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RPG/2020

수요일의 신부 : 나기아벨

* 갱/락                                  



KP l 락

나기 플 헤임 l 아바에 드 클루니



그 해 여름, 브리스톨 해협에는 기묘한 폭우가 쏟아졌다. 


여름. 당신은 얼마 전 집 한 구석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세월의 더께를 헤아리고 있던 그것은, ‘그녀’의 반지였습니다. 당신은 반지를 발견하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쌉싸레한 추억 속으로 잠겨듭니다. 그러니까, 어느새 십 년이 지났군요.

한 때 당신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녀와 당신의 유대를 의심하지 않았고 영원히 함께 할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웨일스 지방의 엘런 공작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이후 거짓말처럼 끊긴 소식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고 그대로 십 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물리적인 거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두었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 후 그녀는 까마득한 남쪽, 브리스톨 해협을 건너야 도착하는 메리어빌 섬으로 떠났거든요. 작은 섬은 공작가의 소유로, 공작가의 컨트리 하우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곳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그녀가 섬으로 떠난 후 처음에는 몇 번 정도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도 되었고, 연락 없는 그녀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파도처럼 일렁이던 마음도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물거품처럼 찬찬히 사라져갔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그녀의 반지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그녀를 찾아가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신은 지금이라도 반지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핑계였든, 혹은 진지한 사명감이었든간에 당신은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십 년 만이네요.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 Chat Log 


「 그 해 여름, 브리스톨 해협에는 기묘한 폭우가 쏟아졌다. 」
...
여름. 당신은 얼마 전 집 한 구석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세월의 더께를 헤아리고 있던 그것은, ‘그녀’의 반지였습니다.
당신은 반지를 발견하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쌉싸레한 추억 속으로 잠겨듭니다.
그러니까, 어느새 십 년이 지났군요.
......
한 때 당신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녀와 당신의 유대를 의심하지 않았고 영원히 함께 할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웨일스 지방의 엘런 공작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이후,
거짓말처럼 끊긴 소식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고 그대로 십 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물리적인 거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두었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 후 그녀는 까마득한 남쪽, 브리스톨 해협을 건너야 도착하는 메리어빌 섬으로 떠났거든요.
작은 섬은 공작가의 소유로, 공작가의 컨트리 하우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곳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그녀가 섬으로 떠난 후 처음에는 몇 번 정도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도 되었고, 연락 없는 그녀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파도처럼 일렁이던 마음도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물거품처럼 찬찬히 사라져갔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집안을 정리하다 반지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영영ㅡ
그녀를 찾아가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신은 지금이라도 반지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핑계였든, 혹은 진지한 사명감이었든 간에 당신은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십 년 만이네요.
......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
.
────────────────────────
「 Bride of Wednesday 」
수요일의 신부
W. 자야
────────────────────────
“ 당신이 눈을 감으면 난 맨발로 집을 돌아다니며 춤을 춰. ”
.

.

첫째날, 「 브리스톨 해협 」
기록적인 폭우입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가 쉬지않고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실내에서 레몬을 곁들인 홍차와 함께 보는 비였더라면 보다 유쾌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지금 뒤집힐 듯이 흔들리는 소형 연락선 안에서 멀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르릉... 쾅!
벼락이 바다 한 가운데로 내리꽂힙니다.
...
갑판에서는 뱃사람들이 어떻게든 성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배편으로 분명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들었는데...
벌써 여섯시간 째, 아바에는 섬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착은 고사하고 무사히 살아남을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입니다.
당신은 이대로 선실 안에서 기다릴 수도 있고, 갑판으로 나가 선원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비가 이리 쏟아져서야... 섬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조심조심 걸음을 떼, 선실 문 앞에서 크게 외친다.) 저기, 실례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할까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선원이 소리칩니다.
“ 그게, 선생님! 일단 절대 나오지 마세요. 위험하다구요! ”
그 때 선원의 말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는 듯이 하늘이 깨질 듯 흔들립니다.
우르릉, 쾅! 천둥소리가 사납습니다.
폭우가 맹수처럼 몰아치고, 배가 기우뚱 기웁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한다는 물음에, 선원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 그리고... 바로 요 앞이에요,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이 쯤이면 섬이 보일 법도 한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앞이 안보이는거죠. ”
“ 참내, 뱃사람 생활 이십년만에 이 해협에서 이런 폭풍우를 겪어보는건 또 처음이에요. ”
선원이 말을 맺자마자 배가 심하게 기울어집니다.
선실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유리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쨍그랑! 소리가 나고,
갑판 위에 있던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한 쪽으로 우당탕 구르고 맙니다.
그렇지만 그건 선실 안에 있던 당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한바탕 구른 탓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신음하며 고개를 들자 눈 앞으로 집채만한 파도가 덮쳐옵니다.
누군가 비명을 지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재앙에 당신은 숨을 삼킵니다.
이윽고, 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배를 집어삼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앗! (배가 기울자 문을 꽉 붙잡아 보았지만, 우당탕... 엉덩방아를 찧고 선실 안으로 다시 기어들어왔다. (;))
(이대로 괜찮은 거겠죠......)
...
.
.
곧 정신을 잃습니다.
첫째날, 「 메리어빌 섬 」
당신은 눈을 뜹니다.
입이 짜고, 눈이 따끔거립니다. 온 몸이 찝찝하게 젖어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깜빡,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 보이는 것은 흐린 하늘입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따금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을씨년스러운 파도소리, 바람소리도요.
몸을 일으키면 온몸이 뻐근합니다.
어딘가 호되게 부딪히거나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으, 으...... (바닷 내음과 들려오는 소음에 천천히 눈을 뜬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살짝 누르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섬에... 도착한 걸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는, 황량한 해변가입니다.
주변에 부서진 나무조각들이 널부러져있고, 물에 젖은 나무상자 같은 것이 두서없이 쌓여있습니다.
그 곁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있습니다.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2
사람들의 옷차림이 어딘가의 사용인 같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여자들은 검은 하녀복에 흰 앞치마를, 남자들은 풋맨의 옷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몸을 일으켜, 한 번 휘청거리다 균형을 잡고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해봅니다.)
그곳으로 향하자, 당신을 발견한 누군가가 먼 곳을 향해 소리칩니다.
“ 미스터 그레이! 이 사람 일어났어요! ”
이후 외침을 들은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당신은 <미스터 그레이> 라는 사람과 대화하게 됩니다.
미스터 그레이라고 불린 사람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으로, 단정한 풋맨 정장을 차려입고 있습니다.
과묵하고 엄격해보이는 인상입니다.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8
묘하게 그는 기분이 나쁜 것처럼 보입니다.
미스터 그레이:... 정신이 드셔서 다행입니다.
그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손을 잡나요, 잡지 않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 (묘한 기분이 드나 조심스레 손을 맞잡는다.) 아, 네에......
...당신은......?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입을 엽니다.
미스터 그레이:저는 이안 그레이. 각하를 위해 봉사하는 사용인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엘런 공작 각하 소유의 메리어빌 섬이죠.
안타깝게도... 타고 계시던 연락선이 바로 이 앞에서 침몰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파도에 밀려 해안으로 떠밀려오신 것 같습니다. 운이 좋으셨군요.
... 그러고 보니, 당신의 짐가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제가 타고 온... 배 말씀이신가요? (문득 주변에 널브러진 나뭇조각들을 내려다보고는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럼 다른 선원들은...... 숨을 들이마시었다.) ...큰일을 겪을 뻔했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가워요. 그... 좋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그러고 보니... 혹시 가방이 하나 떨어져 있지는 않던가요? 그리 큰 크기는 아닌데......
미스터 그레이:선생님의 가방 말입니까. 아직 해안 수색 작업이 끝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찾게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실례지만, 가방의 크기나 모양이 어떻게 되시지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 그러니까... 어두운 갈색에 무늬는 없구요, 이만한 크기인데...... (적당한 직사각형 모양을 손짓해봐요.)
(혹시... 내가 나기의 반지도 그안에 넣어두었던가......?)
가방 안에 반지도 넣어두었을까요? 그런 거라면 큰일이겠네요.
<기도>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반지를 전해주러 왔는데... 그걸 잃어 버릴 순 없어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기도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7
다행히 당신은 반지를 따로 지니고 왔던 모양입니다.
주머니 안에서 나기의 반지를 발견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다행이다. 주머니 속 반지를 살짝 쥐어보며 안심해요.)
그런 당신을 보며 그레이는 이렇게 묻습니다.
미스터 그레이:음. 연락선을 타고 오셨다는 것은 메리어빌을 방문하실 예정이셨던 것 같은데, 맞습니까?
아바에 드 클루니:(낮게 끄덕인다.) 네, 맞아요. 돌려주어야 할 물건이 있어서... 전해주러 왔어요. 실은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망설였지만요.
대답을 들은 그레이는 회중시계를 손 안에서 두어번 굴리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입을 엽니다.
미스터 그레이:...... 연락선이 침몰했으니 아마 바로 돌아가실 수는 없을겁니다. 새 연락선이 오려면 적어도 사나흘은 기다리셔야겠군요.
돌려주어야 할 물건이 있다 하셨죠. 그 상대가 누구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바에 드 클루니:그런가요...... (반지를 돌려주고 바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잘된 걸까?)
...아, 제가 만나러 온 분은... 공작가의 부인이에요. 어릴 적엔 꽤... (조금 망설이다) 가까운 사이였거든요.
당신이 나기를 만나러 왔다고 말한 직후,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0
그레이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찰나였을 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레이는 사무적인 낯으로 돌아옵니다.
미스터 그레이:그러셨군요.
... 따라오십시오, 메리어빌 저택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감사합니다. (역시 기분탓인가,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 지금은 우선 그를 따라 걷는다.)
그레이를 따라 아바에는 천천히 해변가를 벗어나,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당신은 문득 섬의 풍경이 무척 볼 만 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본토에서 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검은 절벽이 깎아지른 듯 펼쳐져있고, 너른 바다가 희미한 회색빛으로 반짝입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합니다. 비가 그친 후여서 그렇겠지요.
당신은 발목 언저리를 간질이는 들풀을 밟으며 언덕을 오릅니다.
저택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
오는 동안 그레이와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는 좋은 대화상대는 아니지만 불성실한 대화상대 또한 아니니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주변을 구경하며 이따금씩 그를 흘끔거리다가 입을 연다.) ...저, 당신은 이 섬의 사용인으로 일하게 된 지 얼마나 되셨나요?
미스터 그레이:... 저 말입니까? (걸어가면서 곰곰) 아마... 햇수로는 30년 가까이 되는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상당히 오래 일해 오셨군요. (느릿하게 끄덕이곤) 그럼... 부인께서 이 섬에 처음 오셨을 때, 어땠는지... 기억하고 계실까요?
미스터 그레이:예, 기억합니다. 그분은... 귀부인 중의 귀부인이셨죠. 만인의 귀감이셨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음음... 그 말에도 끄덕거린다. 나기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예의 바르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날조여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부인이 오고 나서... 별일은 없었나요? 잘 지내고 있는 건지... 그동안 통 연락이 되지 않아서, 조금 걱정되기도 했거든요.
미스터 그레이:그건... ... (그말에 묵묵히 걷기만 하다가 툭 내뱉는다.)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요.
아바에 드 클루니:...... 그렇겠죠. (괜히 또 흘끔 보고서는 눈만 깜박인다.) ...평안히 지내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완만한 언덕을 오르자 눈 앞에 위풍당당한 저택이 한 채 보입니다.
적게 잡아도 기백년은 되었을 듯한 위세의 고저택입니다.
세월의 바람에 낡고 깎인 구석이 없지 않지만, 장식과 모서리마다 장인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이 없어보이는, 아름다운 저택입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감탄을 금할 수 없군요. 그레이는 멈추지 않고 걸어갑니다.
...
그레이를 뒤를 따라, 당신은 너른 정원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호가니로 짠 육중한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저택 안은 고요합니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져 창 안으로 붉은 노을이 스며들어옵니다.
저택 안의 낮은 조도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그 즈음에서,
그레이가 뒤를 돌아봅니다.
미스터 그레이:손님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몸을 청결히 하신 후 응접실로 내려오시면 공작님을 만나뵈실 수 있을겁니다.
그레이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멀리 떨어져있던 하녀에게 손짓합니다.
사용인은 당신에게 꾸벅 목례하더니, 위층으로 안내합니다.
...
사용인을 따라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고풍스러운 호두나무 문이 보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 곳은 서관(西官)의 침실입니다. 욕실이 딸려있는 손님방이로군요.
[ 침대, 창문, 옷장, 욕실 ]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를 따라 오는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감탄하며 들어섰다. 안내를 도와준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후, 방안을 둘러보며 욕실부터...!)
그렇네요. 아직 당신은 바닷물에 쫄딱 젖은 채니까요.
욕실로 들어서면 정교한 부조가 조각된 대리석 욕조와 고급스러운 목욕 용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욕조에는 방금 채워둔 것 처럼 따끈따끈, 알맞은 온도의 목욕물이 받아져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따끈따끈...... 온기에 홀린 듯이 욕조 안에 몸을 퐁당 담급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뽀득뽀득 씻어요.)
뽀득뽀득 뽀드득
목욕하고 나온 당신은... 뽀송해졌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뽀송...!)
(목욕 가운을 걸쳐, 청결해진 몸을 이끌고 나와 옷장을 열어봅니다. 갈아입을 만한 옷을 찾아봐요.)
옷장을 여니, 손님을 위한 옷가지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야회복, 이브닝 드레스, 나이트 가운 등을 포함하여 십수벌입니다.
물론 당신의 체격에도 맞을만한 원피스나 가벼운 일상복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손님방인데도 준비가 무척 잘 되어 있군요... 그중에서 가장 평범해 보이는 원피스를 꺼내어 갈아입습니다.)
(아직 물기가 덜 마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고, 창문을 한 번 살펴)
창 밖으로 해안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쏴아─ 철썩. 멀게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검은 절벽에 부딪혀 와르르 부서지는 하얀 포말에 잠시 넋을 빼앗깁니다.
이런 저택에서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지도요.
문득 나기의 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행복할까요.
어쩌면 소식이 끊긴 것이 행복에 겨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런 이유라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쯤은 연락해주었어도 좋았을 텐데. 탓하려는 건 아니나 걱정이 앞서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파도가 일구어내는 포말을 감상하기도 잠시, 침대를 살펴보기로.)
고급스러운 침구로 장식된 침대는 두 명이 써도 될 정도로 넓었지만 일인용입니다.
이불과 베개, 베드러너 모든 것이 한결같은 자주색입니다. 화사하고 예뻐보이는군요.
섬세하게 수놓인 자수와 보드라운 촉감 등으로 미루어보아 상당한 고급품인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잠자리인 만큼 신경 쓴 것 같아 보이네요. 부드러운 이불을 만져보며, 위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매무새를 정돈한 후에 방을 나서기로 합니다.)
방을 나서기 전, 당신은 침대 아래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봅니다.
장미 모양의 귀걸이 한 짝이 떨어져있습니다.
나머지 한 짝은 어디로 굴러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만...
문득 기묘한 위화감이 뒷목을 스칩니다. 이거, 나기의 물건 아닌가요?
<고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앗... (멈칫하고 돌아와 귀걸이를 꺼내어 살폈다. 왜 한 짝만 있는 걸까, 그것도 나기의 물건이라면 왜 이 방에......)
아바에 드 클루니 의 고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0
저택의 여주인 물건이 저택에서 발견되는건 이상하지 않죠.
나기가 실수로 떨어트렸거나,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왜 손님방에서? 여전히 의문은 남지만... 당장 알 수는 없겠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이유는 알 수 없으니, 일단은 자신이 챙겨두기로 하며 귀걸이를 품 안에 넣어둡니다. 잃어버릴까 나기의 반지도 같이...)
(응접실로 총총)
매무새를 정돈하고 방을 나서면 방 앞에서 아까의 사용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다소 기묘하게 쳐다보다가, 이윽고 별 말 없이 응접실로 안내합니다.
당신은 사용인을 따라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왜 그렇게 쳐다보았던 걸까... 아무튼 사용인을 따라 내려가요.)
겉으로 보았을때의 그녀는 대강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상당히 어립니다.
대화를 걸어도, 최소한의 답만 합니다.
어딘가... 당신을 명백하게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오래 기다리셨죠, 미안해요. (짧게 한 마디를 건네었다...)
메이드, 릴리벨:아니에요. (그말만 하고는, 응접실까지 말이 없다가) ...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에 도착합니다.
안에 들어서자, 타오르는 벽난로와 고급스러운 가죽쇼파, 그리고 원목 테이블이 보입니다.
그리고 벽난로 가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남자.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멀끔하고 반듯한 인상의 남자입니다.
아마도 그가 엘런 공작이겠군요.
공작은 당신을 보고선 빙그레 웃으며 일어섭니다.
엘런 공작:어서오십시오. 올 여름의 첫 방문객을 이런 식으로 맞게 되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환영합니다.
그는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맞이합니다.
엘런 공작:... 그래서, 이 외딴 섬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아바에 드 클루니:...아, 아닙니다. 저야말로... 누추한 몰골을 보이게 되어 실례했습니다. 이리 맞이해주셔서 영광인 걸요.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서 미소로 화답했다.)
그... 공작의 부인에게 볼일이 있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만, 부인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는지......
당신의 말을 듣고, 공작의 얼굴이 일순 딱딱하게 굳습니다.
이어 괴로운 듯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옵니다.
엘런 공작:... ... 소식을 듣지 못하셨나보군요. 제 아내는 삼 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잘못 들었나?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 어쩐 일로......?
그는 한참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침통한 목소리로 부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엘런 공작:그녀는 종종 조각배를 타고 근해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주변의 풍광은 굉장히 아름다우니까요.
그런데 삼 년 전, 마치 오늘 같은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바다를 악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탔던 배는 반동강이 나서 해안가로 밀려왔고, 시신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게, 칠월의 수요일이었죠. 그 날의 끔찍하던 폭풍우가 잊혀지질 않는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 그럴 수가...... ...폭풍우... 였던가요...... (자칫하면 저 또한 목숨을 잃을 뻔 했던 기억이 떠올라 작게 심호흡을 했다. 나기는 그 비바람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가버리다니, 믿고 싶지 않다.)
(주머니 속에 있을 반지를 천 위로 살짝 움켜쥐어본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하였더라면. ...사용인이 나기에 관해 이야기를 꺼리던 것은 이때문이었을까, 실례한 기분이 들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이어 마른 세수를 하고는) ...유감입니다.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엘런 공작:... 제 아내는 우아한 숙녀였고, 모두의 귀감이었죠. 그런 그녀가 그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거라곤...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머무시는 동안 시간이 된다면, 아내의 방은 동관에 있으니 찾아가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하늘에 있는 제 아내도 친구가 찾아온 것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
이후 짧은 애도가 이어지고, 공작은 연락선이 올 때까지 저택에서 편하게 지내라는 말로 대화를 끝맺습니다.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서면 공작이 배웅합니다.
허기질테니 방으로 식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려두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러도록 할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작께서도 모쪼록... 안온한 밤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조금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방에 돌아간다......)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손님방으로 올라옵니다.
나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은 당신은 분명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화가 날 수도, 슬플 수도, 오래 전에 가라앉은 줄 알았던 마음의 파도가 다시금 사납게 일렁이는 것을 느낄 수도 있겠죠.
고작 이런 끝을 보여주려고 십 년 동안 편지 한 줄 없었던 걸까. 그런 묘한 원망의 감정을 느꼈을수도.
...
어떻든간에, 당신은 굉장히 험난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식사도 마다한 채, 침대에 누우면 아득히 몰려오는 피로감에 온몸이 무거워집니다.
깜빡. 깜빡. 점점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이대로 잠을 청할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나기가 죽었다니. 십 년 만에 듣게 된 당신의 소식이 이런 류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허무함이 가득하고 당신을 앗아간 세상이 야속하다.)
(음식물을 목으로 넘길 기운도 없고, 멍하니 천장만 응시하다 가만 눈을 감기로 했다.)
가만 눈을 감으니 혼몽이 찾아옵니다.
......
당신은 꿈을 꿉니다.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습니다.
마치 누군가 돌로 몸을 눌러둔 것처럼 온몸이 무겁습니다.
여자는 아주 조용하게 춤을 춥니다. 맨발입니다.
큰 원을 그리고, 다시 몸을 옹송그리고… …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들었다가,
천천히 무너져내립니다.
그리고, ...
.
.
당신은 깨어납니다.
둘째날, 「 메리어빌 저택 」
눈을 떠보니 하녀 아이가 깨어난 당신을 보고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습니다.
당신은 잠에서 막 깨어나 멍한 정신으로 그녀를 바라봅니다. 뭐죠…?
<고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눈 비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고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9
메이드가 당신이 잠든 사이 아침식사를 두고 가려다가 당신이 깨어나 놀란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창가의 테이블에 음식이 담긴 쟁반이 놓여 있네요.
그런데 메이드는 어쩐지 긴장한 듯한 기색입니다.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아... (메이드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번갈아보더니 상황 파악을 마친다.) 고마워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9
그녀가 침대 밑으로 몸을 숙였다가 일어난 자세에서 당신과 마주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래에 뭐가 떨어진 것이라도 있나요? (고개를 기울여)
메이드, 릴리벨:네... 넷?! (뻘뻘) 그으 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편하게 계세요!
당신이 말을 거니 화들짝 놀랐다가, 곧 대답하는 둥 마는 둥 하고서...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쏜살같이 나가버리네요. 이상한 반응입니다.
아무튼 차려둔 아침식사는 구운 소세지와 양송이, 수란과 오믈렛, 베이크드 빈즈, 토마토와 올리브절임, 그리고 레몬수입니다.
그래도 차림에 부족함은 없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무슨 일이었던 걸까요... 의문스럽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싶어 테이블 앞에 앉아 느릿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든다. 토마토부터 냠냠...... 깨끗하게 비워요.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칩니다.)
냠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자, 누군가 방문을 두드립니다. 똑똑.
아바에 드 클루니:...아, 네! (티슈로 입가를 닦고 일어나 호다닥 문을 연다.)
문을 열면, 문 밖에 서있는 것은 그레이입니다.
미스터 그레이:좋은 아침입니다. 간 밤 편히 주무셨는지요.
그의 뒤에는 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풋맨 차림의 소년이 서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럼요, 덕분에 편히 잠들 수 있었습니다. (옅게 웃으며 그를 맞는다.) 그런데 이 아이는...?
미스터 그레이:아. 여기에 머무시는 동안 선생님의 편의를 돌봐드릴 아이입니다. 올리버.
올리버라고 불린 풋맨은 당신에게 고개숙여 인사합니다.
하녀처럼 명백히 경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소 건방진 듯한 눈빛입니다.
미스터 그레이:...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방을 해안가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용케 파도를 타고 섬에 떠밀려온 모양입니다. 지금 세탁실에서 세척중이니, 건조 후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네? 이렇게까지 도와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소년과 눈이 마주치자 슬쩍... 피했다.) 감사합니다.
아... 가방을 찾았나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표정이 밝아지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기다리고 있을게요.
미스터 그레이:그것 또한 제가 할 일이니까요. 그럼... 저는 저택의 일이 있어서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올리버를 소개한 후 그레이는 회중시계를 한 번 들여다보고, 당신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납니다.
풋맨, 올리버:... 뭐, 도와드려요?
남은 올리버가 시킬 일이 있으면 빨리 하라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에게 저택의 안내를 부탁하거나 특정 장소로 데려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뻘쭘하게 서 있는다.) 괜찮...아요.
(다 먹고 남은 식기를 한쪽에 올려두고선... 바로 덧붙여) ...혹시, 공작 부인의 방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풋맨, 올리버:그러죠. 그런데 거긴 동관이라 멀어서... 여기 서관부터 안내할게요. (건방진 눈빛.)
올리버와 함께 동관, 서관, 다이닝룸, 마구간, 보트보관소 총 다섯 군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전부 봐도 되고, 일부만 봐도 괜찮지만... 안내의 시작은 서관, 끝은 동관이 됩니다.
그러니 나기의 방을 보는 건 마지막이 되겠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렇군요. 어차피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야 할 것 같으니... 편한 대로 부탁드릴게요. (눈빛에 조금 기 죽어요.)
풋맨, 올리버:(기 죽은 거 보고 좀 표정 풀어본다.) 흠, 그럼 따라오세요.
서관은 아바에가 묵고있는 관입니다.
개축한지 얼마 되지 않은 티가 납니다. 깔끔하게 관리되어있습니다.
풋맨, 올리버:여기 서관은 주인마님 돌아가신 다음에 개축했다고 해요.
원래는 복도도 좁았고... 오래되어서 보기 안좋은 방들도 많았는데, 창도 크게 내고 가구도 새로 들여놔서 가끔 오는 손님들이 아주 칭찬하시죠.
으음, 주로 손님방이나 응접실이 서관에 있어요.
공작님은 원래 동관을 쓰셨는데, 마님 돌아가신 후에 서관으로 옮기셨대요.
어쩌면 개축도 그래서 한 걸지도 모르죠? 마님 쓰시던 건물을 그대로 쓰는 게 힘드셨을지도...
아바에 드 클루니: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내부를 살핀다.) 당... 올리버는 일을 맡은 지 얼마나 되었어요?
풋맨, 올리버:저요? 저야 여기서 일한지 이 년... 반? 그정도 된 것 같아요.
뭐 여긴 월급도 안밀리고... 좋더라고요. 섬이라 촌구석인거 빼면.
아바에 드 클루니:그래도... 이 섬은 풍경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저택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바다도 그렇고. (창가를 지나며 말했다.)
그럼 올리버는 공작 부인에 대해 별로... 들어보지 못했겠네요.
풋맨, 올리버:직접 아는 건 없지만... 듣기론 모든 사람들에게 상냥하시고, 똑똑하시고, 매력있고, 기품있고, 또 우아한 분이셨다고 하던데요.
아무튼 둘도 없는 귀부인이라고 들었어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질만큼 거북한 찬사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끄덕끄덕... 그래도 잘 알고 있군요. 위화감(ㄱㅡ) 대신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랬죠. 그런 부인이 어쩌다...... (한숨을 폭 내쉬고는)
...내 이름은 아바에예요. 지내는 동안 편하게 불러주세요.
풋맨, 올리버:음... 그럼 아바에 씨. 다음은 어디 가실래요? (멀뚱)
아바에 드 클루니:(왠지 어색하며...) 그, 다음으로... 다이닝룸을 부탁할게요.
풋맨, 올리버:좋아, 이쪽이에요 아바에 씨. (다이닝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다이닝룸으로 향하려던 중,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9
누군가의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하고, 기분 나쁘고, 끈덕진 시선입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거나, 찾으려 들면 시선은 사라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괜히 팔을 한 번 문지르곤 그를 쫓아간다.)
꺼림칙한 느낌이 들지만... 기분 탓이겠죠.
두 사람은 다이닝룸에 도착합니다.
안에 들어서자 화병을 닦고 있던 메이드가 화들짝 놀라면서 꽃병을 떨어트립니다.
쨍그랑!
아바에 드 클루니:(깜짝...)
풋맨, 올리버:응? 안나! 너…그거 주인 마님이 아끼시던 꽃병이잖아!
올리버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메이드는 바들바들 떨면서 어쩔 줄 모르고 깨진 꽃병을 내려다봅니다.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군요. 다시 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메이드, 안나:어...어쩌죠, 올리버?
올리버는 혀를 차며 꽃병의 잔해를 수습합니다.
풋맨, 올리버:어휴... 이건 하녀장님께 보고드릴테니 월급 삭감은 각오해둬.
메이드, 안나:...... 네에...
꽃병은 입구가 꽃잎 모양으로 벌어져있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의 유리 꽃병입니다.
나기가 아낀 물건이라니, 그런 것 치고 하녀와 올리버가 보이는 반응은 다소 미묘합니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실수를 쳤을 때의 두려움이라기보다, 어떤 곤혹스러움과 짜증스러움에 더 가까운……
시무룩해보이는 하녀아이는 유리조각을 치우며 울상을 짓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괘, 괜찮아요? 놀랐을 텐데...... (두 사람의 태도에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기분탓일까. 우선은 하녀아이에게 다가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핀다.)
메이드, 안나:괜... 괜찮습니다. 치우면 되니까요...... (열심히 같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아바에 드 클루니:너무 자책하지는 말아요. 실수한 건 어쩔 수 없으니...... (깨진 조각을 조심히 한두 개 주워들어 치워두고는 일어선다.) 다음부터 조심해요.
당신은 메이드와 같이 꽃병을 치웁니다. 상냥하네요.
메이드, 안나:네, 네에... 알겠습니다. (올리버 힐끔)
풋맨, 올리버:(유리조각을 다 치우고 나서 손 탈탈) 여긴 텄네요. 다른 곳이나 갈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렇게 할까요. (하녀가 눈이 밟혀 자꾸만 곁눈질을 하다, 이내 자리를 뜬다.
올리버의 뒤를 따라가며,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7
또다시 누군가의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하고, 기분 나쁘고, 끈덕진 시선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시선은 사라집니다.
...
자연스럽게 올리버가 안내한 곳은 마구간입니다.
준마 다섯마리 정도가 매여있고, 공작가의 마구간 답게 관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마구간지기가 둘을 보고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자세가 구부정하고 낯빛이 어두운 초로의 사내입니다.
풋맨, 올리버:여긴 마구간이에요. 메리어빌은 섬이긴 하지만 공작님이 사냥을 나가시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일이 있을 때 종종 말이 필요하거든요.
(마구간지기를 가리키며) 여기 이 로버트 씨가 관리해주고 계시죠.
로버트는 둘을 본 체 만 체 하며 말고삐와 등자를 갈무리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몸가짐이 조금 불편해보입니다.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1
그가 약간 다리를 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마구간지기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다섯 마리의 말을 살피다 그에게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저, 로버트 씨는... 혹시 다리가 불편하신가요?
어쩐지 로버트 씨가 당신을 쏘아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올리버가 당신의 물음에 뒷머리를 몇 번 긁더니,
풋맨, 올리버:네. 그게 참... 하필 또 주인마님이 돌아가시던 날 바다에 수색을 나갔다가 저렇게 됐대요. 바위 틈새에 발목이 끼었다나. (소근)
... 라고 대답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저가 실수를 했나,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그런가요, 하필이면 그날...... 다섯 마리나 돌보고 계신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풋맨, 올리버:... ... 흠... 흠으음, 아무래도 여긴 잘못 안내한 것 같네요. 다른 곳을 보여줄게요!
아바에 드 클루니:oO(어쩐지 보는 곳마다...) 좋아요.
풋맨, 올리버:자자 로버트 씨도 오늘 하루 파이팅 하시고요~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이 올리버는 다음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당신의 등을 떠밉니다.
마구간을 나가는 아바에의 등 뒤로 로버트의 서늘한 눈길이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 뒷덜미가 선뜩합니다.
...
그렇게 마굿간 밖으로 나가자,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칩니다.
“ 올리버! 세탁해둔 린넨 네가 옮겼냐? ”
하녀복을 입은 중년의 여인입니다. 올리버는ㅡ
풋맨, 올리버:아, 제가 그거 삼층 건조실에 옮겨둔다고 했잖아요!
하고 맞대답을 하고, 곧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여인에게로 뛰어갑니다.
당신은 마구간 앞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그 때,
아바에 드 클루니:아, 저기...... (덩그러니)
어디선가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래서, 유령… ...랬대. 진짜라니까? ”
“ 어머어머! ”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죠?
주위를 둘러보면, 주방으로 이어지는 쪽문 틈에서 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문 쪽으로 다가가서 대화를 엿듣거나 대화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그들과 어울리기도, 대화를 엿듣는 것도 꺼림칙하다. 그렇지만......)
(궁금하니 엿들어봐요.)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궁금해서 엿듣기로 한 아바에.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다면 완전범......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2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릴리벨이 봤대, 동관에서. 분명하대. ”
“ 걔는 그 시간에 동관에는 왜 갔대? ”
“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무튼 흰 옷에 맨발 차림이었다더라. 안나가 말한 것과 똑같지 않아? ”
“ 그걸 믿어? 릴리벨은 손버릇도 나쁘잖아. ”
“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너도 참…... ”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하녀들은 그 즈음에서 자리를 떠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야기를 듣다, 인기척이 멀어지자 숨을 크게 한 번 내쉰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일까요? 조금 걸어나와 하녀들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이야기였을까요.
어쨌든... 올리버가 돌아옵니다.
풋맨, 올리버:하아... 죄송해요. 메이 부인은 매번 귀찮게 일을 두 번씩 하게 만든다니까. (투덜투덜)
아바에 드 클루니:(괜히 화들짝!) 오, 오셨어요? ...... 다음엔 보트보관소를... 둘러보고 싶네요. 으음...
풋맨, 올리버:왜 그런 반응이에요? (완전 수상하다는 표정을 하다) 좋아요. 이 근처에 있으면 또 부인이 일을 시킬지도 모르니까... 적절한 장소 선정이네요.
그리고 이번에도,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그... 아뇨, 별 건 아니고...... (꼼지락) 올리버는 이 저택에 유령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봤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4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느낍니다. 섬뜩하고, 꺼림칙한 웃음소리입니다.
홱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봐도 도대체 누가 낸 웃음소리인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당신을 올리버가 더더욱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풋맨, 올리버:자꾸 왜 두리번 거려요? (수상...) 유령이야 뭐, 이런 섬에선 항상 있는 괴담같은 거죠.
아바에 드 클루니:...... 미안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누가 계속 쳐다보는 것 같고, 그 웃음소리까지 들리는 것만 같아서. (고개를 절레 내저으며 마른 세수를 했다.) ...흔한 소문인 걸까요.
풋맨, 올리버:흔하죠. 그러다 보면 그 유령이란 것의 모습도 항상 바뀌고. 다 그렇잖아요 (으쓱) ...... 웃음소리라니, 아직 피곤하신 거 아니에요?
아바에 드 클루니:으음......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올리버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눈가를 꾹꾹 누르다가) 얼른 돌아보죠.
풋맨, 올리버:......... ? (고개를 갸웃이며 보다가 마저 안내하러 간다. 총총.)
보트 보관소는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 쪽에 있습니다.
아바에가 밀물에 떠내려왔던 곳입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 쪽으로 걷자, 곧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어제도 생각했지만 섬의 풍광은 정말로 나쁜 편이 아닙니다.
바다와 절벽, 흐린 하늘, 웃자란 들풀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갑니다. 바위에 부딪혀 하얀 물거품이 아스라집니다.
풋맨, 올리버:저기예요.
올리버가 손가락으로 해안가 한 귀퉁이에 작게 지어진 오두막집을 가리킵니다.
풋맨, 올리버:뭐 사실 별 건 없는데. 그냥 바람 쐬러 나왔다고 생각하고 간단히 보고 갑시다.
아 참, 보트 보관소 근처에는 미친놈이 하나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가 가리킨 오두막집을 바라본다.) 네? 미......
...어떤 사람...이죠?
풋맨, 올리버:말 그대로 미친놈이에요. (으쓱)
<대인>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대인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2
당신의 반응에, 올리버는 마지못해 설명합니다.
풋맨, 올리버:벤자민... 이라는 놈인데요, 좀 제정신이 아니에요. 매일 술에 절어있는 망나니죠.
옛날에 저택에서 일했던 하녀의 아들이라던데, 누굴 해칠 깜냥은 없는 놈이라... 공작님께서 그냥 보트 보관소에 딸린 오두막에서 살게 해주셨다더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그분은 저 오두막에 혼자... 지내시는 건가요? 다른 사람을 꺼리시진 않나요?
풋맨, 올리버:음 아마... 그럴 걸요? 사실 그 놈이랑 별로 엮이고 싶지 않아서요. 자세힌 몰라요. (절레...)
대화를 나누며 보트 보관소 가까이 가보면, 정말 특별히 볼 건 없어보입니다.
작은 오두막 두 채가 나란히 지어진 모습이 끝입니다.
안에 들어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기물은 없고, 근사한 보트 한 척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생각보다는 평범하네요. 벤자민이라는 분은 안 계시나... (혼잣말하며 보트를 살펴봐요.)
풋맨, 올리버:아. 그 보트 완전 멋지죠? 전에 주인마님이 타고 나가신 배가 부서진 바람에 새로 한 척을 지어야만 했대요.
원래 공작님은 가끔 근해에 낚시를 가시거나 날씨가 좋은 날 뱃놀이를 가곤 하셨는데 주인마님 가시고 나서는 거들떠도 안보시더래요.
그래서 가끔 사용인들이 업무용으로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 말고는 여기 계속 처박혀있...
당신이 보트를 살펴보자 부스럭, 하고 인기척이 납니다.
방수천으로 덮여있던 보트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풋맨, 올리버:뭐야,
그러다가 갑자기 꿈틀거리던 덩어리가 벌떡! 일어납니다.
벤자민입니다.
“ 어...뭐야, 올리버? ”
풋맨, 올리버:아 XX... 깜짝 놀랐잖아요!
올리버는 순간 욕설을 주워섬기다가 힐끔 당신의 눈치를 봅니다.
벤자민은 상당히 술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깜짝! 놀라 주춤하더니) 그, 이 분이... 벤자민 씨군요. (빤히 바라보다 꾸벅 인사를... 한다.)
풋맨, 올리버:으... 그래요. 이놈이 벤자민이에요.
이러고 자는 줄은 몰랐는데...... 하 그만 다른 곳으로 가죠.
올리버는 그가 어지간히 싫은지, 당신에게 그만 저택으로 돌아가자는 식으로 얘기하고 휙 나가버립니다.
그런 올리버를 따라 저택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남아서 벤자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자, 잠깐만 이야기를...... (올리버의 뒤를 따라갈지, 벤자민에게 말을 걸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자리에 남아 서 있는다.)
...... 저, 안녕하세요- (다시 한 번 꾸벅...)
당신은 벤자민과 대화를 나누기로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엄청나게 취해있는 상태입니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으려면 <대인> 판정, 대단한 성공을 하거나 <돌파> 판정, 무력으로 정신을 들게 하는 수 밖에 없겠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oO(휴.......................)
괜찮으시면,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대인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1
!!! 당신이 대화를 거니 느리게 눈을 꿈뻑이며 답합니다.
“ 응? 뭐… 누구야? 당신.. ”
이제 그에게 옛날 사건에 대해 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바에 드 클루니:...! 아차, 저는 아바에라고 해요. 당분간 저택에 머무르게 되어서...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 아바? 그런가. 아바. 같이 술 마시자는 제안이면 환영이지만~... ”
아바에 드 클루니:음...... (아무렴 상관없나. 머리를 긁적인다.) 네에, 제가 묻고 싶은 건... 옛날에 공작 부인께서 조각배 타기를 좋아했다고 들었거든요.
“ 아… 주인마님 얘기? ”
“ 킥킥... 그래, 웃기지. 저택 밖으로 한 발짝 나오지도 못하던 사람이 괜히 배를 탄다고 설치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 아냐...... ”
<진실 1>을 적립합니다.
벤자민은 비웃으며 비틀거리다 보트 안에 다시 털썩 누워버립니다.
그리곤 코를 곱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네? 그게 무슨... 한 발짝도 나오지 못 했다니......
사, 사실인가요? (누워버린 그를 세게 흔들어요. 일어나세요!)
믿을 수가 없군요. 깨워보려고 해도 벤자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 커어어어............... ”
아바에 드 클루니:.......................
(어쩔 수 없죠...... 그 말은 나기가 저택에 갇혀 있기라도 했다는 말일까요. 보관소를 뒤로하고 터덜터덜 나옵니다. )
당신이 터덜터덜 나오면...
더 믿을 수가 없군요. 올리버가 정말 저택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한숨)
올리버가 사라졌기 때문에 당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
서관으로 돌아가거나 동관으로 가는 길을 혼자 힘으로 찾아보는 겁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혼자서라도 둘러보다 보면, 길이 나오겠죠. (동관으로 가는 길을 찾아봐요.)
<기도>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두 손 꼬옥 모아......)
아바에 드 클루니 의 기도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7
두 손 꼬옥 모아 한... 기도 덕분인지, 무난하게 길을 찾아냅니다.
...
동관은 창이 넓고 화사한 분위기로 꾸며져있던 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길고 좁은 창과 옛스러운 가구들, 어두운 자주색 커튼들. 어쩐지 건물 자체에 압도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군요. 나기는 이런 곳에서 살았군요.
들어가면 아바에는 <하녀장 사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키가 크고 매서운 인상의 중년 여성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차려입고 있으며 행동거지에 절도가 배어있습니다.
정면으로 마주한 그녀의 눈빛은 마치 당신을 꿰뚫어보는 듯 합니다.
조용하고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습니다. 아주 짧은 침묵이 기이하게 길게 느껴집니다.
사라는 가볍게 목례한 후 말합니다.
하녀장, 사라:... 이번에 방문하신 선생님이시군요. 주인마님의 방을 보러 오셨습니까.
아바에 드 클루니:(따라 마주보며 인사를 하고는) ...네, 맞습니다. (저도 모르게 긴장되어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듯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으며) 안내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하녀장, 사라:(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에, 따라오라는 듯 계단을 오른다.) 물론입니다. 안내해 드리죠.
당신은 사라의 뒤를 따라 동관의 2층으로 향합니다.
...
2층으로 올라가 복도 가장 끝에 있는 방으로 향합니다.
마호가니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줏빛으로 꾸며진 넓은 침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줏빛 벨벳 커튼, 협죽도와 백합이 수놓아진 침구, 상앗빛 석재로 만들어진 화장대,
그리고 테라스로 향하는 창문을 열면…… 바다 절벽이 한 눈에 보입니다.
멀리서 파도가 칩니다. 스산한 바닷바람이 창을 지나 당신의 뺨을 스칩니다.
하녀장, 사라:... 아주 아름다운 방이죠. 어쩌면 이 저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일지도 모릅니다.
생전 마님께서 저 창가에 서 계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눈이 부시도록 웃고 계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꿈에서 본 듯 생생합니다.
사라는 나기에 대해 여지없는 호평과 찬사를 차분하게 늘어놓습니다.
귀부인 중의 귀부인이었고, 만인의 귀감이었고, 저택은 늘 그녀 덕분에 밝았고,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고,
매력과 지성이 넘치던 여성이었다고요.
아바에 드 클루니:... (마찬가지로 비슷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 모습을 저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부인께서 이곳에 계신 분들께 살갑게 대해주셨나 봐요. 그만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겠어요.
하녀장, 사라:네. 폭풍우가 치던 그 날만 아니었다면... 빈자리가 버겁고, 그런 분이 떠나신 게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몇번이고 들은 이야기만 반복하다, 말미에 묘한 말을 덧붙입니다.
하녀장, 사라:... 그런데 선생님, 유령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들으셨나요.
아바에 드 클루니:저 또한 유감스럽네요. (제 손을 꾹 맞잡고는) ...... 네? 유령이라면... 이 동관에서 본 적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입니다. 사라는 이어 말합니다.
하녀장, 사라: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님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속히 떠나셨으면 합니다.
선생님께도 그 편이 더 좋으실 테니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 부인에 대한 기억과 저택의 유령이 어떤 연관이라도...?
하녀장, 사라:...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슬슬 어두워졌으니, 머무시는 서관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알 수 없는 대화입니다.
사라는 입을 다물고, 당신을 다시 서관으로 안내합니다.
돌아오는 길, 어디선가 아득한 비명소리를 듣습니다.
주위를 탐색해봐도 비명소리의 근원은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비명소리에 대해 물어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
.
.
저택 조사가 일단락됩니다.
둘째날 밤, 「 메리어빌 저택 서관 」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합니다.
낮에 있었던 일들 중 몇 가지가 자꾸만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돕니다.
이 아름다운 대저택은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걸까요.
물론 야심한 시각에 손님이 혼자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전혀 양식있는 행동이 아니지만요.
음. 적어도 자정 후엔 몰래 방 바깥으로 나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식사를 대강 마치고,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생각에 잠긴다. 오늘 들은 이야기가 영 마음에 걸린다. ...이대로 맘 편히 잠에 들지는 못할 것 같아, 괜히 방 안을 서성거리다 시간을 확인한다. 밤이 좀 더 깊을 때까지 기다리자.)
... ...
시간이 흘러, 자정이 넘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손님의 신분으로 저택 안을 함부로 돌아다녀도 괜찮을까, 문 앞에 서서 고민했다. ...... 결론은 문을 여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신이 방문을 열려고 할 때,
문이 단단히 잠겨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철컥철컥.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봐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응...? (살살 문고리를 돌려보다 힘주어 돌려본다. 그래도 열리지 않는 문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
(원래 한밤중에는 방문을 잠가두는 걸까...... 가만 서 있는다.)
당신이 문고리에서 손을 놓으면, …
철컥철컥철컥철컥.
분명히 손을 놓고 있는데도 문고리가 돌아갑니다.
누가 밖에서 열기 위해 돌리고 있는 것처럼요.
철컥철컥철컥철컥. 소리는 더욱 격해지고,
쾅!
누가 문을 세게 치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소스라치게 놀라) 호, 혹시 바... 밖에 누가 계신가요...?
...
소리가 난 다음에 문 밖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집니다.
그 밤의 소란은 거기까지입니다.
그대로 잠을 잘 수도 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샐 수도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이건 대체...... ...호흡을 고르고 겨우 진정한 뒤, 다시 침대로 돌아와 몸을 뉘인다. 나갈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피로감에 결국 잠들고 만다......)
... ...
지쳐 잠든 당신은 환각인지 꿈인지 모를 것을 봅니다.
처음 여기 도착해서 꾸었던 꿈과 같은 꿈입니다.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여자는 아주 조용하게 춤을 춥니다.
이따금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녀는 노래를 찾지 못합니다.
......
여자는 맨발입니다.
어딘가 텅 빈 것 같기도 합니다.
문득, 당신은 그 얼굴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나기 」 , 그녀입니다.
큰 원을 그리고, 다시 몸을 옹송그리고… …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들었다가,
비틀거림인지, 춤인지 모를 것으로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손을 뻗어 당신의 양 뺨을 감싸쥡니다.
느껴지는 손길. 내가 기억하던 바로 그 사람. 나기의 입술이 달싹입니다.
나기 플 헤임:... 와줘, 아벨.
그리고, …
.
.
당신은 깨어납니다. 다음날로 이어집니다.
셋째날, 「 메리어빌 저택 」
아침. 잠을 설쳐 눈이 뻑뻑합니다.
어쩐지 영 몸이 찌뿌둥하군요. 어제의 기묘한 경험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 그것 때문이겠지요.
아무튼간에 아침이 밝았고, 아바에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밖으로 나가보려고 하면 문은 언제 잠겨있었냐는듯이 쉽게 열립니다.
문 밖에 어떤 흔적이 남은 것도 아니고, 마치 간밤에 겪은 일이 꿈은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모든 것이 멀쩡합니다.
그 때 그레이가 당신의 객실 쪽으로 걸어옵니다. 그리고 아침인사를 건넵니다.
미스터 그레이: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아바에 드 클루니:... (멍하니 그가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아, 좋은 아침... 이에요.
그에게 어젯밤 일에 대해 이야기해도, 꿈이라도 꾼거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오겠죠.
아무튼간에 그레이의 용건은 <가방>을 당신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일전에 세탁과 건조가 끝나면 돌려주겠다고 했지요.
내용물이 전부 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가방을 돌려주러 오셨군요. 고맙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가방 안을 확인한다. 중요한 짐은 아마 없었던 것 같으니...)
가방을 열어보면 단정하게 물품들이 정리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라,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지갑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뒤적거리다가 문득...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저, 제 지갑이 없어진 것 같아서 그런데... 한 번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스터 그레이:지갑... 말입니까? (갸우뚱) 누락된 물건은 없을 텐데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 (자신이 못 찾은 것인지, 다시 한 번 가방 안을 살펴본다.) ...그, 정말 없는 것 같아서요. 번거로이 해드려 죄송하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스터 그레이:... 알겠습니다. 일단 세탁실에 물어보도록 하죠, 그럼.
아바에 드 클루니:...그리고,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조금 머뭇거리다 말을 잇는다.) 밤중에는 객실의 문을 잠가두고 계신가요?
미스터 그레이:(돌아서려다가 멈칫) 예? 객실의 문이야... 손님의 자유입니다만.
아바에 드 클루니:...... 그렇겠죠...? 괜한 질문을 드린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미스터 그레이:혹시 대접에 부족함이 있었던 거라면...... 죄송합니다. 사용인들에게 좀더 신경쓰라고 일러두지요.
그레이는 적당히 인사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당신은 이제 [ 서관 / 동관 / 마굿간 / 보트보관소 / 다이닝룸 ] 을 갈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어젯밤엔 무엇이었을까...... 자세히 물어보고 싶어도 저조차 기억이 희미한 것 같다. 피곤함에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다이닝룸에 가보기로...)
다이닝룸에 들어서면, 공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작은 티타임을 즐기며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네요.
당신을 보고 사람좋은 웃음과 함께 자리를 권합니다.
...
짧은 티타임이 시작됩니다.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사용인이 당신에게 잘 우린 아쌈 티와 버터쿠키를 내어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사용인에게 눈짓으로 인사하고는 찻잔을 든다. 천천히 한 모금을 머금어 삼킨 뒤, 어색하게 말을 건네) 이곳에 계신지 몰랐네요. 지난밤은... 잘 주무셨을까요?
엘런 공작:잠은... 평소와 같았습니다. 저는 아침엔 대부분 이곳에서 일을 보거든요.
공작을 보면, 그는 결혼 반지를 끼고 있지 않으며 사냥복 차림입니다. 곧 사냥이라도 나가려는 걸까요?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지만...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낯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일을 하시는 데 제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옅게 미소를 띠운 채 그를 바라본다. 허전한 손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종종 사냥을 나가신다고 들었는데......
엘런 공작:아. 안그래도 조금 뒤에 사냥을 가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얼마 안되는 저의 취미여서요.
아바에 드 클루니:아무래도 섬 안에서 즐길 거리는 한정적이겠네요. 그래도 사냥이라니... 근사한 취미를 갖고 계신 걸요. (찻잔을 톡톡... 두드리다가)
...혹시 반지를 빼놓으신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엘런 공작:(웃으며) 그래봤자 사슴이나 새 따위의 작은 동물입니다. 제 실력이 예전같지 않더군요.
... ... 아. 그건... 아내를 잃은 후로 반지를 볼 때마다 그녀의 생각이 나더군요. (쓸쓸한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 정도의 슬픔도 견디지 못하는 못난 자여서 지금은 끼지 않고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 (마른 침을 삼키고는) ...아니에요. 누구나 꺼내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 있을 테니까요.
...부인께서는 생전 이곳에 지내면서, 무얼하며 지냈나요? 듣기로는 배를 타는 것을 좋아했다던데...... 부인과의 추억이라든지.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다.)
엘런 공작:음... (곤란한 미소로) 죄송합니다. 아직 그녀의 흔적을 되새길 용기가 나질 않네요. 몇년이 지났는데도, 그 슬픔이 버거운 모양입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음... 그런가요. (애매모호한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고 찻잔을 내려 놓는다. 일렁이는 차에 비치는 얼굴을 가만 응시한다.) 아쉽네요... 이 섬으로 떠난 뒤,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거든요. 저 말고 부인을 찾아온 사람은 없었나요?
엘런 공작:그러셨군요. 그녀가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 아내와 선생님이 친밀한 사이인 것은 알겠습니다. 이렇게 이 섬까지 찾아오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니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네? 제가 처음으로... 방문한 거군요. (나기를 만나러 온 사람이 그간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조금 놀랐으나 담담히 대답했다.)
아참, 그리고... 어제 동관에 있는 부인의 방을 잠깐 둘러보려 했는데, 하녀장 분께서 조금... 꺼리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서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엘런 공작:아무래도 외진 섬이니까요. 손님이 오시는 일이 잘 없습니다.
... ... 이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무언가 오해가 있었나 보군요.
저는 아내를 잃은 슬픔 때문에 동관에 잘 가지 못했죠. 때문에 관련해서 업무는 모두 하녀장에게 맡겼습니다. 그녀는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요.
그런 태도를 취했다면... 어쩌면 저를 위해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을 예전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녀가 다소 무례했더라도, 부디 이해해주십시오.
아바에 드 클루니: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충분히 공작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아뇨. 제가 주의하여야 할 사항이 있나, 여쭤보고 싶어서요. 괜찮습니다.
다만... 마치 제가 더 이상 알아내려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은...... (눈을 깜박이며 말을 흐리다, 느리게 이야기를 잇는다.) 부인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실례되는 말씀이나, 혹시 숨기고 계신 게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해요. 아내를 잃은 슬픔만으로도 상실감이 크실 텐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당신에게, 문득 생각난듯 공작은 이렇게 말합니다.
엘런 공작:... 참. 연락선에 대해 말인데. 아마 내일 새벽, 야간편으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대로 뒤돌아서려다가 우뚝, 걸음을 멈춰) 내일 새벽...... 이른 시간대네요. 감사합니다.
엘런 공작:궁금해 하실 것 같아 전해드렸습니다. 저번 사고로 저희도 물자를 많이 공급받지 못한 상황이라, 빠르게 와달라고 부탁했거든요.
모처럼 오셨으니 가시기 전까지 푹 쉬시길 바랍니다. 다만 이 저택은 낡아서...
어느 모서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지 모르지만요.
이것은 경고입니다.
괜히 들쑤시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정중하게 돌려서 하는군요.
<의심 1>이 적립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고맙습니다. 조심하도록 할게요.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띠운 채, 가벼이 인사 후 다이닝룸을 나선다. 문을 닫고나서야 지그시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뱉고는...)
(서관을 제대로 둘러보았던가, 싶어 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
당신은 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서관에는 응접실과 서재가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응접실 문부터 끼이익...)
응접실 문을 열면, 하녀들이 한창 청소 중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너 그러다 유령한테 잡혀간다? ”
무슨 대화중이었는지는 몰라도, 어떤 하녀애가 그렇게 말하자,
삼삼오오 모여서 먼지를 털고 창문을 닦던 하녀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두리번거리며 응접실 안으로 들어선다. 유령...?)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다가가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살금살금 다가갔지만 당신은, 아쉽게도 하녀들에게 발견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아)
“ 어머... 여긴 아직 청소 중이에요, 선생님. ”
아바에 드 클루니:...그, 미안해요. 저택 안을 둘러보려다가...... (허둥지둥)
그런데... 유령에게 잡혀간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 우후후, 설마... 유령 이야기를 정말로 믿으시는 거예요? ”
당신이 물으니, 놀리는 듯한 어투로 답하더니 일제히 웃습니다.
<대인>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대인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0
당신을 향해 묘한 조소가 따라붙더니, 어떤 하녀가 선심쓰듯 알려줍니다.
“ 하긴 아주 헛소문은 아니긴 해요. 유령 이야기. ”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관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날, 멀쩡했던 유리장식품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있고, 액자들이 산산조각 나있기도 했다고요.
하녀들은 저들끼리 무어라 키득이고 속닥거리더니, 청소가 끝났다며 당신을 두고 우르르 몰려나갑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자, 잠깐... (미처 더 묻기도 전에 나가버린 하녀들의 뒷모습만 멍하게 바라봤다. 정말로 믿냐면서, 헛소문은 아니라니......)
(그게 사실이라면 조금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텅 빈 응접실을 뒤로하고 서재로 향해요.)
서재로 이동합니다.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짤그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첫 날 아침을 가져다 주었던 하녀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돌파>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들어서자마자 깜짝) 괜찮으신가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돌파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0
떨어트린 것을 그녀보다 먼저 줍게 됩니다.
이건... 첫째 날 당신이 주웠던 나기의 장미 귀걸이입니다.
그 나머지 한 짝을 왜 저 하녀가 가지고 있지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이건. (장미 귀걸이를 주워들고, 하녀를 똑바로 쳐다본다.) 릴리벨, 이 귀걸이는 어디서 난 거죠?
메이드, 릴리벨:그... 그 귀걸이는... 제 것입니다! 돌려주세요.
아바에 드 클루니:거짓말하지 말아요. 이건 분명...... (귀걸이를 꼭 쥐고는) 주인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한 건가요?
메이드, 릴리벨:후 훔쳤다니, 그런......
릴리벨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냅다 도망가버리고 맙니다.
그녀를 쫓아갈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기, 기다려요!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갑니다.)
서둘러 뒤를 쫓으면, 그녀는 꼭대기 층의 하녀방으로 도망갑니다.
낡아빠진 보석함을 어딘가에 숨기려다가 당신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마네요.
<돌파>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돌파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2
메이드, 릴리벨:자, 잠깐...!
실랑이 끝에 보석함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버리고 맙니다.
당신은 바닥에 쏟아진 것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굳습니다.
바닥에 쏟아진 물건들 중에 당신의 지갑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는 나기의 물건들이 다수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실 1>이 적립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보석함 안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지자 헉하고 숨을 들이킨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떨리는 호흡을 가라앉히고는 물어) 전부... 당신이 훔친 것들인가요?
메이드, 릴리벨:그......... 러면 어쩌실 건가요. 주인도 없는 물건 좀 가져갔다는데...! (급 적반하장)
아바에 드 클루니:(적반하장스러운 태도에 인상이 굳어지는 것을 느껴, 애써 감정을 눌러담아 침착하게 말한다.) 주인이 없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무도 모를 거라고, 영영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
당신을 아껴주었던 주인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조용히 제 지갑을 주운 뒤, 나머지 나기의 물건들도 하나씩 주워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으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저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이렇게 굴어도 되는 걸까 싶었으나 소중한 이의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메이드, 릴리벨:어차피 이까짓 거 훔쳐도 아무도 모른다고요. (테이블 위를 힐끔 보고... 이르진 않겠지? 표정이 되어) 그 지갑은 돌려드릴게요. 생각보다 얼마 들어 있지도 않았어서.
아바에 드 클루니:당신...... (조금 어이없는 얼굴...) 훔쳐서 어쩌려구요? 쓸만한 것들을 훔쳐, 달아나기라도 할 셈인가요.
메이드, 릴리벨:진심으로 묻는 거예요? 당연히 돈이 되니까 그러죠...! 메이드 월급 정도로 인생이 펼 것 같아요? 뭐... 달아날 생각은 없지만. 아직.
아바에 드 클루니: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이라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게 아닌가요?
...반성하는 기미라고는 조금도 없군요. 이 일은 하녀장님이나 집사장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겠네요. (조금 못마땅한 눈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힘없이 하녀방을 나온다.)
메이드, 릴리벨:이, 이봐요! 집사장님께는......
당신은 릴리벨의 말을 무시하고, 하녀방을 나와 층을 내려갑니다.
마침 집사장 그레이와 마주쳤네요.
미스터 그레이:... 무슨 일이십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시는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상한 기분을 안고 계단을 내려와 걸음을 멈춘다.) 아... 안녕하세요. 그게...... (고민하는 듯 눈만 굴리다가) 어느 사용인이 부인의 물건을 상습적으로 훔치고 있던 모양이더군요.
미스터 그레이:이런... (그말을 듣고 미미하게 눈썹을 치켜뜬다. 이어 정중하게 사과하며) 모두 아랫사람 관리에 소홀했던 제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 사용인은 엄격하게 처벌하겠습니다. 원하신다면 해고도 하지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테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주시겠습니까.
아바에 드 클루니:아, 그... 괜찮습니다. 잃어버렸던 지갑도 찾았고요. 그렇게까지는... (금세 마음이 약해져버리고 만다.) 한 번 주의를 드리길... 부탁드릴게요.
미스터 그레이:물론입니다. 당장 누구인지 찾아내어 주의 시키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는 당신에게 사과하며 저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그의 냉정한 눈빛은 이상하게 그 사용인이 아닌 당신에게 향해 있습니다.
마치 '외지인 주제에.'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이에 대해 더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그 눈빛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작게 웃어 보인 후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잘못 보았겠죠.)
음...... (고민하다 밖으로 나가, 마구간에 가봐요.)
마구간으로 가보면,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오늘도 칙칙한 인상의 마구간지기 로버트가 말들에게 여물을 주고 있습니다.
로버트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어제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으니... 다시 한 번 꾸벅 인사하며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로버트 씨... 맞으시죠?
당신의 인사에도 여전한 반응입니다. 그는 그다지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만약 나기에 대해 묻고 싶다면 <대인> 판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쉽지 않군요......)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대인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9
그제서야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 좋은 분이셨소. ”
아바에 드 클루니:네? (앞뒤 잘라먹은 대답에 조금 당황한다.)
그러니까... 공작 부인, 말씀이신가요?
“ 그렇네만. 그것 때문에 찾아온 것 아니오. ”
아바에 드 클루니:(얼떨결에 끄덕거리며) 마... 맞습니다. 그런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 유감이에요. 어쩌다 폭풍우를 맞아......
“ ... ... 더 이야기 하고싶지 않소. ”
로버트는 절뚝거리며 여물을 더 가져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조용히 따라가, 여물을 담는 모습을 바라보다 묻는다.) ...혹시 어떤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 ...
그의 행동이 멈추고, 퍼뜩 고개를 들어 당신을 쏘아봅니다.
입이 열리고 벽력같은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 내게 당시의 일에 대해 계속 묻는 거요, 이 다리를 보고도! ”
“ 그래. 이건 그 여자를 구하려다 이렇게 됐어. 고작 미친 여자 따위를 구하려고! ”
거의 기갈에 가까운 성토입니다.
‘미친 여자’ 라니, 설마 나기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단어 선택의 무례함은 둘째 치고서라도, 왜 미친 여자라고 하는 걸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갑작스러운 고함에 깜짝 놀라서는 한 걸음 물러났다.) 아... 죄,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그런데, 부인을 그리 칭하시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요?

“ 이유가 뭐냐니, 미친 여자를 미친 여자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 ”

와 같은, 무례한 반응이 돌아옵니다.
“ 정신이 나가서 매일 밤 그렇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더니... 죽어서도 유령처럼 저택을 떠나지 못하더군. ”
로버트는 '그런 여자는 단명한 게 놀랍지도 않다'는 식으로 중얼거리더니 홱 마구간 뒷쪽으로 사라집니다.
<진실 1>을 적립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유령처럼...... (별안간 혼란스러웠던 정신을 붙들고, 저도 마구간을 나선다.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 있는 걸까...)
(나온 김에 보트 보관소도 들러보기로 한다. 비틀비틀...)
비틀비틀... 들러본 보트 보관소는 오늘도 적막합니다.
쏴아아아…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보관소 안에 들어가보면 덩그라니 놓여진 보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벤자민을 만나려면 그의 오두막으로 가야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오두막으로 걸어가, 적당히 두어 번 노크를 한다.) 벤자민 씨, 계세요?
벤자민의 오두막은 잠겨있고 커어어... 소리만 납니다만, <돌파> 판정을 해볼까요!
아바에 드 클루니:...... 계세요...!! (쿵쿵 두드린다.)
아바에 드 클루니 의 돌파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0
쿵쿵.
소리에 간신히 깼는지, 한참 후에야 문이 열립니다.
“ 뭐야... 넌 어제 여자. 또 왔어? 마실 술도 안 주면서. ”
아바에 드 클루니:주무시고 계신데 미안해요. 이야기를 마저 듣고 싶어서...... (뒷말은 넘어간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 안에 뭐가 없는데... 들어오던지. 그럼. ”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간 벤자민은, 침대에 털석 주저앉습니다.
금방이라도 다시 커어어 할 기세네요.
아바에 드 클루니:(주시하듯 빤......) 그, 어제 말씀하셨던 이야기 말인데... 부인이 저택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 그래... 그 여자, 미쳤거든. ”
당신의 말에 우선 그렇게 단언한 후, 나기가 밤마다 몽유병으로 인해 저택을 돌아다니고는 했다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저택 바깥에 나오는 꼴은 제대로 본 적이 없고, 그래서 지금도 붙박이 귀신이 되어 저택 안을 떠돌고 있는게 아니냐는군요.
<진실 1>이 적립됩니다.
“ ...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그 여자는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어. ”
“ 누가 이 섬에서 행복할 수 있겠어. 배를 타고 나간 것도 섬에서 도망치려고 그런거 아냐? ”
술을 병째로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벤자민은 다시 졸기 시작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네? 나기... 아니, 부인께서 도망을요? 어, 어째서.....
저기, 잠깐만요...!! (마구 흔들어요. 잠들지 마세요!)
벤자민은 코를 골면서 쿨쿨 잡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 오두막을 떠납니다. 그래도 쓸모없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니......)
(저택으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동관을 살펴보고 돌아가기로 한다.)
포기하고 일어나, 동관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동관은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스산한 것 같습니다.
온통 자줏빛으로 꾸며진 동관에서는 희미하게 장미향이 납니다.
...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 건물은 정말 낡았군요.
나기가 머물던 방으로 올라가봐도 좋고, 그냥 복도를 거닐어도 좋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삐걱대는 소리에 괜히 불안감이 들어, 그냥 돌아갈지 고민하다 나기의 방을 다시 한 번 가본다.)
나기의 방은 여전한 모습입니다.
그녀의 방을 확인하고, 복도로 나온 당신은...
한 켠 구석에서 거뭇한 자국 같은 것을 발견합니다.
자국을 자세히 보면...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여전한 내부를 확인하고는, 별일 없이 방을 나와 복도를 걷는다. ...응?)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9
이게 굳은 핏자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자국 모양이네요.
그 옆에는 머리카락 한 올도 떨어져 있습니다. 푸른 빛의 머리카락입니다.
알 수 없는 위화감과 기묘함에 뒷목이 선뜩해져옵니다.
<진실 1>이 적립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푸른 머리카락을 집어든다. 이상하네요. 청소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닐 텐데......)
...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녀장, 사라:제가 드린 말씀을 잊으셨군요.
하녀장 사라입니다.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섬찟하기 그지 없는 눈빛입니다.
사라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가 보고 있던 머리카락을 주워듭니다. 그리고는 입을 엽니다.
하녀장, 사라:돌아가세요. 선생님께서 홀로 동관을 돌아다니는 것을 아신다면 주인님께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겁니다.
<의심 1>이 적립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그... 그렇지만, 공작님께서는 부인의 방을 둘러보는 것을 권유하기도 하셨는걸요.
...혹시 추억이 담긴 공간에 외지인을 들이는 것이 불편하시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하녀장, 사라:아닙니다. 다만... 속히 돌아가 주십시오. 저는 공작님께 이 이상의 명을 받은 적 없습니다.
아무래도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실례했습니다. (흘끔... 보고는 짧게 목례 후, 조용히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아바에는 조용히 돌아섭니다.
어디선가 선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습니다.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고...
저택 조사가 일단락됩니다.
...
.
.
셋째날 밤, 「 자정 이후 」
그 날 밤, 당신은 방에 돌아와 생각합니다.
유령은 정말로 유령일까요? 사실은 정말로 진실일까요?
나기는 정말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걸까요?
어긋난 증언들, 노골적인 거짓들,
숨죽인 비웃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숨이 막혀옵니다.
마치 거미줄에 붙잡혀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 치는 곤충이 된 것만 같습니다.
불쾌함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등골을 서늘하게 훑습니다.
나기는 이런 곳에서 살았군요. 자그마치 십 년 동안이나.
이곳에 도착한 첫 날 떠올렸던 감상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반복됩니다.
이 저택의 모두가 그녀를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지만...
정말로 그녀의 편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비밀과 거짓으로 점철된 이 곳 메리어빌에서 아마도, 그녀는 지독히 외로웠을 것입니다.
...
섬을 떠나기까지도 곧입니다.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일테죠.
아바에 드 클루니:...... (나기는 이 섬에서, 이 저택의 사람들과 어떤 나날을 보냈을까. 어째서 자신에게 이야기 한 번 해주지 않았을까. 혹시 그럴 상황이 못 되었던 것일까, 걱정이 스친다. 역시 용기를 내어 더 일찍 찾아와볼걸, 하는 후회도.)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스르륵 일어난다. 몇 시간 후면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하겠지. 그전까지 확인하고 싶다. 자신이 모르는 진실을.)
(터벅터벅 걸어가 문고리를 잡아 돌린다. 오늘은 열려 있나?)
당신은 터벅터벅 걸어가, 문고리를 잡고 돌려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둘째날 밤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 같습니다.
마치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라고 비웃는 것 같아요.
아바에 드 클루니:...... (어젠 무엇이었을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복도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동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래요, 당신에게는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진실이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동관으로 향합니다.
...
동관은 낮에 왔을 때에도 산뜻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오밤중에 보니 더욱 스산하고 섬뜩합니다.
삐걱, 삐걱. 걸을 때 마다 울리는 불길한 소리.
삐걱, 삐걱.
… 삐걱, 삐걱.
문득 당신은 이상한 것을 느낍니다.
낡아빠진 나무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자신이 내는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이 걸음을 멈춘 후에도 삐걱이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삐걱, 삐걱… 숫제 악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5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눈을 감고 좀 더 귀를 기울여본다...)
아바에 드 클루니 의 통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13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소리가 위층, 즉 3층에서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소리에 집중하며 고개를 든다. 누군가 있는 걸까. ...위로 향하는 계단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
한 걸음, 한 걸음 소리를 따라가보면 그 곳에는 유령이 있습니다.
아니, 유령일까요?
유령이어도 좋습니다.
그녀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나기. 그녀입니다.
......
그녀는 백의(白衣)의 여사제처럼 떠돌아다닙니다.
걸음은 차라리 춤에 가깝습니다. 아주 느리고,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열린 창 사이로 검은 바다의 밤바람이 불어오면 여자는 큰 원을 그리며 걷습니다.
꿈에서 본 것과 같이 창백한 맨발입니다.
무언가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합니다.
달싹이는 입술에서는 어떤 노래도 흘러나오지 못합니다.
내가 노래할 줄 안다면 나를 구원할텐데.
야윈 어깨와 손 끝에서, 나부끼는 머리칼에서, 장미 향이 납니다.
희고 창백한 몽유. 그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
다가가서 그녀를 깨울 수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정말 유령일까? 검은 바다와 대비되는, 창백하리만치 하얀 실루엣이 그리는 몸짓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잠깐 아름답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코 끝에 느껴지는 장미 향에, 한참 후에야 정신이 들어 떨리는 음성을 내뱉는다.)
나기...... 맞아요?
나기 플 헤임:.... ...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비틀거리는 걸음은 창가로 향했고, 시선은 멍하니 검은 바다를 응시한다.)
아바에 드 클루니:(비틀거리는 걸음이 위태로워 보이고, 멍한 시선이 불안해 보였다. 한두 발짝 망설이던 발을 재촉해,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팔을 붙잡는다.) ...나기, 여기서 무얼하고 있는 거예요...?
나기 플 헤임:(팔이 붙잡히자 뒤를 돌아본다. 검은 바다에 꽂혀 있던 시선이 잠시 방황하다, 아바에에게로 향하고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러나 그 감각이 현실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몽유의 상태 그대로 이전의 말을 반복했다.) ... 와줘.
아바에 드 클루니:...네, 왔어요. 그러니 어서 저를 바라봐 주세요. (두 손으로 당신의 어깨를 감싸며 눈을 마주친다. 이렇게 손에 잡히고, 선명히 그려지는데. 유령일 리가 없겠죠. 글썽거리는 눈을 꾹 감고는 당신을 빈틈없이 품에 안는다. 기억하는 모습보다 더 야위었을까, 고개를 파묻고는)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나기 플 헤임:...... 아벨? (허공을 휘젓던 팔이 포옹으로 무너진다. 미친 여자. 유령. 그런 것들이 아닌 나 자신을 알아채는 사람. 또렷하게 기억하는 그 이름을.) ... 아벨. (여러 번 되뇌이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마주 안았다.) 응.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아바에 드 클루니:마음껏 부르셔도 좋아요. (은은한 장미 향과 타인의 체온에 그러고 서 있었기를 몇 분, 곧 떨어져 다시금 시선을 마주한다. 바라본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된 것만 같았다.)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나요? 그동안 연락이 없어서,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까봐......
(당신의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 듯해, 손을 맞잡아 그러쥐고는 말 없이 미소만 지어 보였다.) 나도 보고싶었어요. 무척이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정말로 기뻐요.
나기 플 헤임:... (떨어지려 하자, 혹여 놓치기 싫은지 꼭 붙잡는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네게 고정된 채로.) 정말... 아벨이에요? 어째서... 내가 미친걸까. 정말로. (이어 맞잡은 손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지. 다신 만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바에 드 클루니:누군가 미쳤다면, 그건 당신이 아닌 이 저택의 사람들일 거예요. (허탈감이 느껴지는 웃음과 함께 말했다. 붙잡는 손길을 가만 받아들인다. 혹여 다친 곳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보고는) ...모두들 나기가 죽었다고 말해요. 나기에 관해 물어도,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말아요.
...... 그동안 혼자서 많이 외로우셨겠죠.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고개를 살짝 떨군 채, 입술을 다물었다. 손에 힘을 준다.)
나기 플 헤임:그게 그들이 바라는 거라면, 정말로 미쳐버리고 싶었어. 나는... 맞아요. 처음부터 죽어 있었으니까. (곳곳에 잔 상처가 남아 있고 발은 유리 조각을 밟고 다닌 건지 성하지 않았다.) ...... 아벨이 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내 착각이거나... 공작이 무슨 짓을 한 거겠지.
아바에 드 클루니:...처음부터 죽어 있었다니,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조금 슬픈 눈을 한다. 이내 잔 상처들이 눈에 들어와, 손으로 조심히 쓸어보고는 제대로 된 치료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나기를 잊을 수 있겠어요. 저는, 정말로...... (차라리 연락이 없을 거라면, 저 같은 건 잊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길 바랐다. 과거는 안중에도 없을 만큼 행복한 미래를 그리길.) ...아참, 깜박했는데... 나기에게 돌려주어야 할 물건이 있어서. (급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나기 플 헤임:... 사실인걸요. (고개를 들어 창가를 바라본다. 어쩐지 쓰게 웃으며) 죽지 않은 게 이상하지. 죽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 ... ? 물건? (그러다 주머니 뒤적이는 아바에를 보고 갸웃)
아바에 드 클루니:...... 나기는 죽지 않았어요. 죽지 않을 거구요. (빤한 시선을 보내다가)
...그, 제 방 안에서 발견한 거예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잘 넣어둔 반지를 꺼내어 내민다.) 나기의 반지 같아서. 맞나요...?
나기 플 헤임:맞아요. 하지만... (고개를 젓고는 되려 약지에 쏙 끼워준다.) 아벨이 가져요. 난 필요 없으니까. 그래서 거기 놓고 갔던 걸지도 모르고.
아바에 드 클루니:...? (쏙 끼워진 반지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나기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좋을까, 겉치레에 불과한 물건일 테니까.)
...실은, 반지 같은 건 핑계였을지도 몰라요. 이런 이유라도 덧붙여서... 나기를 만나러 오고 싶었던 거예요. (자신이 말하고도 머쓱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짓다 만다. 그렇게 용기를 얻어 험난한 폭풍우도 거치고 찾아온 당신을 이렇게 맞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침묵하다 문득 묻는다.) ...... 이곳에서, 계속 지낼 거예요?
나기 플 헤임:...... (묻는 말에 함께 침묵했다. 한참 동안 시선은 바닥을 향해 내리깐 채.) 아벨이 돌아간다면... 따라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미 도망쳐 봤었으니까. 어려울지도..
아바에 드 클루니:(그 말을 듣고 낮게 숨을 내쉬었다.) 새벽에... 새벽에 연락선이 온댔어요. 그걸 타고 같이 돌아가기는... 힘들겠지만.
...... 그렇더라도, 나기를 홀로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사방이 바다인 이 섬을 몰래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배를 이용할 수는 없나...)
...
연락선이 오는 시간이 곧입니다. 만약 도망칠 생각이라면 그 전이어야 겠죠.
그러나 연락선을 맞이하기 위해 아직 저택은 완전히 잠들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시선을 끌지 않고 탈출할 수 있을까요?
<고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 의 고찰 판정
아바에 드 클루니:8
만약 저택에 불이 나면 주의가 분산될테니, 저택 사람들은 두 사람의 탈출을 바로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 머무르는 사람이 없는 동관은, 그 장소로 적합하겠죠.
아바에 드 클루니:...... (순간 머리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최후의 수단과도 같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방 안이나, 주변에 화기로 쓸만한 물건이 없는지 한 번 살펴본다.)
마침 복도 곳곳에 충분한 양의 기름등이 있습니다.
아바에 드 클루니:(복도를 살펴보고 난 후, 방으로 돌아와 고민한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구하고 싶다. 이 지옥 같은 공간으로부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다시 방을 나가, 복도에 놓인 등을 집어들고 바닥 곳곳에 뿌려댄다. 저도 갑자기 무슨 자신감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나기 플 헤임:... ? (기다리라고 했는데, 나와서 기웃거린다.) 뭐하는 거예요, 아벨?
아바에 드 클루니:...... (말 없이 기름을 퍼붓다가, 멈춰서선 나직이 말한다.) 이런 저택 같은 건... 나기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나기 플 헤임:(흥건한 기름을 보곤) ... 그래서 불을 지르려고요? 그거 정말...
(찰박 찰박. 어느새 다른 편의 기름등을 집어 들더니 자신도 바닥에 뿌리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이에요. 벌써 기대되는 걸.
아바에 드 클루니:...별다른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서요. (농담하듯 덧붙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묶었다. 이 정도면 되었을까. 저를 따라 기름을 뿌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자 살풋 웃음이 났다.)
(흥건한 바닥을 내려다 보고는) 이제 정말 떠날 차례인데, 괜찮은 거죠. ...... 나기.
나기 플 헤임:... 그래도 의외네요. (자신이라면 모를까, 평소의 아바에라면 절대 하지 않을 발상이었으니까. 드디어 마지막 기름등을 내려놓고 네 표정을 마주하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히.
계속 해왔으니까요, 당신과 함께 떠나는 상상을.
동관 여기저기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놓습니다.
자줏빛 벨벳이 타오릅니다. 장미향이 사그라듭니다.
파도소리는 불이 타오르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저택을 떠날 시간입니다.
...
두 사람은 불타는 저택을 뒤로 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립니다.
새벽 이슬에 젖은 풀들이 종아리를 스치고 여름밤의 서늘한 공기가 폐 속에 가득 들어찹니다.
오랫동안 저택 안에서만 지내왔던 나기는 조금 뒤쳐지고 맙니다.
그래서 당신은 나기의 손을 잡고 끌어 달립니다.
등 뒤로 비명소리와 거센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사도 멜로디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래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흰 옷을 입고 밤이 되면 맨발로 집 안을 내내 떠돌아다니는 여자들의 노래입니다.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텐데.
......
풀밭의 비린 냄새가 코 끝을 스칩니다.
별안간 나기가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 도주가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기껍습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갈 것입니다.
...
보트 보관소에 도착한 후 보트를 힘껏 밀어 바다로 내보냅니다.
발목과 종아리가 젖어들지만 신경쓸 겨를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보트에 올라탑니다. 검고 넓은 밤바다의 물살을 가르고 나아갑니다.
......
저택이 멀어집니다.
지금쯤이면 두 사람의 도주를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요.
멀리, 물 건너 타오르는 대저택은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합니다. 불은 밝고, 물은 검습니다.
저들은 결코 두 사람을 쫓아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자유롭습니다.
.
.
END 2 「 TRUE ENDING 」
fin.









✎ 「 Truth 」
✎:‘그녀’. 즉 나기는 엘런 공작과 결혼한 후 천천히 정신착란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입니다. 공작은 신경질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한데다가 앞뒤가 다른 사람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성품이 너그럽고 선한 호인을 연기하고 있지만 돌아서면 전혀 그렇지 않지요.
독특한 나기의 말과 행동에 공작은 심하게 힐난했고, 이따금 손찌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책잡힐 일이 없을 때조차 그녀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했습니다.
공작은 나기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공작이 나기를 홀대하자, 공작가의 사용인들 또한 그녀를 멸시하고 냉대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립된 폐쇄적 공동체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외부인을 배척하고 따돌리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친구, 가족도 하나 없이 거의 감금생활에 가까운 결혼생활이 십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나기에게는 편지도, 전화도 금지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물건들, 아끼고 원했던 것들은 어느새인가 망가지거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메리어빌 섬에서 나기는 서서히 미친 여자가 되어갑니다.
환각을 보고, 환청을 듣습니다. 이젠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광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후부터 그녀를 향한 박대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소문이 새어나갈 것을 두려워한 공작은 삼 년 전, 나기의 도망을 빌미 삼아 아예 사망을 위조하고 그녀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공작과 집사장인 그레이, 하녀장인 사라를 제외하고 저택의 다른 사람들은 나기가 조각배를 타고 근해에 나갔다가 갑작스러운 폭풍우에 그만 배가 가라앉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살아서 다락방에 갇혀있습니다.
✎:모두가 잠에 들면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와 맨발로 집안을 배회합니다.
이따금 그녀의 그림자를 목격한 사람들은 메리어빌 대저택을 떠도는 유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기는 그렇게 유령으로,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찾아오기 전까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