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PG/2018-19
[CoC] 마녀의 고해 : 나기아벨
L O C K
2018. 11. 12. 03:41
* 갱
▼
KP l 갱
나기 플 헤임 l 아바에 드 클루니
▼
이 마을은 곧 사라집니다.
부자들의 도시였던 장소, 번영과 부귀가 가득했던 곳은 역병과 재난에 침식당해 모두 무너졌습니다.
듣자하니 이 땅 전체에 이러한 일들이 퍼지고 있다 합니다. 인간은 세계가 멸망할 징조라 울부짖습니다.
이제 이 마을에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 몇 안 되는 사람들, 성당, 그리고 성당을 지키는 신부/수녀님 뿐입니다.
사람들은 성당에 기도를 하러 갑니다. 세상을 구해달라고.
그러나 당신은 고해를 하러 갑니다.
오늘 나는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 Chat Log ▼▼▼
이 마을은 곧 사라집니다.
이 땅 전체에, 역병과 재난이 퍼져 모두 무너져버리고 있습니다.
인간은 세계가 멸망할 징조라 울부짖으며 기도를 하러 갑니다.
세상을 구해달라고.
그러나 당신은 고해를 하러 갑니다.
오늘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
.
──────────────────
마녀의 고해
시나리오 작성자. 숑곰
──────────────────
.
.
과거에는 풍요로운 자연과 화려한 축제, 그리고 부귀함으로 가득했던 마을은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볼품없이 시커먼 땅으로 돌변한 지 오래.
마을의 성당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이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의존하며 매달리죠.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내일이 되면 멸망할까요, 아니면 오늘 당장 멸망할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가 허공에 울려퍼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무의미하다 한들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한 손에는 며칠 전 성당에서 빌렸던 책을 두어 권 들고서요.
이 마을의 성당에 새로운 수도자가 온 지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습니다.
처음 그를 만났던 순간, 어째서인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성당 안의 서적들은 당신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고,
책을 빌리러 가는 당신과 그걸 받아주는 수녀님.
미묘한 친밀감은 그 때부터 자리했습니다.
.
어느덧 성당에 도착한 당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들어갑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기도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당신의 발걸음 소리만이 선명하게 울립니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인기척에 당신이 온 것을 알아차린 듯합니다.

수녀님이 제단에서 내려오며 당신에게 묻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수녀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 그가 상당히 피로함에 지쳐있는 상태임을 느낍니다.
눈 밑이 어둡고 수척해 보이는 기색이 꼭 잠이라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네요.


정말 괜찮은 걸까요. 안색이 좋지 못함을 느낀 당신, 아이디어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85/42/17 |
Rolled: | 15 |
Result: | Extreme |
당신은 성당 안 휴게실에 다녀와 차라도 내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아무튼, 그럼 제가 차를 가져다 드리면 드실 수 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휴게실>
휴게실 안에는 둥근 탁자와 몇 개의 의자가 보입니다.
탁자 위에는 향이 좋은 찻잎과 작은 쿠키와 같은 간단한 간식들이 놓여 있네요.
휴게실 내부에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85/42/17 |
Rolled: | 99 |
Result: | Fail |
...?
(혹시 피곤한 쪽은 나인가...) (심각)
당신은 괜히 눈이 피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운 판정 해볼까요?

Value: | 90/45/18 |
Rolled: | 56 |
Result: | Success |
발치에 무언가 걸리는 것을 느껴 확인하니, 의자 아래 종이 조각이 떨어져있습니다.

종이를 집어 확인하니,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 그 저주는 마치 전염과 같아서, 누군가의 주도 하에 퍼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
저주? 전염?
알 수 없는 내용에 묘한 기분이 듭니다.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흘러 넘기며, 마저 차를 준비합니다.

피곤해보이는 그를 위한 다과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져다 드릴지, 휴게실로 부르는 것이 좋을지, 어느 쪽이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준비한 다과상을 들고, 휴게실을 나섭니다.


나기 플 헤임: (네 앞에 트레이를 놓아두고는 자신도 앉았다.) 그냥 이것저것? 원래 성당에 있던 것들이지만요. (곧 차를 따르고, 향이 나는 차를 네게 권한다. 물론 자신도 차를 홀짝이고) ...그래서 무슨 고민인지, 제가 물어봐도 괜찮아요?

... 그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최근 마을에 돌고 있는 전염병에 대해선 알고 계시겠죠. (숨을 한 번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도통 치료할 방법이 나오질 않아서...


아무래도... 그렇겠죠. (당신이 집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괜한 이야기를 했나 싶어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당신을 보며 따라 갸웃거려) 그... 병 때문인 것은 맞지만, 왜 그러신가요?

... ...? (ㅡ그것보다 정말이었나. 전염병의 치료 방법에 대해 대해 고민하느라 잠을 설친다니 어찌보면 수녀님 답지만.) ..뭐... 그게 당신 탓은 아니잖아. ...요.

(먹으면서 제 말에 이상한 부분이라도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다가 입 안의 음식물을 다 삼킨 후 말을 이어) 그건... ... 그래도, 요즘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보면 그와 관련된 것이 많으니까요.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네요.

... ... (말을 마치고 자신도 쿠키 냠,)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는 건 좋지만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이런 세상이니 언제 멸망할지도 모르고.

언제 멸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세상이지만, 그게 제 일인걸요. (그리 말하고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혹시 병에 관련해서 듣거나 본 것은... 없으시죠?


... 그렇군요. 혹여 알게 되는 점이 있다면... 제게 바로 일러주세요.
수녀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전염병이라...
아까 종이에서 읽었던, ‘저주’와 ‘전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수녀님은 무언가 알고 있을까요. 물어봐야 할까요?

그러고보니 휴게실에 묘한 게 있던걸요. '그 저주는 마치 전염과 같아서, 누군가의 주도 하에 퍼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혹시 그 내용에 대해 아세요?

...! 미안해요, 다친 곳은 없나요? (깜짝 놀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당신을 걱정스레 살핀다.)


역시 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어요. ...부끄럽네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얼버무렸다.)




그렇게 당신은 거의 쫓겨나다시피 성당을 빠져나옵니다.
평소의 침착함과는 다른 수녀님의 모습이 신경 쓰이네요. 아이디어 판정 가능.

Value: | 90/45/18 |
Rolled: | 19 |
Result: | Hard |
수상했던 그 종이는 책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성당 내부에 이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이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돌아가달라고 부탁했던 목소리가 떠오르지만...
돌려놓아야 할 책도 있고,
당신은 뒷문을 통해 몰래 성당 지하에 있는 서재로 향하기로 합니다.
.
<서재>
탁한 공기가 느껴지는 서재. 어딘가 조금 허전해 보이기도 합니다.
몇 권의 책들이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
당신이 올 때면 이곳은 언제나 책들로 가득했으니까요.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85/42/17 |
Rolled: | 14 |
Result: | Extreme |
...? (갸웃. 책들이 너무 없는데..)
서재 안을 둘러보자, 어느 책장의 한 열이 통째로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텅 빈 자리를 살펴보니 나무 틈 사이 또 다른 종이 조각이 끼워져 있습니다.

빼내어 펼쳐 본 페이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녀를 찾아라! 마녀를 잡아라!
마녀가 모든 것을 주도하였노라, 신의 사자는 가짜다. ]
필기체로 적힌 글자를 보아하니, 책에 인쇄된 것이 아닌 타인이 직접 쓴 문장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종이를 든 채 고민하며 책상 쪽으로 다가가자, 그 위에 놓인 또 다른 종이가 눈에 띕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쓴 편지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 클루니, 나일세.
몇 달 동안 자네에게 소식이 없어 편지를 보내네.
일은 되어가고 있는 겐가? 소문은 들었네만 왜 빨리 끝을 내지 않는 거지?
이해할 수 없군. 이건 우리의 …일세.
자네도 알지 않나, …의 …는 ]
...
그 때,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이 서재에 올 사람은 수녀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숨기라도 할까요?

당신은 서재 안쪽으로, 깊숙이 몸을 숨깁니다.
...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다른 이의 대화 소리도 함께 섞여 들리는 것 같습니다.
?: 일의 진척이 너무 느려. 언제까지 질질 끌 생각인 건가?

?: 도대체 그 방해물이 무엇인데?
늙은 남성의 목소리와,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아바에는 안쪽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있는 공책을 집어들며 말합니다.

...
이윽고 두 사람은 서재를 나가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러움만이 남은 당신, SAN치 체크.

Value: | 85/42/17 |
Rolled: | 21 |
Result: | Hard |
... ... .
이성 1 감소.
... 이곳에 있는 걸 들키기 전에, 어서 나가는 편이 좋겠어요.
.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검은 먼지가 흩날리며 휑하기만 합니다.
거리에 보이는 건 오래전에 말라죽은 풀들과 동물의 시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나는 건조하고 버석거리는 소리.
타 지역에서 온 의사들이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낡은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아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하여 신비한 빛이 드는 성당뿐일지도.
조금 걷자 시체와 환자들이 있는 병원, 그리고 그 뒤에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마을 회관이 보입니다.
병원이나 마을 회관을 들렀다 갈 수 있습니다.

<병원>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들리지 않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살피고 있습니다.
입구 주변을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주의를 줍니다.
간호사: 이 이상 들어오시면 곤란합니다.
병이 전염될 우려 때문인지, 병원의 단속이 꽤 삼엄한 것 같네요.

멈추어 주변을 살피는 당신, 병원 안의 시체에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85/42/17 |
Rolled: | 36 |
Result: | Hard |
(시체 빤...)
시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모두 기괴해보입니다.
꼭, 저주라도 받은 것 처럼. 광기에 미쳐버린 듯한...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지독한 냄새 탓에 불쾌해집니다. SAN치 체크.

Value: | 84/42/16 |
Rolled: | 87 |
Result: | Fail |
괜한 걸 본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성 1 감소.
입구 밖으로 나오자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차림을 발견합니다.
낯익은 모습. 수녀님이네요.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그의 자태는 흐트러짐 없이 유려하기만 합니다.
조금 전 피곤하다며 당신을 밀어냈던 것이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환자들의 병세를 걱정하는 듯 보이는 모습이 어쩐지...
거슬려.
...
당신은 담벼락에 붙어 있는 전단지로 시선을 옮깁니다.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이 적힌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단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조금 더 읽어볼까요.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85/42/17 |
Rolled: | 40 |
Result: | Hard |
뒷면에 적힌 또 다른 내용을 발견합니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거짓말쟁이는 누구일까요.
전단지를 아무 곳에나 붙여두고, 다시금 병원 쪽을 바라보니 창문 너머로 수녀님이 보입니다.
얼핏 시선이 마주친 것 같기도...
이를 알아챘는지, 그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당신에게 다가오려는 듯합니다.

병원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환자 외에는 출입을 저지하고 있을 텐데, 혹시 안 좋은 곳이라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네게 물었다.)


그... 그건 그렇고, 저...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까, 잠시 후 느릿하게 말을 잇는다.) 아까는 쫓아내어 미안했어요. 좀 더 부드럽게 말씀드릴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상처를 드린 건 아닌지 자꾸 마음에 걸려서... (축 처진 얼굴로 당신을 힐금, 올려다본다.)

... 응..? (잠시 생각에 잠겨있느라 네 말에 늦게 반응한다. 어딘가 시무룩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자 눈을 깜빡) 별로. 그런 걸로 상처받을리 없잖아요. 당신은 너무 상냥하다니까... (무심코 네게 손을 뻗었다가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아. 물론 들러야죠. 기대되는 걸요. (그중에 자신이 찾는 종이 조각의 원본, 책은 없을 것 같지만 우선 화답한다.)

네에, 그럼... 음. 나중에 또 뵐게요. (짧게 헛기침을 한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당신은 미심쩍은 글귀들과 수녀님의 태도가 신경쓰입니다.
이만 돌아가려다,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가능.

Value: | 85/42/17 |
Rolled: | 64 |
Result: | Success |
잠자코 들어보니 수녀님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의사: 정말 보기 드물게 착한 분이시죠. 매일같이 오셔서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간호사: 요즘은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요. 꽤 수척한 기색이시던데... 바쁜 일이 생긴 걸까요?
의사: 글쎄요. 워낙 바삐 돌아다니시는 분이니...
...
당신은 왠지 모를 불쾌한 기분에 자리를 뜹니다.
다음은 마을 회관으로 가볼까요?

슬슬 발걸음을 옮기기로 합니다.
.
<마을 회관>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의 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어보입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지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 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려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로 앞다투어 의견을 내놓고 있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rolling 1d2
()
2
2
흠...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갔다.)
어느 쪽도 싫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다가간 당신.
가까이 가자,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마을 뿐만이 아닌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는데.
... 그러다 한쪽에서 몇몇 주민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주민 1: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주민 2: 맞아요.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주민 3: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라고.
악마.
아이디어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90/45/18 |
Rolled: | 58 |
Result: | Success |
당신의 머릿 속에 검은 수도복을 입은 수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쩐지, 그가 당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기시감과 공포를 느낍니다.
하지만 왜?
...
불길한 기운이 겉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 (그건 그렇고. 아이들에게도 갈 수 있나? 역시 아이들은 어렵지만...)
아이들은 구석에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다가가볼까요?

애매한 얼굴로 조용히 다가온 당신을 발견하고는 곧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아이 1: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는 계속하여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를 진정시켜주는 것이 좋으려나...
말재주/설득 등 대인 기능 판정 가능.

Value: | 75/37/15 |
Rolled: | 55 |
Result: | Success |
당신의 웃음이 아이에게 먹힌 것 같습니다.
겨우겨우 울음을 그친 한 아이가 말을 꺼냅니다.
아이 1: 저희는 기도하러 갔어요. 매일 성당에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아이 2: 수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수녀님은 상냥하시니 지금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게 슬프신 걸지도 모르지. 아마도.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 3: 그렇겠죠? 언젠가는 수녀님이 해결해주실 거예요. (그리 말하며 헤실 웃었다.)
단순한 아이들은 다시 다른 화제로 넘어가 이야기합니다.
이곳에선 더이상 얻을 정보가 없을 것 같네요.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비쩍 마른 늙은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다가와 대뜸 외칩니다.
늙은 남성: 악마가 왔어, 악마가!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늙은 남성: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린다.)
넌 알지, 넌 아는 눈이야. 넌 악마가 누군지 알고 있어. 그런 눈이야!
늙은 사내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당신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주민: 이봐요!
회관에서 사람들이 소리치며 뛰쳐나옵니다.
저 인간, 또 저러는군. 여기저기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뜨리려는 순간,
또렷하고 선명한, 그리고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내려앉습니다.
늙은 남성: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젊은이…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저항 없이 회관 안으로 끌려들어갔습니다.
...
저주, 저주...
그 저주가 무엇이길래, 이리도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도록 만드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왜,
자꾸만 그녀가 생각나는 걸까요?
.
.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갈까요.

당신은 집으로 향합니다. 상당히 지친 기분으로, 어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저 멀리 집 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 아바에입니다.
오늘따라 자주 마주치는 듯한 건 기분탓일까요.
당장 낮에 당신을 쫓아냈던 사람은 그 아니던가요.
자세히 보니 품 안에 책을 몇 권 들고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새로운 책을 건네주러 왔다며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핑계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혹시 아픈 곳이나 이상한 부분은 없으신가요? 전염병은 퍼지는 속도가 빨라서... 특히 더 조심해야 하니까요. 아직 완전한 치료법도 없고... (불안한 듯 목소리가 작아지며 기운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쉽게 나약해질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을 좀더 걱정하는 게 좋아요.

... 있죠, 저는 신을 대신하여 사람들의 고해를 들어주지만... (두 손에 힘을 주어 꼭 맞잡은 채, 입술을 한 번 짓눌렀다가 뗀다.) 제 고해를 들어줄 이는 신 밖에 없답니다. (여상스럽지만 다소 서글픔이 느껴지는 어투였다. 무엇에 관한 고해일까.)

(문득 떠오른 늙은 사내의 말. 농담하듯 웃음기를 담아 흘렸다.) ...누군가 그러는데 이 전염병은 악마의 저주라고 하던걸요. 웃기는 일이지. 다들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수녀님도 물론.

... (저주, 라는 단어에 조금 움찔했다. 내쉬는 한숨 속에서 호흡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죠. 모두들 그렇게나 기도하는 걸요. (작게 끄덕여) ... 정말 전염병의 원인이 저주라면, 그 저주를 풀 방법을 알아내야겠지요.

... (떨리는 숨소리를 느끼자 널 빤히 응시하며) 당신은 그 원인이 저주일거라 생각해요? 난 별로~... 그냥 늙은 사내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 (눈을 내리깔고, 연신 발로 바닥을 톡톡 건드린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어) ... 한 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그게 괜찮은 질문이라면? (네 물음에 호기심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

(애꿎은 손을 문지르면서, 말하길 머뭇거린다.) ... ...만약, 오래 간 신뢰하던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 (당신이 바라보는 것을 외면하고, 다시금 시선을 바닥을 향해 떨군 채 눈만 깜박이며 물었다.)

날 해치지 않아요. (제법 뻔뻔한 대답을 해온다. 이내 웃으며) 그래서 모르겠는 걸요~ 그게 어떤 기분일지.


아마 슬픈 감정.. 일까. 어떨까요, 수녀님이라면? (되려 애매한 물음을 던진다. 그로서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 저라면,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저를 해칠 만한, 그래야 하는 마땅한 이유가 있겠죠. (그래도 슬픈 건 매한가지일 테지만.) 어찌 되었든, 되도록이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네요. (그리 달가운 주제는 아닌 것 같아, 급히 말을 마무리 지었다.)


... 갑작스레 찾아뵈어 실례가 많았습니다. 오늘 밤은 방해 받지 않고 푹 쉬시길 바랄게요. (고개 숙여 꾸벅, 인사를 한 뒤 종종걸음으로 어느 샌가 사라졌다.)
급한 일이라도 떠오른 걸까요. 그는 제 할 말을 마치고 돌아가버렸습니다.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당신도 이만 집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
하늘이 제법 어둑해지고, 당신은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칩니다.
오늘은 평소보다도 하루가 길었던 것 같은데...
침대에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아바에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수녀님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그를 죽인다면 이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할까요.
혹시 수녀님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도 다른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듯 수녀님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없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이단자로 몰리게 될 것입니다.
즉, 이 일의 결정권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
조금씩 잠이 몰려옵니다.
...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성당에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견딜 수 없는 졸음에 의식이 차츰 흐려집니다.
.
.
... 꿈일까요.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 앞에는 아바에가 있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
.
.
얼마나 지났는지, 독한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천천히 눈을 뜨니,
어렴풋 붉은 불길이 보입니다. 방 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하고, 공기 중의 열기는 숨을 막히게 합니다.
"불이야!"
바깥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마을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당신의 집을 향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하겠죠.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점점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숨이 찹니다.
당신의 집은 이미 화마가 지배한 것만 같습니다.
제대로 된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별다른 방도도 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걸까요.
발버둥쳐보려 하지만 되려 힘이 빠지고 맙니다.
... 그런데 그 때,
누군가 당신을 꽉 붙잡아 이끌고는
큰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땅바닥에 몸을 부닥쳐 강한 충격과 함께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지러움에 아득해져 가는 찰나, 검은 옷자락이 보인 것 같기도...
.
현실과 꿈,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던 중,
맑은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토해냈습니다.
여전히 꺼질 줄 모르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닙니다.
...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면, 당신의 앞에 아바에가 보입니다.
얼굴과 옷자락이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복잡해 보이는 표정입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 (희미한 미소를 흘리며 진심인지 모를 덤덤한 목소리로, 한 마디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뜬다.)
그는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어 버린 후, 단호히 등을 돌려 가버립니다.
혼자 남겨진 당신, 주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 가능.

Value: | 85/42/17 |
Rolled: | 70 |
Result: | Success |
... 어디, 를.. 수녀님... (말을 채 꺼내지 못하고 다시 콜록거린다. 이내 주변을 살폈다.)
주변을 둘러보다, 아바에가 머물렀던 자리에 다 타버린 성냥과 기름이 남아있음을 발견합니다.
아이디어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90/45/18 |
Rolled: | 15 |
Result: | Extreme |
...? 왜 이런 곳에 성냥이..
흔적들로 미루어보아...
당신은 불을 지른 자가 그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SAN치 체크.

Value: | 83/41/16 |
Rolled: | 23 |
Result: | Hard |
... ... .
이성 1 감소.
... 그렇다면 왜?
당신의 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으면서.
당신을...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
그는 악마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당신이 종이를 봤기 때문에? 당신이 무언가 알아차린 것 같아서?
문득 당신은 검은 잔재 속에서 어떤 물건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 (다만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하나의 의문은 뒤로한 채 우선 보이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주웠다.)
... 칼입니다.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적당한 크기.
누군가에게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수 있을 날카로움.
순간, 이성이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마치 머릿속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무어라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현기증에 가까운 벤치에 앉아 쉬고 있을 때쯤,
당신의 어깨에 툭, 손이 얹어집니다.
이장: 자네,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는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이 마을의 이장이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장: 하긴, 누구라도 놀랄 만 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찼다.) 큰 일이 없다면 다행일세.
그보다도 집이 이렇게 되었는데, 어디 갈 곳이라도 있는가 싶어 찾아왔네.
자네만 괜찮다면 마을 회관에서 머무르는 게 어떤가?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말일세.

이장: 잘 됐구먼. 그럼 지금 바로 이동하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은 준비되어 있을 테니,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하게. (인자하게 웃으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졸지에 집이 없어진 당신...
이제는 잿더미로 뒤덮인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
<마을 회관>
마을 회관 안을 둘러보자 몇몇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은 이장에게서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잠이 올 리 없습니다.
... 정말로 수녀님이?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아까와 비슷한 어지럼을 느껴, 억지로 눈을 감아 우선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합니다.
.
.
새벽이 무르익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습니다. 잠이 올 리가 없겠죠.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여보면, 낮고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긴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익숙하네요, 그렇군요.
모두가 잠든 이 시각, 무엇을 하려 이리 은밀히 움직이는 것일까요.
잠자코 지켜볼까, 여전히 눈을 감고 숨죽여 누워있는 당신.
곧 얼굴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며,
그 손길은 당신의 뺨을 천천히 쓸어내립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와 더불어 서늘하지만 미미한 온기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고는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어 양손이 목 언저리를 감싸옵니다.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기 무섭게, 목을 죄여오는 것을 느낍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목에 닿은 손길을 떨어트리려 세게 쥡니다. 근력 판정 가능.

Value: | 50/25/10 |
Rolled: | 62 |
Result: | Fail |
... ... .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점점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갈 즈음에야,
목을 짓누르는 손아귀에서 서서히 풀려납니다.

미약한 흐느낌이 들리던가, 싶을 무렵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꿈이었을까요.
그러나 목에 남아있는 감각만큼은 몹시도 선명합니다.
그가, 정말로, 당신을.
...
죽음의 문턱까지 이를 뻔 했다는 사실에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옵니다.
좀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는 가슴을 추스리고 당신은 겨우 잠을 청합니다...
.
.
마을 회관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가고,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볕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아침이 밝은 것을 알아차립니다.
언제 잠들었다 깨어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봅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 하나둘 기도를 드리러 사라집니다.
당신은 어디로 갈까요?

그래요,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시간을 보니 미사가 시작되기까지 30분이 남았습니다.
아마 지금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아바에가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늘 그렇듯 다른 사람들의 고해를 들어주기 위해서이겠지요.
수녀님과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아이디어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90/45/18 |
Rolled: | 3 |
Result: | Extreme |
어제 만났던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 아,
그녀를 죽일 거라는 고해?
어쩐지 내뱉고 싶어집니다.
제 품에 칼이 있다고 선언하고 싶어집니다.
당신도 모르게 그런 광기가 스며들어, 조금씩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
.
<성당>
성당에 도착하여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보입니다.
고해소에 들어서자 이미 곳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곧 미사가 시작될 테니, 당신도 어서 자리를 찾는 것이 좋겠어요.

당신은 적당한 곳을 찾아 조용히 앉습니다.
이어 닫힌 고해창 너머 수녀님의 잠긴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나요?”
...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그래요.
오늘, 나는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ㅡ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뱉으세요. 망설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서요.

(낮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제 두손을 맞잡은 채, 기도하듯이 여상한 목소리를 내었다.) 고해할 것이 있어요.
나는.. 오늘 악마를 죽일 겁니다. (품안의 칼자루를 단단히 쥐었다. 고해창 너머 보이지 않는 널 응시하며) 이런 행위를 신은...
아니 당신은, 용서할까요. 클루니.
...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만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고해소를 나가기 전, 안에서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
.
<예배당>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성당 내부에 관찰 판정 가능.

Value: | 85/42/17 |
Rolled: | 75 |
Result: | Success |
... 조용하네..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누구의 것일까요. 안을 펼쳐 조금 훑어보니 낯익은 필기체입니다.
일기장은 아바에가 이곳에 처음 온 날을 시작으로 드문드문 기록되어 있습니다.
더 자세히 읽어볼까요?

당신은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한 장 넘깁니다.
xx. xx.
마녀를 죽여라.
이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xx. xx.
찾아냈습니다. 그가 정말로 뱀의 저주를 받은 자란 말인가요.
제 존재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의심받지 않도록 거짓 노릇을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듯 보이니, 제가 가진 책을 그에게 빌려주어 좀 더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xx. xx.
‘마녀’란 무엇인가. 대대로 뱀의 저주를 받아온 집안은 그 저주받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마을을 궤멸시킬 수가 있다.
그와 대화를 나누어본 결과,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단 하나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제게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단 말인가요.
xx. xx.
어쩌면 좋을까요.
갈수록 대의를 위해 마녀를 죽이는 일에 망설임이 깃듭니다.
xx. xx.
정신 차려야겠지요. 이건 세상을 구하는, 그리고 제가 맡은 일이니까요.
그가 죽지 않으면 온 마을이, 전세계가 멸망할 지도 모릅니다. 저주에 지배당하도록 가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xx. xx.
아, 신이시여.
존재도 모를 신을 찾습니다.
xx. xx.
그를 죽일 수 없어요.
그를 죽일 수 없어요...
xx. xx.
제 일기장을 읽은 박사님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나약한 소리만 하려면 무엇 하러 이곳에 왔느냐고.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들이 보이지 않냐고. 전염병에 쓰러진 시체들이 보이지 않냐고.
xx. xx.
방해물이 무엇이냐 물으셨습니까,
그것은 제 흔들림입니다.
xx. xx.
오늘 그의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견디지 못하고 결국 구해주고 말았습니다.
xx. xx.
이제는 정말 해내야 합니다. 이곳은 막다른 길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공포가 증폭되었습니다. 제 손으로 그를 끝내지 못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그가 마지막 저주를 받은 자이니까, 그만 없으면.
그가 없으면,
그가 없다면…
이 장을 마지막으로, 일기는 끊겨 있습니다.
...
SAN치 체크.

Value: | 82/41/16 |
Rolled: | 23 |
Result: | Hard |
1d2 주사위 굴려주세요.

rolling 1d2
()
2
2
이성 2 감소.
.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
.
아이디어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90/45/18 |
Rolled: | 88 |
Result: | Success |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내가 악마야.
...

나기, 바로 당신이 악마였습니다.
뱀의 저주를 받고 모든 전염병을 일으켜, 서서히 마을을 멸망시키고 있는 장본인.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마침내 생각이 다다르고 제단 앞에서 등을 돌려 정문 쪽을 쳐다보면,
충격으로 번진 눈을 한 아바에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퍼지는 찬란한 오색빛을 받으며, 열린 성당 문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등지고 서 있는 그가.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자신의 일기장을.
...
그를 향해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Value: | 85/42/17 |
Rolled: | 44 |
Result: | Success |
그리고...
그의 손에 작은 칼이 쥐어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ㅡ어떤가요.
당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 받게 된다는 사실을,
그가 사실 당신을 정말, 정말 좋아했다는 것을,
지금까지 의심해온 그의 진심을,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모든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깨달은 아바에가 전부 내려놓은 듯한 얼굴로 웃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당신이 서있는 제단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쯤, 우뚝 발걸음을 멈추고는 정면을 바라보고 작게 중얼거린다.) ... 나의 모든 죄를 고해합니다. (성호경을 외우고 숨을 한 번 고른 후에,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로 쳐다보았다. 이어 굳센 의지가 느껴지는 눈동자.)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 나는 오늘, 마녀를 죽이겠습니다. (제자리에 서 칼을 쥔 그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움직임이 언뜻 떨리는 것 같아 보였던 건 착각일까.)
그가 고해합니다.
당신을, 마녀를 죽이겠노라고.

날 죽일 수 있겠어요? 클루니. (구원에는 관심이 없다. 운명을 믿지도 않지만. 어느덧 제 품안에 있던 칼은 바닥에 챙강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이어 네게 팔을 벌린 모습이 네 고해를 받아들여, 오히려 안아주고자 하는 듯 했다. 웃기지, 당신이 악마가 아니라니. 그 사실이 이렇게 기쁠수가.) 난 용서하지 않을텐데.
..당신과 달리 나는... 자비가 없으니까. (ㅡ그렇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칼끝이 제 몸에 닿을 거리로.)

그래야만 하는데, 당신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요. 하필이면... (쓰게 웃으며 시선을 바닥에 떨구었다. 그를 마주 볼 낯이 없다.) 당신이 안타깝고,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걸...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일렁이는 듯 들리더니 흐려진다. 자꾸만 흐려지는 시선을 바로 잡으려 눈을 깜박였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땅에 곤두박질친 칼을 보고, 고개를 들어 가까이 다가오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죽이겠다고 말했던 입술과 달리, 발은 불안한 걸음으로 물러서고 있었다.)

...내가 없어져야 모두 구원받겠죠. 물론 그들을 위해 죽어줄 생각은 없지만.. (천천히, 상냥한 손길로 그 끝을 제 왼쪽 가슴에 닿게 했다. 당장에 이 심장을 파내어 날 죽여보라고. 당신의 사명을 이루어보라며.) 그저 당신이 날 죽인다면... 그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ㅡ.. (언젠가 물었었지. 신뢰하던 이가 저를 죽이려 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 것인지. 당장 제 심장엔 칼이 겨누어졌고, 그런 당신은 내게 어떤 결말을 선사할까. 도발하듯 말을 꺼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난 죽을 생각이 없어요. 설령 이 세상이 없어진다고 해도.

... 그런... 그런 감정이 왜 궁금하신가요. 당신을 죽인 후의 제 기분을 알아줄 이는 어디에도 없을 텐데. (불안함을 띈 목소리. 칼을 쥔 손은 갈 수록 힘을 잃어가고 다시금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당신을 잃음으로써 얻은 구원은 받고 싶지 않다.)
제가 당신을 죽이더라도... 그러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운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곧 세계가 무너질 거라는 무서움보다, 구원 받은 세상에 당신은 더 이상 없을 거란 사실이 더 겁나게 느껴졌다. 살아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마음을 깊숙이 눌러 담았다. 힘겹게 지탱하며 서 있던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칼 대신 제 얼굴을 그에게 묻으며 기대었다.) ... 함께 하고 싶었어요. 이 세상의, 마지막까지.

기뻤어요. 신기하게도. 당신을 죽일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제 품안의 칼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졌고. 불필요한 고해를 하며 네게 용서를 구했지. 더이상 그런 바보같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으니. 기쁘지 않을리가.)
... ...
결국.. 당신은 날 죽이지 않는군요. (날카로운 금속이 닿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대신 자신에게 기대오는 네가 있었다. 상냥하고 자애로운 수녀님. 잠시나마 그런 당신을 의심했던가. 깨닫고 나니 끌어안아, 품안의 네 온기가 느껴진다. 정말로. 당신과 함께 있으면 항상, 경계를 잊어버리곤 했다. 이미 보았던 책을 또 빌리고. 존재도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 그렇다면 함께 해줘요. 당신이 말한 내 운명의 마지막까지.

(기뻤다며 이야기하는 당신의 말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 혼돈을 주었을까, 하는 필요 이상의 걱정이 잠깐 들었다. 쓸데 없다는 걸 알아.)
.. ... 이 모든 세상을 구원하기엔, 제 그릇이 너무나 작습니다. (이 마을에 와서 그와 지냈던 모든 날들이 머릿 속을 스친다. 거짓으로 신의 사자 탈을 쓴 채 당신에게 접근했고, 당신은 스스로의 정체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런 당신을 보면서 감히 연민을 느끼고, 동정했으며 사랑했다. 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보다도 그에게 느끼는 감정이 더 커져버렸다. ... 그리고, 이전에 그에게서 들었던 대답을 떠올렸다. 나는, 그의 삶에서 실수로 남을 것인가.)
(옷 위로 닿는 온기가 따듯하다고 느꼈을까, 당신의 품 안이 편안했다.) ... 네. 역시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초점이 잘 맞지 않아 흔들리는 시선을, 겨우 당신에게 고정하며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을 겨우 내뱉었다. 눈가에 가득히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그와 동시에 굳게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어떻게, 제 손으로 사랑하는 이의 숨통을 끊을 수 있겠는가. 애써 미소 지으며 당신의 옷자락을 세게 붙들어 끌어안는다.) 당신의 운명을, 이 세상의 마지막을 당신과 함께 맞이하겠습니다.

... (다시금 들리는 마찰음. 네가 쥐고 있던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느껴졌다. 눈앞의 네가 흔들리는 시야를 고정하고 저를 끌어안으며 하는 말이 있었다. ㅡ아. 신이시여,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오갈 곳 없던 나의 기도는 다름아닌 네게 향했음을.) ...클루니.
아니.. 수녀님. 고해할 것이 있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첫 만남부터.. 지금도. (마치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은 이 처럼 네게 여러번 털어놓았다. 당신을 붙들고 하나라도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세게 끌어안았다.) ... 저주받은 자가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 걸, 용서해줘요.

(그의 고해를 듣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마음을 어렵게 가다듬었다. 이제서야 서로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되었음을. 그리고 네게 이야기한다.) ... 말해주어 고맙습니다. 허나 당신을 용서하는 것조차... 제게는 과분한 일인걸요. (그리 말하고는, 조용히 사죄경을 읊조린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아멘. (그의 뺨에 짧게나마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
칼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었습니다.
그것으로 직감했습니다.
아바에가 당신을 죽일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는 실패했습니다.
세계보다 당신이 더 소중해서, 그래서.
...
어떻게 할까. 같이 죽을까요? 같이 죽을 수나 있을까요?
아니면, 저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이라도 칠까요?
그래요, 아무렴 어떻겠어요.
어쩐지 허탈한 기분이 듭니다.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렇게 된 거. 서로가 서로를 무너트리는 존재가 되었음을 자각하게 된 거.
이대로 영영 마을을 떠나도 좋겠습니다. 정말로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겠습니다.
아예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거나, 운명을 함께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색색의 유리 조각들을 통해 퍼지는 찬란한 빛이 시야를 어지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아래에 단 하나 똑바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아바에, 그녀가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간 시선을 마주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어둠을 기리는 빛이 너무나도 찬란한 시간입니다.
... 그리고 이곳에 있는 것은 거짓된 신의 사자와 칼, 제단, 도망칠 길,
그리고 악마.
나의 마녀.
.
.
END 5. 자비를 베푸소서
ㅡMerry Bad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