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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PG/2020

수요일의 신부 : 체시비키




KP l 락

체슬리 K. 헤임 l 빅토리아 R. 캠벨



그 해 여름, 브리스톨 해협에는 기묘한 폭우가 쏟아졌다. 


여름. 당신은 얼마 전 집 한 구석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세월의 더께를 헤아리고 있던 그것은, ‘그녀’의 체스말이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쌉싸레한 추억 속으로 잠겨듭니다. 그러니까, 어느새 십 년이 지났군요.

한 때 당신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녀와 당신의 유대를 의심하지 않았고 영원히 함께 할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웨일스 지방의 크로우 공작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이후 거짓말처럼 끊긴 소식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고 그대로 십 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물리적인 거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두었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 후 그녀는 까마득한 남쪽, 브리스톨 해협을 건너야 도착하는 메리어빌 섬으로 떠났거든요. 작은 섬은 공작가의 소유로, 공작가의 컨트리 하우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곳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그녀가 섬으로 떠난 후 처음에는 몇 번 정도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도 되었고, 연락 없는 그녀가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파도처럼 일렁이던 마음도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물거품처럼 찬찬히 사라져갔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체스말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녀를 찾아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신은 지금이라도 그 물건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핑계였든, 혹은 진지한 사명감이었든간에 당신은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십 년 만이네요.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 Chat Log 


「 그 해 여름, 브리스톨 해협에는 기묘한 폭우가 쏟아졌다. 」
...
여름. 당신은 얼마 전 집 한 구석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세월의 더께를 헤아리고 있던 그것은, ‘그녀’의 체스말이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쌉싸레한 추억 속으로 잠겨듭니다.
그러니까, 어느새 십 년이 지났군요.
......
한 때 당신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체시와 당신의 유대를 의심하지 않았고 영원히 함께 할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웨일스 지방의 크로우 공작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이후,
거짓말처럼 끊긴 소식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고 그대로 십 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물리적인 거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두었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 후 그녀는 까마득한 남쪽, 브리스톨 해협을 건너야 도착하는 메리어빌 섬으로 떠났거든요.
작은 섬은 공작가의 소유로, 공작가의 컨트리 하우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곳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체시가 섬으로 떠난 후 처음에는 몇 번 정도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도 되었고, 연락 없는 그녀가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파도처럼 일렁이던 마음도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물거품처럼 찬찬히 사라져갔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아끼던 그 체스말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영영ㅡ
그녀를 찾아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가 그것을 진심으로 아꼈다는 사실을 아는 당신은, 지금이라도 체스말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핑계였든, 혹은 진지한 사명감이었든 간에 당신은 체시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십 년 만이네요.
......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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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de of Wednesday 」
수요일의 신부
W.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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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눈을 감으면 난 맨발로 집을 돌아다니며 춤을 춰. ”
.
.
첫째날, 「 브리스톨 해협 」
✎:https://youtu.be/9TYEXDv5sCc
...
기록적인 폭우입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가 쉬지않고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실내에서 레몬을 곁들인 홍차와 함께 보는 비였더라면 보다 유쾌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지금 뒤집힐 듯이 흔들리는 소형 연락선 안에서 멀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르릉... 쾅!
벼락이 바다 한 가운데로 내리꽂힙니다.
갑판에서는 뱃사람들이 어떻게든 성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배편으로 분명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들었는데...
벌써 여섯시간 째, 비키는 섬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착은 고사하고 무사히 살아남을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입니다.
...
당신은 이대로 선실 안에서 기다릴 수도 있고, 갑판으로 나가 선원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비가 거세게 부네요. 이래서 잘 도착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 (우선은 갑판을 나가보도록 합니다.)
비키가 선실에서 나와 갑판으로 향하면, 선원이 당신을 발견하고 기겁합니다.
선원:어이쿠, 선생님! 여긴 왜 나오셨어요! 들어가세요, 위험하다구요!
그 때 선원의 말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는 듯이 하늘이 깨질 듯 흔들립니다.
우르릉, 쾅! 천둥소리가 사납습니다.
폭우가 맹수처럼 몰아치고, 배가 기우뚱 기웁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앗, (같이 비틀) 천둥이 위험해 보이는데 언제쯤 도착 할 수 있을까요?
선원:그게... 바로 요 앞이에요, 조금만 더 가면 되거든요!
이 쯤이면 섬이 보일 법도 한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가 앞이 안보이네요...
참내, 뱃사람 생활 이십년만에 이 해협에서 이런 폭풍우를 겪어보는건 또 처음이에요.
그가 말을 맺자마자 배가 심하게 기울어집니다.
갑판 위에 있던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한 쪽으로 우당탕 구르고 맙니다.
빅토리아 R. 캠벨:꺅 (같이 기울며 쓰러집니다. 적당히 보이는대로 붙잡고) ...여태까지 이런 폭풍우는 없었나보죠?
선원: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미?!!?!!??!!! 저거!! 위험하...!!!
그가 말을 맺기도 전, 당신의 눈 앞으로 집채만한 파도가 덮쳐옵니다.
누군가 비명을 지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재앙에 당신은 숨을 삼킵니다.
이윽고, 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배를 집어삼킵니다.
...
.
.
정신을 잃습니다.
첫째날, 「 메리어빌 섬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입이 짜고, 눈이 따끔거립니다. 온 몸이 찝찝하게 젖어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깜빡,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 보이는 것은 흐린 하늘입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따금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을씨년스러운 파도소리, 바람소리도요.
몸을 일으키면 온몸이 뻐근합니다.
어딘가 호되게 부딪히거나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빅토리아 R. 캠벨:... 나.. 살아 있는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주변을 살펴 봅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면, 황량한 해변가입니다.
주변에 부서진 나무조각들이 널부러져있고, 물에 젖은 나무상자 같은 것이 두서없이 쌓여있습니다.
그 곁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있습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7
사람들의 옷차림이 어딘가의 사용인 같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여자들은 검은 하녀복에 흰 앞치마를, 남자들은 풋맨의 옷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
이윽고 눈을 뜬 당신을 발견한 누군가 먼 곳을 향해 소리칩니다.
“ 미스터 그레이! 이 사람 일어났어요! ”
이후 외침을 들은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당신은 <미스터 그레이> 라는 사람과 대화하게 됩니다.
그렇게 불린 사람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으로, 단정한 풋맨 정장을 차려입고 있습니다.
과묵하고 엄격해보이는 인상입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7
... 묘하게 그가 기분이 나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스터 그레이:정신이 드셔서 다행입니다.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그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손을 잡나요, 잡지 않나요?
빅토리아 R. 캠벨:아, 네. 감사해요. (그레이의 손을 잡습니다.)
그레이가 힘주어 당신을 일으킵니다.
온몸이 뻐근하긴 하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적이네요.
이후 그는 입을 엽니다.
미스터 그레이:타고 계시던 연락선이 바로 이 앞에서 침몰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파도에 밀려 해안으로 떠밀려오신 것 같습니다. 운이 좋으셨군요.
빅토리아 R. 캠벨:네? (화들짝 놀라며) 그럼, 선박에 있던 분들은.. (상당히 놀랐는지 입을 가리고 충격을 감추지 못합니다.)
선박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레이는 고개를 젓습니다.
안타깝게도... 네,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정말로 운이 좋았군요.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조각들이나 물에 젖은 상자 따위는 침몰한 배의 잔재인가 봅니다.
미스터 그레이:...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안 그레이. 각하를 위해 봉사하는 사용인입니다.
또한 이곳은 크로우 공작 각하 소유의 메리어빌 섬이죠.
빅토리아 R. 캠벨:아, 메리어빌 섬이라면 제가 찾던 목적지예요. 정말 운이 좋았네요. 사실.. 공작 각하에게 용건이 있었거든요.
미스터 그레이:그렇군요. 역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용건이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빅토리아 R. 캠벨:(역시..?) ... ..어머, 그러고보니 제 소개도 하지 못했네요. 저는 빅토리아 캠벨이라고 해요. 사실.. 정확히는 공작 각하가 아니라 그의 부인인 체슬리를 만나고 싶어서 이 섬에 찾아 왔거든요.
당신은 그에게 체시를 만나러 왔다고 말합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0
... ? 그레이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만 그것은 아주 찰나였을 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무적인 낯으로 돌아옵니다.
미스터 그레이: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십시오, 메리어빌 저택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아, (예상외로 쉽게 들여 보내주는 모습을 보고 화색이 돌았다.) 감사드려요..! 저는 체시 아가씨의 오랜 친구거든요. 꼭 만날 수 있는 거겠죠?
미스터 그레이:... ... (침묵을 유지하다가 툭 한마디만을 건넨다.)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요.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당신은, 문득 자신의 짐가방이 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그때 선실에 두고 나왔었죠.
빅토리아 R. 캠벨:아차, .. 미스터 그레이씨? ..혹시 저 말고 다른 물건은 보지 못했나요? 제 짐이라던가..
미스터 그레이:예? 짐에 대한 것이라면... 아직 해안 수색 작업이 끝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 형태나 안에 든 물건에 대해 알려주시면, 발견하고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네, 가방은 그렇게 크지 않은 빨간색 가방이에요. 안에는.. 제가 입을 옷과 자잘한 물건들이 들어 있을거예요. 그리고.. 체스 말이 들어있는데.. 흑색의 나이트요. 아마 이것만 보시면 바로 제 물건임을 아실거예요. 후후, 아무쪼록 감사드려요.
미스터 그레이:빨간색 가방... 예. 수색하는 이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까딱)
감사의 말씀은 괜찮습니다. 이것도 제 일이니까요.
그렇게 그레이를 따라 비키는 천천히 해변가를 벗어나,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당신은 문득 섬의 풍경이 무척 볼 만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본토에서 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검은 절벽이 깎아지른 듯 펼쳐져있고, 너른 바다가 희미한 회색빛으로 반짝입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합니다. 비가 그친 후여서 그렇겠지요.
당신은 발목 언저리를 간질이는 들풀을 밟으며 언덕을 오릅니다.
저택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
오는 동안 그레이와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는 좋은 대화상대는 아니지만 불성실한 대화상대 또한 아니니까요.
미스터 그레이:아마... 연락선이 침몰했으니 용건을 보더라도, 바로 돌아가실 수는 없을겁니다.
새 연락선이 오려면 적어도 사나흘은 기다리셔야겠군요.
빅토리아 R. 캠벨:그렇..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체시 아가씨만 만나 뵐 수 있다면 일주일이든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푸흐흐 웃으며 그레이를 힐끔) 미스터 그레이씨는 체시 아가씨를 만나 보신 적 있으시겠죠? ..아가씨는 어떠셨나요?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미스터 그레이:그야 만나 뵌 적 있습니다. 그분은... (말끝을 흐리다가) 귀부인 중의 귀부인이고 만인의 귀감이시죠.
... 이 이상으로 말을 얹는 것은, 도리가 아니니 함구하겠습니다. 직접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빅토리아 R. 캠벨:체시 아가씨가 만인의 귀감이라니..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시는 것 같아서 또 안심 했네요. (안심하는 표정을 짓다가) 그럼~ 미스터 그레이씨는 본인이 하시는 일의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힘들거나 혹은 즐겁다거나..~ 본인의 이야기라면 괜찮잖아요?
미스터 그레이:(질문이 그에겐 의외인듯 생각에 잠긴다.) 음...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작님은 좋은 분이시고, 일에 대해선 나름의 자부심도 갖고 있으니까요.
...... 아. 이곳만 넘으면 도착입니다.
메리어빌 저택은 오래되었지만 아름다고, 관리가 잘 되어있어 선생님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으실 겁니다. 제가 보증하지요.
빅토리아 R. 캠벨:아, 제가 지내는 곳도 별 보잘 것 없는 작은 집인걸요. 이렇게 대접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느끼고 있답니다. 공작께서도 좋은 분이라니 조금 안심 했어요.(뒷말은 작게 중얼거렸다.) 슬슬 저택이 가까워지니 괜스레 떨리는걸요?
미스터 그레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이런 섬까진 보통 손님이 잘 오지 않고, 그래서 메리어빌은 방문객들을 환영하죠. 아마 공작 각하께서도 선생님을 환대해주실 겁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언덕을 넘어가자, 눈 앞에 위풍당당한 저택이 한 채 보입니다.
적게 잡아도 기백년은 되었을 듯한 위세의 고저택입니다.
세월의 바람에 낡고 깎인 구석이 없지 않지만, 장식과 모서리마다 장인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이 없어보이는, 아름다운 저택입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감탄을 금할 수 없군요. 그레이는 멈추지 않고 걸어갑니다.
...
그레이를 뒤를 따라, 당신은 너른 정원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호가니로 짠 육중한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저택 안은 고요합니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져 창 안으로 붉은 노을이 스며들어옵니다.
저택 안의 낮은 조도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그 즈음에서,
그레이가 뒤를 돌아봅니다.
미스터 그레이:손님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몸을 청결히 하신 후 응접실로 내려오시면 공작님을 만나뵈실 수 있을겁니다.
... 그럼, 릴리벨.
그레이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하녀에게 손짓합니다.
사용인은 당신에게 꾸벅 목례하더니, 위층으로 안내합니다.
...
사용인을 따라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고풍스러운 호두나무 문이 보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 곳은 서관(西官)의 침실입니다. 욕실이 딸려있는 손님방이로군요.
[ 침대, 창문, 옷장, 욕실 ]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막상 커다란 저택에 체시가 지낸다고 생각하니 얼떨떨 해지며 주변을 살피다 침대로 다가갑니다.)
당신은 커다란 저택에 얼떨떨... 하며 침대로 다가갑니다.
고급스러운 침구로 장식된 침대는 두명이 써도 될 정도로 넓지만 일인용입니다.
이불과 베개, 베드러너 모든 것이 한결같은 자주색입니다. 화사하고 예뻐보이는군요.
섬세하게 수놓인 자수와 보드라운 촉감 등으로 미루어보아 상당한 고급품인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어머, ... (입을 가리고 살포시 놀라다가 이불과 베개를 살짝 쓸어 봅니다.) 역시 저택은 다르구나. 손님방인데도 엄청 고급스럽네. (한창 침대에 감탄하다가 돌아보곤 창문을 살펴봅니다.)
확실히... 저택이라 그런지 손님방인데도 굉장히 고급스럽네요.
창 밖을 보면 해안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쏴아─ 철썩. 멀게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검은 절벽에 부딪혀 와르르 부서지는 하얀 포말에 잠시 넋을 빼앗깁니다.
이런 저택에서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체시가 다시금 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행복할까요.
소식이 끊긴 것이 어쩌면 행복에 겨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빅토리아 R. 캠벨:차라리 행복 하시다면 그걸로 다행이지만.. ... ...그래도.. (창문에 시선을 거두고 옷장을 살펴봅니다.)
옷장을 보면, 손님을 위한 옷가지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야회복, 이브닝 드레스, 나이트 가운 등을 포함하여 십수벌입니다.
물론 당신의 체격에도 맞을만한 원피스나 정장, 가벼운 일상복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폭풍우 때문에... 쫄딱 젖었겠군요.
빅토리아 R. 캠벨:이거, 입어도 괜찮은거겠죠? (다양한 옷가지들을 구경하다가) 마침 옷도 홀딱 젖었으니 욕실에서 씻고 응접실로 가는게 좋겠네. (욕실을 살펴봅니다.)
아무래도 씻고 갈아입는 편이 좋겠죠!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욕실을 살펴봅니다.
정교한 부조가 조각된 대리석 욕조와 고급스러운 목욕 용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게다가 욕조에는 방금 채워둔 것 처럼 따끈따끈, 알맞은 온도의 목욕물이 받아져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화려한 욕실에 또 한번 감탄한다.) 역시 저택의 욕실은 다르구나.. 우리집과 비교할게 못 되겠어. (욕조에 물온도를 재보고) 아, 따뜻하다. (비를 맞아서 으슬으슬 체온이 떨어진 몸을 쓸어내다가 샤워를 하기로 합니다.)
으슬으슬한 몸을 쓸어내기 위해, 샤워를 합니다.
...
좋아, 목욕을 마친 뒤 가운까지 걸치고 나오니 개운하네요.
빅토리아 R. 캠벨:휴, 개운해졌는걸. 오랜 시간 배를 타서 그런지 조금 피곤 해진 기분이지만.. 공작은 뵈어야 하니까. ..그럼 잠깐 단장하고 응접실로 내려 가볼까? (머리를 빗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릅니다.)
비키는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옷을 고릅니다. 어떤 옷을 입나요?
빅토리아 R. 캠벨:음.. (고민하다가 이브닝 드레스를 입기로 합니다.)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비키...!
완벽하네요.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그렇게 옷을 입고 방을 나서면, 방 앞에서 아까의 사용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다소 묘하게 쳐다보다가, 이윽고 별 말 없이 응접실로 안내합니다.
...
비키는 사용인을 따라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말을 걸어도 최소한의 대답만 하는 사용인은, 어딘가 당신을 경계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곧 응접실에 도착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타오르는 벽난로와 고급스러운 가죽쇼파, 그리고 원목 테이블이 보입니다.
그리고 벽난로 가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남자.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멀끔하고 반듯한 인상의 남자입니다.
아마도 그가 크로우 공작이겠군요.
공작은 당신을 보고선 빙그레 웃으며 일어섭니다.
크로우 공작:어서오십시오. 올 여름의 첫 방문객을 이런 식으로 맞게 되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환영합니다.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이네요. 이어서 그가 말합니다.
크로우 공작:... 그래서, 이 외딴 섬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빅토리아 R. 캠벨:갑작스레 찾아 뵙게 되어 송구합니다. ..다름 아니라 체시 아가ㅆ.. 아니, 체슬리 부인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 오게 되었답니다. 그는 제 오랜 친구이기도 하거든요.
크로우 공작:...... 아.
당신의 말에 공작의 얼굴이 일순 딱딱하게 굳습니다.
이어 괴로운 듯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옵니다.
크로우 공작:소식을... 듣지 못하셨나보군요.
체슬리, 제 아내는 삼 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네...? (잘못들었을까 싶어 재차 물었다.) 체시 아가씨가... 뭐라고요? 제가 잘못 들은거겠죠?
당신의 반응에 공작은 한참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침통한 목소리로 부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크로우 공작:이해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겠지요.
제 아내는 종종 조각배를 타고 근해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주변의 풍광은 굉장히 아름다우니까요.
그런데 삼 년 전, 마치 오늘 같은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바다를 악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탔던 배는 반동강이 나서 해안가로 밀려왔고... 시신은 찾지 못했습니다.
때는 칠월의 수요일이었죠. 아아. 그 날의 끔찍하던 폭풍우가 잊혀지질 않는군요…...
빅토리아 R. 캠벨:(놀란 눈을 하며) .... ...그게, 사실인가요? 어째서.. 저는 삼년동안 모르고 있었던거죠. 심지어 시신까지 찾지 못했다니. (온갖 복잡한 감정이 뒤 섞여 입술을 꾹 깨물었다.)
크로우 공작:이곳은 연락이 잘 닿지 않습니다. 유일한 소통은 타고 오셨던 연락선 뿐이죠.
그래서 모르셨을 수도 있습니다만 ... 죄송합니다. 오시자마자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드렸군요.
빅토리아 R. 캠벨:... ...아니예요. 오히려 공작께서 상심이 더 크시리라 생각해요. (좀 처럼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럼.. 지금 공작은 홀로 지내고 계시는 건가요?
크로우 공작:그렇습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이리 생생하게 떠오르는 지라, 상실을 다스리기 어렵군요.
... 이것도 아내를 잃은 자의 괜한 투정이죠. 자, 선생님께선 모처럼 오셨으니 연락선이 오기 전까지 저택에서 편히 지내셔도 됩니다.
빅토리아 R. 캠벨:...네에, 감사합니다. 그럼 연락선이 올때까지만 실례 하도록 할게요. ...안좋은 기억을 떠오르게 해서 미안해요.
크로우 공작:아닙니다. 공연히 심려를 끼친 것 같군요. 시간이 늦었으니... 방에 식사를 준비해두라 하겠습니다.
모쪼록 계시는 동안 아픈 기억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짧은 애도. 공작과의 대화를 끝맺은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인사를 마치고, 안내를 받아 손님방으로 돌아옵니다.
체시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은 당신은 분명히 혼란스러웠겠죠.
황당할 수도, 슬플 수도, 오래 전 가라앉은 줄 알았던 마음의 파도가 다시금 일렁이는 것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작 이런 꼴을 보여주려고 십 년 동안 편지 한 줄 없었던 건가요. 같은...
미묘한 원망의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든간에, 당신은 오늘 굉장히 험난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곧 식사가 도착하고, 식욕이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하다보면...
실수로 포크를 떨굽니다. 데구르르... 하필 또 침대 아래로 들어갔네요.
빅토리아 R. 캠벨:아, ...새걸로 달라고 해야겠네. (침대 아래로 들어간 포크를 고개숙여 줍습니다.)
그렇게 침대 아래를 살펴보면, 포크와...
체스말 모양의 귀걸이 한 짝이 떨어져있습니다.
나머지 한 짝은 어디로 굴러갔는지 보이지 않네요.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3
기묘한 위화감이 뒷목을 스칩니다. …이거, 아무리봐도 체시의 물건 아닌가요?
물론 저택의 여주인의 물건이 저택에서 발견되는건 이상하지 않죠.
체시라면 실수로 떨어트렸거나,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왜 손님방에서? 여전히 의문은 조금 남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 이건, 분명히 체시 아가씨의 물건 같은데.. 어째서 이런 손님 방에? (귀걸이를 보며 묘한 기분이 스칩니다.) 다른 한짝은 없는걸까?
묘한 기분으로 당신은 다른 한짝을 더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그렇겠지.. 오히려 두 짝이 다 이런곳에 있는게 더 이상할테니까. ... (귀걸이를 빤히 보다가 챙기기로 하고 마저 식사를 합니다.)
우선 귀걸이를 챙기고, 식사를 마저 합니다.
잘 준비도 마치고 나니... 피곤하네요. 하루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렇게 침대에 누우면, 아득히 몰려오는 피로감에 온몸이 무거워집니다.
깜빡. 깜빡. 금세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곧 잠의 물결을 타고 혼몽이 찾아옵니다.
......
당신은 꿈을 꿉니다.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습니다.
마치 누군가 돌로 몸을 눌러둔 것처럼 온 몸이 무겁습니다.
여자는 아주 조용하게 춤을 춥니다. 맨발입니다.
큰 원을 그리고, 다시 몸을 옹송그리고… …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들었다가,
천천히 무너져내립니다.
그리고, ...
.
.
당신은 깨어납니다.
둘째날, 「 메리어빌 저택 」
...
눈을 뜨면, 사용인이 깨어난 당신을 보고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습니다.
당신은 잠에서 막 깨어나 멍한 정신으로 그녀를 바라봅니다. 뭐죠…?
<고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고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1
메이드가 당신이 잠든 사이 아침식사를 두고 가려다가,
당신이 깨어나 놀란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창가의 테이블에 음식이 담긴 쟁반이 놓여 있네요.
그런데... 메이드는 어쩐지 긴장한 듯한 기색입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3
아.
그녀가 침대 밑으로 몸을 숙였다가 일어난 자세에서 당신과 마주쳤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메이드, 릴리벨:저기, 저... 아침.. 식사를 준비해 드렸습니다. 그럼 이만...!
메이드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쏜살같이 나가버립니다. 이상한 반응이네요.
아무튼 차려둔 아침식사는 구운 소세지와 양송이, 수란과 오믈렛, 베이크드 빈즈, 토마토와 올리브절임, 그리고 레몬수입니다.
그래도 차림에 부족함은 없는 것 같아요.
빅토리아 R. 캠벨:저 메이드, 어딘가 긴장한 모습이었지? 내가 어려운걸까..?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어려운 걸까요...? 갸웃하던 당신은 아침을 먹습니다.
냠념 식사를 마치면, 누군가 방문을 두드립니다. 똑똑.
빅토리아 R. 캠벨: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어 줍니다.)
문을 여니 서있는 것은 그레이입니다.
미스터 그레이:좋은 아침입니다. 간 밤 편히 주무셨는지요.
그리고 그의 뒤에는 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풋맨 차림의 소년이 서있습니다.
미스터 그레이:... 여기에 머무시는 동안 선생님의 편의를 돌봐드릴 아이를 소개차 왔습니다. 올리버.
올리버라고 불린 풋맨은 당신에게 고개숙여 인사합니다.
방금 도망친 사용인처럼 긴장하거나, 경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소 건방진 듯한 눈빛입니다.
미스터 그레이:아.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의 짐가방을 해안가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용케 파도를 타고 섬에 떠밀려온 모양입니다. 지금 세탁실에서 세척중이니, 건조 후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아, 세상에. 어떻게 찾아 주셨군요. ..정말 감사드려요.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다가 올리버를 다시 한번 봅니다.)
미스터 그레이:별 말씀을요. 그것 또한 제가 할 일이니까요.
그럼... 저는 저택의 일이 있어서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레이는 회중시계를 한 번 들여다보고, 당신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납니다.
풋맨, 올리버:... 뭐, 도와드려요?
남은 올리버가 시킬 일이 있으면 빨리 하라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에게 저택의 안내를 부탁하거나 특정 장소로 데려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후후, 이 일 한지 얼마나 됐어요? ..괜찮다면 이 저택을 돌아 볼 수 있을까요?
풋맨, 올리버:한... 이 년 반? 그정도 됐네요. (으쓱하다가) 저택 안내라면 따라오세요. 그건 제 전문이니까.
올리버와 함께 동관, 서관, 다이닝룸, 마구간, 보트보관소 총 다섯 군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전부 봐도 되고, 일부만 봐도 괜찮지만... 안내의 시작은 서관, 끝은 동관이 됩니다.
풋맨, 올리버:가까우니 서관부터 안내할게요. 괜찮으시죠?
빅토리아 R. 캠벨:그럼요. ..잘 부탁 드릴게요. (올리버를 따라 서관부터 이동 합니다.)
올리버를 따라 서관을 둘러봅니다. 당신이 묵고있는 관이네요.
개축한지 얼마 되지 않은 티가 나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습니다.
풋맨, 올리버:여기 서관은 주인마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개축했다고 해요.
원래는 복도도 좁았고 오래되어서 보기 안좋은 방들도 많았는데? 창도 크게 내고 가구도 새로 들여놔서 가끔 오는 손님들이 아주 칭찬하시죠.
주로 손님방이나 응접실이 서관에 있어요. 아. 그리고 공작님은 원래 동관을 쓰셨는데, 마님 돌아가신 후에 서관으로 옮기셨대요.
어쩌면 개축도 그래서 한 걸지도 모르죠? 흠... 마님 쓰시던 건물을 그대로 쓰는 게 힘드셨을지도.
빅토리아 R. 캠벨:어머, 한번 개축한 곳이었군요? (귀걸이의 대해 더 의문을 가지다가) 그럼 동관은 지금 아무도 쓰지 않는 장소인가요?
풋맨, 올리버:동관은... (미적대다가) 뭐, 거의 그렇죠?
빅토리아 R. 캠벨:...그렇구나. 그리고 이곳도 이미 엄청 오래 된 장소였고. 어쩐지, 그런 것 치곤 굉장히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 했어요. ...그래도 저는 동관도 궁금하긴 하네요. 나중에 데려다 주실거죠?
풋맨, 올리버:흠 나중에요~ 길이 애매해서 제일 끝에 가는 게 편하거든요.
여긴 대충 설명드린 것 같은데... 다음은 어디 가실래요? (답정너 올리버.)
빅토리아 R. 캠벨:다음은 어디가 좋을까요.. 올리버씨가 추천 해주시겠어요? 전문이라면서요. (대충 다이닝룸 가자는 미소)
풋맨, 올리버:그럼 다이닝룸으로 안내할게요. (대충 알아들은 얼굴) 거긴~ 이쪽이에요.
그렇게 올리버를 따라 다이닝 룸으로 향하기 전,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6
누군가의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하고, 기분 나쁘고, 끈덕진 시선입니다.
다만 뒤를 돌아보면 시선은 사라집니다.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만... 기분 탓이겠죠.
빅토리아 R. 캠벨:..음, 올리버씨? 지금 여기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나요?
풋맨, 올리버:네? 그야... 다른 사용인들도 많겠죠? (무슨 소리냐는 황당한 표정)
빅토리아 R. 캠벨:그렇죠...? (다른 사용인이 지나간걸까 생각하고 올리버를 따라갑니다.)
두 사람은 다이닝룸에 들어섭니다.
쨍그랑!
마침 화병을 닦고 있던 메이드가 화들짝 놀라면서 꽃병을 떨어트립니다.
풋맨, 올리버:응? 안나! 너…그거 주인 마님이 아끼시던 꽃병이잖아!
올리버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메이드는 바들바들 떨면서 어쩔 줄 모르고 깨진 꽃병을 내려다봅니다.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군요. 다시 붙이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메이드, 안나:어...어쩌죠, 올리버?
그런 안나를 보고 올리버는 혀를 차며 꽃병의 잔해를 수습합니다.
풋맨, 올리버:어휴... 어쩌긴. 이 일은 하녀장님께 보고드릴테니 월급 삭감은 각오해두는 게 좋을거야.
메이드, 안나:... 네에...
꽃병은 입구가 꽃잎 모양으로 벌어져있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의 유리 꽃병입니다.
체시가 아끼던 물건이라니, 그런 것 치고 하녀와 올리버가 보이는 반응은 다소 묘하네요.
뭐랄까,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실수를 쳤을 때의 두려움이라기보다 곤혹스러움과 짜증스러움에 더 가까운 것 같은……
어쨌든 시무룩해보이는 메이드는 유리조각을 치우며 울상을 짓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괜찮으세요? 부인이 아끼시던 물건인가봐요.
메이드, 안나:네, 하아... 슬프네요. 제 월급이...... (쓸쓸하게 조각을 치우고 있다.)
풋맨, 올리버:난 대충 도와줬다? (적당히 치우고 나서 손 탈탈) 아무래도 여긴 텄네요. 다른 곳이나 갈까요?
빅토리아 R. 캠벨:네, 둘러 볼 상황도 아닌 것 같으니 다른 곳으로 가도록해요. 어디가 있었죠? 참, 마구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안내 해줄 수 있나요?
풋맨, 올리버:그러죠. (안나에게 손 팔랑) ... 그럼 난 갈테니 수고해.
메이드, 안나: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마구간으로 향하며,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1
또다시 누군가의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하고, 기분 나쁘고, 끈덕진 시선입니다.
여전히 뒤를 돌아보면 시선은 사라집니다.
...
마구간에 가면 준마 다섯마리 정도가 매여있습니다.

공작가의 마구간 답군요. 역시나 관리가 잘 되어 있어요.

안에 있던 마구간지기가 두 사람을 보고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자세가 구부정하고 낯빛이 어두운 초로의 사내입니다.
풋맨, 올리버:여기, 메리어빌은 섬이지만 공작님이 사냥을 나가시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일이 있을 때 종종 말이 필요해서요.
(마구간지기를 가리키며) 이곳은 로버트 씨가 관리해주고 계시죠.
하지만 로버트는 인사 후 둘을 본체만체 하며 말고삐와 등자를 갈무리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의 몸가짐은 어딘가 불편해보입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1
그가 약간 다리를 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로버트씨는 다리가 불편 해 보이는데 무슨일 있으셨나요? (올리버를 향해 묻습니다.)
묻는 것을 들었는지, 로버트가 당신을 쏘아보는 것 같습니다.
올리버는 뒷머리를 몇 번 긁더니 속닥거립니다.
풋맨, 올리버:음... 그게 말이죠. 주인마님이 돌아가시던 날 바다에 수색을 나갔다가 저렇게 됐다고 해요. 바위 틈새에 발목이 끼었다나.
... ...
(분위기 파악 완료) 아무래도 괜히 온 것 같네요. 하하, 하하하... 가요!
이후 무마하려는 듯 올리버는 다음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당신의 등을 떠밉니다.
마구간을 나가는 당신의 뒤로 로버트의 서늘한 눈길이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
어딘가 뒷덜미가 선뜩합니다.
...
밖으로 나오자,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칩니다.
“ 올리버! 세탁해둔 린넨 네가 옮겼냐? ”
하녀복을 입은 중년의 여인입니다. 올리버는ㅡ
풋맨, 올리버:네? 아, 제가 그거 삼층 건조실에 옮겨둔다고 했잖아요!
하며 맞대답을 하고, 곧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여인에게로 뛰어갑니다.
당신은 마구간 앞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래서, 유령… ...랬대. 진짜라니까? ”
“ 어머어머! ”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죠?
주위를 둘러보면, 주방으로 이어지는 쪽문 틈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쪽문 쪽으로 다가가서 대화를 엿듣거나 아예 대화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쪽문으로 다가가 슬쩍 말을 걸어봅니다.) 그건, 무슨 얘기 일까요. 저도 들어도 괜찮겠죠?
다가가서 말을 거니, 하녀들은 대화를 뚝 멈추고 노골적으로 경계합니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네요.
그러면서 당신을 기묘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볼 뿐입니다.
이들의 경계를 풀기 위해서는... <대인>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대인 판정
빅토리아 R. 캠벨:9
가까스로, 하녀 중 한 명이 입을 엽니다.
“ ...... 그냥 저택의... 유령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
그 말을 끝으로, 계속해서 기묘한 눈초리로 뚫어지게 바라보다 뒷걸음질쳐 천천히 멀어집니다.
이윽고 뒤를 돌아 빠르게 달려가 버립니다.
...
그리고 마침 올리버가 돌아옵니다.

풋맨, 올리버:하아... 죄송해요. 거참 메이 부인은 매번 귀찮게 일을 두 번씩 하게 만든다니까요. (투덜투덜)

빅토리아 R. 캠벨:어머, 오셨군요. ..(올리버의 안색을 살피다가) 저기, 올리버씨. 이 저택에 유령이 있다는 얘기. 알고 계세요?
풋맨, 올리버:유령이요? 아...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애들도 있긴 해요.
릴리벨이었나? 동관에서 유령을 봤다고... 근데 걔 말은 믿을 게 못 되거든요.
빅토리아 R. 캠벨:그러고보니 그 릴리벨씨, 굉장히 저를 어려워 하는 것 같던데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을까요?
풋맨, 올리버:글쎄요... 걔는 좀 소문이 나빠서. 그냥 혼자 찔린 거 아니에요? (으쓱)
빅토리아 R. 캠벨:소문이 나빠요? 괜찮다면 어떤 분이신지 얘기 해주실 수 있나요?
풋맨, 올리버:걔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별로 외지 분이 신경쓸 것까진 없는데.
정보를 더 얻고 싶다면 <대인>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대인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2
풋맨, 올리버:... 그냥.. 음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손버릇이 나쁘다는 얘기가 있어요.
전에 메이드들이 그걸로 엄청 뒷담하더라고요... 근데 이거 어디 가서 말하지 마세요?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 될라.
빅토리아 R. 캠벨:응, 다른 곳에 말할 분도 안계시니까요. 미안해요. 그냥 그분의 행동이 조금 독특하다 생각해서 궁금 했어요. ...그럼, 다음 장소로 가볼까요? 근처에 보트를 타는 곳이 있던 것 같은데.
풋맨, 올리버:아시다시피, 섬이라 더더욱 소문이 빨리 퍼지거든요. 괜히 뒷담해봤자 좋은 게 없다고요.
(말을 마치고는 걸음을 옮겨) 아... 거기요? 별로 볼 건 없긴 하지만...
다시 안내를 받고 이동합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1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느낍니다. 섬뜩하고, 꺼림칙한 웃음소리입니다.
홱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봐도 도대체 누가 낸 웃음소리인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주위를 둘러보는 당신을 올리버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
보트 보관소는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 쪽에 있습니다.
당신이 밀물에 떠내려왔던 곳입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 쪽을 걷자, 곧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어제도 생각했지만 섬의 풍광은 정말로 나쁜 편이 아닙니다.
바다와 절벽, 흐린 하늘, 웃자란 들풀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갑니다. 바위에 부딪혀 하얀 물거품이 아스라집니다.
풋맨, 올리버:저기예요.
올리버가 손가락으로 해안가 한 귀퉁이에 작게 지어진 오두막집을 가리킵니다.
풋맨, 올리버:뭐... 별 거 없으니 그냥 바람 쐬러 나왔다고 생각하고 간단히 보고 가죠.
근데 참, 보트 보관소 근처에는 미친놈이 하나 있으니 조심하세요.
빅토리아 R. 캠벨:그래요? 어제 봤을땐 그런 사람 못 본 것 같은데.. 정신 없어서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요.
풋맨, 올리버:그래요? 그럼 오늘도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 녀석... 벤자민이라는 놈인데요. 좀 제정신이 아니에요. 매일 술에 절어있는 망나니죠.
옛날에 저택에서 일했던 하녀의 아들이라던데, 그래도 누굴 해칠 깜냥은 없는 놈이라...
공작님께서 그냥 보트 보관소에 딸린 오두막에서 살게 해주셨다더라고요.
대화를 나누며 보트 보관소 가까이 가보면, 정말 특별히 볼 건 없어 보입니다.
작은 오두막 두 채가 나란히 지어진 모습이 끝이네요.
안에 들어가도 특별한 기물은 없고, 대신 근사한 보트 한 척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풋맨, 올리버:이 보트, 멋있죠? 주인마님이 타고 나가신 배가 부서진 바람에 새로 한 척을 지어야만 했대요.
원래 공작님은 가끔 근해에 낚시를 가시거나 날씨가 좋은 날 뱃놀이를 가곤 하셨는데... 주인마님 가시고 나서는 거들떠도 안보시더래요.
그래서 가끔 사용인들이 업무용으로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 말고는... 여기 계속 처박혀 있는 신세죠. 아~ 나는 언제쯤 써보려나...
...
그 즈음, 부스럭 하고 인기척이 납니다.
방수천으로 덮여있던 보트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이네요.
풋맨, 올리버:뭐, 뭐...
그러다 그 꿈틀거리던 덩어리는 벌떡! 일어납니다. 벤자민입니다.
빅토리아 R. 캠벨:어맛! (깜짝)
벤자민:어어... 뭐야, 올리버?
풋맨, 올리버:아 XX... 깜짝 놀랐잖아요!
순간 올리버는 욕설을 주워섬기다가, 힐끔 당신의 눈치를 봅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무튼 벤자민은 상당히 술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풋맨, 올리버:젠장... 여기서 마주칠 줄은.
이놈이 벤자민이에요. 보면 아시다시피. 그럼 이만 다른데 가죠.
올리버는 그와 어지간히 엮이기가 싫은지, 당신에게 그만 돌아가자는 식으로 얘기하고 휙 나가버립니다.
당신은 그를 따라 저택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남아서 벤자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벤자민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안녕하세요. 벤자민씨라고 하셨죠? 저는 이 저택에 손님으로 오게 된 빅토리아라고 해요. 올리버씨가 어지간히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요.
벤자민:어어, 으~... 어지럽다......
이런... 벤자민은 정말 엄청나게 취해있는 상태입니다.
그에게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으려면 <대인> 판정으로 대단한 성공을 하거나, <돌파> 판정같이 무력으로 정신을 들게 하는 수밖에요.
빅토리아 R. 캠벨:..벤자민씨, 괜찮으세요? 술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은걸요. (뺨 짝짝)
빅토리아 R. 캠벨 의 돌파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2
벤자민:아얏, 아야야... 아프게 왜, 왜 때려... ? (정신 진짜 번쩍 들었다.)
비키의 뺨 때리기 대성공!
이제 그에게 옛날 사건. 즉 체시에 대해 물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빅토리아 R. 캠벨:이제 좀 정신이 드신 것 같네요. ...음, 이 보트.. 새로 지으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의 부인의 대해서 아시는 것이라도 있을까요?
벤자민:어... 어어, 당신. 빅토리아... 였나.
저택의 부인...? 아. 주인마님 말이지... 킥, 킥킥...
그러게, 저택 밖으로 한 발짝 나오지도 못하던 사람이 괜히 배를 탄다고 설치니까.
그러니까 그런 일도 막, 일어나는 거 아냐......
<진실 1>을 적립합니다.
혼잣말 같은 비웃음과 함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벤자민은 조각배 안에 털썩 누워버립니다.
그리곤 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합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다시 깨워보려고 해도 통 일어나지 않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저기, 벤자민씨? 저택 밖으로 한발짝 나오지도 못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벤자민씨? (흔들어 깨우다가) ...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곤 단념하며 오두막을 나옵니다.)
어떻게 되어먹은 신경인지... 일어나지 않는 그를 보고, 단념하고 나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올리버가 당신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저택으로 돌아가버렸다는 사실이죠.
정말 건방진 사용인이에요.
당신은 서관으로 돌아오거나, <기도> 판정을 통해 동관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어지간히 벤자민씨가 싫었던 걸까.. 동관, 가보고 싶은데...
빅토리아 R. 캠벨 의 기도 판정
빅토리아 R. 캠벨:5
재판정 가볼까요!
빅토리아 R. 캠벨 의 기도 판정
빅토리아 R. 캠벨:9
조금 헤매긴 했지만... 길을 찾아냅니다.
동관은 창이 넓고 화사한 분위기로 꾸며져있던 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길고 좁은 창과 옛스러운 가구들, 어두운 자주색 커튼들.
어쩐지 건물 자체에 압도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네요. 체시는 이런 곳에서 살았군요.

곧 당신은 <하녀장 사라>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키가 크고 매서운 인상의 중년 여성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차려입고 있으며 행동거지에 절도가 배어있습니다.
정면으로 마주한 그녀의 눈빛은, 마치 당신을 꿰뚫어보는 듯 합니다.
조용하고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습니다. 아주 짧은 침묵이 기이하게 길게 느껴집니다.

이윽고 사라는 가볍게 목례한 후 말합니다.

하녀장, 사라:... 이번에 방문하신 선생님이시군요. 주인마님의 방을 보러 오셨나요.
빅토리아 R. 캠벨:네, 네에.. 같이 안내 해주던 아이가 있었는데 홀로 돌아가버려서 혼자 찾아 왔어요. 둘러봐도 괜찮을까요?
하녀장, 사라:(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따라오라는 듯 계단을 오른다.) 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
당신은 사라의 뒤를 따라 동관의 2층으로 향합니다.
...
2층으로 올라가 복도 가장 끝에 있는 방으로 향합니다.
마호가니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줏빛으로 꾸며진 넓은 침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줏빛 벨벳 커튼, 협죽도와 백합이 수놓아진 침구, 상앗빛 석재로 만들어진 화장대,
그리고 테라스로 향하는 창문을 열면…… 바다 절벽이 한 눈에 보입니다.
멀리서 파도가 칩니다. 스산한 바닷바람이 창을 지나 당신의 뺨을 스칩니다.
하녀장, 사라:... 아주 아름다운 방이죠. 어쩌면 이 저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일지도 모릅니다.
생전 마님께서 저 창가에 서 계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눈이 부시도록 웃고 계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꿈에서 본 듯 생생합니다.
사라는 체시에 대해 여지없는 호평과 찬사를 차분하게 늘어놓습니다.
귀부인 중의 귀부인이었고, 만인의 귀감이었고, 저택은 늘 그녀 덕분에 밝았고,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고,
매력과 지성이 넘치던 여성이었다고요.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거북한 찬사.
그리고 말미에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하녀장, 사라:그런데 선생님, 유령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들으셨나요.
빅토리아 R. 캠벨:어머, 방금도 들었던 거 같은데 좀처럼 얘기 해주지 않더라고요. 다들.. 저를 피하고 있는 듯한 느낌..?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네요. 그녀는 이어 말합니다.
하녀장, 사라:이미 들으셨다면... 글쎄, 그녀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속히 떠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도 그 편이 더 좋을테니까요.
... 알 수 없는 대화입니다.
사라는 말을 돌려 벌써 시간이 어두워졌으니, 방으로 안내해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어디선가 아득한 비명소리를 듣습니다.
주위를 탐색해봐도 비명소리의 근원은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비명소리에 대해 물어보아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으니까요.
...
.
.
당신의 저택 조사가 일단락됩니다.
둘째날 밤, 「 메리어빌 저택 서관 」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합니다.
낮에 있었던 일들 중 몇 가지가 자꾸만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돕니다.
이 아름다운 대저택은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걸까요.
물론 야심한 시각에 손님이 혼자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전혀 양식있는 행동이 아니긴 하지만요.
음. 적어도 자정 후엔 몰래 방 바깥으로 나가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
그렇게 다짐하고 시간이 흘러, 자정이 넘었습니다.
당신이 조용히 방문을 열려고 할 때,
철컥.
문이 단단히 잠겨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철컥철컥.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봐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고리에서 손을 놓으면, …
철컥철컥철컥철컥.
분명히 손을 놓고 있는데도 문고리가 돌아갑니다.
마치, 누가 밖에서 열기 위해 돌리고 있는 것처럼요.
철컥철컥철컥철컥. 소리는 더욱 격해지고,
쾅!
누가 문을 세게 치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빅토리아 R. 캠벨:꺅! (깜짝 놀라 한걸음 물러서고) 누, 누구 있어요? (문 너머로 말을 걸어봅니다.)
...
소리가 난 다음에 문 밖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집니다.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기다려보면, 아마도 그 밤의 소란은 거기까지입니다.
그대로 잠을 잘 수도 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샐 수도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 유령이 있다는 소문, 사실 일까? (의문을 가진채 그대로 잠들기로 합니다.)
의문을 가진 채, 잠에 듭니다.
... ...
그리고 당신은 환각인지 꿈인지 모를 것을 봅니다.
처음 여기 도착해서 꾸었던 꿈과 같은 꿈입니다.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여자는 아주 조용하게 춤을 춥니다.
이따금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녀는 노래를 찾지 못합니다.
......
여자는 맨발입니다.
어딘가 슬퍼보입니다.
문득, 당신은 그 얼굴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체시 」 입니다.
그녀가 큰 원을 그리고, 다시 몸을 옹송그리고… …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들었다가,
당신을 향해 마치 춤추듯이 다가옵니다.
손을 뻗어 당신의 양 뺨을 감싸쥡니다.
부드러운 손길. 기억하던 바로 그 아이.
체시의 입술이 달싹입니다.
체슬리 K. 헤임:... 만나러 와 줘, 비키.
그리고, …
.
.
당신은 깨어나고, 다음날로 이어집니다.
셋째날, 「 메리어빌 저택 」
아침. 조금 잠을 설쳐 눈이 뻑뻑합니다.
영 몸이 찌뿌둥하군요. 어제의 기묘한 경험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분명 그것 때문이겠죠.
아무튼간에 아침이 밝았고, 비키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밖으로 나가보려고 하니 문은 언제 잠겨있었냐는듯이 쉽게 열립니다.
문 밖에 어떤 흔적이 남은 것도 아니고, 마치 간밤에 겪은 일이 전부 꿈은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모든 것이 멀쩡합니다.
그 때 그레이가 당신 쪽으로 걸어옵니다. 그리고 아침인사를 건넵니다.
미스터 그레이:아,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빅토리아 R. 캠벨:아, 그레이씨. 좋은 아침이에요. (어디서부터 꿈인지 얼떨떨한 얼굴로 멍하니 바라봅니다.)
미스터 그레이:마침 선생님께... 이 짐가방을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타이밍이 좋았군요. (빨간색 가방을 내민다.)
아. 일전에 세탁과 건조가 끝나면 돌려주겠다고 했었죠.
내용물이 전부 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아, 참. 가방. 저도 모르게 잊고 있었네요.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내용물을 하나하나 확 인해봅니다.)
짐가방을 열어보면, 당신이 입을 옷과 자잘한 물건들...
어라, 그런데 정작 체스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수가... 아마 챙겨둔 짐들 중에서 제일 값나가는 물건일 텐데요.
고작 체스말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소재로 주문 제작한 물건으로 보였으니 말이에요.
빅토리아 R. 캠벨:...음, 저기.. 혹시 이 가방에 체스 말 같은건 없었나요? 그게 제일 소중한 건데.
미스터 그레이:체스 말... 말입니까? (고개를 기울이더니) 흠. 특별히 누락된 물건은 없을 텐데요.
빅토리아 R. 캠벨:아뇨, 처음에 체스 말도 있었다고 얘기 드렸던걸로 기억하는데.. 발견당시에 체스 말은 없었나요?
미스터 그레이:글쎄, 발견 당시에 어땠는지까진 모르겠습니다. 일단 세탁실에 상황을 물어보도록 하죠. 실례하겠습니다.
그레이는 적당히 인사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이후 당신은 [ 서관 / 동관 / 마구간 / 보트보관소 / 다이닝룸 ] 을 갈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 바닷가에 휩쓸리면서 빠진걸까. (조금 아쉬운 얼굴을 하며 서관부터 이동 해봅니다.)
아쉬운 얼굴을 하고... 서관으로 이동합니다.
서관에는 응접실과 서재가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그러고보니 서재엔 제대로 안가본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면서 응접실 부터 가봅니다.)
ㅋㅋㅋㅋㅋㅋ
라고 말하며 응접실부터 가면, 마침 하녀들이 한창 청소 중이네요.
“ 너 그러다 유령한테 잡혀간다? ”
무슨 대화중이었는지는 몰라도, 어떤 메이드가 그렇게 말하자,
삼삼오오 모여서 먼지를 털고 창문을 닦던 하녀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빅토리아 R. 캠벨:또 유령 얘기.. (중얼거리다가 메이드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봅니다.) 무슨 얘길 그렇게 즐겁게 해요?
“ 어머... 여긴 아직 청소 중이에요, 선생님. 얘긴 별 것 아니랍니다. ”
빅토리아 R. 캠벨:아, 미안해요. 그럼 마저 수고하세요. (라고 말하며 서재로 이동 해봅니다.)
“ 네~ 호호홋 그래서, 유령 본 거니? 정말? ”
이동하는 당신의 뒤에서, 일제히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
서재로 이동하면, 무언가 짤그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사람은... 첫 날에 아침을 가져다 주었던 메이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니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돌파> 판정! 으로 그녀가 떨어트린 것을 잽싸게 주워볼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 의 돌파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1
이건...? 당신이 주웠던 체시의 귀걸이입니다.
그 남은 한 짝을 왜 릴리벨이 가지고 있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저기, 괜찮으세요? 당신과는 전부터 얘기 해보고 싶었어요.
메이드, 릴리벨:네? 아니, 저기, 저는 딱히...? 아 아무튼 그건 제 것입니다! 돌려주세요.

빅토리아 R. 캠벨:이 귀걸이가.. 당신의 귀걸이라구요? ....정말인가요?

메이드, 릴리벨:저, 정말... 인데요. 무슨 문제라도......
빅토리아 R. 캠벨:궁금한게 있는데요. 혹시.. 제가 불편 하다거나 그런거라도 있으세요? 항상 겁에 질려 계시는 것 같아서요.
메이드, 릴리벨:아뇨!? 제 제가 무슨 겁에 질렸다고...! 저는 아무런 찔리는 것 하나 없습니다! (당당)
아무튼...! (귀걸이를 잡아채듯 뺏어가더니)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릴리벨은 안절부절 못하는가 싶더니, 냅다 도망가 버립니다.
이대로 보내줄 수는 없죠! 그녀를 쫓아갈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잠깐만요! 얘기 좀 해요?! (릴리벨을 쫓아갑니다.)
쫓아가면 그녀는 꼭대기 층의 하녀방으로 도망갑니다.
그리고 낡아빠진 보석함을 재빨리 어딘가에 숨기려다가 당신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맙니다.
<돌파>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돌파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2
메이드, 릴리벨:앗, 아앗...!
실랑이 끝에 보석함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당신은 바닥에 쏟아진 것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굳습니다.
바닥에 쏟아진 물건들 중에는 당신의 짐가방에 있었어야 할 체스말 뿐만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는 체시의 물건들도 다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실 1>이 적립됩니다.
빅토리아 R. 캠벨:.... ....
무언가 숨기는게 있으시죠?
탓하지 않을테니 진실을 얘기 해주시면 안될까요?
메이드, 릴리벨:... 뭐, 어, 어쩌시게요! 제가 주인도 없는 물건 좀 가져갔다고...! (갑자기 적반하장)
빅토리아 R. 캠벨:음, 그럼.. (체스말을 쏙 가져가선) 이건 제가 주인이니까 돌려 받아도 괜찮겠죠? 그리고... 당신도 아시잖아요. 이 물건들이 누구의 물건인지. 정말로 가져가도 괜찮다고 생각 하시나요?
메이드, 릴리벨:그... 러세요. (체스말만 가져가는 걸 보고 조금 안심한 눈치.) 뭐... 이미 다 알고 물어보시는 것 같네요?
이까짓 거 훔쳐도 아무도 모른다고요. 솔직히...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죠.
빅토리아 R. 캠벨:... 정말 그 이유가 전부 인가요? 그럼 한가지만 더. 당신은 체슬리 부인이 죽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죠?
메이드, 릴리벨:그 외에 뭐가 있겠어요? 이게 다 돈이 되는 건데. (손으로 $표시를 하곤) 음~... 그, 글쎄... 요.
만인의 귀감에 귀부인이었던 그분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해선 유감이네요. 그것과 이건 별개라고 생각하지만요.
빅토리아 R. 캠벨:...그래요. (릴리벨을 안타까운 얼굴로 보고는) 그 귀걸이 한짝이 없죠? 잘 찾아 보도록 하세요.. (더 이상 용건이 없는듯 몸을 돌려 나갑니다.)

메이드, 릴리벨:앗. 이, 이봐요! 비밀로 해주는 것 맞..

당신은 몸을 돌려, 하녀방을 나와 층을 내려갑니다.
마침 집사장 그레이와 마주쳤네요.
미스터 그레이:... 아 선생님. 마침 세탁실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이거 죄송합니다만... 세탁 과정에서 체스말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R. 캠벨:(고개를 젓고는) 아니예요. 더 이상 찾지 않으셔도 괜찮으니까요. 괜히 수고를 끼쳐 드렸네요.
미스터 그레이: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혹 모르니 더 찾아보도록 하죠.
빅토리아 R. 캠벨:(체스말을 들어보이고) 체스말이라면 찾았으니까요. ...릴리벨씨의 손버릇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보이네요.
미스터 그레이:이런... (체스말을 보고, 미미하게 눈썹을 치켜뜬다. 이어 고개를 숙이며) 릴리벨이었군요.
모두 아랫사람 관리에 소홀했던 제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녀는 엄격하게 처벌하겠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제 선에서 해결할테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주시겠습니까.
그레이는 당신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저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기분 탓인 걸까요.
그의 냉정한 눈빛은 이상하게 그 '릴리벨'이 아닌 당신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마치 '외지인 주제에.'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

물론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저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에 대해 더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의심 1>이 적립됩니다.

빅토리아 R. 캠벨:고개 드세요. ..별로 릴리벨씨에게 처벌을 내려 줬으면 한다던가 그런건 아니니까요. 저는 체스 말을 찾았으니 그걸로 됐고.. ...그럼 이만 돌아가봐도 될까요?

미스터 그레이:... 예 편하신 대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이만 일이 바빠서 실례하겠습니다.

그레이는 마지막까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곤 자리를 뜹니다.

빅토리아 R. 캠벨:... 한참 시간을 소비 해버렸네. (다이닝룸으로 다시 이동 해봅니다.)
다이닝룸에 들어서면, 공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침 그는 티타임을 즐기며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네요.
당신을 보고 사람좋은 웃음과 함께 자리를 권합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아, 바쁘신 것 같은데 제가 괜히 끼어든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자리에 앉고는 장부를 들여다 봅니다.)
크로우 공작: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곧 사냥을 나갈 참이었거든요. 잠시 쉬는 것에 가깝죠.
부를 들여다보면... 흠. 저택의 주인이란 보통 이런 것들을 관리하는 군요.
그런 생각과 함께 짧은 티타임이 시작됩니다.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사용인이 당신에게 잘 우린 아쌈 티와 버터쿠키를 내어옵니다.
그리고 사냥을 나간다던 공작은 역시나 사냥복 차림으로, 결혼 반지를 끼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지만...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낯입니다.
크로우 공작:어디... 그렇지. 저택에서의 생활은 불편함이 없으신가요, 선생님.
빅토리아 R. 캠벨:크게 불편한 것은 없답니다. 다만, 의문은 있다고 해둘까요. ...(차를 홀짝 마시곤) 저어, ... 외람된 말이지만 이곳의 사용인들은 괜찮은 사람들인가요?
크로우 공작:예? 그것은... 무슨 뜻인가요. 여기 사용인들이 선생님께 폐라도... 끼친 것이라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아뇨, 그런 것은 아니고 어쩐지 분위기가 스산 해서요. 다들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제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크로우 공작:하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아무래도 섬이다보니, 외지 분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좀... 있겠군요.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들도 고의로 그러는 것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말하다 문득 생각난듯 공작은 덧붙입니다.
크로우 공작:... 참. 연락선에 대해 말인데. 아마 내일 새벽, 야간편으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아, 그런가요? 그럼 이 저택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오늘 뿐이겠네요. ...알아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신세 지게 되었네요.
크로우 공작:궁금해 하실 것 같아 알아봤습니다. 저번 사고로 저희도 물자를 많이 공급받지 못한 상황이라, 빠르게 와달라고 부탁했거든요.
... 오, 이런. 저는 이만 사냥을 나가 보아야 겠습니다. 좀더 티타임을 가지지 못해 죄송하군요.
사용인의 이야기에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며, 공작은 말합니다.
크로우 공작:얼마 남지 않았지만 가시기 전까지 푹 쉬시길 바랍니다. 다만 이 저택은 낡아서...
자칫 잘못하면 어느 모서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지 모르지만요.
이것은 경고입니다.
괜히 들쑤시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정중하게 돌려서 하는군요.

<의심 1>이 적립됩니다.

빅토리아 R. 캠벨:...네에.. (사냥을 나가는 공작을 빤히 바라보다가 거의 바닥을 보이는 찻잔을 내려두고 마구간으로 이동 해보기로 합니다.)

찻잔을 내려두고, 마구간으로 이동합니다.
마구간은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오늘도 칙칙한 인상의 마구간지기 로버트가 말들에게 여물을 주고 있습니다.
로버트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안녕하세요. 로버트씨 어제는 얘기를 못해 봤죠? 대화.. 괜찮을까요?
로버트:... ... .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대인>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대인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4
그제서야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로버트:... 무슨 대화 말이오.
그에게 체시에 대해서나, 혹은 다리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 실례지만, 그 다리는...?
갑자기 그가, 퍼뜩 고개를 들어 당신을 쏘아봅니다.
로버트의 입이 열리고 벽력같은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로버트:나에게 이 다리에 대한 일을 묻는 거요!
그래, 이게 다 그 여자를 구하려다 이렇게 됐지. 고작 미친 여자 따위를 구하려고!
거의 기갈에 가까운 성토입니다.
‘미친 여자’ 라니, 설마 체시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단어 선택의 무례함은 둘째 치고서라도, 어째서 그녀를 미친 여자라고 하는 걸까요.
빅토리아 R. 캠벨:미친 여자..라면 체슬리 부인을 말씀 하시는 걸까요? 그는 어떤 사람이었죠?
로버트:흥. 미친 여자가 그럼 미친 여자지. 어떤 사람이겠소?
정신이 나가서 매일 밤 그렇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더니... 죽어서도 유령처럼 저택을 떠나지 못하더군.
그런 여자였으니, 단명한 게 놀랍지도 않아...

그런 식으로 중얼거리던 로버트는 홱 마구간 뒷쪽으로 사라집니다.

<진실 1>을 적립합니다.
빅토리아 R. 캠벨:... 만인의 귀감은 거짓이었던 걸까? 저택 사람들과 반응이 다른걸. ..(또 다시 의문을 품은채 다음은 보트선착장으로 가봅니다.)
저택의 사람들은 항상 그녀에 대한 감상을 '만인의 귀감'이라고 표현했죠.
확실히... 그것과는 다른 반응입니다.
다음으로 가본 보트 보관소. 오늘도 적막합니다.
쏴아아아…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보관소 안에 들어가보면 덩그라니 놓여진 보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벤자민을 만나려면 그의 오두막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빅토리아 R. 캠벨:벤자민씨는 오늘도 오두막에 계시는 걸까.. (오두막으로 곧장 이동 해봅니다.)
이동하면 오두막은 물론 잠겨있습니다만, <돌파> 판정을 해볼까요!
빅토리아 R. 캠벨 의 돌파 판정
빅토리아 R. 캠벨:7
허술하게 짜인 문을 강제로 열어냅니다.
오... 벤자민은 오늘도 알콜에 절어 완전히 뻗어있습니다.
여러가지 판정을 사용해 그를 깨울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벤자민씨? (짤짤 흔들어 깨워 봅니다.)
빅토리아 R. 캠벨 의 돌파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5
벤자민:으어, 어어어... 어억, 머리 흔들려... 울려......
벤자민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깨어납니다.
벤자민:... 뭐, 빅도리아? 또 여긴 왜...
빅토리아 R. 캠벨:술 말고 다른걸 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이래선 대화 하기도 죄송 스럽네요.
벤자민:싫어. 너도... 그러네, 술이 없으면 어떻게 대화를 한다고... (?)
빅토리아 R. 캠벨:조금만 돌아보면 세상엔 술 말고도 즐거운게 많답니다? (쥐고 있는 술병을 쏙 뺏고는) 저기, ...벤자민씨도 체슬리 부인을 만인의 귀감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벤자민:즐거운게...? 많기는... (말하면서도 꾸벅 꾸벅 졸고 있다.)
... 그래, 만인의 귀감은 무슨... 미친 여자였지.
그렇게 단언한 후, 체시가 밤마다 몽유병으로 인해 저택을 돌아다니고는 했다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저택 바깥에 나오는 꼴을 제대로 본 적이 없고, 그래서 지금도 붙박이 귀신이 되어 저택 안을 떠돌고 있는게 아니냐는군요.
<진실 1>이 적립됩니다.
벤자민:있잖아.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그녀는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어.
누가 이 섬에서 행복할 수 있겠어. 하하... 배를 타고 나간 것도 섬에서 도망치려고 그런거 아냐?
역시 그럴... .... ...

그 말을 끝으로 벤자민은 또 코를 골기 시작합니다.

빅토리아 R. 캠벨:...역시 이 섬은 어딘가 이상해.. (저택의 사람들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동관으로 이동 해보기로 합니다.)
당신은 저택의 사람들에 의구심을 품으며, 동관으로 이동합니다.
...
이곳은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스산한 것 같습니다.
온통 자줏빛으로 꾸며진 동관에서는 희미하게 묘한 향이 납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 건물은 정말 낡았군요.
그렇게 복도를 거닐던 당신은, 한 켠 구석에서 거뭇한 자국 같은 것을 발견합니다.
자국을 자세히 보면...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12
이게 굳은 핏자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자국 모양이네요.
그 옆에는 머리카락 한 올도 떨어져 있습니다. 청보랏빛 입니다.
알 수 없는 위화감과 기묘함.
뒷목이 선뜩해져옵니다.
<진실 1>이 적립됩니다.
...
그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녀장, 사라:제가 드린 말씀을 잊으셨군요.
하녀장 사라입니다.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섬찟하기 그지 없는 눈빛입니다.
사라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가 보고 있던 머리카락을 주워듭니다.
그리고는 입을 엽니다.
하녀장, 사라:돌아가세요. 선생님께서 홀로 동관을 돌아다니는 것을 아신다면 주인님께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겁니다.
<의심 1>또한 적립됩니다.
빅토리아 R. 캠벨:네, 그러리라 생각 했지만. 어째서죠? 단순히 건물이 낡은 것을 손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는 아닌 것 같아서요.
하녀장, 사라:... 돌아가세요. 제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사라는 강경한 태도로, 당신을 돌려 보냅니다.
어디선가...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습니다.
어느새 바깥은 어두워져 있고,
저택 조사가 일단락됩니다.
...
.
.
셋째날 밤, 「 자정 이후 」
그 날 밤, 당신은 방에 돌아와 생각합니다.
유령은 정말로 유령일까요? 사실은 정말로 진실일까요?
체시는 정말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걸까요?
어긋난 증언들, 노골적인 거짓들,
일방적인 대화의 단절. 숨죽인 비웃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숨이 막혀옵니다.
마치 거미줄에 붙잡혀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 치는 곤충이 된 것만 같아요.
불쾌함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등골을 서늘하게 훑습니다.
체시는... 이런 곳에서 살았군요. 자그마치 십 년 동안이나.
이곳에 도착한 첫 날 떠올렸던 감상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반복됩니다.
이 저택의 모두가 그녀를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귀부인으로 기억하지만...
정말로 그녀의 편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비밀과 거짓으로 점철된 이 곳 메리어빌에서 아마도, 그녀는 지독하게 외로웠을 것입니다.
...
당신이 섬을 떠나기까지도 곧입니다.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일테죠.
빅토리아 R. 캠벨:...체시 아가씨, 당신이 만나러 와달라고 했잖아요. 그건 절대 헛된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저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짐을 챙긴 후 방을 몰래 나가봅니다.)
그래요, 당신에게는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진실이 있습니다.

짐을 챙긴 후, 객실 바깥으로 나갑니다.

문고리를 돌려보면... 다행스럽게도 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둘째날 밤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 같아요.
마치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라고 비웃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체시를 찾으러?
당신이 꿈에서 만났던, 그 유령의 정체를 확인하러?
그렇다면 당신이 가야할 곳은... 정해져 있겠죠.
빅토리아 R. 캠벨:(직감에 따라 하녀장 사라로 인해 제대로 확인 해보지 못했던 동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
당신은 제대로 확인하러, 동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낮에 왔을 때에도 그다지 산뜻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오밤중에 보니 더욱 스산하고 섬뜩한 곳입니다.
삐걱, 삐걱. 걸을 때 마다 울리는 불길한 소리.
삐걱, 삐걱.
… 삐걱, 삐걱.

문득 당신은 이상한 것을 느낍니다.

낡아빠진 나무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자신이 내는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이 걸음을 멈춘 후에도 삐걱이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삐걱, 삐걱… 숫제 악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통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9

소리가 위층, 즉 3층에서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조금 두렵기는 해도 이대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큰 각오를 다지고 소리가 들리는 3층으로 올라가봅니다.)
당신은 각오를 다지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
소리를 따라가면, 그 곳에는 유령이 있습니다.
아니, 유령일까요?
유령이어도 좋습니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체슬리. 그녀입니다.
......
그녀는 백의(白衣)의 여사제처럼 떠돌아다닙니다.
걸음은 차라리 춤에 가깝습니다. 아주 느리고,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열린 창 사이로 검은 바다의 밤바람이 불어오면, 큰 원을 그리며 걷습니다.
꿈에서 본 것과 같이 창백한 맨발입니다.
어딘가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합니다.
달싹이는 입술에서는 어떤 노래도 흘러나오지 못합니다.
내가 노래할 줄 안다면 나를 구원할텐데.
야윈 어깨와 손 끝에서, 나부끼는 머리칼에서, 묘한 향이 납니다.
희고 창백한 몽유. 그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
다가가서 그녀를 깨울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체시, 아가씨..? (천천히 다가가는듯 하더니 손을 뻗어 살포시 체시를 깨워 봅니다.)

체슬리 K. 헤임:... .... ? (목소리를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듯 멍한 시선을 다른 곳에만 두다, 간신히 온기를 깨닫고 비키를 바라본다.) 비키..

빅토리아 R. 캠벨:네, 저예요. 제가 당신을 찾아 왔어요. (네 손을 꼭 붙잡았다.)
체슬리 K. 헤임:비키... (꼭 붙잡힌 손. 마치 석상이라도 된 양, 굳어 있던 손가락을 느리게 움직여 맞잡았다.) 정말 비키야? ... 와 줬구나.
빅토리아 R. 캠벨: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내가.. 조금 더 자주 당신의 안부도 물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나랑 같이 돌아가요. (이대로 놓고 싶지 않은듯 네 창백한 손을 꼭 끌어 잡았다.)
체슬리 K. 헤임:... 어쩐지 꿈만 같아~... 이렇게 온기가 느껴지다니, 이상하네. 비키가 여기 있을리가 없는데도... (멍한 얼굴로 미소짓고는 이어진 말에 고개를 든다.) ... 어디로? 돌아갈 곳이 있어...?
빅토리아 R. 캠벨:그래서 당신을 찾아 왔잖아요. 이제와서지만. (입술을 꾹 깨물다가) .... ...곧 이 섬을 떠날 배가 올거예요. 나랑 같이... 도망가요. 돌아갈 장소라면 내가 얼마든 만들테니까. 이 지독한 장소를 벗어나자.
체슬리 K. 헤임:... ... 도망치는 거야? 이 섬에서... (한 순간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가, 다시금 흐려진다.) 그건... 비키가 위험해.
도망치면... 혼날거야. 비키조차... 용서하지 않겠지, 크로우가.
빅토리아 R. 캠벨:괜찮아요. 그 사람은 나를 용서 할 명분조차 없어요. 설령 용서 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다 해도 나는 체시 아가씨를 두고가지 않을거예요. ..그러니까, 나랑 이대로 도망가요.. 더 이상 당신을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아. (굳게 다짐한 얼굴과 동시에 어딘가 애달픈 목소리로 답했다.)
체슬리 K. 헤임:(그 목소리를 조용히 듣다 쓰러지듯 네게 기댄다. 이토록 만질 수 있다는 것에, 묘하게 안심한 것도 같았다.) ... 이상해. 아무도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어째서... 이제야 들어주는 걸까.
그리고... 어째서 비키인걸까. 하지만.. (말을 채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 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비키는 언제나 그랬어. 그랬어서... .... ... 응.
도망갈게. ... 하지만 체시는 유령이니까, 위험하면 사라질거야.
비키도... .. 유령으로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함께 도망치기로 정한 비키와 체시.
연락선이 오는 시간이 곧입니다. 도망칠 거라면 때를 맞추어야 겠죠.
그러나 연락선을 맞이하기 위해 아직 저택이 완전히 잠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시선을 끌지 않고 탈출할 수 있을까.
...
<고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 의 고찰 판정
빅토리아 R. 캠벨:9
만약, 만약에 저택에 불이 나면 주의가 분산될테니....
저택의 사람들은 두 사람의 탈출을 바로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 머무르는 사람이 없는 동관은 또한, 그 장소로 적합하겠죠.
빅토리아 R. 캠벨:... (주변에 불을 지필 것이 없는가 확인 해봅니다.)
마침 주변을 보면, 복도 곳곳에 충분한 양의 기름등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R. 캠벨:지금부터 나만 따라와요. 알겠죠? (체시를 출구쪽으로 끌어낸 후 곳곳의 기름등을 나무 복도 바닥으로 엎지릅니다. 불이 탈 수 있도록.)
체슬리 K. 헤임:... ? 응. 알겠어.. (동그라니 출구 쪽에서 서서, 비키가 기름등을 엎지르는 모습을 바라본다.)
당신은 동관의 나무 복도 바닥 곳곳에 기름을 뿌립니다.
적당히 엎지르고 나서, 이제는 불을 놓는 것만 남았겠죠.
빅토리아 R. 캠벨:(본인도 긴장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등을 깨뜨려 바닥에다 떨어뜨립니다.)
등을 깨트려 나무 바닥에 불을 놓습니다.
자줏빛 벨벳이 타오릅니다. 묘한 향이 사그라듭니다.
파도소리는 불이 타오르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저택을 떠날 시간입니다.
빅토리아 R. 캠벨:자, 체시 아가씨. 어서 이곳을 떠나요. (체시의 손을 붙잡고 사람들이 오기 전에 배가 있는 곳으로 달려 갑니다.)
체슬리 K. 헤임:비키, 불이... (깜빡이며 붉게 타오르는 동관을 바라보다, 네 손에 이끌려져 조금씩. 점점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
그렇게 두 사람은 불타는 저택을 뒤로 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립니다.
새벽 이슬에 젖은 풀들이 종아리를 스치고 여름밤의 서늘한 공기가 폐 속에 가득 들어찹니다.
오랫동안 저택 안에서만 지내왔던 체시는 금방 뒤쳐지고 맙니다.
그래서 비키는 체시의 손을 힘껏 잡고 끌어 달립니다.
등 뒤로 비명소리와 거센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사도 멜로디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래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흰 옷을 입고 밤이 되면 맨발로 집 안을 내내 떠돌아다니는 여자들의 노래입니다.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텐데.
......
풀밭의 비린 냄새가 코 끝을 스칩니다.
달려나가며 아주 천천히. 눈가가 휘어지고,
체시가 당신을 보며 환하게 미소짓습니다.
이 도주가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기꺼우니까요.
이제 그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갈 것입니다.
...
보트 보관소에 도착한 후 보트를 힘껏 밀어 바다로 내보냅니다.
발목과 종아리가 젖어들지만 신경쓸 겨를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보트에 올라탑니다. 검고 넓은 밤바다의 물살을 가르고 나아갑니다.
......
저택이 멀어집니다.
지금쯤이면 두 사람의 도주를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요.
멀리, 물 건너 타오르는 대저택은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합니다.
불은 밝고, 물은 검습니다.
곧 연락선과 만날테고, 저들은 결코 두 사람을 쫓아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자유롭습니다.
.
.
END 2 「 TRUE ENDING 」
fin.








✎ 「 Truth 」
✎:‘그녀’. 즉 체시는 크로우 공작과 결혼한 후 천천히 정신착란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입니다. 공작은 신경질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한데다가 앞뒤가 다른 사람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성품이 너그럽고 선한 호인을 연기하고 있지만 돌아서면 전혀 그렇지 않지요.
체시가 조금만 실수해도 공작은 그녀를 심하게 힐난했고, 이따금 손찌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책잡힐 일이 없을 때조차 그녀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했습니다.
공작은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공작이 체시를 홀대하자, 공작가의 사용인들 또한 그녀를 멸시하고 냉대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립된 폐쇄적 공동체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외부인을 배척하고 따돌리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친구, 가족도 하나 없이 거의 감금생활에 가까운 결혼생활이 십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체시에게는 편지도, 전화도 금지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물건들, 아끼고 사랑했던 것들은 어느새인가 망가지거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메리어빌 섬에서 체시는 서서히 미쳐갑니다.
환각을 보고, 환청을 듣습니다. 이젠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신경쇠약과 광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후부터 그녀를 향한 박대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소문이 새어나갈 것을 두려워한 공작은 삼 년 전, 숫제 그녀의 사망을 위조하고 그녀를 아예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공작과 집사장인 그레이, 하녀장인 사라를 제외하고 저택의 다른 사람들은 체시가 조각배를 타고 근해에 나갔다가 갑작스러운 폭풍우에 그만 배가 가라앉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살아서 다락방에 갇혀있습니다.
✎:모두가 잠에 들면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와 맨발로 집안을 배회합니다.
이따금 그녀의 그림자를 목격한 사람들은 메리어빌 대저택을 떠도는 유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유령으로,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찾아오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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