주인님을 모셔 올 동안, 이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은 나기를 기다리며 응접실 내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안에는 [벽난로, 티테이블, 소파, 창문]이 보이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하녀장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가만 응접실 안을 둘러본다. 창문부터...)
바깥이 이렇게나 밝은데도 어쩐지 햇빛이 창문을 투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멀리 청아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저택과는 영 어울리지 않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쓸쓸한 응접실 안으로 들려오는 새 소리는 제법 듣기 좋구나. 벽난로를 살핀다.) 벽난로를 살피면 안쪽으로 불을 때다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불씨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긴, 이 저택이 서늘하긴 하지만 난로를 땔 계절은 몇 달 전에 숨통을 달리했죠.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잿가루 사이에서 타다 만 양피지 조각을 하나 발견합니다. 다만 엉망으로 그을려있어,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유추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바에 드 클루니:(조심스럽게 빼낸 양피지의 내용은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호기심에 챙겨둠) 아바에 드 클루니:(굽혔던 몸을 일으키고, 하녀장과 도련님이 올 때까지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한다.) 당신이 이걸 장만하려면... 아예 집을 팔아 넘겨야 마련할 수나 있을까요?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 저택은 망했다던데. 지금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들에게 이런 소파 하나쯤이야 신경 쓸 거리도 아니겠거니, 적당한 자리에 앉아 티테이블에 관심을 둔다.) 잘 닦여있는 티테이블은 은은하고도 고아한 빛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엔 유리로 세공된 [티포트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조심히 찻잔을 들어 향을 맡는다. 어떤 차려나...) 꽃잎이 떠있는 찻주전자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고, 들어올린 찻잔에는 이미 절반정도 찻물이 담겨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식지 않았고요. 꽃으로 우려낸 차는 수색이 맑고 깊습니다. 아무래도 사용인이 미리 준비해 둔 것이겠죠. 조심스럽게 맡으면, 우러나는 향 또한 익숙한 단내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향긋한 내음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기 전에 한 모금 들이킨다.) 열기가 가시지 않은 차를 한 모금 넘기면 따듯해지는 느낌과 함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맑기만 하던 수색이 일순 탁해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착각이겠죠? 이 공간은 대낮임에도 딱히 밝은 편이 아니니. 그렇게 대강 주변을 둘러보고 자리에 앉아 차를 즐기고 있을 즈음. 응접실 너머 복도 저 끝에서부터 날카롭고 무거운 구두굽소리가 들려옵니다. 머잖아 응접실 안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과거 치기 어렸던 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당신의 제자이자, 도련님이었으며, 이제는 훌쩍 커버린... 모르는 동안 눈부신 세월을 거듭하며 성장한 그가 아바에, 당신의 앞에 서있습니다. 나기는 당신의 맞은편 소파에 앉기도 전 이렇게 말합니다. 나기 플 헤임:...오랜만이에요,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그런 그의 목소리는 기억보다 낮고 진중해져서, 조금은 이질적으로 들립니다. 목소리와 함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어째서일까요? 세월에 젖어들어 잘게 찢기고, 풍화되어 희미해졌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떠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 (찻잔을 내려두고 일어나,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이네요, 도련님. (보고 싶었다니, 그저 예의상 덧붙인 말일 텐데. 제 발로 찾아오긴 했으나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과거의 나기는 당신을 괴롭히며 모욕하고, 온갖 패악을 일삼았으니까요. 때때로 수치스러워도 참고 견뎠던 나날의 연속입니다. 결국 저택에서 누명을 쓰고 쫓겨난 그 최후까지. 나기 플 헤임:(가볍게 답하고, 자리에 앉아 예의바른 미소를 짓는다.) 와 주셨네요. 정말 오실거라는 기대는 안했는데. ...부른 이유야 뭐, 이미 확인하셨겠지만. 당신이 7년 전처럼 나의 가정교사로서 이 저택에 있기를 원해요.
보수는 적어보낸 것 이상을 보장하죠. 기간은 약 5일. 어때요?
아바에 드 클루니:(이제는 훌쩍 커버린, 어엿한 성인 같은 성숙한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가식 어린 미소는 어릴 적과 여전하면서도.) ...마냥 긍정적인 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지만요. 솔직히, 도련님이 무슨 심산으로 제게 이런 제의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가정교사가 필요하신 게 맞나요?
병에 걸려 오늘내일 한다는 사람치고 딱히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은 없습니다. 역시 뜬 소문이었던 걸까요? 뭐, 저 태연자약한 미소만 봐도 그런 것 같지만요. 나기 플 헤임:듣자하니 이전 직장에서 해고되었다면서요. 선생님, 그러니 가릴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굳이 선생님께 제의를 하는 건, 간단해요. 당신만큼 오래 내 곁을 지켰던 교사나 사용인이 없었으니까...
뭐, 생각이 나서 불렀다고 할까요. 무료하기도 하고.
아바에 드 클루니:그, 그건 어떻게...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물론 보수에 혹한 마음도 아예 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조금 우습게 느껴져 침묵한다.) (그야 당신의 패악을 이기지 못하고 다들 금방 그만뒀겠죠, 하고 차오르는 말을 눌러 삼킨다.) ...몸이 좋지 않으시다면서요.
정말 5일만으로... 충분하신가요?
나기 플 헤임:네. 이후엔 다른 사람이 오기로 했거든요. (그런 반응에도 제안을 수락할 것 같은 네 태도에 그저 만족스러운 낯으로 답한다.) ...아, 몸 말인가요? 큰 병은 아니에요. 얼마나 부풀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이라도 났나 봐요? 선생님도 아실 정도면.
아바에 드 클루니:그러시군요... (제멋대로인 면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생각하며 괜히 눈치보듯 눈만 데굴 굴린다. 괜찮은걸까, 단 5일이라면.) 모르고 계셨나요? 모두 이 저택에 대해서 떠들기 바빠요. 그 소문을 곧이 곧대로 믿진 않았지만... (역시나 멀쩡해 보이는 기색에 그러려니, 말을 흐린다.)
나기 플 헤임:필요도, 쓸모도 없는 관심이네요. (일축하고) ...그럼 결정된거죠? 짧은 기간이지만 제대로 가정교사 일을 해주시길. 기대하고 있어요, 선생님.
그보다. 다 큰 제자에게 뭘 더 가르치라는 걸까요? 그런 의문을 담아 바라보면, 그는 당신에게 몇가지를 제안합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어주고 차를 내오고, 또 하루에 한 번 자신이 부탁하는 요구를 들어주는... 고작 그 정도의 간단한 일을 바라고 있다고요. 딱히 가정교사와 상관없는 일도 섞인 기분이 들지만... 어쨌든간에 뭐라도 가르쳐주면 되지 않느냐는 식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저, 잠깐... (아직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도 않았는데, 단정짓는 그를 향해 작게 외친다. 더 고민할 것 없으려나... 싶으면서도.) ...전부 간단한 업무네요. 그걸로도 괜찮으시다면... (체념한 듯 끄덕인다.)
나기 플 헤임:좋아요. 그럼... (일어나려는 순간 기침을 한다. 제 입가를 막고 고개를 틀어) ~..선생님이 지내실 방으로 안내하죠. 따라오세요. 아바에 드 클루니:... (기침하는 소리에 물끄러미 보다가) 아... 네. (서둘러 뒤따라간다.) 나기는 테이블에 마련된 차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잠시 말을 흐리지만 얼마 후에 별 것 아니라는 태도로 나와 당신에게 방을 직접 안내합니다.
두 사람은 마치 조개껍질을 갈아넣어 만든 듯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저택을 걷습니다. 이동하며 나기는 당신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전달합니다. 나기 플 헤임:...참. 선생님이 일하는 5일간 이 저택의 어디든 돌아다니셔도 좋아요. 단 내 방과 2층 서쪽 끝 판자로 막아둔 방... 그 두곳을 제외하고요. (그럼 '어디든'이 아니지만.)
다른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하녀장을 부르세요. 그리고 또... 흐음, 나머진 천천히 설명하죠.
그의 목소리가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 위에 발을 딛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어디든...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이유가 있나요? 나기 플 헤임:이유라...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굳이 그런 걸 캐묻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바에 드 클루니:...... 실례했네요. (입을 가리고 시선을 돌리고는) 명심할게요. 나기 플 헤임:...... 그래야죠. (한참 고정되었던 시선을 돌리고 다시 계단을 오른다. 조용한 와중 가끔 기침소리가 들렸다.) 나기가 안내해준 방은 과거 당신이 사용하던 방이었습니다. 그 전에 쓰던 가구며 배치 되어 있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지만, 그간 꽤 잘 관리해 둔 모양인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당신은 문득 자신이 사용하던 방이 저택 내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볕이 가장 잘 들던 장소였음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당시 일개 가정교사 치고 대우 자체는 꽤 호화를 누렸던 것도 같습니다. 보수는 말 할 것도 없었지만, 방에 치장된 가구들은 하나같이 고급품이었고 식사는 진수성찬이라 일컫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니. 아바에 드 클루니: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게나 환하고 밝던 방은 이제 빛 한 점 제대로 들지 않아 음침하고 서늘하기만 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내 방은 바로 옆이에요. 용건이 생기면 노크해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때와 같은 방일 줄은 몰랐네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여 조금 놀란 눈치이다.) ...알겠어요. (들고 온 작은 가방을 의자 위에 올려둔다.)
나기 플 헤임:그럼 선생님, ... (말을 채 맺지 못하고 다시금 기침한다. 어딘가 창백한 낯으로 네게 까딱 인사하더니 방을 나갔다.) 안내를 마친 그가 퇴장하여 방문이 닫히면... 아바에 드 클루니:아... (할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저도 따라 인사하고는 닫힌 문을 바라본다.) 닫힌 문을 바라보고 채 못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면, 문득 머리를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나기의 목소리입니다. 떠올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채 비웃음이 터집니다. 어째서일까요? 제 앞에서 기침하던 모습이, 묘하게 창백하던 낯빛이.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일컫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왜 이다지도 가증스럽기만 할까요… 모르겠습니다. 종잡지 못할 스스로의 감정 상태에... 기묘함을 느낀 아바에, SANc 0/1. 아바에 드 클루니:SAN Roll기준치: | 64/32/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만난 제자의 모습이 반갑기는커녕 못마땅하기만 할 뿐이니. 하지만 오랜 시간 이 큰 저택에서 가족도 없이 홀로 견뎌왔을 테니, 조금은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은... 어쨌든 그도 사람이니까.)
(복잡한 생각들을 지워내고 방안을 둘러보기로 한다.)
복잡한 기분이겠죠. 당신은 애써 그 감정을 떨쳐내고 방안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조사할 수 있는 곳은 [침대, 창문, 커피테이블, 책상]정도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닷새간 잠을 청하게 될 침대부터 살펴본다.) 침대는 한 사람이 눕기엔 턱없이 크고 넓습니다. 일개 닷새짜리 교사로 고용된 자신에게는 꽤나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곳저곳 살펴보다 당신은, 침대 아래에서 낡고 빛바랜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반으로 두 번 접혀 있는 종이는 견뎌낸 시간을 알리듯 누렇게 떠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과거 당신의 '도련님'께 받았던 친필편지로군요. 그러고보니 그땐 이런 악의에 찬 쪽지를 참 많이도 받았는데 말이에요. 자신의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새삼 기분이 떨떠름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내용을 보자 작게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쪽지도 받았었지.) (다시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마저 책상을 살핀다.)
참고로 책상 또한 이 방을 갖춘 가구 대부분이 그러하듯 고급품입니다. 비싼 나무를 재료로 만들어진 만큼 마감 처리가 잘 되어 있네요. 그 위에는 아주 오래전 당신이 사용하던 만년필이며 수업 자료, 바싹 낡은 교과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꽂혀 있습니다. 출판된지 꽤 오래된 책들도 여러 권 보입니다.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버렸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 있네요. (이후로 이 방을 쓴 사람이 없었던 걸까. 제 옛 물건들을 살펴보며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추억에 잠기다 문득, 책상 한구석에 놓여 있는 리본 타이를 발견합니다. 10대 초의 어린 아가씨나 도련님들이 착용하고 다닐 법한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아무래도... 나기의 것이겠죠. 왜 이 방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바에 드 클루니:...? (도련님의 것일 텐데, 왜 여기에?) (이유는 모르겠으나... 챙겨두었다가 돌려드리기로 하고, 창문에 다가가 바깥을 본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날아든 습하고 비릿한 미풍이 나부낍니다. 다가가면, 바로 맞은편에 우뚝 솟아있는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를 보게 됩니다. 꽃이 엉기며 핀 가운데 무성한 잎사귀의 향이 코를 찌릅니다. 아주 달큰하네요. 아까부터 계속 영문모를 오한이 들고 있어, 아무래도 창문은 닫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예전에 비해서는 볕이 잘 들지 않는 방. 그래도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게 보기 좋았다. 으슬으슬한 기분이 들어 계속 열어두지는 못하겠지만.) (창문을 닫은 후, 커피 테이블을 살펴본다.)
창문을 닫고 커피 테이블을 보면, 먼지가 아주 얕게 쌓여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것들입니다. 그 위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만 달랑 두 장 놓여 있습니다. 달리 살필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렇게 방안을 둘러보고 난 당신은 하녀장에게 부탁해 이른 저녁을 해결합니다. 하릴없이 책을 읽는 등 시간을 보내면... 밤이 깊어지고 슬 잠에 들 시간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밤이 깊자 간편한 옷으로 환복하고, 침대에 몸을 뉘인다. ...내일부터 5일. 근심 가득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 어쩐지 근심 가득 복잡한 심경으로 누워 눈을 감습니다. 간신히 잠에 빠져들면.. 저택에 온 1일차가 종료됩니다. 똑똑. 간결하게 울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퍼뜩 눈을 뜹니다. 어제 아침에 겪었던 상황과 엇비슷한데, 아무렴 상관 없나요. 아침입니다, 아바에. 바깥에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 (긴장한 탓인지 눈이 퍼뜩 뜨인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는 몸을 일으켜, 얼른 문을 연다.) 네, 들어오세요. 하녀장:(마주하자 꾸벅 고개를 숙인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문 앞의 이는 아침을 알리러 온 저택의 유일한 사용인, 하녀장입니다. 아니... 이제 유일은 아니죠? 닷새 뿐인 자리이지만 당신도 이 저택의 고용인중 한 명이니까요.
안으로 들어온 하녀장은 방의 커튼을 활짝 열어 양 사이드로 가지런히 묶어 정돈한 뒤, 협탁 위에 오늘의 신문을 올려두고 갑니다. 또한 나가기 전, 나기가 서재에 있음을 일러줍니다. 늑장을 부릴 줄 알았는데 벌써 일어나 있다는 모양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고맙습니다. (협탁에 놓인 신문을 훑어본다. 그보다 벌써 일어나셨을 줄은 몰랐는데.)
신문은 발행된지 몇 시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최신 호입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언제나 그래왔듯 별 볼일 없는 스캔들이거나 찌라시지만요. 몇몇 흥미로워보이는 칼럼도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과연 이중 어떤 기사가 그의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으음... (도련님께 들려드릴 만한 기사가 있을지.) 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그중 몇년 전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시신이 도시 변두리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하나 발견합니다. 시신은 대부분 백골화 되거나 썩어 있었고, 그나마 부패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시신의 표정은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오싹한 내용이긴 하지만... 뭐, 나기의 흥밋거리는 될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시신 무더기라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내용이지만... 그에게는 귀족들의 가십거리보다 흥미로운 기사겠지. 우선 신문을 접어둔 후 옷을 갈아입고, 매무새를 정돈한 후 방을 나선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나기가 있다던 서재로 발걸음합니다. 굳게 닫힌 서재의 문에 노크를 하면 안에서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집니다. 머리가 아픈 걸까요? 나기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어제보다 피곤하고, 수척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좋은 아침입니다. 잠은 조금 주무셨는지... (유난히 어두워 보이는 낯빛에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나기 플 헤임:...아. (뒤늦게 시선을 네게 향하고) 좋은 아침이에요, 선생님. 오늘자 신문은 어땠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눈 밑이 어두운가, 말없이 가만 보다가) 아, 그러니까... (허둥지둥... 들고 온 신문을 펼쳐 아까 읽은 기사 내용을 요약하여 이야기한다.) 몇 년 전 실종됐던 사람들의 시신이 변두리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고 해요. 시신의 상태는... 대부분 부패했고, 그렇지 않은 시신의 표정은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고 하네요.
...... (흘끔)
나기 플 헤임:......... (한참이고 말이 없다가, 몇 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멍한 얼굴을 풀고 손을 내젓는다.) ...그런가요, 그럼 됐어요. 이제 나가봐요. 반응이 참... 아침부터 나사라도 하나 풀린 걸까요? 그의 낯빛이 전보다 더 창백해 보이는 건...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미적지근한 반응에 의아한 듯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문득 턱 아래 칼라를 옥죄고있는 타이가 조금 흐트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젠 저택 집주인 씩이나 되었는데, 타이정도는 바로 매어야지 않겠나요. ...라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나기의 타이에 손을 대어버린 직후입니다. 쿡쿡 따가운, 혹은 오묘한 나기의 시선이 날아와 박힘을 느낍니다. SANc 0/1. 아바에 드 클루니:(멍하니 타이를 만지던 손이,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일순 멈춘다. 제가 무얼 하고 있던 거지?) ...아. 죄, 죄송...... (바로 손을 떼고는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SAN Roll기준치: | 64/32/12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바에 드 클루니:............. (아니에요) 나기 플 헤임:...... (그대로 시선을 내려, 타이가 바로 매어진 걸 보고) ...아직 어린애 취급이에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니... 아닙니다. (빠르게 도리질친다.) 저도 모르게 그만......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나기 플 헤임:............. (불쾌한 건 아닌데) 아바에 드 클루니:............. (눈치) 나기 플 헤임:됐어요. 선생님이니까. (가벼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 조금 피곤하니 나가줄래요? 아바에 드 클루니:...... (괜히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꾸벅, 인사하고는) ...저, 그러고 보니... 제 방에 도련님의 타이가 있어서. (품에서 꺼내어 그의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나기 플 헤임:아. 어릴 때 쓰던 거네요. 이게 그... (타이를 보며 무심코 꺼내던 말이 멈추고 어쩐지 얌전해진다.) ..방에 있었나요. 깜빡 잊어버렸나 본데. 아바에 드 클루니:왜 그 방에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제 물건이 그대로 있는 걸 보아, 어릴 적에 둔 것을 그대로 치우지 않은 모양이네요. (어깨를 으쓱인다. 돌려드리길 잘했나, 하는 생각을 잠깐.) 나기 플 헤임:선생님이 쓰던 방이었으니까요.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죠. (같이 으쓱. 물끄럼 바라본다.) ...계속 있을 거예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렇지만... (쫓겨난 이후 그곳은 더이상 제 방이 아니지 않은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신차린다.) ...죄송해요. 나가볼게요. (정말로 인사를 드리고... 서재를 나온다.)
그에게 인사하고 서재를 나온 당신. 점심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이 저택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원하는 곳을 가볼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휴...... (긴장되어 조이고 있던 마음을 잠시 풀고, 바람이라도 쐴 겸 테라스로 향한다.) 바람도 쐴 겸 테라스에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저택 부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더 둘러보면 테라스 안쪽으로 작은 꽃나무나 [화분]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마다 상태가 딱히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택 탓이겠지요.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 (눈 비빔)
바닥이 꽤 미끄럽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는 편이 좋겠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하녀장에게 일러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탁 트인 전경을 둘러본다.) 초여름이 바짝 다가올 생명의 계절임에도 온통 갈빛으로 물든 잔디는 꼭 갈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매일 정원사가 노력해 가꾸어 두었던 정원은 이제 과거의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언제부터 이렇게 볕 하나 들지 않고, 초라한 저택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안쪽에 놓인 화분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을 화분의 꽃은, 폭삭 시들어 있습니다. …시든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잎사귀를 톡 건드려본다. 좀 더 일찍 저택에 오게 되었다면, 시들기 전 물을 줄 수 있었을까.) (테라스를 나와서는... 계단을 내려가 1층의 창고로.)
전부 시들어버린 곳을 지나와 창고로 향합니다. 문을 열자 오래 해묵은듯 퀴퀴한 먼지 냄새와 곰팡이 썩은내가 물씬 풍깁니다. 한걸음 내딛기만 해도 바닥에 카펫처럼 쌓여 있던 먼지가 날립니다. 구석에는 언제 밴 것인 지도 모를 마른 [장작더미]가 얼기설기 쌓여 있습니다. 온갖 잡동사니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선반]과 [공구상자]가 눈에 띕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악취에 코를 틀어막고는,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장작더미를 살핀다.) 장작으로 질좋은 땔감용 나무가 두서없이 쌓여 있습니다. 수분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거뭇한 나무조각 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금 깊은 곳에 있는 탓에 꺼내보기 위해서는 손을 안쪽 깊숙이 넣어야 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궁금한 마음에 슥 손을 넣어봐요) 아바에 드 클루니:행운기준치: | 50/25/10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
저런.................... 꺼내다 장작더미를 잘못 건드린 걸까요? 아슬아슬 쌓여 있던 나무조각들이 갈피를 잃고 속수무책으로 당신을 덮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앗- (미처 피하기도 전에 나무조각들을 그대로 맞아버린다. 아야...) 아야... 그래도 장작의 잔해 틈에서 반짝이는 걸 집을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머리 문질문질... 하면서 반짝이는 걸 집는다. 이게 뭘까요?) 행운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행이네요... 반짝이던 건 사실 검집이 분실된 서슬퍼런 단도
였으니까요. 스치기만 해도 살을 베어낼 듯 무척 날카로워 보이니 조심히 다루는 편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손잡이 부분에 아름다운 문양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좀 께름칙합니다... 날선 단면 이곳저곳에 검붉은 것이 눌러 붙어 있는 탓일까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당신은 단도에 말라붙은 검붉은 것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짐승의 피인지 사람의 피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SANc 1/1d3. 아바에 드 클루니:......? (손잡이 부분에 새겨진 문양을 유심히 보다가 핏자국을 발견한다. 어디에 사용한 건지...) SAN Roll기준치: | 65/32/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심히 보면, 말라붙은지 시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최근에 사용한 듯 보인다. 누가 어디에, 무슨 용도로 쓴 건지는 몰라도...) (불길한 기분이 드니, 단도를 내려두고 선반을 살펴본다.)
위에 새까만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검지 끝으로 문질러보면 선명하게 길이 납니다. 대부분 쓸모 없는 고물이나 잡동사니입니다. 나름 구분되어 있기는 한데… 관찰 판정!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중 당신은 [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발견합니다. 기억해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도요. 아바에 드 클루니:(쓸모가 있을지... 도 모르니 기억해두기로 하고, 공구상자도 열어본다.) 공구상자는 비교적 최근에도 사용한듯, 이곳에 존재하는 다른 물건들에 비해 먼지의 양이 적습니다.
자물쇠로 묶여 당장 열 수 없었지만, 이가 헐거워 잘하면 부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무리일 것 같은데... (그래도 시도는 해본다!) 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앗?
힘을 주어 이리저리 덜걱이니, 자물쇠가 맥없이 떨어져 나갑니다. 시시한걸... 상자 안에는 [원예용 마체테]와 망치, 날이 무딘 톱 따위의 공구가 놓여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이렇게 쉽게... (스스로도 놀랐는지 순간 멈칫하고는, 곧바로 상자 안을 살펴본다. 마체테...) 마체테 또한 사다리와 같이, 기억해두면 쓸일이 있을 듯 합니다. 가지고 다녀도 상관은 없지만... 아바에 드 클루니:(가지고 다니긴 위험하니까... 다시 상자 안에 고이 넣어둔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나, 창고를 나선 후 식당 쪽으로 총총...) 저택 구경도 식후경입니다. 당신은 창고에서 나와 식당으로 총총... 향합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일찍이 나온 나기가 이미 상석에 앉아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같이 값비싼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들 뿐입니다. 큼지막하고 두툼한 육질을 자랑하는 로스트 비프, 적당하게 구워진 매쉬 포테이토, 소시지와 각종 과일, 샐러드, 스튜, 디저트까지. 오직 두 사람의 자리에만 포크와 나이프가 가지런히 세팅되어 있습니다. 나기 플 헤임:...부르려 했는데 마침. 앉으세요, 선생님. 아바에 드 클루니:저를요? ...... (와 계신 줄도 모르고, 급히 비어 있는 자리에 급히 앉는다.) 나기 플 헤임:식사 시간이니까요. 바로 오신 걸 보면 많이 배고프셨나봐요? (옆의 하녀장에게 손가락을 까딱인다.) 급하게 자리에 앉으면 턱 아래로 붉은색의 식전 스튜가 들어옵니다. 무언가 향신료가 가미된 듯 향긋한 냄새가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깊은 향과 따듯한 온기가 입맛을 돋굽니다. 수저로 살짝 휘저으니 푹 익은 고기덩이가 걸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도련님과 같이 식사를 하는 줄은... 몰랐네요. (스튜를 휘젓다 한 스푼 떠, 후후 불고는 입안에 넣는다.) (맛이... 좋은가?)
(To GM): 아바에, 정신력 극단적 판정 [성공1/실패0] 0 스튜의 맛은... 100점 만점에 94점이네요! 아주 훌륭합니다. 뜨끈한 스튜가 식욕을 더욱 돋구어 주는 것 같아요. 아바에 드 클루니:(끄덕끄덕... 입맛에 맞는 듯, 조용히 한 스푼을 더 뜬다.) 나기 플 헤임:왜. 나랑 식사하는 건 싫어요? 혼자 먹는 것보단 낫잖아요. (자신도 스튜를 떠서 먹고, 다른 음식 또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제 앞 접시에 가져온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식기와 접시가 맞부딪히는 작달만한 소음이 귓가를 맴돕니다. 순간 스튜를 떠 먹던 손이 허공에 떨어집니다.
왜일까요. 너무나도 느닷없이 가슴 한 켠이 불편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뇨, 그럴 리가요. (어색하게 미소지어) 도련님이 불편하시지만 않다면...... (시선을 내려 눈앞에 놓인 요리를 바라본다. 제게는 과분한, 전부 고급스러운 음식들.) ............
나기 플 헤임:불편하지 않아요. 선생님은 다를지 몰라도. (그런 너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개의치 않고 식사를 계속한다.) ...누군가와 이렇게 식사하는 건 오랜만이니까. 창백한 안색, 수척한 모습, 갈라진 입술, 생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얼굴... 나기는 이 넓고 외로운 저택에 어째서 홀로 남게 된 걸까요. 그런 그가 왠지 모르게 신경쓰이는 것은... 어쩌면 동정
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러시겠네요. (그가 식사하는 모습을 마냥 쳐다보다가, 저도 식기를 마저 든다.) ...저도 괜찮아요,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생활하시게 된 건지... 여쭈어도 될까요.
나기 플 헤임:네? 그거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죠.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는다.) 그게 궁금해요? 아바에 드 클루니:(샐러드를 집던 포크를 내려놓고, 머뭇거리더니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그, 부모님은 어쩌시다가...... ...아, 혹시 이야기하기 힘들다면... 미안해요.
나기 플 헤임:아뇨, 그냥... 선생님이 그걸 궁금해하실 줄은 몰라서요. (쳐다보던 눈빛을 떨구곤, 묘하게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은 병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정말.. 갑작스러웠죠.
아바에 드 클루니:그래도... 한때 모셨던 분들이니까요. 잘 지내고 계시길 바랐는데, 병사하셨다니 유감이네요. 진심으로...... (그가 조금은 슬퍼하는 낯이라도 띠고 있을까, 위로라도 건네는 게 좋을까. 말끝을 흐리며 힐끔 쳐다본다.)
나기 플 헤임:글쎄요. 선생님을 쫓아냈던 분들인데도요? (다른 표정없이, 툭 그말을 던졌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두죠. 절반도 줄지 않은 테이블 위의 음식이 차게 식고, 나기는 이만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을 꺼냅니다. 나기 플 헤임:오늘은 내게 꽃을 가져왔으면 해요. 아카시아로, 가지째 꺾어서. 아바에 드 클루니:아카시아를... 가지째로요. (걱정이 앞서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까지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 나기 플 헤임:오늘내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바로 앞마당에 있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실례할게요, 선생님. 그다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아바에 드 클루니:...알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어두세요. (두 손을 꼭 모은 채,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다. 이내 저도 식기를 정리하고는)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꾸벅...)
마저 식사를 마치고 꾸벅, 인사하면 하녀장도 따라 고개를 숙입니다. ...이제 그가 말한 꽃가지를 가져오는 게 좋을까요.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저택 마당에 아카시아 꽃나무가 있음을 떠올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이 저택에 발을 들일 때부터 보았던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를 잊지 못한다. 마당으로 향합니다.) 당신이 마당으로 향하면 죽은 갈색 풀이 드넓게 깔린 광대한 부지 위- 아카시아 꽃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은은하게 코끝을 맴돌던 꽃냄새가 머리맡으로 무겁게 쏟아집니다. 얼마나 오래 해묵은 나무일까요? 어쩌면 이 저택이 건축되기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야 당신이 7년 전 이 저택에 처음 발걸음 했을때도 지금과 다를바 없는 위압적인 크기를 자랑하던 나무니까요. 꽃나무는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밑둥이 굵고 커다랍니다. 손을 대보면 사포를 피부 위로 문대듯 거칠기 짝이 없는 나무줄기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아무튼, 나기는 분명 가지째로 꺾어 가져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가장 끝부분의 잔가지를 꺾어가는 편이 좋겠죠. 하지만… 이럴 수가. 나무의 크기를 간과하고 있던 탓일까요? 당신의 키론 전혀 닿지 않습니다. 이래선 꽃은 커녕 잎사귀 하나 꺾어가지 못하겠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쏟아지는 진한 꽃향기에 취해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을 가만 감상했다. 스러져가는 이곳에 그나마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한...) (짧은 감상 후, 가지를 향해 발돋움하여 손을 뻗어보지만 예상대로 역부족이다. 그러고 보니 창고에 사다리가 있던 것을 기억해낸다.)
그렇네요. 마침 식사 전 보았던 창고에서 사다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 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원예용 마체테도 있었고. 도구를 이용하면... 되겠죠. 다시 창고로 돌아갑니다.) 창고로 가면, 각자 자리에서 [나무로 만든 사다리]와 [원예용 마체테]를 손쉽게 발견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제자리에 두었던 사다리와 마체테를 양손에 들고... 끙끙대며 마당까지 다시 끌고간다. ...무거워요.) 끙끙... 열심히 들고 마당까지 끌고 갑니다. 무겁겠죠, 역시.. 좋아요, 이제 시도 해볼까요. 가지를 잘라내기 위한 근력 판정을! 아바에 드 클루니:(한 발 한 발, 조심히 사다리를 오른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리는 것 같지만 적당한 굵기의 가지를 찾아... 싹둑!) 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
잘라내긴 했지만... 손끝을 조금 다칩니다. -HP1. 어렵네요.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사다리에서 내려온 당신.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다친 손끝을 감싸며 소리 없이 아파하다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가지를 잘라내긴 했으니... 수확은 있는 거죠.)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세히 보니 아카시아 꽃은 어제보다는 조금 시든 것 같기도 합니다. 가정교사니 뭐라도 가르쳐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던 나기의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역시 그냥 꽃가지를 가져다 주기보단 관련된 지식이라도 알려주는 편이 좋겠죠. 당신의 식물학 지식을 확인해 봅시다! 식물학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으음...... (그러니까, 아카시아 나무가...) 식물학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처참)
기억이 나지 않네요... 서재에라도 가보는 편이 좋을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역시 책이라도 읽어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사다리와 마체테는 다시 창고로 질질... 끌어다 놓고, 한 손에 꽃가지를 쥔 채 서재로 향한다.) 질질... 어쩐지 자신이 가정교사가 아닌 정원사로 취직한 기분도 듭니다. 겨우 제 자리에 가져다 놓고, 꽃가지를 쥔 채 서재로 향합니다. 가서 책장을 살피니 마침 식물학에 관련된 서적이 죽 나열되어 있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척척)
바로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두 가지 진실>이란 제목의 책을 발견합니다. ■: 아카시아 나무는 꽃, 잎, 열매, 나무 할 것 없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꽃과 잎은 바짝 말려 차를 내리거나 식재료로 곁들여 섭취할 수 있고, 뿌리와 열매는 약효로써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목재는 특유의 무늬가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고급 목재로 쓰이기도 한다. 아카시아 나무는 뿌리를 아주 깊이 내리는 식물이다. 그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주위의 식물을 죄다 고사시킬 정도라고 한다. 생명력이 끈질기며, 주변의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소까지 모조리 흡수해 버리는 탓에 그 근방의 꽃과 풀을 모두 죽인다.
아바에 드 클루니:(책을 꺼내, 꼼꼼이 내용을 읽어내린다. ...그러다 한 문장이 눈에 띈다. 마당에 아카시아 나무 밖에 남지 않은 건 이 때문일까.) (쓸만한 정보는 외워두고 이만 책을 덮는다.)
이만 책을 덮으니, 생각보다 제법 시간이 지난 모양입니다. 하긴 무거운 사다리와 마체테를 들고 마당과 창고를 오가기도 했으니까요. 서재에서 나오는 당신에게 하녀장이 다가와 저녁 시간임을 알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가지 꺾는 데에 이렇게 시간을 소비하다니... 하녀장에게는 알겠다고 답하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에 들어서면 테이블은 가득 차있으나 좌석은 텅 비어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 직전, 뒤늦게 온 나기가 당신 자리의 의자를 소리 없이 빼줍니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더욱 피로하고 얼핏 예민하게도 보입니다. 와중에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은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점심에도 전부 먹지 못했는데, 뭘 이리 많이 내오는 걸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 고맙습니다. (혼자 드시려나, 생각하는 순간 그가 빼준 의자에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앉는다. 점심때보다 과해 보이는 요리가 사치처럼 여겨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 했는데... 쉬고 오신 게 맞나요?
나기 플 헤임:이 저택에서 할 일이 또 있겠어요? (부러 과장스럽게 으쓱하고 네가 안아든 꽃가지를 바라본다.) ...내가 말한 꽃이네요. (말하다가 문득, 다친 손끝을 발견했다.) ............... 아바에 드 클루니:안색이 더 좋지 않아 보이셔서요. 잠은 충분히 주무시는지... (그의 시선이 제 손에 들린 꽃가지로 향하자 네게 내민다. 괜히 손을 오므리고는) 네, 마당에 있는... 아카시아의 나뭇가지를 조금 꺾어 왔습니다. 나기 플 헤임:...... (말없이 꽃가지를 받아들고, 지긋이 살피다가 곁에 서있는 하녀장에게 넘겨준다. 어딘가 초조해하는 듯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나가 조금 뒤 구급상자를 가져온다.) ...어디 봐요.
응급처치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기는 익숙한 솜씨로 다친 곳에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줍니다. ...그렇게 크게 다친 상처도 아닌데 말이에요. 아바에 드 클루니:저, 그... 그렇게 깊은 상처는 아니라서요. (괜찮은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릴 틈도 없이 구급상자를 들고 와서는 약을 발라주는 모습은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었다.) ...... (깔끔하게 치료된 손을 한번 내려다보고) 고맙... 습니다. 되려 도련님께 도움을 받아버렸네요.
나기 플 헤임:내가 시킨 일이니까. 괜한 소린 듣기 싫어서요. (치료를 마치고 나서야 제 자리에 앉았다.) ......그럼 식사하는 동안... 그래, 아카시아 나무에 대해 알려줄래요? 그런 거 잘 아시잖아요, 선생님. (예전에 식물화를 그리던 모습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아바에 드 클루니:어차피...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 않으신가요. (들릴 듯 말 듯 나직이 말하고는 제 앞의 애꿎은 접시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랬었죠. 그럼...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릴까요. (책을 찾아보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운을 뗀다.)
아카시아는, 꽃과 잎을 말려 식자재로 섭취할 수도 있고... 뿌리와 열매로 약을 만들어 쓰기도 하죠.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나뭇결을 갖고 있어 고급 목재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다만... 그 뿌리가 아주 깊고 다른 식물의 영양소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주위 식물을 고사시켜버린다는 단점이 있네요. 이건 안타까운 사실이죠. (어린 아이에게 동화라도 들려주듯 나긋한 목소리로 책에서 본 내용을 읊조린다. 간간이 그의 반응을 살피기도.)
당신이 서적에서 읽었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의중을 읽을 수 없는 시선, 두 눈. 메마른 눈길이 당신을 향하고 입을 엽니다. 나기 플 헤임:...안타까운가요. 하지만 선생님, 아카시아 나무는 베어낼수록 점점 더 성질이 사나워져 결국 가시덤불이 되고 말아요. 그러면 잎도 꽃도 쓸모없어지는 건 당연하거니와 목재로도 못 쓰고, 결국 일대의 숲까지 망치게 되죠. 아무리 쓰임새가 있다한들... 그정도의 단점이라면 훼방꾼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래서 알아봤어요. 아카시아 나무를 없애는 방법. ...의외로 간단하더라고요.
그냥 내버려두는 거예요. 그 나무는 성장은 빨라도 스스로 지탱하는 능력은 없어서, 한 50년쯤 지나면 비바람에 뿌리채 뽑혀 쓰러지거든요. 추하게.
......나는 저택 마당의 그 빌어먹을 나무가 하루 빨리 뿌리채 뽑혀 버렸으면 좋겠어요. (한숨처럼 뱉고는,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깨작인다.)
아바에 드 클루니:...... 그건 몰랐던 사실이네요. 베어낼수록 성질이 사나워진다라... (아무리 그래도 하루빨리 뽑혀버렸으면 좋겠다니... 괜한 심술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입에 넣은 음식물을 삼켜내고는) 하지만... 저 마당의 아카시아까지 죽어버린다면, 이 저택은 정말 메말라 보이는걸요. 저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못마땅하실까요? 단 한 그루뿐이잖아요. 주위에 피해를 줄 만한 식물도 더는 없을 테고... 혼자 살아남은 만큼, 이 저택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비록 다른 식물을 짓밟고 자란 나무지만요.
나기 플 헤임:...인과가 틀려요. 저 나무가 저택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저 나무가 존재하기에 저택이 메마른 거니까. (입맛이 영 없는지 음식에서 아예 손을 떼고 턱을 괸다.) 뭐.. 그렇다고 나무 하나에 책임을 묻겠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 스스로 해야할 영양소를 섭취했을 뿐이고. 하지만...
결국은 이게 옳다는 걸, 선생님도 알게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한 그는 벌써 저녁 식사를 마쳤는지 이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나기 플 헤임:......이야기, 즐거웠어요. 먼저 갈게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렇겠죠. (무어라 더 덧붙이지 않고, 들어가세요, 하고 고개를 숙였다 든다. 제대로 식사를 하기는 한 건지, 그의 태도가 영 마음에 걸려 저도 고깃덩이를 깨작거리다 만다.)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기까지 하면서 자랐으니, 마지막 한 그루만은 온전히 남아있길 바란다는 의미였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중요할까. 고개를 내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바에 드 클루니:듣기기준치: | 55/27/11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어디선가 작달만하게 목 안쪽을 긁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혼자 남은 식당, 음식이 빼곡이 깔린 융단같은 테이블이 당신에게 너무나도 크게만 느껴집니다. 이후 자신의 방에 돌아가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휑한 식당을 뒤로 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기로.) 돌아가서 일찍 잠들면, 저택에서의 2일차가 종료됩니다. 간밤새 폭풍우가 몰아치는 탓에 간헐적으로 잠을 설쳤습니다. 당신은 이른 시각, 어두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 도시의 낮은 이르게 열리지 않지만, 고용인의 하루란 빠르게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날씨가 영 마음에 안들지만 어쩌겠나요. 그래도 오늘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죠. 옷을 갈아입고, 대강의 채비를 하던 당신은 반쯤 열려있는 창문을 발견합니다. 간밤새 들이닥친 빗줄기 탓에 바닥이 흥건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이런. (다급하게 일어나 창문을 닫는다. 흥건해진 바닥을 보고는 닦을 것을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닫는 중에 열린 틈새로 들어와 있던 축축한 나무 잎사귀에 얼굴을 맞습니다. 아카시아 꽃나무 잎사귀네요. 그러고보면 비바람이 꽤 혹독한데... 문득 당신은, 어제의 저녁 자리에서 주고 받았던 대화를 떠올립니다. 오래된 나무니, 운이 나쁘면 정말 뿌리째 뽑혀 쓰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기껏 나갈 채비를 끝마쳤는데. 얼굴에 달라붙은 축축한 잎사귀를 떼어낸다.) 기껏 채비를 했는데... 얼굴이 축축해졌습니다. 아. 때마침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오네요. 하녀장일까요? 마침 그에게 닦을 것을 부탁하는게 좋겠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 네! (손으로 대강 물기를 닦아내고 얼른 문 쪽으로 다가간다.) 듣기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거센 비바람소리와 섞인 기침 소리를 듣습니다. 다가가 문을 열면, 건너편에 서있는 사람은 하녀장이 아닌 나기입니다. 어쩐지 묘하게 흐트러진 차림새의 그는 초췌한 낯을 하고 서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뜻밖의 인물에 눈을 크게 뜬다.) 저, 어쩐 일로...... 잠을 전혀 자지 못했는지 눈밑은 퀭하고 전체적으로 수척해보이는 기색입니다. 나기 플 헤임:......오늘 신문 내용이 궁금해서요. (자연스럽게 들어와 테이블에 위치한 의자에 앉는다.) 아바에 드 클루니:잠, 잠깐만요- 지금은 방이 엉망이라... (닦지 못한 빗물을 보고는 안절부절... 하다가 마지못해 방 안쪽으로 그를 들인다.) ...그게, 아직 오늘자 신문을 전달 받지 못해서요.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아직 받지 못한데다, 혹시나 싶어 하녀장을 찾아도 오늘은 배달부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기 플 헤임:그럼 뭐라도 좋아요, 기다리는 동안. (나갈 생각은 없는지 의자에 기대어 아예 눈을 감은 채로 답한다.) 고집을 꺾을 것 같진 않으니, 하는 수 없이 책이라도 읽어주고 내보내는 편이 좋겠습니다. 마침 당신은 책상에 몇 권의 책이 꽂혀있던 것을 떠올립니다. 자료조사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찾아볼게요.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적당한 책이 있던가...) 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중 하나인 < As You Like It, 뜻대로 하세요 >를 발견합니다.
< William Shakespeare, As You Like It >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They have their exits and their entrances, And one man in his time plays many parts, That ends this strange eventful history, Is second childishness and mere oblivion, Sans teeth, sans eyes, sans taste, sans everything. 그들은 생애에 주어진 무대 위에서 많은 배역을 맡는다. 한 번 더 맞이하게 되는 어렸던 시절과 모든 것의 망각. 이도, 눈도, 혀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망각. 읽어주던 당신은, 책장에 끼워진 작은 쪽지를 하나 봅니다. < Romeo and Juliet, 로미오와 줄리엣중 2막 2장 >의 내용입니다. < William Shakespeare, Romeo and Juliet (2:2) >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우리가 장미꽃을 그 어떤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여전히 아름답고 향기로울 텐데.
그렇게 그에게 책의 내용을 모두 읽어주고 나면, 비바람 소음의 포화 속에 가만히 숨을 죽이던 나기가 속삭이듯 말을 꺼냅니다. 나기 플 헤임:...그러고보니 7년 전, 선생님이 곧잘 내게 동화책을 읽어줬는데. 기억 나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모호하다고 보는 편이 맞겠죠. 7년 전의 일을 잘도 기억하고 있네요, 이 도련님은.
아바에 드 클루니:아마... 그랬었죠. (가물가물하지만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 무리도 아닌 일이니...) 좋아하는 동화가 있으셨던가요? 나기 플 헤임:아뇨. 그냥... 생각이 났어요. 그때도 마냥 어리진 않았는데, 하고 많은 책 중에서 동화책을 읽어줬으니까. ......덕분에 푹 자긴 했지만요. (부러 하품하고, 그제야 바닥을 발견한다.) ...? 여기 왜 이래요?
아바에 드 클루니:음...... 동화만큼 읽어드리기 좋은 이야기가 없죠. 읽는 이에게 교훈을 심어주기도 하니까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본다. 대충 비슷한 의도였으려나.) ...... 많이 지루하셨나 봐요. (하품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아차, 한다.) 간밤에 폭풍우가 몰아쳐서요. 그런데... 깜박하고 창문을 닫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제 실수죠.
나기 플 헤임:교훈이라. 그래서 많이 심어진 것 같아요? (자기 머리를 검지로 톡 톡 건드리고 젖은 바닥을 물끄러미 본다.) 창을 닫지 않았으면 소리가 심했을텐데... 잘도 주무셨네요. (고개를 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문 밖으로 나서며) 이건 하녀장을 불러 치우게 할게요. 원하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잘 들었어요, 선생님.
아바에 드 클루니:그건...... (솔직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지 않았나요. ...하고 떠오르는 말을 마음 속에서 지운다.) 글쎄요, 도련님이 더 잘 아시겠죠. (모호한 답을 내놓고는) ...안 그래도 잠을 설쳤지만요. 그러는 도련님도... (수척해 보이는 몰골을 걱정스레 바라보다, 결국 입을 연다.) 잠을 주무시지 못한 것 같은데, 돌아가 쉬세요.
나기 플 헤임:~그러려고요. 아무래도... 좀 더 자야겠어. (애매한 답에 조금은 웃음기어린 목소리지만, 영 기운없어 보인다.) 그가 나가고 조금 뒤 하녀장이 들어와 바닥을 청소합니다. 할일이 없네요. 저택이라도 마저 둘러보고 있을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어제 둘러보지 못한 곳...... 식재료 창고를 가보기로 한다.) 안은 제법 넓습니다. 저택의 크기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죠. 각 연도별로 구분해둔 값비싼 와인과 술부터 시작해, 최근에 구비한 모양인지 신선한 식재료들도 잔뜩 보입니다. 안을 기웃거리던 당신은 그중 눈에 띄는 선반 하나를 발견합니다.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선반 위에 놓인 조미료 병들 중 특이한 유리병 하나를 발견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음...... (유리병을 요리조리 살펴보다,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선반 위에 둔다.) (그 밖에도 볼만한 것은 없는지 서성서성...)
서성거리다보면, 마침 청소를 끝내고 점심을 준비하러 주방에 들어오는 하녀장과 마주칩니다. 하녀장:...아. 식사가 하고 싶으시다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선생님.
아바에 드 클루니:...! (몰래 훔쳐보다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라서는) 아, 아니에요. 그냥... 조금 둘러보고 싶어서. 그... 이렇게 넓은 저택을 혼자서 관리하시다니, 대단하세요. (어설픈 칭찬을 덧붙이며 웃어 보인다.)
하녀장:(칭찬에 고개를 더욱 숙이고) 과찬입니다. 이 저택을 전부 저 혼자 관리했다 자부하기엔, 제 손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이 많으니까요. 보통 주인님께서 주로 쓰시는 공간을 관리하는 정도이지요. (달그락거리며 음식 준비를 한다.) 아바에 드 클루니:어떻게 모든 곳을 완벽히 관리할 수 있겠어요. 도련님을 챙겨드리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일이 떠올라, 순간 아찔한 기분을 느낀다.)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그럼... (하녀장에게 인사를 한 뒤 그곳을 빠져나온다. 그리곤 바로 옆 식당으로...)
바로 옆 식당엔, 길게 [테이블]이 놓여 있고 전체적으로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홀로 사용하기엔 너무나도 커다란 [주방]도 바로 보이는 위치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이리 클 필요가 있을까... 테이블을 살핀다.) 단단하고 길쭉한 식사용 테이블은 질 좋은 나무로 가공되어 있습니다. 이 저택의 가구에 대해선 더 설명하기 입아플 정도로 양질의 것이군요. 일반 가정집에서 보기 드물 법한 사이즈라는 점을 제외하고 더 특별한 점은...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테이블 상석의 의자가 비뚜름하게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무래도 거슬리니 제대로 넣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튀어나온 의자를 테이블에 맞게 잘 넣어둡니다.) 의자 다리아래 길게 미끄러져 있는 검붉은 것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검붉은 무언가는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흩뿌려진 것 같기도 하고… 아바에 드 클루니:......? (쭈그리고 앉아 의자 다리쪽을 관찰한다. 검붉은색이라면 역시...) (하녀장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였나 싶어, 나중에 말해두기로 하고 식당을 빠져나온다.)
나중에 말해두기로 하고 당신은, 우선 식당을 빠져나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서재로 올라가본다.) 이곳에서 추가로 [책상]과 [책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도련님은 방에서 쉬고 계시려나... (종종 그가 앉아 있던 책상을 죽 훑어본다.) 책상엔 텅 빈 서류뭉치가 두서 없이 쌓여 있고, 만년필이 마구잡이로 굴러다닙니다. 정밀이지... 정돈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군요. 자료조사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정리해주고 싶지만 함부로 손대기도 그렇고.) 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바에 드 클루니:.................... (아니에요 그게) 그렇게 정리하다 낡고 삭은 종이의 무덤 사이에서, 노끈으로 묶인 [이질적인 서적] 한 권을 발견하게 되네요. ■: 위대한 숲 속의 검은 염소이시여, 부디 풍요와 번영을 누리게 하소서. 위대한 숲 속의 검은 염소이시여, 부디 부귀와 명예를 누리게 하소서.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나는 불씨와 같은 분노를 느꼈다네.
그것이 목을 축이는 순간 나는 짙은 수마와 같은 투기를 만끽했다네.
그것을 삼키는 순간 나는 환희와 같은 공포를 느꼈다네.
그것이 사지에 스며들어 육신을 장악하는 순간 마침내 나는,
내가 삼킨 것은 은총, 위대하신 그 분의 은총!
아바에 드 클루니:검은 염소...? (저도 모르게 손이 가... 읽어본 서적은 알 수 없는 내용투성이다. 조금 오싹한 것 같기도 해, 금세 정리해두곤 아무것도 못 본 척한다.)
(책장을... 둘러보기로.)
책장엔 온갖 낡고 빛바랜 서적이 빈틈 없이 꼼꼼하게 꽂혀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어째서)
특별하게 관심을 둘 법한 책은 보이지 않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괜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고 위안을 한다.) 나름 위안을 하며... 또 마침 점심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탐험은 이쯤하고 이만 식당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다 둘러보려면 정말 며칠은 걸리겠는걸요... (서재를 나와 문을 닫고, 식당으로 내려갑니다.) 서재를 나와 식당에 들어서면, 나기는 그보다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차림새는 그새 정돈했는지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됩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각종 진귀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요리가 상다리 위를 근사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휘황찬란하기 짝이 없지만... 어쩐지 입맛은 동하지 않는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 (조용히 포크를 집어들어, 으깬 감자를 제 접시에 소량 덜어낸다.) 나기 플 헤임:...... (따라 조용히 포크를 집어들어, 다과 따위를 집어 먹는다.) 아바에 드 클루니:............. (정적) (침묵을 깨고 한 마디 건넨다.) 그런 것 말고, 제대로 된 요리를 드셔야죠.
나기 플 헤임:............. (침묵) 선생님이야말로. 그것만 드실 거예요? (쬐그만 으깬 감자를 본다...)
아바에 드 클루니:저는...... (어쩐지 오늘따라 입맛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괜히 두툼한 고기와 야채까지 가져온다.) ...먹을 거예요.
정신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무슨 변덕인가요. 갑자기 강렬한 허기가 느껴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고기를 작은 크기로 잘라 보란 듯이 입에 넣고 열심히 꼭꼭 씹는다.) (To GM): 아바에, 정신력 어려움 판정 [성공1/실패0] 0 열심히 고기를 꼭꼭 씹어먹는 당신. 어쩐지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갑니다. ...이어서 느껴지는 건, 근원을 알 수 없는 증오의 감정.
숨가쁘게 맥이 치는 걸 느끼고, 손에 쥔 식기의 날카롭게 벼려진 냉기를 체감합니다. 어째서 지금 순간 이 저택에서 버려져 쫓겨나던 과거의 일이 떠오르는 걸까요. 우리가 이렇게 단란히 앉아 함께 식사를 할 사이였나요?
나기 플 헤임:...많이 드세요. (잘 먹는 걸 보고 잠시 생각하다 자신도 두툼한 고기를 잘라 가져온다. 냠..)
아바에 드 클루니:...도련님도요. (힘 주어 입안의 음식물을 씹고, 또 씹어 음미한다. 어디선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감정. 무엇 때문인지, 왜 하필 지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부정적인 감정임은 명백했다.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아 몸을 작게 들썩인다.) (잠시 식기를 내려놓고 마른 세수를 한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도록...)
나기 플 헤임:......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음식을 향해 뻗는 손 자체는 한없이 느리긴 했으나 나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다.) 아- 그렇지. 오늘도 어제와 같이 꽃을 한송이 가져오셨으면 해요. 종류는 헬리크라썸으로.
아바에 드 클루니:(멍하니 고기를 썰던 손을 멈추고) 헬리크라썸... 말씀이신가요. 나기 플 헤임:네. (손이 멈추자 그쪽을 바라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뇨.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요. (곰곰...) 그것도, 오늘 저녁까지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 나기 플 헤임:그렇죠, 부탁해요. (말을 마치고 다시 여유로운 식사를 이어간다.) 그동안과 달리 그는 식사가 끝나는 내내 당신과 함께합니다.
정작 당신이 느끼는 건 불편한 감정 뿐이었지만 말이에요.
나기는 당신에게 '헬리크라썸'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바깥은 여전히 세찬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이런 날씨엔 바깥에 가만히 서있더라도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해 넘어지고 말 겁니다. 그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함만 커져 갑니다. 아무튼 기라면 기는 것이 고용인의 미덕이니, 잔말 않고 꽃을 구해보도록 합시다. 아바에 드 클루니:이런 날씨에 꽃이라...... 교육기준치: | 75/37/15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헬리크라썸'이 생화일때와 말렸을 때를 구분치 않고 같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꽃임을 떠올립니다. 그 성질이 기이해 '종이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죠. 아바에 드 클루니: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래, 헬리크라썸이 괜히 종이꽃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게 아니죠. 날씨가 날씨이니만큼 생화를 구할 것 없이 종이로 꽃을 직접 만들어 준다면... 나기도 불평하지 않으시겠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꽃을 만들만한 종이를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직접 만드려면 종이가 필요한데. (제 방의 테이블에 놓여있던 백지... 그걸로도 가능할까?) 터벅터벅... 참고로 방에 놓여있던 백지는 두 장이므로 두번의 판정 시도가 가능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신중하게... 최대한 예쁘게...) 손놀림기준치: | 35/17/7 |
굴림: | 99 |
판정결과: | 대실패 |
(아)
생화도 아닌데 이런 엉망인 꽃을 헬리크라썸이라고 나기에게 건네준다면... 아바에 드 클루니:이런 걸 보여드릴 수는...... (진한 실패의 맛을 보고 좌절... 했다가 재도전한다. 반드시 예쁜 꽃을...) .................
손놀림기준치: | 35/17/7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그렇게 두 장의 백지가 종이 뭉치가 되어 사라집니다... 꾸깃... 종이가 부족하네요. 또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지능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종이를 구할 수 있을지 여쭤봐야 하나... (길게 한숨을 내뱉는다.) 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온갖 잡동사니가 많았으니... 어쩌면 종이같은 것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요.
아바에 드 클루니:(먼지가 폴폴 날리던 창고... 멀쩡한 종이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는데. 우선은 창고로 가보기로 한다.) 창고에 가서 선반을 꼼꼼하게 살피면 다행히 온갖 색의 종이를 여러 장 습득합니다. 군데군데 찢어진 종이도 섞여 있지만... 이거라면 실패해도 모자라지 않겠어요.
종이가 넉넉하므로 성공할 때까지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이번에야말로 초집중해서 꽃다운 꽃을 만들어보죠. 이리저리 접어봅니다.) 손놀림기준치: | 35/17/7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 제발... (이렇게까지 종이접기에 소질이 없진 않았던 것 같은데. 다시 네 번째 도전;) 손놀림기준치: | 35/17/7 |
굴림: | 37 |
판정결과: | 실패 |
이렇게까지 소질이 없었던 아바에. 다섯 번째 도전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낙담하긴 이르다. 다섯 번째 종이꽃을 접습니다.)
손놀림기준치: | 35/17/7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차라리 저 비바람을 뚫고 꽃을 구해오는 게 나을지도... 하는 생각을 한다.) 손놀림기준치: | 35/17/7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정말... 온갖 실패 끝에 간신히 그럴싸한 종이꽃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실제 헬리크라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잘 만들어졌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간의 실패는 이 한 송이를 위함이었을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잘 만들어진 종이꽃과 지옥에서 돌아온 것 같은 종이조각들도 챙긴다.) 휴... 정말 이 한 송이를 위함이었을까요. 당신은 제법 만족스러운 눈치로 종이꽃을 바라봅니다. 지옥에서 돌아온 종이쪼가리들도 주섬... 함께 챙겨 두고요. 어제를 떠올리면 분명 나기는 헬리크라썸에 대해서도 물어볼 것이 뻔하죠. 그러니 당신이 관련된 지식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볼까요, 식물학 판정! 식물학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47 |
판정결과: | 실패 |
모르겠네요... 역시 이럴 땐 서재에 가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씁쓸...... 얌전히 계단을 올라 서재로 갑니다.) 식물학과 관련된 여러 서적 중에 헬리크라썸을 찾는다면... 자료조사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내용 중 <헬리크라썸의 꽃말 두 가지>라는 대목을 발견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왠지 두 문구 모두 슬픈 느낌이 든다. 왜 이런 꽃말이 붙었을까...) (꽃말은 외워두고, 책을 제자리에 꽂아둔다.)
책을 꽂아두고, 서재를 나오면 마침 하녀장이 다가와 저녁 시간임을 알립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는 태도로요. 테이블 위에는 내리 그래왔듯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눈동자만 굴려 쳐다본 다음, 손바닥을 내민다.) 말했던 꽃은 구해왔어요? 날씨 탓에 나가기 힘들었을 텐데.
아바에 드 클루니:...네, 도련님. (품속의 종이꽃을, 별다른 설명없이 그 손 위에 얹는다.) 나기 플 헤임:.........? (대신 종이꽃이 손 위에 놓이자 의아한 표정으로 살펴보더니) 이건 뭐죠?
아바에 드 클루니:...... 말씀하신대로, 날씨가 궂은 탓에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뜸들이더니 헛기침을 하곤) 헬리크라썸은 생화나 말렸을 때나 그 모습이 그대로라고 하죠. 대신... 종이로 접어보았는데, 도련님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나기 플 헤임:흠. (날선 표정으로 바라보려다, 함께 들고있던 지옥에서 돌아온 것 같은 종이조각들을 본다.) ...그건 또 뭐예요, 화풀이? 아바에 드 클루니:(그런 표정을 가만 응시하다) ...아, 이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긴 부끄러운 것이라 황급히 뒤로 치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꽃을 접으려다가... 실패한 거라서.
나기 플 헤임:...손재주가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선생님. (결국 픽 웃고) 뭐.. 이걸로 만족하죠. 열심히 만드셨으니까. 대신 이번에도 알려줄거죠? 헬리크라썸에 대해서. 다른 건 없어요? (비어있는 유리잔에 종이꽃을 꽂아둔다.)
아바에 드 클루니:...... (방에 두고 왔어야 했는데. 종이조각을 쥔 손에 무심코 힘을 주고는 말을 잇는다.) 헬리크라썸의 꽃말은 두 가지가 있어요. '나를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내 안에 고여 있는 슬픔은 끊임이 없습니다.'...... 라고.
도련님은... 어울리는 꽃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헬리크라썸의 꽃말에 대해 일러준 당신,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나기 플 헤임:글쎄, 종이꽃치고 거창한 꽃말을 갖고 있네요. (다만 그렇게 답하고 음식을 입에 넣는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런가요. (어차피 그는 제게 시킬 일거리가 필요했을 뿐, 애초에 꽃에 대해선 관심도 없던 것 아닌가. 그러려니 생각하고 만다. 묵묵히 수프를 한 스푼 뜬다.) 그저 형식적인 일거리를 주었을 뿐, 별 의미는 없겠죠. 애초에 그가 꽃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고요.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묵묵히 식사를 합니다.
곧 저녁 시간이 끝나고 나기는 익숙하게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의자 등받이를 짚고 몸을 지탱해 일으키던... 어쩐지 고달파보이는 기침을 토해내고, 틀어막았던 손바닥을 떼어내면… 아바에 드 클루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 팔을 붙든다.) 도, 도련님. 괜찮으세요? 나기 플 헤임:......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피로 적셔진 손바닥을 말아쥔다.) ...괜..찮아요. 아무것도, 문제될 건 없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갑자기, 이게 무슨... (손수건이라도 꺼내어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대체...) 그렇지 않아보여요. 약이 필요하신 건가요? 아니면 의, 의사를...... (당황한 기색이 묻어나는 말과 행동이다.) 나기 플 헤임:내 말 안들려요? 괜찮다고 했잖아. (내민 손수건을 뿌리치고 고개를 틀어 표정을 감췄다.) ......됐어요, 알아서 할게요. 뾰족한 투로 거절한 나기는 이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뜹니다. 더 어쩌지도 못한 채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봅니다.
나는 왜 이렇게 그가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우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치미는 걸까요. 나는 왜 이렇게 그가 안쓰럽고, 신경 쓰이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얹힌 듯 무거워지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에 돌아올 답은 존재치 않습니다. 너무나도 넓은 식당에 당신만 홀로 남았습니다.
이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엉망진창이 된 식사 자리. 그곳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자신. 무언가 더 입에 넣을 기분이 아닌지라 식기를 치운다.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저는 그저 가정교사의 역할만 해내면 될 것을, 무엇이 그리 마음에 걸리고 눈에 밟히는지.) ...... (빈 유리잔에 꽂혀 있는, 제가 접었던 종이꽃을 챙겨들어 방으로 돌아간다.)
종이꽃을 들고,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애써 달래며 눈을 감으면... 그렇게 3일차가 종료됩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어 늘어진 이불이 무겁습니다. 빗줄기는 어제보다 유해졌지만... 그뿐입니다. 조금 이른 장마가 시작된 걸까요? 봄장마 소식은 들은 적 없는데. 그래도 일어나야죠, 오늘도 당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서는요. 아바에 드 클루니:(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이불을 걷어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흐린 하늘을 한번 보고는, 곧 신문을 가져다주려나... 의자에 가만 앉아있는다.) 의자에 가만 앉아 기다리면, 문득 창문 너머로 시선이 튑니다. 바깥은 아침인데도 꼭 밤하늘을 떼어온 양 탁하고 어둡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불투명한 어둠 사이로…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나온 밤 거센 비바람을 견뎌내던 잎사귀며 꽃잎은 형편없이 떨어져 나가 있으며, 잔가지는 부러지고 꺾여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뿌리도 반쯤 뽑혀 기우뚱 굽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통째로 뽑혀 쓰러질지도 모르겠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정말 도련님의 말대로 아카시아 나무가 뽑혀버리면 어떡하죠... 저렇게 큰 나무가 쓰러지면 피해도 클 텐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깥을 내다본다.) ...... (이내 시선을 거두고, 머리와 옷을 단장한 뒤 복도로 나가 하녀장을 찾는다.)
옷차림을 정돈하고 복도로 나오면, 즉시 하녀장과 마주칩니다. 방향으로 미루어보건대... 그는 나기의 방에서 막 나온 것 같습니다. 하녀장: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마침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하녀장을 살피면, 신문이나 그에 준하는 종이쪼가리를 가진 걸로 보이진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좋은 아침이네요. (꾸벅...) 혹시 오늘도... 신문이 배달되지 않은 건가요? 하녀장:신문이라면... 네, 그렇습니다. 어쩌면 새로 발행되지 않은 걸지도요. 이 도시는 바쁘고 부산스럽게 돌아가지만, 소음의 농도는 낮은 편이니까요.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신문이 띄엄띄엄 발행되기도 하지요. 아시다시피.
아바에 드 클루니: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곤란한걸, 작게 중얼거린다. 어제야 적당한 책을 골라 읽어드리긴 했으나... 고작 신문을 읽어드리는 것조차 해내지 못하니.) 알겠습니다. 하녀장:예. (꾸벅 인사하고) 그리고.. 주인님께서 오늘은 함께 점심을 하지 못한다 전하라 하셨습니다. 또한 오늘은 스카프를 구해달라고도 하셨죠. 귀하신 분께 선물하는 용으로 보내실 모양입니다. 그러니 고심해서 골라올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제 일이지만, 괜찮으시다면 외출하는 겸 로즈 거리 세 번째 블록 장신구 가게에서 맡겨두었던 '물건'을 함께 찾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그에게 주인님의 이름을 댄다면 알아서 전달해주실 겁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도련님께서... (어젯밤 마지막으로 보았던 나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묻고 싶은 말은 한가득이지만 주제 넘은 참견인 것 같아서.) ...스카프요? 그런 중요한 선물을 제가 골라도 될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가 제 안목을 믿는걸까... 자신은 없지만, 우선은 알았다고 대답한다.) 말씀하신 물건도... 찾아올게요.
그리고... 제 식사도 준비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옅게나마 웃어 보이고는, 다녀오겠다며 방으로 돌아가 나갈 채비를 한다.)
하녀장:......감사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럼. 나기의 말을 전달한 하녀장은 인사하고 바쁜 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갑니다. 하긴, 이 큰 저택을 거진 혼자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할일이 많겠죠. 방밖을 나서면 문득 나기의 방으로 시선이 기웁니다. ...각혈하던 나기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손에 묻어난 피는 그 어떤 것보다도 검고, 붉고, 진득하고, 뜨거워 보였습니다. 인간의 몸에서 '그런 색'이 토해질 수 있다니, 괴리감이 들 만큼요. 심하게 아픈 걸까요? 그가 오늘내일 한다던 소문이 재차 떠올려집니다. 어딘가 창백하고 예민해보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건 과장된 소문이 아니었던 걸까요. 잡념만이 길게 꼬리를 뭅니다. 바로 외출하거나, 저택 조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남은 곳은 [서쪽 방]과 [나기의 방]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다시금 2층 복도로 나서자, 옆방의 문이 눈에 들어온다. 주무시고 계실까, 다녀오기 전 인사라도 드리는 게 좋을까.) (한두 발짝 다가가, 똑똑... 느릿하게 나기의 방문을 노크해본다.)
다가가 나기의 방문을 노크하면... 반응 없이 조용합니다. 그래도 귀를 기울여보면,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네요. 아마 나기겠지만... 문고리를 돌려봐도 굳게 잠겨있고 열어줄 것 같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반응이 없어,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분명 계신 것 같은데...) (그 앞을 서성이며 고민하다, 가까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 들었어요. 제게 스카프를 맡기셨다고요. (머뭇거리더니 말을 마친다.) 다녀올 테니... 저녁 식사 때 봬요.
휴...... (대답이 들려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이만 물러난다. 문득 저 끝의 서쪽 방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제 방과 서쪽 방만큼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으니. 계단을 내려가 현관으로 향한다.)
이어 나기가 말한 스카프를 구입하고 물건을 찾기 위해 간만에 저택 바깥으로 외출합니다. 저택을 벗어나 잘 닦인 길을 걸어 내려가면 금세 번화가에 도착합니다. 늘 복작이던 도시의 거리에는 온통 안개가 끼어있고, 날씨 탓인지 유동객도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 물웅덩이가 고인 바닥을 밟자 찰박이는 소리만이 귓전을 때립니다. 들러야 할 곳은 <로즈 거리 세 번째 블록의 장신구 가게>입니다. 마침 나기가 부탁한 스카프도 그 가게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바깥으로 나오는 건 오랜만이네요-... (간만의 외출로, 아주 조금은 들뜬 얼굴을 하고 거리를 둘러본다. 장신구 가게는 어느 쪽이었더라...) 행운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날씨 탓일까요? 몇 번이고 오갔던 거리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방향을 종잡기 어렵습니다. 같은 거리를 또 한 번 걷고, 애둘러 돌아가고, 한 번 더 도착하고서야... 그런데 이 거리.. 처음에 도착했던 그곳 아닌가요? 같은 장소를 무려 세 번이나 헤맨 아바에, 너무나도 허탈합니다... SANc 0/1. SAN Roll기준치: | 62/31/12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뭐, 등잔 밑이 어둡다고들 하죠. (네 번 헤매지 않은 게 어디냐는 생각으로, 힘 있게 가게의 문을 연다.)
힘 있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맑은 종소리와 함께 푸근한 인상의 가게 주인이 다가옵니다. 주인:어서 오세요, 손님. 찾으시는 게 있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안녕하세요. (인사와 함께 미소 지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스카프를 찾고 있는데... 중요한 분께 드릴 선물이라서요. 괜찮은 물건이 있을까요? 주인:아~ 잘 찾아오셨어요. 스카프는 저희 가게가 제일이거든요! 탄성과 함께 주인은 가게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진열대로 안내합니다. 각종 브로치부터 귀걸이, 타이, 크라바트, 목걸이, 스카프, 손수건 할 것 없이 여러 값비싸보이는 장신구가 가득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주인은 모두 특별하게 수제로 제작되었다는 설명을 합니다. 여기서 당신이 고를 스카프는...! 과연 어떤 디자인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어머. (얼핏 보아도 값비싸 보이는 장신구에 눈이 휘둥그레 떠져,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자신이 만져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런 물건들. 과연 이 중에서 어떤 디자인을 고르는 게 좋을지...) ...... (그러고 보니 여성분께 선물하시는 걸까? 당최 아는 정보가 없으니... 끙, 앓는 소리를 내며 한참 동안 진열대만 바라보다 결국 가게 주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저, 제가 장신구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추천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주인:그러거라면... 요즘 이런 디자인이 유행이에요. (모던한 디자인의 실크스카프를 꺼낸다.) 또... 아. 이런 쪽도 귀부인들께 인기가 많죠. (이어 화려한 무늬나 레이스가 달린 스카프도 여럿 보여주고,) 아니면 아예 심플한 쪽도 좋겠네요.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으니까요. (베이직한 흰색. 민 무늬의 스카프도 따로 보여준다.) 아바에 드 클루니:네에...... (하나하나 열심히 둘러보지만, 설명을 들을수록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 느낌이다. 화려한 게 좋을까, 아니면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 너무 촌스럽지도, 과하게 세련되지도 않아야 한다. 재질도 부드러운 게 좋겠지.) ......... (고민 끝에 고풍스러운 무늬가 돋보이는, 어두운 계열의 스카프를 고른다.) 이, 이걸로... 부탁드려요.
주인:(고민이 끝나길 차분히 기다린다. 겨우 고른 스카프를 들여다보고) 어머나 안목이 좋으시네요! 그럼 잠시...
주인은 익숙하게 스카프를 가져가 포장한 뒤 당신에게 건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고맙습니다. (포장된 스카프를 받아들고는) ...아, 그리고... 이 가게에 맡긴 물건이 있나요? '나기 플 헤임'이라는 이름으로... (우물쭈물...) 주인:(우물쭈물한 모습을 바라보다, 뒤늦게 손뼉을 한번 짝 치고) 아아~ 그분이 맡기신 물건 말이지요?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더니 카운터 아래 마련된 유리관의 뚜껑을 연 뒤, 잘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하나 건넵니다. 고급스러운 벨벳지로 한 번 휘감은 손바닥 반만 한 상자를 실크 레이스 리본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주인:아주 비싼 것이니 조심히 들고 가주세요. (괜히 목소리를 낮춰 소근...) 아바에 드 클루니:...... 조심할게요. (비장한 표정으로 끄덕인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본이 조금 풀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제대로 다시 묶는 편이 좋겠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 (중요한 물건이라면서... 조금 허술하네요. 꼼꼼하게 다시 묶어 가방에 챙겨넣습니다.) 그럼... 오늘 감사했습니다. (인사를 하고서는 가게를 나선다.)
주인:네~ 좋은 하루 되세요, 손님! (기쁜 얼굴로 나오는 뒷모습에 대고 인사한다.) 당신은 급하게 뛰어가던 소년과 크게 몸을 부딪혀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건강기준치: | 55/27/11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소년은 사과도 하지 않고 빠르게 장소를 벗어납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우산, 물웅덩이에 흠뻑 젖은 옷과 머리칼에 절로 기분이 울적해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멀어지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덕분에 옷자락도 젖었고... 떨어트린 우산과 가방을 힘없이 주워든다.) 행운기준치: | 50/25/10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방금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물건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나기가 부탁했던 '물건'도, 함께 요구한 스카프도. 그 무엇도 당신의 수중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대패닉...) 아뇨, 이미 희뿌연 거리의 그 어느 곳에서도 소년의 흔적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저기, 잠깐... 기다려요...!! (재빨리 일어서 외쳐보지만 온데간데없는 흔적에... 조금 울적해진다. 고심해서 고른 스카프와 중요한 물건이...)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다행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을 발견합니다. 벨벳으로 곱게 포장된 손바닥 반만한 상자. 나기가 주문했다던 그 물건입니다. 포장이 온통 젖고 찢어져 엉망이지만 이거라도 찾게 되어 다행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오늘은 길도 헤매고, 물건도 잃어버리고... 여러모로 운수가 없으려나, 싶다. 그나마 나기가 맡겼다는 물건은 되찾았으니 다행이지, 정말......) 정말이지... 운이 없네요. 설상가상으로 시간도 꽤 지체되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포장이 엉망이 되어 속상한 마음으로... 작은 상자를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는, 미련이 남는지 방금 다녀온 장신구 가게를 쳐다본다. 같은 제품을 사기에는 무리일 것 같고...) ...... (근처에 꽃 가게라도 있는지 찾아볼게요...)
꽃 가게라도 찾아보면... 관찰 판정을 시도해 볼까요!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바로 근처 꽃 가게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잽싸게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꽃 가게 주인:...! (잽싸게 손님을 받는다.) 어서 오세요~ 원하는 꽃이 있으신가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 안녕... 하세요. (조금 축축한 꼴로 인사하며 안을 둘러본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혹시...... 수레국화도 있을까요? 한 두세 송이면 될 것 같아요.
꽃 가게 주인:네~ 물론이죠. (푸른 수레국화 두세 송이를 가져와 종이에 덧대고, 레이스 리본을 묶어 포장한다.) 밖에 비가 많이 오나봐요... 괜찮으세요? (축축한 아바에 봄...)
아바에 드 클루니:(포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젖은 머리칼을 매만지다가) ...... 네? 아... 아뇨, 지금은... (고개를 흔들어) 그게, 실수로 발을 헛디뎠거든요.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꽃 가게 주인:여기 있습니다~ (네게 포장된 꽃을 건넨다.) 실수로... 그래도 크게 다치신 게 아니라면 다행이네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이런 날에는 집안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편이 좋죠.
아바에 드 클루니:...고맙습니다. (건네받은 꽃을 품 안에 꼭 챙겼다. 덧붙인 한 마디가 코코아보다 더 따뜻하게 들린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수고하세요. (이만 가게를 나섭니다.) (...비록 부탁받은 스카프는 잃어버렸고, 대체할 물건도 구하지 못했지만... 이 꽃으로나마 마음이 누그러지셨으면.)
(저녁 시간에 늦을까,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당신은 그런 바람을 안고 서둘러 나기의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흐릿하던 하늘의 색이 점차 바래지고, 온 세상이 이른 어둠에 물들 때 저택에 도착합니다. 온 몸이 물에 젖고 짓이겨져 매우 더러워진 채입니다. 어서 몸을 씻고 싶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옷에는 미운 주름이 져있고, 소매는 구겨져 있으며, 머리칼은 부산스레 흐트러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찾는듯 저택을 활보하던 나기는 당신을 발견한 순간 걸음을 멈춥니다. 온 세상의 분노를 긁어 모아 틀에 박아넣은 듯, 성급하게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도련님? 나와계셨..... 심리학기준치: | 20/10/4 |
굴림: | 1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가 '무언가'에 의해 크게 불안해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무어라 더 말을 걸기도 전, 너른 보폭으로 가까이 서 두 어깨를 아프도록 꽉 잡아 쥡니다. 그 표정은 마치.. 배신감에 찬 것 같습니다. 나기 플 헤임:어딜 갔던 거죠. 또 당신은, 나를 버리고 떠나려고... ......하, 가능할 것 같아요? 누구 마음대로? 내 허락 없이 당신은 절대, 절대로 날 못 떠나.
당신은 그의 눈가에 고인 억센 광기를 읽습니다. 이성은 비바람에 뿌리채 뽑혀 나간 것만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아, 아파요. 도련님, 이것 좀...... (그렇지만 아까 다녀오겠다고 문 앞에서 말씀드렸는데. 못 들으셨던 걸까, 싶어 고개를 푹 숙인다.)
떠... 떠나다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디를......
나기 플 헤임:그래, 떠나겠지. 결국 나는...... 한참 같은 말을 반복하던 나기는 뒤늦게서야 깨달은 듯, 어깨를 잡은 손을 천천히 놓습니다.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저, 우선은 진정하시는 게...... (꽉 잡은 어깨가 욱신거려 팔을 붙잡으려는 순간, 서서히 통증이 덜해져 그를 올려다본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까.) 잠깐만요, 도련님...! (뒤에 대고 소리쳐) ......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나에 마주했던 그 복잡함의 형상을, 당신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잘 알고 있죠. 모든 것을 잃은 치의 절박함
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해진 공간, 그 가운데 황당한 얼굴로 서 있다. 그 표정은 뭐였지? 나기는 무엇 때문에...) (손에 들려있던 꽃다발도, 가방도, 모두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다. 자신도 지친 상태이긴 마찬가지니, 주섬주섬 주워들고는 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당신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꽃다발과 가방을 주워들고 방으로 돌아갑니다. 조금 뒤, 하녀장이 들어와 나기에게 전해주겠다며 꽃다발과 물건을 가져갑니다.
...피곤하네요. 적당히 씻고 갈아입고 나니 잠이 쏟아집니다. 영원히 지나지 않을 것만 같던 척척한 시간이 끈적하게 흐릅니다. 지천을 울리는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창을 두드리는 빗줄기는 맹렬하다 못해 사납기까지 합니다. 이대로는 하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착각도 잠시,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들어오는 편이 좋겠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 (흠칫, 천둥소리에 깨 몸을 바르작거리다 겨우 일으킨다. 왜 이렇게 목이 마른 거지.) (결국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층계를 내려간다. 저택은 춥고, 어둡고...... 타는 듯한 갈증에 무의식적으로 목을 긁었다.)
복도로 나오면, 죽 나열되어있는 창문 너머로 드러나는 하늘이 묘연하고도 광활하기만 합니다. 온 세상을 침식시킬 듯 빽빽하고 두터운 구름으로 휩싸여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듣기기준치: | 55/27/11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디선가, 희미하고도, 창백한… 신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방향을 살피니 나기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한다. 그의 방에서 들려오는, 어쩐지 조금 고통스러운 듯한...) (다시 계단을 올라 그의 방 앞에 선다. 들어가도 될까...)
그리고 당신은 재회했던 첫날, 그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말라 명령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정말 들어가도 되는 걸까요.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의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앓는 소리를 듣고서 모른 척 할 만큼… 잠깐 살피고 나오는 것 정도는 괜찮을까요. 역시 신경도 쓰이고요. 아바에 드 클루니:......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망설임도 잠시, 마음을 먹고 문고리를 잡아 돌린다.) ...도련님?
문고리를 돌리면 잠겨있지 않아 손쉽게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침대 위 눈을 감은 채 신음하고 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숨이 넘어갈 것처럼 간헐적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습니다.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식은땀에 흠뻑 젖은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들어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도... 도련님, 나기 도련님. (곧장 침대 맡으로 달려가 안색을 살핀다. 하녀장을 불러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푹 젖은 머리카락과 이마를 쓸어넘긴다.) 무슨 땀을 이렇게... 떨리는 손으로 머리카락과 이마를 쓸어넘기면, 그의 몸이 불덩이 같음을 깨닫습니다.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잠 때문도 아닌 것 같고요. 하지만 하녀장을 찾자니 저택은 넓고, 더 지체했다가는 그에게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요. 아바에 드 클루니: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나기는 병을 앓고 있다고 했지만, 당신은 한 번도 그가 약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이 방에 약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복용하는 것일지 모르죠. 과거엔 저마다 호화로운 가구로 채워져 있던 그의 방은 이제 너무도 황량하고 서늘합니다. 집주인의 침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촐하네요. 그저 최소한의 필요한 가구만이 공간을 넉넉히 채우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침대, 책상, 책장, 창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무슨 방이 이렇게 초라한지. 제 방은 예전과 그대로면서...) (침대부터 차근차근 찾아봅니다.)
차근차근... 그래도 침대는 한 사람이 쓰기에는 더없이 넓고 커다랗습니다. 그 위로, 식은땀에 흠뻑 젖은 나기가 누워 침잠음을 흘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 (검붉은 자국을 손가락으로 훑어내린다. 이건...) 손가락으로 훑어내리면, 비교적 최근에 생긴 듯한 새빨간 자욱이 손끝에 묻어납니다. 거칠게 얼룩진 자국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당신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깨닫습니다. 피입니다. 나기가 토해낸 피. SANc 1/1d3. SAN Roll기준치: | 62/31/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를 다시 보면... 칠흑 속에 파묻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걸까요? 입가며, 목덜미며, 옷깃이며, 가슴팍이 새빨간 선혈에 젖어 있습니다. 입술 안쪽에 고여 있던 핏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왜 이걸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요.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왜, 말하지 않고... (막 흘러내린 핏물을 제 소매로 훔쳐냈다. ...울상으로 그 모습을 내려보다가 책상 앞에 다가간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흐릿한 걸까요. 우선 그를 두고 책상 앞으로 갑니다. 책상에는 이곳저곳 애정이 담긴 손길이 가득 묻어 있습니다. 오래 사용한 감이 있지만, 그만큼 잘 관리가 되어 왔다는 뜻이겠지요. 만년필이며 묶인 종이, 책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순차적으로 정리 되어 있는 책의 틈바구니에서, 당신은 유달리 엉망으로 뒤섞인 종이뭉치 무더기를 발견합니다. 뭉치들은 저마다 제각각 섞여 있거나, 틈사이에 어거지로 쑤셔넣어져 있거나 합니다. 그리고 그중 비교적 오래되어 보이는 일기 한 권을 발견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뭐라도 적혀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일기장을 꺼내어 펼처본다.) 당신이 처음 이 저택에 가정교사로 부임했을 시기와 내용이 맞물립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내가 이런 식으로 굴어도 생글생글 웃으며 억지로 비위를 맞춰 주는 꼴을 보면.
오늘도 처음 보는 여자가 가정교사로 들어왔다. 전에 오던 사람이 일을 그만둔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전의 가정교사들은 목숨에 경중이 없다는 말을 곧잘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어떤 이들은 돈에 홀려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당분간 소리치는 건 그만둬야지. 방법이라면 차를 쏟는 걸로 충분하니까.
또 새로운 가정교사가 들어왔다. 아바에 드 클루니, 장미꽃의 이름이라고 한다.
어차피 그만둘테니 필요없지만. …그래도 이름 정도 기억하는 건 나쁘지 않을까.
책을 던졌더니 되려 수면에 좋다며 직접 동화책을 읽어줬다. ...시시한 내용이라 간만에 푹 자버렸어.
(직전에 작성한 일기로부터 꽤 오랜 날짜가 흘러있다.)
이해할 수 없다. 아바에는 일을 그만 두지 않는다.
차를 쏟아버리고, 구두를 내다 버리고, 냉정하게 굴며 패악을 부려도 이 집에서 나가지 않아. 이대로는...
메이드 둘이 종적을 감췄다. 분명 살해된 거겠지, 그 괴물에게.
그 날 밤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결국 그들의 운명이고 나완 상관없지만...
아바 (지운 흔적) ...선생님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다.
믿어줄까. 선생님이 내 말을.
이 저택에 있으면 당신은 죽어요. 내 부모에게, 그 괴물에게.
이 집에 왔던 수많은 다른 사용인처럼 당신도 그렇게 잡아먹혀 사라질 거라고.
제발요, 제발. 선생님. 여기서 나가요. 나를 가르치는 걸 포기하고...
...아니, 어쩌면 포기해야하는 건 내 쪽일까.
(며칠이 더 흘러있다.) 선생님을 저택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분명 바라던 일인데 만족스럽지 않아. 머리가 아픈 것도 같고.
심지어 목구멍이 꼭 틀어막히고, 숨 쉬기가 힘들어서...
이건 성장통인가요? ...선생님. 선생님..
복잡한 기분이다. 드디어 이 감정을 정의내렸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래서 나는 당신을, 그렇게...
의미 모를 일기를 모두 읽은 아바에. SANc 1/1d4.
아바에 드 클루니:............ (일기를 읽어내리던 시선은 마지막 장에 머물러,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SAN Roll기준치: | 61/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1
허무맹랑한 아이의 망상에서부터 비롯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마지막에 서린 절박함이 너무도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급히 일기장을 원래 꽂혀있던 자리에 쑤셔넣는다. 이런 진실을 알고 싶었던 건...) (마저 책장을 샅샅히 살핍니다.)
급히 일기장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책장을 살펴봅니다. 책장엔 온갖 낡고 빛바랜 서적이 빈틈 없이 꼼꼼히 꽂혀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자료조사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눈에 익는 책을 몇 권인가 발견합니다. 다른 서적보다 크기가 작고 얇은 책들이 주루룩 정리되어 있습니다. 꺼내서 살피면 각기 제목이 다른 동화책이나 동요집입니다. 분명 7년 전 당신이 정식 가정교사로 저택에 있을 적에 어렸던 나기에게 자주 읽어 주었던 것입니다. 이걸 왜 굳이 여태껏 보관해두고 있었던 걸까요. 무심코 책장을 넘기자, 틈에 꽂혀 있던 종이쪽지 한 장이 당신의 발치에 떨어집니다. 아이가 휘갈겨 쓴듯 필체는 삐뚤빼뚤.. 굉장한 악필이었지만요. 「 선생님, 죄송해요. 선생님, 잘못했어요. 미워하지 마세요. 날 떠나지 말아주세요. 」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마음 한구석이 저리는 것 같아, 더 살펴보지도 않고 접어버린다. 그 어렸던 도련님이 그간 어떻게 버텨왔을지 상상되지 않는다.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그보다 약은. (마지막으로 창문을 살핀다. 이런 데에 약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창문을 보면, 그 너머로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습하고 눅눅하고 차가운 봄비. 너무나도 이른 장마입니다. 결국 방 안에서 약을 찾진 못했으나, 눈치챈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그에겐 그 어떤 약도 통하지 않을지 모르리라는 확신 아닌 확신. 이 확신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하였으며 비롯되었습니까. 누워 있는 그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다시금 나기에게 다가가 머리맡에 쭈그려 앉는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아바에 드 클루니:(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싶은 심정이 된다...) 순간 힘없이 떨궈진 손에서 은색의 열쇠가 반짝이며 낙하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떨어진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확인하면... 아마도 이건 어딘가를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그래요. 나기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방이 또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엔 쓰임새 모를 열쇠가 하나 있고요.
아바에 드 클루니:...열쇠.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서쪽 방. 그곳에 무엇이 있길래 그리 당부해두었을까, 지금이 기회일까. 심장이 빠르게 박동하는 것을 느낀다.) (땀으로 범벅된 그의 얼굴을 한번 더 쓸어보고선,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문을 닫는다. 그리고 서쪽에 난 방으로... 향한다.)
그의 얼굴을 다시금 쓸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옵니다.
이동하면 서쪽 방은 입구가 얼기설기 못박힌 나무판자로 여러겹 덧대어져 못박혀 있습니다. 근력 판정, 혹은 도구를 사용하여 판자를 제거한 뒤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아바에 드 클루니:...... (다시 한번 힘줘봐도 되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숨을 크게 내쉬고는... 다시 한번!) 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됐... 다!!)
이 정도면 적당히 당신이 지나갈 공간이 생겼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스스로의 힘에 감탄할 시간도 없다. 엉성한 손길로 판자를 뜯어내고, 문고리에 열쇠를 꽂아 넣고 돌린다!) 아바에 대신 감탄하며... 열쇠로 잠긴 서쪽 방의 문을 엽니다. 어쩐지 숨을 죽인 채로 서쪽 방에 진입합니다. 내부는 아주 어둡습니다.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정체 모를 것들이 박살난 잔해로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음을 눈치챕니다. 창문이란 창문에는 모두 카펫같은 커튼이 너르게 둘러쳐져 있지만, 그마저도 이곳저곳 거칠게 뜯겨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틈새로 보이는 것은 빛을 온전히 차단한 나무판자입니다. 못으로 얼기설기 벽에 박아둔 모습이 괜히 섬찟합니다. 사방에서 습하고 역겨운 악취가 풍깁니다. 편두통을 일으킬 만큼 지독한 썩은내. 아바에 드 클루니:이 방은 대체...... (들어서자마자 습한 공기와 썩은내가 훅 끼쳐들어 미간을 찌푸린다.) 난장판이 된 [바닥]과 방 가운데의 [제단]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조심히 발을 내디디며 바닥을 살핀다.) 바닥에는 부서져 있거나, 거칠게 뜯겨 있거나, 내지는 박살난 가구의 잔해가 가득합니다. 드문드문 찢어진 옷감도 보이네요. 자세히 살피면... 그것들이 저마다 피나, 썩은 살덩이와 한데 엉겨 응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난리통의 한가운데 붉디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것을 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순간 멈칫하여 뒷걸음질치다 카펫을 자세히 살펴본다.) 카펫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검붉고 끈적한 흔적에 얼룩덜룩 점철되어 있는 모습은 역겹고 불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카펫 위를 천천히 딛고 선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채입니다. 확인하면, 살이 완전히 썩어나가 하얀 백골이 드러나 있는 인간의 뼈
입니다. 손가락, 팔, 다리, 늑골, 뼈. 전부 틀림없이 사람의 것이에요. SANc 1/1d3. 아바에 드 클루니:...... 왜 이런 걸...... SAN Roll기준치: | 59/29/11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바에는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이성 -1 아바에 드 클루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마저 살펴볼 것이 남아있다.) (제단에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다가가면 돌로 만들어졌는지, 나무로 만들어 졌는지, 짐승의 뼈로 만들어 졌는지- 그 어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기이한 형질의 제단이 놓여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말라 붙은 핏자국과 응고된 피웅덩이를 발견합니다. 관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제단 아래, 떨어진 문서 두어장을 발견합니다. 두 장 모두 죄다 타고 남은 조각인지라 정확한 내용은 읽을 수 없지만, 어떤 주술의 술식이 적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뒤늦게야 기저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저택의 음산함에 짓눌립니다. 나기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일련의 단어들이 머리속에 나열되지 못하고 줄줄이 떨어집니다. 이저택에있으면당신은죽어요내부모에게그괴물에게이집에왔던수많은다른사용인처럼당신도그렇게잡아먹혀사라질거라고제발요선생님여기서나가요나를가르치는걸포기하고─ 이 방에서 당장 빠져나가야만 할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본능이 살가죽을 타고 오릅니다. 그리고, 당신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듣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나기... 도련님.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나기는… 아픈 사람의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기도를 틀어막은 억센 손길에 핏기가 가십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아, 도련... (헉, 하고 모자란 숨을 들이켜며 마구 기침을 해댔다. 버둥거리는 손이 그의 손목을 붙잡는다.) 나기 플 헤임:...죽어. 당신들 때문이야. 당신들 때문에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나를 떠났어. 함께할 수 있었는데, 분명… 그럴 수 있었을텐데…...!
당신의 목을 조르며, 나기는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는 말을 두서없이 반복합니다. 그런 그의 행동은 마치... 눈앞의 상대를 착각하는 듯한. 아바에 드 클루니:...도련님, 아니... 윽. (간신히 목소리를 내어보지만 끝까지 나오지 않아 주먹을 쥔 손으로 퍽퍽, 내리쳐본다. 제발, 정신 좀 차려보세요. 점점 시야가 흐릿해진다.)
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산소가 결핍된 머리는 경종을 치고 시야는 끝끝내 저택의 암흑에 잡아먹힙니다. 그래요. 정신을 잃는다는 건 바로 이런 겁니다. 맺혀 있던 굵은 눈물 한방울이 뺨을 타고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온전히 눈을 감기 직전,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듣기기준치: | 55/27/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나기 플 헤임:......... ......원하지 않았어, 나도…. 온몸이 자근자근 밟히는 것만 같은 불규칙한 무게감. 전신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것만 같은 비정상적인 해방감. 급히 숨을 들이 마십니다. 불현듯 눈을 떠올립니다. 등허리 아래가 푹신한 것을 보면 분명 침대인 것 같은데, 당신의 침실은 아닙니다. 어질러진 시야를 간신히 맞붙여 살피면, 그 앞에 엎드린 채 잠들어있는 나기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만큼이나 자랐는데도 여전히 채 어른이 되지 못한 당신의 옛 제자. 잠시 바라보고 있자면, 당신은 문득 위화감을 느낍니다.
어째서 이렇게나 그가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우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밀었던 걸까요.
어째서 이렇게나 그가 안쓰럽고, 신경 쓰이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얹힌 듯 무거워졌던 걸까요. 생각해보면 이 저택에 들어선 순간부터 쭉 그랬습니다. 무언가 어긋나 있었죠. 마치, 자의가 아닌 타인의 악의로 하여금... 스스로의 감정이 송두리째 놀아나는 것만 같이. SANc 1/1d3.
아바에 드 클루니:...... (기절했던 건가?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에 눈을 떠, 목 부근을 더듬거리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제 다리쪽에 엎드려 잠든 나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제 목을 조르던 손아귀와 어둠 속에서 빛나던, 광기 어려있던 눈빛은 잊을 수 없지만, 이렇게 잠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SAN Roll기준치: | 58/29/11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3
얼마 되지 않아 잠들어 있던 나기도 눈을 뜹니다. 피로 적신 타이는 흐트러져 있고, 셔츠는 구겨져 있고, 머리칼은 엉망으로 부서져 있습니다. 한참 후에 고요를 가르고 나기가 깊이 잠긴 목소리를 냅니다. 나기 플 헤임:......많이 아파요? 선생님.
아바에 드 클루니:...... 아뇨. 그보다... 도련님은 괜찮은 건가요? 나기 플 헤임:내가...,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정작 자신을 탓하지 않는 네 태도에,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고 고통스럽게 신음한다.) 분명 선생님이 아니었는데. 내가 본 건.. ......저주받은 거예요, 전부. 내 스스로 부모를 죽였을 때부터.
아바에 드 클루니:...그런 것 같아 보였어요. (네가 고통스러워하자 몸을 숙여 등을 토닥인다. 자신은 정말 괜찮다고, 죄책감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 (듣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기 플 헤임:(닿은 손길에 긴장했는지 되려 몸을 굳힌다. 마치 고해라도 하듯이, 자신의 죄를 네게 이야기해왔다.) 오늘처럼... 폭풍우가 치던 날의 새벽이었어요. 그들이 저 방에서 괴물에게 산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치르는 걸 목격했고. ...희생양은 이 저택의 사용인들이었죠. 솔직히, 그렇게까지 구하려 하진 않았어요.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선생님 만큼은,
선생님은 죽지 않았으면 했어요. 죽게 둘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하하, 우습죠? 그런 짓들을 해놓고 이제와서 이런, 말을..
......이건 그 괴물의 저주예요. 그를 섬기던 부모를 내가 죽였으니까. 그래서 죽어가는 거예요. 저택도, 나 자신도.
아바에 드 클루니:우습긴요. 결국 용기를 낸 거잖아요. 그동안 도련님 혼자서, 얼마나...... (두려웠을지. 스스로 자책하는 그가 안쓰러워, 손을 뻗어 한쪽 뺨을 감싸 쥐었다. 생기 하나 없이 버석거리는 피부. 그대로 목을 타고 내려온 손길은 피로 얼룩진 타이에 머무르다 이내 그것을 풀어버린다. 구겨진 셔츠 자락도 잘 정돈해주었고. 어제 산 스카프라도 둘러주면 좋을걸, 하는 미련이 남는다.) ...그 저주라는 건,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나요?
나기 플 헤임:... (그저 네게 얌전히 저를 맡기고 눈을 감은 채 힘없이 속삭였다.) 아마, 없어요. 이 저택에 선생님을 부른 것도. 그냥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거든요. 줄곧 사랑해왔으니까, 당신을...
......제대로 된 제자는 아니지만.. 받아줄래요? 선생님.
말을 끝마친 나기는 당신에게 작은 '상자'를 꺼내 건넵니다.
벨벳 포장지로 잘 감싼, 리본이 묶여 있는, 당신이 장신구 가게에서 가져왔던 그 물건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제게... 주시는 거예요? (작은 상자와 나기를 번갈아본다.) 나기 플 헤임: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자신없는 표정..)
아바에 드 클루니:...제자가 주는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리 없잖아요. (그러니 궁금하다는 듯 눈빛으로 재촉한다.) 재촉하니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포장지를 벗겨내고 상자의 뚜껑을 엽니다. 상자 속에 들어 있던 것은... 브로치입니다. 단아한 금의 곡선으로 수놓인 가운데 선혈같은 붉은 루비가 장식되어 있는, 카네이션 브로치. 그리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당신에게 브로치를 달아주며 말을 잇습니다. 나기 플 헤임:한 번쯤... 표현해보고 싶었거든요. 선생님께 감사와 사랑하는 마음을. ...이제 선생님은 이 저택을 떠나겠죠. 그걸로 됐어요.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 (변명처럼 덧붙였다.) 소용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거짓이어도 좋으니까.
사랑한다는 말, 그 한마디가 듣고 싶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언제 이런 걸...... 도련님도 다 자라셨네요. (그리 말하며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번진다. 마음에 드는 듯 가슴께에 달린 붉은 브로치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다.) 고마워요. 어쩌죠, 저는 준비한 게 없는... (문득 하녀장에게 맡겼던 수레국화를 떠올린다. 잘 보관해두었으면 좋겠는데.)
...... 왜 제가 떠날 거라고 생각해요?
나기 플 헤임:그... (물음에 눈을 크게 뜨고 말끝을 흐렸다.) 야.. 이곳은 저주에 걸려 있으니까. 선생님도 처음엔 일하고 싶어하지 않으셨고. 그리고... 위험하잖아요, 솔직히. (시선이 잠깐 네 목 부근을 향하고 이내 떨어진다.) 선생님이, 당연히 날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바에 드 클루니:...맞아요. 그때는 도련님이 왜 그렇게까지 저를 미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라요. (조금 심통부리듯 말하고는)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를 때의 이야기인걸요. 저는... 나기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껏 힘들었잖아요. 더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불안해할 일도 없고, 사람의 온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조금 늦었을지라도, 짧은 순간이더라도. (그러면서 양손을 네 손 위에 포개어 쥔다.)
나기 플 헤임:...선생님. (포개어진 손을 조용히 응시하다, 고개를 숙여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나의, 제 행복을 바라는 건 아마 당신 뿐일 거예요.
그리고 저는.. (사라지는 감촉. 소리없는 눈물이 대신 그 위를 적셔 흘렀다.) 그런 당신에게, 한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짧은 순간이라도 좋아요. 사랑해 주세요. 그걸로 충분해요, 마지막을 선생님과 함께하는 걸로.
아바에 드 클루니:...... (손등 위로 낯선 감촉이 닿자 몸을 살짝 떨었다. 네 행동을 가만 지켜보고는) 그런 일들을 겪었기에, 나기의 행복을 바랄 수밖에요. (조용히 시선을 낮춰 눈을 마주하고,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쓸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너를 꼭 껴안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어리광이 많으셨나요.)
나기가 바라는 만큼, 나기가 질릴 때까지 곁에 있어줄게요. ...그래, 마지막까지 혼자인 건 너무... 외롭고, 슬프잖아요. (고개를 기울여 그대로 네게 기댄다.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기회가 된다면, 또 동화를 읽어 드릴게요. 아니, 이제는 나이에 맞지 않으려나요? 지루해서 잠들어버리실지도 모르겠네요. (실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작게나마 웃음을 터트린다.)
...... 사랑해요, 나기. (파묻은 머리칼에 입술을 맞닿았다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꺼낸 건 그가 그토록 원하던 사랑의 말. 쳐다보아서는 안 될 담벼락 너머의 세계가 있고, 정결하지 않은 발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잖아요.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길을 돌아왔습니다. 거미줄처럼 이어져 갈라지고 터진 틈은 깊이 신음하며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돌아온 길의 반대편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고 해도, 이제와서… 그건 그를 동정하여 묻어난 거짓인가요, 아니면 스스로의 입술로 일구어낸 진실인가요. 거센 빗줄기 너머로 흐릿한 새벽을 가르고 여명의 동이 터오르는 것을 봅니다. 정신이 흐립니다. 내내 침잠되어있던 의식이 무저갱 아래로 침몰하는 것을 느낍니다. 아, 이 저택에 너무도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니, 거짓일지언정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기 위해?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된 걸까요. 그저 나기는 당신에게 안겨 품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서로 기대어 있는 채 당신의 손을 살며시 맞잡고, 나기 플 헤임:... 사랑해요, 선생님. 사랑해요. 그러니 제발, 마지막까지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온전한 동이 트지 않은, 지독하리만치 습하고 어두우며 늪보다 질퍽한 새벽.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되, END1. 상처받은 죄인을 아량으로 구원하라.
▼
< 사건의 진상 >
■: 이것은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가문이 저마다 몰락과 번영을 이룩하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겐 메마른 불황의 시대이자 누군가에겐 부흥의 시대였던 무대 위, 한 치 흔들림 없이 나날이 기강을 다져가며 찬란한 부귀를 누리던 부잣댁 가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찌나 그 명성이 자자한지, 이 일대에서 그 가문의 주물대문과 저택을 모르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택의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남들보다 호화로운 환경, 몇 해 잘 버티면 한 몫 두둑이 잡아 이 근방의 땅을 사들일 수 있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보수에도 이 저택의 사용인은 주기적으로, 빠르게 바뀌어 나갑니다. 당신이 주인 부부의 딱 하나 난 외자식, 나기의 새로운 가정교사로 취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저택의 높은 사직률 탓이었겠죠. 어찌나 그 도련님의 성정이 잔인한지 괴롭힘이 나날이 늘어가는 탓에 사용인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라는 소문에도, 당신은 그 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근근이 나도는 소문은 그러했지만, 사실 저택의 사용인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대저택의 주인 내외가 슈브 니구라스의 광신도였던 탓입니다. 집주인은 주기적으로 저택의 고용인들을 슈브 니구라스의 제물로 바쳐왔고, 그 대가로 끊임없는 가문의 번영과 부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 이 저택에 발을 들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죽어. 폭풍우가 치고, 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새벽중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몰래 목도하게 된 어린 도련님은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그 날 후로 저택의 사용인에게 패악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걸로 이 저택에서 나간다면 살아남을 운명. 아니라면 그들이 제물로 바쳐져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과 상관없이 저택을 방문하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야 그렇잖아요. 집주인이 내건 보수가 너무나도 파격적이고 달콤했으니까요. 물론 나기는 가정교사로 찾아온 아바에에게도 똑같이 굽니다. 숙제를 하지 않거나 일부러 차를 엎지르는 짓은 예삿 일이었거니와, 당신을 모욕하고 어떤 때에는 손찌검까지 감행합니다. 유독 그 어떤 사용인에게보다 더, 심하게요. 이유는, 글쎄요. 따로 없었습니다. 그저 어린 마음에 당신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던 것 외에는요.
하지만 이 저택은 어떤가요? 어서 이곳에서 쫓아내지 않는다면 당신은 꼼짝없이 제물이 되어 목숨을 달리할 것이었습니다. 어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정성들여 패악을 부리고, 그런 자신을 견디지 못한 당신이 달아나길 바라는 것뿐. 결국 당신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저택 바깥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이 저택에는, 부정한 제물은 제물이 될 수 없다는 이상한 신념이 있었거든요.
■: 시간이 흘러흘러, 성인이 된 나기는 언제나 있어왔던 제물 의식이 이루어지는 날 밤, 미치광이 사교도인 아버지를 제 손으로 찔러 죽이고 집주인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자신에게 꾸준히 제물을 바치던 우수한 신자를 죽였으니, 슈브 니구라스가 그에게 분노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슈브 니구라스는 나기를 제외한 저택의 모든 사람을 죽이고 저택에 저주를 겁니다. 점차 생명력이 꺼져가는 창백한 저택의 마당에는 더이상 꽃이 피지 않고, 물이 흐르지 않으며, 한여름에도 빛 없는 서늘함만이 지속되었습니다. 나기 또한 생명력을 빼앗겨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귀족 가문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그 시점부터입니다. 그는 스스로가 죽어감을 체감하며, 수소문 끝에 소식이 끊겼던 아바에를 저택의 고용인으로 불러들입니다. 아무리 증오스러워도 죽어가는 과거의 제자가 어마어마한 보수를 내걸고 자신을 찾는다는데, 마음 약한 당신으로서는 마다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나기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슈브 니구라스는 그가 더 큰 절망과 고통에 익사해 죽기를 바랐습니다. 그리하여 깊이 마음을 빼앗긴 아바에에게 부정당하고, 처절히 외면 당하며 죽어갈 수 있도록 자신의 신도인 하녀장으로 하여금 당신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게 합니다. 슈브 니구라스의 젖의 섭취로 인해 당신은 빛바래있던 나기에 대한 증오를 되새기게 되며, 갖가지 감정 증폭 상태에 시달립니다. 허나 당신에게 있어 나기를 향한 감정은 그저 단순한 증오 뿐만이 아니었죠. 이로 인해 '구멍'이 하나 생깁니다.
■: 나기가 당신에게 애정의 말을 듣게 되거든, 저택과 그 몸에 내려진 슈브 니구라스의 저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진심이든 진심이 아니든, 성애적인 것이든, 과거의 스승으로서 단순한 애정에 기인한 것이든. 만약 당신이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만 딱 한마디 건네면, 나기는 저주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