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PG/2018-19
[CoC] 단 한 번의 맹세 : 나기아벨
L O C K
2019. 10. 26. 00:27
* 갱
▼
KP l 갱
아바에 드 클루니 l 나기 플 헤임
▼
이것만 알아주세요.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위해서 그랬어요.
▼▼▼ Chat 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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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알아주세요.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위해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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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맹세
w. 백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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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성 2층, 회의실 앞.
귀족 A: …그래서 내가 전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자는 이제 아무짝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자에게 땅을 하사하시다니. 폐하도 참, 무슨 생각이신 건지......
숨을 내뱉을 때마다 퍼져나가는 입김.

이른 아침의 햇살이 당신의 발끝에 닿아 부서져 내립니다.
귀족 B: 영주? 허, 언제부터 이렇게 작은 부락도 영지 취급해줬단 말이오? 말이 좋아 변방의 영지지. 실상은 북방 민족이나 도망자들이 숨어드는 곳 아니오.
이미 겨울은 끝자락이 다 와 가건만,
설산을 곁에 둔 이곳은 여전히 한겨울처럼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귀족 C: 귀환 영웅도 다 한물갔지. 전쟁이 끝난 지금, 당신은 버림받은 촌구석이나 들여다보는 버림 패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소?
......
귀족 D: …... 영지민의 행동은, 곧 영주의 거울이오.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얼어붙은 몸에 감각이 없어질 때 즈음.
복도를 울리던 고함은 잠잠해지고,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립니다.
하나둘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해 봐도, 기다리던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군요.
반갑지 않은 얼굴들은 한 번씩 당신을 훑고 지나가더니,
가장 마지막에 나오던 하인은 당신의 신발에 침을 뱉기까지 하고서야 자신의 주인을 따라 사라집니다.
...못마땅한 일이지만 어쩌겠습니까, 당신의 주군 또한 아무말하지 못하였는걸.
......
아무래도 그는 아직 저 안에 남아있는 것 같네요.

무성의하게 열린 문을 지나 안쪽으로 발을 들이면,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그가 보입니다.
꽤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 보이나...
늘 곁을 지키던 당신이라면,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뜻 보아도 가늘게 떨리는 눈가와 지나치게 힘 주어 잡은 손.
그는 당신이 들어온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였는지,
대답 없이 그저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앉아 있네요.


회의도 별일 없었어요. 다들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뒤따라 회의장을 나서기 전, <지능> 판정.

기준치: | 90/45/18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들어 이런 의미 없는 언쟁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군요.
그래도 그가 처음 영지를 하사받았을 때엔, 주변 영주들도 호의적이었는데 말입니다.
...... 무언가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그으럼, 나도 이만 할일이 떠올라 들어가 볼게요. 다음 회의에서도 아무 말 못 하고 앉아 있게 된다면 곤란하니까...~ (네게서 다시 서류를 샥 가져가, 서재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
최근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격주로 열리는 귀족 회의에서는 최근 무의미한 기싸움이 난무하고,
회의가 끝나면 아바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죠.
오늘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했던 귀족들의 언사가 지나쳐,
그로 인해 아바에의 기분이 조금 상했다는 정도일까요.
......
그렇게 당신만이 남겨진 복도는 고요합니다.
그를 따라 서재에 들어가거나,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회의실을 살펴볼 수 있겠네요.

당신도 따라 서재에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
【서재】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서재.
[책장] 사이사이의 창문들은 책들이 햇빛에 바래지 않도록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안쪽으로는 조금 지친 기색의 아바에가 의미 없이 서류만 뒤적이며 앉아 있네요.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에는, 군주론에 관련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살피다 보면, 비교적 최근에 들여 놓은 듯한 책장이 보이는 군요.
모두 종교와 관련된 책들.
그중에 하나, 겉표지가 노란 책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책을 읽어본다면,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노란 책을 꺼내어 펼쳐 봅니다.
《이단이란 무엇인가》
「A교는 우리를 이단이라고 부르고, 이단은 세상에서 존재하면 안 된다고 전파한다.
......
이단이라는 말은 잘못되었다.이 세상에 이단이라는 것은 없다.
그저 각자의 신에게 각자의 가르침을 받을 뿐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어쩐지 유별나게 이교도를 옹호하는 책입니다.
이단이라는 단어를 지적하며 종교의 자유를 논하고 있네요.
그러나 저자나 관련 종교가 적혀 있지 않을 걸 보니 조금 수상합니다.

... ... (그래도 무언가 핑계거리가 될 수는 있으니, 노란 책을 든 채로 네게 다가간다.) 무언가.. 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쓸모가 있을까, 혹시 몰라 책을 챙겨들고 그에게 다가갑니다.
아바에는 아침의 일로 집중이 안 되는지, 계속 같은 페이지만 노려보고 있네요.
간혹 다시 앞장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아, 오늘 일을 처리하긴 글러 보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나기도 주군을 따라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주민들의 요구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고, 어쩌면... 정말 내가 영주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걸지도 몰라요. 괜히 이야기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죠...


이럴 때면 내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런저런 문제들을 금방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실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치워두었던 서류를 끌어온다. ) 그럼, 나기가 나를 좀 도와줄래요?


회의 중에 우리 영지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소문이 나왔었어요. 그것 때문에 말이 더 길어졌죠. (끄응, 작게 앓는 소리를 내곤) ...그래서 말인데, 나기가 나 대신 마을을 둘러보고 와줬으면 해요.

... 그럴까요. 그럼 마을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몇 걸음 물러나 인사하고, 여전히 등 뒤에 숨겼던 책을 든 채 서재를 나왔다.)

응, 번거롭겠지만... 부탁할게요. (서재를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자신도 하던 일을 마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서재를 완전히 나오기 전 바라본 아바에의 모습은,
제대로 잠에 들기는 했는지, 유난히 지쳐보이는 듯했습니다.
.
【회의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회의가 이루어지던 회의실.
처음에는, 주변 영주들이 아바에를 존중하고자 격주마다 회의를 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불결한 장소에 갈 수 없다며 오지 않는 귀족도 생기고 있습니다.
......
눈앞에 길게 이어진 [책상] 하나와 여러 개의 [의자]가 정리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책상 위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회의 자료가 놓여 있습니다.
제일 위에 놓여 있는 것의 제목은,
'최근 들어 뒤숭숭해진 영지 분위기에 대한 안건'.

대강 훑어보면, 아바에의 영주 자질을 의심하게끔 만들어진 허위사실 투성입니다.
그러나 한 명 두 명 믿는 자들이 늘어나,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며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최근 폭동이 한번 일어나면서 주위 영주들의 귀까지 퍼진 모양입니다.

정리가 덜 된 자리에 오늘자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얼핏 보아 책상 위에서 본 안건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네요.
한 면에서는 영주가 밤마다 전쟁을 그리워 해 살인을 하고 다닌다는 헛소문도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지,
"영주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은 자신이 사는 마을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다"라며 영주를 옹호하는 말도 보이네요.
그외 더 읽어보아도 말도 안되는 기사들뿐입니다.

핀트가 어긋난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죠.
주군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당신은 성 밖으로 나서기로 합니다.
호위 기사로 배정받고 난 이후로, 단독으로 명령을 받는 일은 오랜만이지요.
복도 양쪽 끝에 나 있는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오면,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한 성의 내부가 보입니다.
아무리 사용인들에게 환하게 켜 놓으라 이야기하여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의 틈으로 들어오는 칼바람 탓에, 벽에 걸린 촛불의 대다수가 꺼져 버리고 마네요.
...... 아.
문쪽으로 걸어가던 중, 복도를 청소를 하던 사용인과 마주칩니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려 했으나, 그가 눈치를 보더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사용인:기, 기사님...!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사용인:...그,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요새 주인님이 통 잠을 못 주무시는 것 같아서요. 밤마다 자꾸 성안을 돌아다니시던데...... 모, 몽유병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사용인:네에... 바깥으로 나가시기도 하고...... 무, 무얼하시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우물쭈물 말을 잇는다.) 주인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도 들려 오니까요... 늦은 밤엔 위험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서......

사용인:한 번 부탁드려요... (꾸벅, 인사하고 물러나려다 그의 물음에 멈칫) 그, 그야... 당연하죠. 주인님은 그럴 분이 아니시라고 믿어요...... (움츠러든 채 목소리를 줄였다.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화를 마치고, 사용인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마저 합니다.

그를 지나쳐 복도 끝의 문을 열고 나가면,
성의 내부와 마찬가지로 을씨년스러운 정원이 보이네요.
정원은 아바에가 직접 가꾸기도 할 만큼 좋아하는 공간임에도... 최근에는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세히 보니, 얼마 전 민심이 최악에 가까웠을 때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흔적 같네요.
아직 원상복구 시키지 못하였는지 망가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폭동의 흔적을 보고 나니,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습니다.
.
전쟁 후 모두의 환호 속에서 귀환했던 아바에.
그러나 그는 돌아오자마자 양날의 검 취급을 받았고,
최측근인 당신과 함께 이런 변방의 마을에 유배 보내지듯 수도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런 아바에가 당신을 위해, 그를 믿는 이들을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갑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한 것처럼......
이 모든 상황은, 과연 우연일까요?
.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주군의 말대로 성 바깥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수밖에 없겠죠.

성을 나가기 전, <지능> 판정.

기준치: | 90/45/18 |
굴림: | 1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고 보니... 지금 당신이 착용하고 있는 옷,
마을로 내려가기 전에 갈아입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영주 소속 기사단의 제복이니까요.

당신은 영주의 직속 기사가 아닌, 평범한 마을 사람 A가 되었습니다.
준비도 끝마쳤으니, 서둘러 마을로 향할까요-
.
.
♰ 성 외곽, 마을 안.
최근 뒤숭숭한 분위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넓은 [광장]이네요.

【광장】
깔끔하게 닦인 마차용 도로 한가운데에 분수대가 있는 광장입니다.
분수대 근처에는 피켓 같은 것을 들고 종교의 자유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
그 옆에서 오늘자 신문을 팔고 있는 [아이]가 보입니다.

시위하는 사람들: 이교도를 인정해 달라! 이교도를 인정해 달라!
그들은 피켓을 들고서 비슷한 구호를 목청껏 외쳐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네요.
아바에는 암암리에 이교도를 승인하고 있는데도, 왜 이런 시위가 성행하는 걸까요.

시위하는 사람들: 뭐야? 그걸 말이라고 하나? 보아하니 우리와 같은 신을 모시는 녀석도 아닌 것 같은데, 썩 꺼져!

시위하는 사람들: 허, 우리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놈들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라고. 괜히 방해하지 마쇼!
그들은 신경질적으로 당신을 무시하고, 시위를 계속 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위하는 사람들: 아, 글쎄 귀찮게 하지 말라니까...... (짜증 내며 피켓을 탁, 땅에 내리쳤다.) 그래서, 우리한테 뭐가 궁금해서 이러시나?

시위하는 사람들: 엉? 이 양반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영주가 우릴 인정해줬으면 이런 시위도 안 했을 거라고. (답답하다는 듯 얘기했다.) 안건을 올려봤자 들어주지도 않는다니까.

시위하는 사람들: 당연히 영주한테 올리는 안건이지. 아니면 누구겠나? 하여간... 말만 영주지, 마을에는 관심도 없는 작자가 틀림 없어. (인상을 팍 쓰곤 피켓을 고쳐 든다.) 거 질문 끝났으면 얼른 비키쇼. (손을 휙휙, 내저으며)

시위하는 사람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 놈에게 알려줄 이유가 있나, 무슨 속셈이 있는 줄 알고? 꼬치꼬치 캐묻는 게 딱 봐도 수상하구먼. 정보를 캘거면 다른 녀석이나 알아보라고.

그는 당신이 물러나자, 다시 목청껏 시위를 이어나갑니다.
신문 파는 아이: 신문 사세요, 오늘자 신문입니다!

신문 파는 아이: 안녕하세요! 신문은 동전 한 닢에 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밝은 인사와 함께, 둘둘 말린 신문을 하나 집어 들었다.)

신문 파는 아이: ......! 가, 감사합니다...! (눈이 커다래져선, 공손하게 동전을 받아 제 작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당신에게 신문을 건넨다.) 으음, 신문이야 항상 비슷하죠.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저도 공감해요......

신문 파는 아이: 맞아요, 저 사람들 때문에 광장은 매일 시끄러워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주님께서 도와주시면 좋을 텐데.
신문을 펼쳐 대강 훑어보면, 회의실에서 보았던 신문과는 조금 다릅니다.
영주가 밤마다 돌아다니는 것을 본 이들의 목격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네요.
바로 옆면에 그와 관련된 실종자 명단도 같이 나와 있군요.

기사에 따르면, 실종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A교의 신자이거나, 영주를 노골적으로 싫어했다는 점.

아무래도 내 주군이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신 것 같은데... (신문을 접어 들고, 광장을 떠나 마을의 다른 곳도 둘러본다.)
... (멈칫) ... ... (둘러보기 전에 신문을 마저 본다.)
왠지... 신문을 이어보고 싶어진 나기.
다음 장에는 '그는 정말 귀환 영웅인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집니다.
마을을 망치고 있는 게 영웅일 리 없다며 주장하는 누군가의 글도 보입니다.
성으로 날아오는 신문의 내용과는 확실히 다르네요.

다른 페이지를 살펴보면, 실종자에 관련된 기사들이 많습니다.
그외 눈에 띄는 정보는 없어 보이는 군요.

...이 작은 마을에 신문사가 얼마나 될까요.

어쨌든 광장을 죽 둘러보고 나오면,
하늘이 조금 어둑해진 것을 실감합니다.
어느덧 석양빛이 스르르 자취를 감추고, 황혼이 흘러드네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광장 밖에 둘러보지 못하였지만, 마을에 헛소문이 퍼져 있는 것은 확실하네요.
오늘 보고 들은 이야기만으로는 현 사태의 원인을 파헤치지 어렵겠죠.
그래도, 작은 정보라도 아바에에게 일러주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당신은 성으로 귀환하기 위해 무거운 걸음을 옮깁니다.
.
.
어느 정도 걸어 성 근처에 다다랐을 때쯤,
......?
피투성이의 익숙한 형상이 보입니다.
밝은 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체구의 여성.
저 사람은... 당신의 주군이 아닌가요?

그는 주위를 돌아보며 걷다가, 당신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달려 나갑니다.
계속 쫓아가 본다면, <민첩>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완전 민첩하게 쫓아갔다.)
?:
기준치: | 65/32/13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는 당신보다도 민첩하게 달아납니다...

다시 한 번 쫓아가 볼까요? <민첩> 판정 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그리고 재빠른 속도로 쫓아간 당신,
그를 붙잡아 얼굴을 확인해 보면...
아바에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생김새도 다르고, 결정적으로 그의 눈은 갈색이 아닌 청록빛을 띠는 군요.
?: (화들짝 놀라며) 왜, 왜 이러세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아... 아니, 내가 어딜 어떤 차림으로 돌아다니든 그쪽이 무슨 상관이에요?! (주춤, 뒤로 물러난다.)

?:그러니까- 당신이 뭐, 치안대라도 되느냐구요. 난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이거 놔요! (팔을 홱 뿌리쳐) 내가 따라갈 것 같아요? 나도 바쁜 사람이거든요?
(한 번 째려보고는 신경질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 (당신이 쫓아오자 멈춰서서는) 이, 이게 어디서 묻은 피인줄 알고?! 그래, 저 산속에 좀 들어갔다가 웬 짐승한테 물려서 그런 거니까, 지혈해줄 거 아니면 가던 길이나 가요! 소문은 웬 소문 타령이야, 정말...... (흘겨보며 반대 방향으로 뛰어간다.)
그는 당신이 또 쫓아올세라 저 멀리 도망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어쩐지 의심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당신이 착각할 정도로 아바에와 꼭 닮은 모습을 가진 이가,
피를 뒤집어 쓴 마냥 위장하고서 한밤중에 돌아다닌다......
......
우선은 성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성에 돌아와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낯익은 하인이 당신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사용인:주, 주인님이 주무시던 중에 뛰쳐 나가시더니 돌아오질 않으세요...! (주위를 슥 살피고는) ...기사님, 제발 주인님을 찾아와 주세요.

어디로 가셨습니까. 방향이라도... (심리학을... 써본다...)
기준치: | 10/5/2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사용인:네에... 그, 방향은 잘 모르겠어요. 아마 마을 쪽으로 나가시지 않았을까......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아도... 별다른 위화감은 들지 않네요.

하인을 보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아무도 없는 고요한 복도, 그리고 침실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불이 꺼진 어두운 침실 안을 슬쩍 확인해보니,
침대 위 이불을 꼬옥 덮은 채 잠들어 있는 아바에가 보입니다.

그는 잠자리에 든 지 조금 되었는지, 고른 숨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오네요.
바로 옆 협탁에 은은하게 켜진 등장과 책 한 권이 놓여 있는 것이,
당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던 모양입니다.
그외에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군요.

... (조용히 방을 나와선 그 앞을 지키기로 한다. 그 사이 누군가가 문을 열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최근 들어 고된 하루의 연속으로, 예전과 달리 수척해진 주군의 모습.
잠에 들 때만이라도 조금이나마 근심을 덜어두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
하인의 말은 거짓이었을까요? 아니면, 당신과 같은 착각을 했던 걸까요.
침실의 문을 조용히 닫고는, 그앞에 서서 생각합니다.
누군가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군요.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어딘가 잘못되어가고 있습니다.
......
유독 지쳐 보이는 주군이 눈에 밟혀, 당신은 그앞을 지키기로 합니다.
서늘한 공기만이 스치는, 고요한 복도.
달만큼은 평화로이 빛나는 깊은 밤입니다.
당신의 주군 또한 평안한 밤 되기를.
.
.
지저귀는 새 소리가 들려오고, 눈부신 햇빛이 반기는 아침.
지난 밤을 꼬박, 주군의 방문 앞을 지키며 지새웠습니다.
오래간 악몽에 시달려온 것만 같았던, 그의 잠든 모습을 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돌아가 잠을 청하였더라도 편히 눈 감지 못했을 테죠.
...그는 알까요, 당신이 이리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
날이 밝아도 복도는 여전히 한적합니다.

방문은 당신이 닫고 나온 그대로, 굳게 닫혀 있네요.
안에서는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안쪽에서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문이 살짝 열리고, 급하게 매무새를 정돈한 듯 보이는 아바에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어제 다녀온 마을의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책상 앞으로 돌아가 앉아, 서류 무더기를 헤집어 보며 네게 물었다. 편한 옷차림의 나기도 귀엽다.)

마을은 글쎄... (서류 더미를 방에까지 가져오시다니... 너무 열심인 주군에게 열심히 보고하기로 한다.) 역시 좋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위대도 있었고요.

...그렇군요. 흉흉한 소문이 돈다는 건 사실인가 보네요. (낮게 한숨을 폭, 내쉰다.) 시위라면, 꽤 어수선할 텐데...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겠어요. 곤란한 걸......

또... (힐끔) ... 주군이 밤마다 돌아다닌다는 헛소문도 들리더군요. 관련해서 실종자들도 생긴 모양입니다.

...... 잠깐. 내가 밤마다 돌아다닌다니, 말도 안 돼요...! 늦은 시간에는 침실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데, 왜 그런 소문이... (억울한 표정) 사라진 이들이 있다는 소리도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단서나 용의자 같은 건 없던가요? (설마 자신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보다 마을에 이렇게나 문제가 많은지도 모르고... 여태 무얼 했나 자책감이 들었다.)

... 어제.. (억울한 표정을 보고 덧붙인다.) 수상한 자를 발견했습니다. 마치 주군을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돌아다니더군요. 어젠 장비가 없어 놓쳤습니다만, 이번에야말로 잡아와 엄히 문책하겠습니다.
(보고를 끝마치고, 잠시 조용하다가) ... 자책은 마십시오. 영주의 신분으로 주민의 상황을 일일이 알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알아챈 지금이라도 원인을 찾아내면 되니까요.

... (정적. 그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덕분에 찻잔이 조금 흔들렸지만. 자신의 양볼을 두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고는) 응, 나기 말이 맞아요. 나기가 이렇게 열심히 알아봐주고 있는데, 언제까지고 주눅들어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럼, 오늘도 마을을 조금 더 둘러봐 줄래요?


...아. 오, 오늘은 잠들지 않고 기다릴 테니까요......~? (그가 나가기 전에 한 마디 덧붙였다.)

... ...
먼저 주무십시오. 문도 꼭 잠그시고요. (인사하고 나가려다가 멈칫, 반눈이 되었다.)

알았어요, 그렇지만...... (문을 잠그면 나기도 못 들어 오는걸. 말을 흐리고는 네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무사히 잘 다녀와요.)

...... 다녀오겠습니다. (무심코 자신도 손을 흔들다가, 그만두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마을로 직행하기로.)
오늘도 당신은, 평범한 마을 사람 A가 되어 성을 나섭니다.
......
성 외곽을 따라 길을 걸으면, 어느새 마을에 도착합니다.
[길드]와 [장터]가 눈에 띄네요.

.
【길드】
길드로 들어서면,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무리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어쩐지 서로 비슷한 옷들을 걸치고서, 목소리를 낮춰 대화하고 있군요.
무슨 비밀스런 정보라도 오가는지 그 내용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한편에는 길드 접수처를 지키고 있는 안내 직원 한 명도 보이네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귀를 쫑긋하고, 대화를 엿들어보려 했으나...
주위의 웅성거림에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쉽네요. 대화를 엿듣는 건 포기하고, 직원을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길드 안내 직원:하암...... (턱을 괴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직원. 누군가 다가오자 퍼뜩, 고개를 든다.) 아, 어서 오십시오. 무언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길드 안내 직원:...... 아아. (느릿느릿,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들을 흘겨보더니) 혹시 당신도, 저-쪽 무리에 관심이 있는 겁니까...?

길드 안내 직원:허어... (쯧, 낮게 혀를 한 번 찼다.) 웬만하면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괜히 엮여서 좋을 거 없을 테니...... (손을 휙휙 내저으며) 이제 받아줄 길드도 없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뭔가 아는 게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길드 안내 직원:뭐, 길드가 맞긴 합니다만...... 자기네들끼리 무얼 그리 꾸미는지. (고개를 흔들고는) ...아무튼 글쎄, 언제부턴가 처음 보는 얼굴들이 이 마을에 와서는 길드를 받아달라지 뭡니까. 저야 그냥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거니 싶어서, 받아줬습죠...... 그런데 이제는, 이방인이 너무 많아져서 원래 주민이 드문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런 촌구석에 뭐가 있다고, 다들 몰려온 건지 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덕분에 길드는 더 이상 안 받으려고 합니다. 감당이 안 돼요.

길드 안내 직원:보나마나 이교도 놈들 아니겠습니까? 쫓아내고 싶어도 마을 분위기가 점점 이교도를 옹호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니 말입니다...... (어쩔 수가 없더군요, 덧붙이며 난감한 얼굴을 했다.)
얼마 전에는, 영주님이 자신들의 종교를 정식으로 받아주지 않으니까 영주님을 공격하겠다더랍니다. A교에 넘어간 신자라면서요.

길드 안내 직원:철 없는 소리지요. 폐하께서 A교를 국교로 봉하고, 이교도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명을 내린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저런...... (연신 혀를 끌끌 차댄다.) 쯧, 그 선동질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게 무서운 일입니다.
...글쎄요. 거, 원래 가장 무서운 사람이 종교에 미친 사람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절레절레) 나는 엮이고 싶지도 않아서, 들려오는 소문 밖에 모릅니다. 당신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길드 안내 직원:그... 수도의 왕께서 말입니다...... (같이 멀뚱)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지요. (꾸벅... 인사하고 길드를 나온다.)
조심하라며 따라 인사하는 그를 뒤로하고, 길드를 빠져 나옵니다.
이곳마저도 이교도가 득실거리는 모양이네요.

심란한 마음을 안고 장터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
【장터】
상점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장터입니다.
활기찬 분위기라기보다는... 어수선하게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강하군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대화를 엿들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 ... (귀 탁탁)
오늘따라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한...... 기분탓이겠지요.
물건을 사는 척, 다시 한 번 엿들어 볼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 ..... .... (귀 탁 탁탁 탁탁탁)
상인: 물건 볼 줄 아는 양반이구먼. 여깄수다. (그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목걸이를 내민다. 척 봐도 허술하게 만들어진 모양새...)

기준치: | 70/35/14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상인:하하, 우리 가게 물건이 워낙 희귀해야 말이지! (기분 좋은 듯 호탕하게 웃었다.) 이 앞에 진열된 물건들이 새로 들어온 거요. 선물하기에도 딱이지.
제 가게 자랑을 늘어놓는 상인의 말을 흘려 들으며,
옆에서 오가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봅니다.
주민 A: 자네, 그거 들었나? 옆집에 살던 그 인간, 글쎄...... 어젯밤에 실종됐다네. 분명 영주의 짓일 거요.
주민 B: 그게 무슨 억측이오? 아무리 그 사람이 영주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지만, 영주가 그걸 들었을 리도 없는데.
주민 A: 왜, 요새 영주가 밤마다 돌아다닌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민 B: 허어...... 아무리 그 양반이 "죽는 날까지 A교를 믿을 것이다."라는 말을 달고 다녔어도, 설마 그것 때문에 죽었겠나? ......
......
두 사람은 쉬쉬하며 대화를 끝내고는 각자의 가게로 돌아갑니다.

상인:그래, 그거 아주 잘 나간다니... (신나서 물건을 설명하다가) ...엉? 실종자? 잘 모르겠다만...... 나는 가게 관련 일이 아니면 잘 모른다네.

상인:흐음...... (입가를 매만지며 고민해보고는) 그러고 보니, 영주가 관련된 일은 아닌가~ 하는 소문은 들었었지. 뭐, 사실이든 아니든 괜히 가게에서 불길한 소리 하지 말게나. (어깨를 으쓱인다.) ...... 오! 그래,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먼. 목걸이라... 어떤 모양을 원하시나? (안쪽에서 커다란 보석함을 들고나온다. 제법 화려해 보이는 디자인의 장신구들이 즐비해 있다.)

상인:어쩐지, 요새 저 광장에서 웬 소리들을 그렇게 빽빽 질러대나 했더니만. 하여간 종교가 문제야. (고개를 내저었다.) 천천히 골라보라고. 자네, 이 근방은 처음이지? 특별히 싸게 쳐주지. (그러고는 큰 소리로 웃어 보인다. 인심 좋은 얼굴.) ...... 아, 역시 보는 눈이 있는 청년이라니까. 젊은 여성들한테 아주 인기 많은 물건이라고. 금화 다섯 닢에 주겠네. 거저 주는 거야, 거저.

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 .... ... 남은 값은 영주성에 달아두십시오. (침착...)
...... 어라, 왜 동전이 이것 밖에 없을까요...
옷을 갈아 입으면서 돈까지는 미처 챙기지 못했나 봅니다.
상인:... ... 자네,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네...... (어깨를 텁, 잡는다.) 그래, 내 인심을 써서 이번은 조금 깎아주지. 세 닢만 받아갈 테니, 다음에는 얄짤 없을 거라고. (네게서 남은 돈을 받아가고는, 목걸이를 쥐여 주었다. ...그런데 웬 영주성인가, 의문을 품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그렇게 상인과의 잡담을 마치고 괜찮은 목걸이도 건진 당신.
슬슬 장터를 나가려 출구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 툭.
갑자기 당신의 뒤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어깨를 치고는,
?: 미안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말로 사과하며 지나가 버립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길드에서 다수가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하네요.

그리고 문득 시선을 내리자, 그가 지나간 자리에 떨어져 있는 쪽지가 하나 보입니다.
쪽지를 줍는다면 남자는 놓칠 것 같습니다...만, 운이 좋다면 쪽지를 줍고도 쫓아가 볼 수 있겠죠.

과연 운이 따라줄까요? <행운>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 ?
...... 이런. 행운은 당신의 편이 아니었나 봅니다.
쪽지를 줍자, 그안에는 며칠 뒤를 가리키는 날짜와 단 한 문장이 적혀 있네요.
「xxxx.xx.xx.
둥지 트는 날이 정해졌다.」

쪽지를 확인한 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면...
저 멀리 골목 사이로 사라지는 망토 끝자락이 보입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기라도 한 사람 마냥 달아나네요.
... 늦게나마 쫓아가 볼 수 있을까요? <은밀 행동> 판정 가능.

기준치: | 20/10/4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 ... . (얌전해졌다.)
......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요.
...시간도 늦었군요. 지평선 너머 아슬하게 걸친 해가 보입니다.

어쩐지 어제보다 얻은 정보가 덜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면목 없을지 모르지만, 이만 성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힘 없는 몸을 이끌고, 성으로 향합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을 믿고 있을 주군에게 보고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이교도가 마을 일부가 아닌, 마을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
어쩌면, 막을 길이 희미해 보인다는 사실도요.
그리 달가운 소식들은 되지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
.
왕에게 버려지듯 이곳으로 온 아바에.
그에겐 남은 사병도 없고, 민심은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주위의 귀족들 또한 전부 등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구세주처럼 등장해 마을을 집어삼키고 있는 새 종교.
당신의 주군은, 어느 것으로도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없습니다.
......
남은 것은 당신뿐.
.
어둠이 완전히 드리운 시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오늘은 앞길을 막아서는 사용인은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 그리고 모든 문도 꼭 닫혀 있네요.

아바에는 어제처럼 잠들어 있을까요?
찾아가 침실의 문에 노크하면, 잠시 후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의 허락에 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가니,
이 시간까지 서류 더미 앞에 앉아 있는 주군이 보입니다.









...... 어제도 그렇고, 대부분이 사건들이 나와 관련되어 있네요. (느릿하게 서류를 넘겨 보며) 왠지 내가 영주의 자리에 올랐으면 안 되는 거였으려나, 하는 느낌이에요.



... ... 이미 열심이신 건 충분히 알고 있고요.

나기가 알아주어서 기쁘네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기 플 헤임:절 믿으시죠. (뻔뻔하게 대꾸하고 자신도 모르게 같이 웃어버린다. 단둘이 있다보면 종종,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버리니까.) ... 음.. 솔직히 말해 수상한 자도 놓쳐서 면목없지만요. 오늘만 이런 걸로.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대신 수상한 쪽지를 발견해 주었잖아요? (아까 받은 쪽지를 팔랑거린다.) 무얼 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곧 밝혀낼 수 있겠죠. (믿음 가득한 눈.)

아무튼, 쪽지의 내용은 그들의 은어가 아닐까요. 당장 며칠 후의 일이니 알아내기에 촉박할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그 눈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파이팅...!)

둥지를 튼다는 건... 새로이 자리를 잡는다는 의미일까요.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지만, 영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 심각한 사건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언제나 나기의 도움을 받게 되네요-

음... (같이 추측해보려고 곰곰) 그들만의 종교 의식의 날이거나, 최악의 경우엔 반란의 의미일지도 모르죠. 심각한 사건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빤...) 제가 돕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당신의 기사라는 사실을 잊으신 건 아니겠죠.

...... 단순한 종교 의식 정도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지만서도... 최악의 경우에는 반란이라... 나도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큰일을 겪게 되겠네요. 당장 머무를 공간도 없고...... (집요한 시선에 힐끔...) 그야, 잊을 수가 있겠나요. 나기에게 기사가 되어달라고 이야기한 건 나였는걸. ...철 없을 적 건네었던 말이 이렇게 될 줄, 그땐 꿈에도 몰랐었죠.


...나는 은근히 고집이 있어서, 나기에게 무리한 요구를 부탁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그런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나기를 보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죠. ......앗, 그렇지만... 나도 내 몸 하나는 스스로 지킬 수 있답니다? (정말이에요, 덧붙인다.)

... ...
글쎄,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자각은 있으셨군요. (농담이나 던지다가 문득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말에 빤...) 그럼 다음에 대련해보도록 할까요. (다시 빠안......)

...... 너,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 아닌가요...! (나는 요 며칠 새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전부였는데. 불공평해요. 변명하듯 종알거렸다.)


...그...런데...... (머뭇거리다가) ...저, 정말 무리한 요구였었나요......? 그런 거라면...... (눈만 데굴데굴... 굴린다.)

... ... 음, 그런 거라면...? (데굴데굴... 굴러가는 눈을 쫓으며 묻는다.)

... ... 그런 거라면...... (시선 따라 몸이 기울어진다.) ...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요...... (줄어드는 목소리)

... ... 그런 거라면~... (대답을 바라는 듯 계속해서 시선을 따라가다) ... 음. 틀리셨네요, 주군.
그럴 땐 무리한 요구를 앞으로 더 많이 할거라고 말하셔야죠, 제가 기대할 수 있게.

... ...? (틀렸다는 말에 고개를 들어 네 쪽을 바라본다.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 그제야 부끄러운지 고개를 다시 숙이고는) 모... 몰라요. 그런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나기가 알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기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도 많지 않겠어요. (괜스레 긴장한 탓에, 힘이 풀려 의자에 몸을 기댄다.)

물론... (네가 의자에 기대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기울이며) 잘 알고 있습니다. 주군과 지낸 시간이 시간이니까.
... 자신의 호위 기사의 말에 긴장하시면 어쩝니까? 큰일이네요. (다시 놀린다.)

......~~ 누, 누가 긴장을 했다고... (무어라 더 말을 하고 싶은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고 얼굴만 붉으락 해진다.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단지, 나기가 내 곁에 있는 게... 내가 요구했기 때문이었을까 봐, 그것뿐일까 봐,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쭈그러들며...)


...... 역시, 쓸데없는 고민이었을까요. (민망한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계속 모르고 계셨다면, 언젠가는 제가 시위하러 나갔겠지만요. 하고 덧붙이는 모습은 평소와 같이 얄밉다.)



...사소한 생각 같은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리고 대충 둘러댄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힐끔............)





그럼 주군도 무엇이든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아시겠습니까? (꾸우~ 욱 계속 엄지를 맞댄 채 다짐을 받았다.)

으응- 당연하죠. 난 지금도 충분히 나기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걸요. (꾸우욱, 자신도 도장을 찍듯 엄지에 힘을 주었다. 이전보다 더 든든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으럼, 시간도 늦었으니 슬슬 돌아가 쉬어요. 온종일 돌아다녔을 텐데......



대화를 마치고, 문을 닫고 나가려는 그때...
희게 흐르는 달빛 아래 비치는 아바에의 모습은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이는 단기간에 쌓인 피로가 아닐 터.
수많은 시간 속에서 그가 홀로 지녀온 무게일 것입니다.
......
무너져가고 있던 것은 마을이 아니라,
당신의 주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내 문을 닫고, 적막한 복도를 지나쳐 방으로 향합니다.
오늘 밤도 둥근 달이 은은하게 성안을 비치고 있습니다.
.
.
여느 때와 같이 아침이 밝고, 햇볕이 당신의 머리맡을 환하게 비춥니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면, 새하얀 입김이 퍼져 나오네요.

주군의 방으로 향하면, 침실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는 일어났을까요?

똑똑, 방문을 노크해도 들려오는 대답은 없...나 생각하던 순간,

문 너머로, 조금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무거운 문이 천천히 열리네요.






(그렇게 찻잎을 꺼내어 정성스레 우려낸 차를 가져온다. 맛은...?)
기준치: | 50/25/10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 .... ... (혹시 몰라 한 모금 마셔보니 떫어서 그만둔다.) 음, 다른 걸 해오겠습니다.

... ... 찻잎에 무슨 문제라도......? (갸웃)








오늘도 마을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했죠? 조심해서 다녀와요. 위험한 일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하구요...~

(문을 열고 나가기 전 힐끗 돌아보았다. 픽 웃으며) ... 제가 주군을 두고 혼자 위험한 일에 휘말리겠습니까. 걱정마십시오.

(침실을 나서는 그를 바라보다 눈 깜빡.) ...정말이지, 지나치게 믿음직스러운 기사님이네요- (장난스레 웃고는, 방문 앞까지 나가 손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당신은 그의 배웅을 받으며 성을 나섰습니다.
돌아올 때는, 꼭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리라 생각하면서.
......
마을로 향하기 전, 오늘 당신의 옷차림은 어떤가요?

좋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영주 소속의 기사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죠.
그렇게 성 외곽에 난 길을 따라 걸으니, 마을이 보입니다.
[주택가]와 [빈민가]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변장에 소질이 있는 훌륭한 나기는 주택가로 향했어요.
.
【주택가】
평일 낮이라 그런지, 꽤 한산한 곳입니다.
가끔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는 풍경이 보이며, 한쪽 구석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군요.
치안대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한 소년이 덩치 큰 소년에게 마구잡이로 맞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소년: 그러길래 적당히 돈 많은 집 눈치 좀 보라니까! 왜 말을 안 들어!
평등? 참나, 평등 좋아하시네. 그런 웃기지도 않은 소리나 할 거면 당장 손이 발이 될 때까지 빌고 와!
몰아치듯 한바탕 고함치고 나서, 손을 털고는 어디론가 가 버립니다.
아이는 심하게 구타당했는지, 말 한마디 못 한 채 그 자리에 퍽 쓰러집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걸까요.
주변 사람들은 길가에 쓰러진 소년을 보고도 고개를 돌릴 뿐,
그 누구도 먼저 나서려 들지 않습니다.

폭행하던 소년과는 달리, 가느다란 신체가 눈에 띄는 소년.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멍 자국과 오래된 흉터 혹은 상처들.
원한다면 <의료> 또는 <응급처치> 판정으로 아이를 도와줄 수 있겠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 ... 의사가 아니니, 난감하군.
기준치: | 68/34/13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소년에게 급한대로 응급처치라도 해 주었다.)
의사는 아니지만, 일전에 배운 기억대로 간단히 치료해 주었습니다.
당신의 지혈 덕에 아이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눈을 뜨네요.
소년: ...... 저,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세요? 하고 묻는 듯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아......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마을에 이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소년:...네, 왠진 모르겠지만......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가) 방금 그 사람은 저희 형이에요.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하죠. ...... 제 실수로 평생을 살아온 집을 빼앗기는 바람에.

소년:이 근방에선 흔할 일이에요. ...이방인들이 늘어나서, 사람은 많은데 집은 부족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낮게 한숨을 쉬었다.) 원래 살던 사람들이 집을 뺏기는 일이 생기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부당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항의를 했어요. ...... 결과는 처참하게 됐지만요. (힘 없이 팔을 툭, 떨어트린다.)

소년:그래서, 다시 사과하러 가야 해요. 이대로 쫓겨나 살 수는 없으니까... ...이교도요? (눈을 찌푸리더니) 그것까진 모르겠네요...... 뭐... 요즘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긴 해요.

소년:...... (당신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됐어요. 이번에 도와주신다고 해도, 다음은요? ...무책임한 호의는 필요 없어요. 치안대도 영주님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소년:...... ...... (뭐 하는 사람인가 싶어졌다.) 아니요. 괜히 다른 사람까지 엮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무거운 짐이라도 진 듯, 어렵사리 발걸음을 뗀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얼굴로.)
소년은 덩치 큰 소년이 사라졌던 방향으로 비틀비틀 걸어갑니다.

소년을 보내고, 주택가를 마저 돌아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치안대 한 명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치안대원:(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다, 누군가 제게 다가오자 눈을 마주친다.)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치안대원:...폭력 사고요? (미간을 좁힌다.) 한 번 조사해 보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하군요. (메모장을 꺼내어 무어라 휘갈겨 적는다. 나기를 마을 주민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요즘, 이주민에 관한 신고가 많이 들어와서 말입니다...... 그런 매입 문제는 저희 관할이 아니라서요.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간 처리하기가 힘들군요. (입가를 매만지며 곤란한 얼굴을 했다.)

치안대원:흐음...... 글쎄요. 아무래도 영주님께 건의하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습니까? (고개를 기울이며 고민해보고는) 마을의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영주님도 아실 테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뭐, 영주님께 건의해봤자 감감무소식이라고들 하지만요. 저희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치안대와의 대화를 마치고, 주택가를 빠져 나갑니다.
나가는 길, 어쩐지 마을 주민들에게서 공통점이 보이네요.
그들은 모두 알 수 없는,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
...... 이건, 이방인들에게 점령당한 걸까요.
아니면... 이방인들이 입은 저 종교에 점령당한 걸까요.
.
【빈민가】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사람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영지 외곽에 빈민가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중소 도시의 빈민가처럼 거대해졌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느껴지는 것은, 당신을 향한 빈민들의 표독스러운 시선.
...그때, 그중하나가 당신에게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빈민: 돈, 돈을 내놔! 돈을 내놓으라고!
당신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져선, 돈을 요구합니다.
정말로 그들에게 돈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랬다간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겠죠.
<위협> 또는 <말재주> 등, 대인 기능 판정 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거 놓으십시오. (이번에도 현란한 말재주를 펼쳤다.)
빈민: ......! (왠지 모를 아우라에, 흠칫하며 떨어진다.)
...쳇, 운 좋은 줄 알라고......
빈민들은 조금 진정한 모습을 보이더니, 적당히 물러납니다.
흉흉한 눈빛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당장은 당신에게 달려들 것 같진 않군요.
그들에게서 벗어나 거리를 훑어보면,
어둡고 퀘퀘한 골목길, 풀은 말라비틀어져 있으며 먼지만 굴러다닙니다.
대다수의 [빈집]과 [무덤가]가 보이는 군요.

전부 판자로 만들어진, 어느 한 집. 그마저도 엉성해 보입니다.
그 흔한 창문 하나 없으며, 문짝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하네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집 주위에는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네요. 집안을 살펴보는 편이 낫겠습니다.

경계하며 문을 열어 들어가면, [간이침대]와 [옷걸이], 그리고 [좌식 테이블]이 전부입니다.

정말 잠만 자는 용도인 것처럼 이불만이 놓여 있습니다.
청결엔 관심도 없는지, 이불을 들춰보면 먼지만 풀풀 날리네요.
어쩐지 역한 냄새도 나는 것 같습니다......

옷걸이에는 요새 광장에서 자주 보이는 시위꾼들이 걸치던 망토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아마 이 집의 주인도 그들과 같은 종교인가 보죠.

주머니는... (망토 주머니 탈탈탈...)
시위꾼으로 완벽하게 변복한 나기!
아쉽게도 주머니 안은... 텅텅 비어 있군요. 집안을 보면 예상이 됩니다.

테이블 위에는 일종의 보고서처럼 보이는 종이만 가득합니다.
이전 것들은 이미 누군가에게 보냈는지 보낸 흔적만 조금 남아있고,
확인되는 것은 요 근래의 보고서 뿐이군요.

최근 날짜의 보고서입니다.
「xxxx.xx.xx
주택가에서 올라온 건의 파쇄 완료.
xxxx.xx.xx
주택가에서 올라온 건의 파쇄 완료.
xxxx.xx.xx
침실 주위 확보 완료.
xxxx.xx.xx
주택가에서 올라온 건의 파쇄 완료.
xxxx.xx.xx
주변 귀족 회유 완료.
......
xxxx.xx.xx
둥지 트는 날 대기 중.」
둥지 트는 날.
마지막에 적힌 날짜는, 바로 오늘입니다.

... (일단 보고서도 증거품으로 챙겨들고는 빈집을 나와 무덤가로 향했다. 둘러보고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무지무지 신경 쓰이는 보고서를 챙겨, 무덤가로 향합니다.
장례를 치를 돈이 없는 자들이, 죽은 자의 시체를 유기하는 곳.
악취와 함께 여기저기 널린 시체 조각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속이 메스꺼워지는 기분입니다. <이성> 체크.

기준치: | 85/42/17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나기, 이성 1 감소.
......
시체가 이곳저곳 쌓여 있어, 누가 누군지 구분해내긴 힘들어 보이는군요.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잘 보면 최근에 버려진 것인지 그나마 부패가 덜한 시체 하나가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슨 의식이라도 치렀던 걸까요.
몸 위에는 이상한 노란 액체 같은 것으로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 있고,
곳곳에 날카로운 칼로 피를 내기 위해 피부를 가른 흔적이 있습니다.
또한 억울한 죽임을 당한 듯 저항한 흔적이 남아 있군요.
...또 한 번 <이성> 체크.

기준치: | 84/42/16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단의 소행인가. (인상을 찡그린다.)
무덤가에도 금세 익숙해진 나기, 이성 감소 없음.
노란 액체로 쓰인 글자를 잘 보니,
'모든 ▒을 그 ▒을 위해.'
...라고 쓰인 듯 보입니다.
그리고 품 안에는 독실한 A교 신도에게만 준다는 세례 반지가 있군요. 역시......

당신은 반지를 챙기고, 불쾌한 무덤가를 벗어납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네요.
발치에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요.

걸음을 재촉해 성으로 향합니다.
.
.
그리고 성으로 들어서자......
성문은 반쯤 열려있고, 짓밟힌 정원이 보입니다.
그런 당신의 눈에 띄는 건, 성안으로 이어지는 발자국들.

발자국들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오면, 1층 홀에는 유리조각들이 가득합니다.
몇 개 있지도 않은 촛불들은 강풍이라도 들어닥친 마냥 모두 꺼져있고,
홀 가운데에 걸린 주군의 초상화에는,
단검으로 꽂힌 종이 한 장만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
(어쩐지 확인해야할 것 같은 기분에 돌아와선 종이를 본다.)
「xxxx.xx.xx
영주, 아바에 드 클루니의 횡포를 저지하기 위해
이에 따라 우리 귀족 연합은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는 영지 전으로 치를 것이고,
패자는 자신의 영지와 목숨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적힌 날짜는 이틀 뒤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날짜......
이교도의 쪽지에 적혀 있던 둥지 트는 날과 같군요.

당신은 종이를 확인한 후 급하게 계단을 오릅니다.
불과 반나절 만에 폐허와도 같은 모습으로 변한 성.
깨진 창문 사이로 귀신이라도 드나드는 마냥 흉흉한 소리가 넘어옵니다.
달빛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활짝 열려 있는 서재의 문.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내딛을수록,
가라앉은 기온은 발걸음마저 얼어 붙이듯 싸늘합니다.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뒹굴던 때와는 또 다른 공포가,
당신의 목을 조여오는 기분입니다.
.
.
이윽고 열려 있는 침실 문을 통해 들어가면ㅡ
여기저기 흩어진 서류들이,
누군가 고의로 밟아버린 고서가,
열린 창문으로는 비가 들어와 엉망이 된 책상이,
차례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뒤돌아 서 있는...
당신의 군주.
언제나 당신에게 등을 맡기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발치에는 깨진 찻잔과 깃펜이 나뒹굴고,
언제나 단정하던 머리카락은 바람결에 흩날려, 위태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때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주군.

아니, 어쩌면 내 곁에 나기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게 닥친 상황을 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 사실, 원래부터 영주의 자리를 원하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지키고 싶습니까. 당신이 가진 것이 당신을 배신하고, 음해하고 있음에도... ... (답지않게 말이 길어졌다. 불안한 탓이다. 분명 주군의 뜻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소임임에도, 이대로면 정말 사라질 것 같았으니까.) 피하지 않는 건 물론 영주로서는 훌륭하겠지만... 저는 당신이 이들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감히 제가 헤아릴 수 없는 방도가 있으신 겁니까.
승자가 되고,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거창한 방안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단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이라고 생각해요. (쓴웃음을 지으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다, 네게서 두어 걸음 떨어져 바라보았다.) 나기에게, 내 곁에 머물러 달라고 한다든가...... 뜻을 강요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곳을 떠나도 괜찮아요. 그렇다면... 활짝 핀 꽃도 볼 수 있을 거고, 다른 땅의 소식도......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없는 건가요? (빙글, 반 바퀴를 돌아 너를 쳐다보았다. 발 끝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가 펄럭였다.)

... ... (꽉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압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유약하고, 상냥하고, 천성이 착한. 어느 때엔 당신은 영주의 자리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정치, 뒷공작, 그런 방식에 너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결국은 아바에, 당신을 나의 주군으로 섬기기로 정했다.)
... 하나만 묻겠습니다, 주군.
제 생각을 아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주군은, 당신은, 당신의 기사가 떠나려고 하는지, 곁에 머무려고 하는지... ... 그 답 또한 알고 계시겠죠.
그걸 듣는다면... ... 다른 이야기는 이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쳐다보는 시선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눈동자를 깜빡이지도 않고, 꽤 오래동안.)

...으음~...... (눈을 감은 채 고민하는 듯 앓는 소리를 내고는) 곤란하네요. 오늘따라 나기의 속내를 알기 어려운걸-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를 깨고 싶어 장난스레 내뱉었다. 뒷짐을 지고 주위를 서성이며, 발치에 떨어진 찻잔 조각을 톡 건드리기도 했다. 그러다 조용히 중얼거리듯 물어)
......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면, 들어줄 텐가요? (희미한 미소를 띄운다.)
남쪽으로 가요. 곧 봄이 올 거예요. 얼어 있던 땅이 녹아 푸른 싹이 트고, 따스한 바람도 불어오겠죠.

주군은... 모르십니다, 아무것도. (마지막에, 답이 아닌 네 의지를 담은 부탁을 듣고는 쓰게 웃었다.) ... 저를 혼자 보내려고 하시는 것부터 이미 절망적인 상황을 인정하시는 것 아닙니까. 정말 기적을 바라신다면, 당신의 곁에 두어 그 기적을 보여주겠다 하셨을 겁니다.
... (검을 천천히 빼 들었다. 그것을 손바닥에 놓고 네게 받들어 내민다.) 지키실거라면 이기십시오. 지면 목숨과 함께, 당신의 지키고 싶어하는 영지와 그 주민들마저 빼앗기지 않습니까. 도망가지 않으실 생각이라면...
적어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언젠가 맹세했던 그 모습처럼.) 제가 당신의 곁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해주십시오. 저는 그러기 위해 주군께 충성을 맹세했으니까요.

(말을 잇다 말고, 입만 벙긋거리다가 관두었다. 제게는 이 상황을 이겨낼, 그에게 기적 같은 걸 보여줄 힘이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 앞에 서 있는 자신의 기사조차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 어쩌면 그 형태만 다를 뿐, 자신은 이미 도망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네 손바닥 위에 놓인 검과 네 눈을 번갈아 보았다. 이내 한쪽 무릎을 굽힌 그 모습이, 지난날 제게 충성을 맹세해 주었던 모습이 떠올라서, 한쪽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제가 먼저 손 내밀었던 그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은 안겨주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침을 한 번 삼켜내고, 다물었던 입을 연다.)
모두 지켜낼 거고,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나기 또한, 잃고 싶지 않아요. ...... 그래서. (두 손을 꼭 쥐었다.) 고집스럽고, 모순적이지만... 떠나주었으면 해요. 나기는 분명, 어디에서나 칭송받는, 명예로운 기사일 테니까......
이런 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기에는, 세상이 나기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걸요.

(묘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그건 어떻게든 네 곁에 있으려는 자신의 모습을 비웃는 것 같이.) 당신이 말하는 명예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모두 지켜내고, 도망가지도 않고, 나를 잃고 싶지도 않다니. 그 모순적인 거짓말 속에서도 너의 안위에 대한 것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너를 지키기 위해 기사가 된 내가, 그것을 용납할 수 있을리가 없지.) ... 아무리 부탁해도, 명령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애초에 저는 주군... ...
아바에, 당신이 없는 세상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
... 그것이 정 싫으시다면, 지금 저를 베고 가십시오. 당신의 뜻을 배신한 기사를 죽이고, 원하는 답을 찾으십시오.

...내가 원하는 답이, 정녕 당신을 베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슬픈 눈을 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그러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 나기의 말대로, 나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면... 더 이상 나로 인해 제약받지도, 얽매이지도 말아요. 이곳은 나의 공간이니, 밖으로 나가 마음대로 해요. (덤덤한 어조로 얘기하며 네게서 조금 떨어졌다. 주먹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 미련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

그럼 바라신대로 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역시 나가지 않고 가만 서 있었다.)

...... 정말로, 나기의 제멋대로인 점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말끝을 흐리는 떨리는 목소리. 어떻게 해서든 너만큼은, 이 난에 휘말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무산되고 만다. 네 앞에서는 영락없이 약해진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나는 나기가, 나 때문에 죽는 건 원치 않는데...... 이런 버려진 땅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했어요.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나기의 삶을요. (고개를 떨구고, 겨우 솔직함을 내뱉었다. 바닥으로 눈물 방울이 툭, 떨어진다.)

당신이 원치 않아도 제 의지로, 저를 위해서요.

...... 약속했어요, 죽지 않겠다고. 나도, 나기에게 찬란한 빛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네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그렇지만 삶이 뜻대로만 흐르지는 않을 테니, 그때는......
다음에는 부디, 조금 더 다정한 세상에서 만나길. (옆에 서서, 네 손을 꼭 맞잡는다. 몸을 살짝 기울여 네게 기댄 채 잠시 눈을 감았다. 기나긴 밤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어스름한 새벽.
한바탕 쏟아지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이슬이 맺혀 있네요.
다 망가진 성안에 남은 당신과 아바에.
당신이 가진 건 한 자루의 검과 주군을 향한 충심뿐입니다.
......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와 나누는 대화.
문득, 아바에가 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펄럭이는 책장은 꽃잎처럼 겹겹이 나부끼고,
나풀나풀 허공에 날리는 먼지들은 별 무리처럼 반짝입니다.

고인 물방울들이 똑, 똑, 울려퍼지는 고요한 순간.
생명이라고는 주군과 당신, 둘만이 남은 이 성에도 따스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조금 늦었지만,
이곳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
.
.
END. ?
아바에 드 클루니, 로스트
나기 플 헤임, 로스트
이후 두 사람은 영지전에 휘말려 전사합니다.
.
다음 생에는, 맹세와 서약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닌...
또 다른 만남으로 이루어지길.
*
▼
.
.
칠흑보다 어두운 밤.
♰ 성 외곽, 광장.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라고 말하는 아바에를 성에 두고, 당신은 다시 마을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 비.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우중충한 하늘.
한층 싸늘해진 기온이 손끝을 마비시켜옵니다.
뭔가,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을까.
......
당신은 길을 따라, 마을의 광장에 도착합니다.
시위대는 이제 막 시위가 끝난 듯 짐을 정리하고 있네요.
그들은 당신이 걸치고 있는 망토를 알아보곤, 대수롭지 않게
시위대: 뭐하다가 이제 와? 다 왔으면 출발하지.
라고 말하며 하나둘 짐을 챙겨 듭니다.

시위대: 다들 온 것 같으니, 가자고.
당신은 무리 속에 끼어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아마 자신들의 근거지로 향하는 중이겠죠.
행렬을 따라 주택가로 들어서자 주민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자신의 아이를 감싼 채 시위대를 바라보는, 두려움이 역력한 표정.
......
얼마나 걸었을까요,
행렬이 멈춰선 곳은 영주성과 비슷한 규모의 저택입니다.
아마 이 주택가에서 가장 큰 집일지도 모르겠군요.
안쪽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지 소음이 종종 새어나오고,
창문을 통해 환한 불빛이 당신이 서 있는 곳까지 비춰 내립니다.
당신이 따라온 무리는 차례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마을에 이런 저택이 있었다니, 기이한 일이네요.
.
【저택】
그들과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엄청난 수의 인원들입니다.
마치 마을 인구의 절반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네요.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을 감당하고 있는 신전 같은 구조의 홀.
그가운데 커다랗게 장식된 [조각상]이 보입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거대한 제왕처럼 생긴 조각상.
이 세계의 생물처럼 보이지 않으며, 박쥐와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쩐지 섬뜩한 기분에...... <이성> 체크.

기준치: | 84/42/16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나기, 이성 1 감소.
그리고 조각상 아래,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위▒한 우리▒의 신, ▒▒을 위해」
그러나 글씨가 흐린 탓에 정확히 알아보기는 어렵네요.
......
조각상을 지나쳐 1층 홀을 둘러보니,
[기도실 A]와 [기도실 B], [응접실], 그리고 [서재]가 보입니다.

.
【기도실 A】
기도실 안으로 들어서면, 기도실이라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문을 열자마자 피비린내가 코를 찌릅니다.
바닥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마을에서 사라졌다던 실종자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주군의 뒷모습......?
...아니, 아바에를 흉내낸 신도가 서 있네요.
그가 백금색 가발을 벗으며 고개를 돌리자,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신도: ...하. 저번에도 방해하더니, 이번에도 방해할 셈이냐?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쏘아 붙입니다.

신도:(한 번 째려보고는 바로 시선을 거둔다.) 됐어. 나는 너 같은 잔챙이를 상대할 시간 따위 없단 말이다. ...작업 중이니 썩 나가!
그는 당신을 기도실에서 쫓아내고는, 문을 쾅 닫아 버립니다.

이야기할 틈도 주지 않는군요.
.
【기도실 B】
또 다른 기도실로 다가가면, 회의 중인지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앉아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신도 A: ...둥지 트는 날에 맞춰 준비를 끝냈습니다.
신도 B: 순조로운 진행이군요... 그날이 되면 우리는 이단자들을 처단하고, 마침내 저 성 안에 우리들의 신을 모실 수 있을 겁니다.
신도 C: 그렇다면 영주는... 대사제님이 맡는 겁니까? 귀족 연합들은 전부 자신의 끄나풀을 앉히고 싶어 안달입니다. 자칫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신도 B: 그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허수아비를 물색할 시간은 충분하니.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목소리가 어쩐지 익숙한 게...
잘 들어보니, 회의에 참석했던 귀족들의 하인들인 것 같군요.

신도 A: 대사제님은 언제나 2층에 계시지요.

기준치: | 90/45/18 |
굴림: | 8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들은 그저, 주어진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이들 같습니다.
무언가 더 알아내긴 어려울 것 같군요.
간간이 당신의 주군에 대한 험담이나 우스갯소리가 들려올 뿐입니다.

저 자들을 베어버리고 싶은, 굴뚝 같은 마음을 참고 기도실을 나섭니다.
.
【응접실】
화려하게 장식된 샹들리에가 돋보이는 응접실 내부.
중앙 테이블을 기준으로 양쪽 벽면에는 책들이 가득한 책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
...얼마 전 당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하인이군요.
그는 단번에 당신을 알아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웃어 보일 뿐입니다.

사용인:이제야 눈치채다니, 네 주군의 수준도 알만하군. (느긋한 태도로 눈을 흘기며 대꾸했다.) 정보 모으기 놀이는 잘 되어 가는가?

사용인:어차피 네 목숨도 거기서 거기지 않나.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잇는다.) 뭐, 좋아. 조금은 어울려 줄까. 우리는 장기간에 걸쳐, 성에 들어가는 마을의 소식들을 파기해왔다. 영주에게 남은 손발이라고는 너밖에 없으니... 정보를 교묘하게 덮고 왜곡시키는 건 쉬웠지. 게다가 그 영주라는 놈은, 제삼자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니 말이야.

사용인: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냐. (삐딱한 자세로 앉아 네게 손짓하며)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사병 하나 없이 마을 치안을 관리하고, 밤늦게까지 성안의 모든 일을 혼자 떠맡고..... 쉬는 날까지 멍청한 주변 귀족들의 뒤치다꺼리까지 하니, 자신의 마을을 제대로 돌볼 수나 있겠어?
오히려 우리한테 감사해야 하는 편이 아닌가. 그 지옥에서 꺼내주는 셈이니까.

'지옥에서 꺼내주는'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군은 끝까지 이 영지를 지키려고 하시니, 그런 그분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것에 가깝지. 그러니 난 너희를 용서할 수 없다. (결국 검을 빼들고 그의 목에 겨누었다.) 말해. '둥지 트는 날' 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나?
사용인:그렇게 생각한다니, 유감이군. 우린 네 주군이 어떤 상황에 놓이든 알 바가 아니니 말이지. 계속 말하지만... 의미 없는 목숨 연장일 뿐이다. (제 목에 칼이 들어오자, 조소를 흘리며 들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내려두고는) ...... 우리의 신께서, 이 작은 영지를 손에 넣어 완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날이지.

기준치: | 90/45/18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용인:우리의 신께서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셨지. 모든 게 순조롭고 말이야. (다시금 차를 홀짝인다.)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나.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군.
그를 잡아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소란을 피운다면... 곧바로 신도들이 들이닥치긴 하겠죠.

사용인:이거 감사해야겠는걸. (마지막까지 그를 비웃으며 대화를 마친다.)
.
【서재】
불이 꺼져 있는 서재로 들어서자 낡은 종이 냄새가 밀려옵니다.
희끗희끗한 불빛들에 비쳐 몇 권의 책들이 보이네요.
제목들을 훑어보니, 아바에의 서재 한 구석을 채우고 있던 종교 책들과 비슷합니다.

다만 이 책들에는 종교가 정확하게 적혀 있군요.
『우리들의 신, 황 왕을 위하여.』
알 수 없는 언어와 기괴한 그림들.
...... <이성> 체크.

기준치: | 83/41/16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것들은 당신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나기, 이성 1 감소.

황 왕이란 누구기에, 이리도 많은 이들이 따르고 있는 걸까요.
......
서재를 나오면, 위로 향하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오를 수록 북적거림이 잦아들며,
다다른 2층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합니다.
그리고 복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문 하나.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2층의 방】
따로 잠금 장치는 없는 듯, 쉽게 문이 열립니다.
거대한 홀과 같은 방 안에는 그저, 구석에 석상이 하나 놓여 있군요.
1층에서 보았던 석상과 비슷한 모양새처럼 보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비교적 크기가 크고,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정도.
석상 뒤로는 창문을 통해 은은한 달빛이 들어오네요.
분명 아름다운 달빛이지만, 그 역광에 석상의 그림자가 악마의 날갯짓처럼 너울거립니다.
......
그 뒤에, 어둠 속 석상 앞에서 기도 중인 한 사람.
<관찰력> 판정 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 .... ... . (눈 부빗...)
뚜렷이 보이진 않으나,
그는 지금까지 마주쳤던 신도들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듭니다.

당신이 말을 걸자, 그가 천천히 뒤돌아 당신을 직시합니다.
벌의 눈처럼 육각형을 이루는 눈을 마주하니......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스칩니다.
이 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성> 체크.

기준치: | 82/41/16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나기, 이성 3 감소.
......
대사제:...... 나는 위대한 그분을 모시는 자...... 다른 이들은 나를 대사제라고 부른다. 황 왕께서는 나를 특별히 여기시어, 저들을 도우라 하셨지. (느릿하고 낮은 음성.) 우리는 네가 누군지 알고 있다. 우리를 조사하고 다녔다는 것도...... 전부. 처음엔 제거할까 싶었으나... 쓸모가 보여 살려두었지.

대사제:우리는 황 왕을 위해, 이곳에 또 하나의 카르코사를 세울 계획이다. 때가 되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테지. (네 물음에 조용히 응시하고는)
...... 우리는 지금, 나를 대신해 공식 자리에 앉힐 허수아비를 물색하고 있다. 그 허수아비 역할을 네가 맡는다면... 네 주군은 살려주지. 우리에겐 영주나 네 목숨 같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계획을... 더욱 안전하게 이루는 게 중요하지.

대사제:그래,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네가 이른바, 혁명군이라는 이름으로...... 영주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만 하면, 영주가 교체 되는 것이니... 영지전은 무산되어 네 주군은 살 수 있다. 다만, 변수가 생기는 일은 골치 아프니... 그를 끌어내리기 전까지 그와 접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말해두지. (뚜렷하게 그를 응시하고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후 혹시라도 내 주군에게 손끝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너희들은 나를 허수아비로 삼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대사제:...... (네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희미하게나마 만족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가. 네겐 주군의 명예보다도... 목숨이 더 중요한 게로군. 한낱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는 계획과 상관 없는 일은 이행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하나 잘못 되는 일 또한 없을 테니...... 안심해도 좋다.
당신은 대사제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주군은 원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목숨 앞에서 명예는 하찮은 자존심 중 하나일 뿐 아닌가요.
그것이 주군을 이루는 모든 것이라고 해도, 목숨만 보전한다면,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아바에를 만나 지금의 당신을 이루는 것처럼,
당신도 그의 모든 것이 되어주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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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제는 당신과 함께 2층 문을 열고 나와, 신도들에게 소개합니다.
‘혁명군의 대장’이라고.
누군가는 야유를 날릴 법도 하지만...
그 누구도 당신을 향해 어떠한 야유나 환호도 보내지 않습니다.
마치 당연히 벌어졌을 일처럼, 그저 한 번씩 당신을 바라볼 뿐.
...... 이런 기이한 상황 속에서,
이건 정말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떠다닙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선택을 내렸고, 그 선택은 번복할 수 없습니다.
영지전까지 앞으로 스물네 시간도 채 남아 있지 않습니다.
......
대사제는 당신에게 자신과 똑같은 로브를 걸쳐주고는,
가는 길은 네가 더 잘 알 테니 굳이 안내하지는 않겠다고 하네요.

나기 플 헤임:... ... (쓴 웃음을 흘리곤 이내 결심을 굳힌 듯 영주성으로 향했다.)
성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자신을 따라 들려오는 수많은 발걸음과 함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목숨과도 같이 여겼던 충성심.
세간이 정한 기사의 정의.
당신이 맹세했던 서약.
모든 것을 배신하는 걸음에 사소한 것들은 꽃잎처럼 떨어져 나가고,
그 사이에서 진심이라는 봉우리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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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성을 봉쇄한 후,
매일같이 걸었던 곳을 지나 하늘을 바라보면......
어스름한 새벽, 해가 붉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몸을 짓누르듯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이슬이 맺혀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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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박차고 나왔던 침실의 문을 다시 열면,
그곳에는 한결같은 아바에가 서 있습니다.

... ...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물러나실 시간입니다.
......
아, 나의 주군.
당신은 품 안에 간직해온 검을 꺼내어,
눈앞에 선 아바에에게 겨누며 말합니다.
“혁명군의 이름으로서, 영주 아바에 드 클루니에게 고한다.”
이것만 알아주세요.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묵인한 죄, 수 차례에 걸친 살인죄, 영지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죄를 물어”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위해 그랬다는 것을.
“지금부터 당신의 모든 직위를 박탈한다.“
당신을 찌른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그를 향한 칼날에 반사되는 빛이,
꼭 자신을 향해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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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2. 이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
아바에 드 클루니, 생환
나기 플 헤임, 생환
아바에는 영주 자격 박탈과 함께 모든 명예가 훼손되며, 처분 권한은 나기에게 넘어갑니다.
나기는 다음 대의 영주가 되고, 신도들의 허수아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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